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떴다!!! 그녀 {#7사랑징후}

이야기 상자 |2005.05.10 17:39
조회 1,304 |추천 0

그 뒤로 상연은 심심하다. 약속이 없다. 근처에 왔다가 들렸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주 요나를 보러 회사에 들렸다.
 "누가 보면 네가 우리 회사 직원인 줄 알겠다. 미안하게 자꾸 오지마. 나 혼자 먹어도 별로 상관없어. 그리고 요즘은 사람들하고 조금씩 친해져서 처음처럼 힘들지는 않아."
 거짓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팀장이란 것에 있었지만 그걸 굳이 상연에게 말해서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혼자 먹기 싫어서 왔다니까."
 "피이. 그걸 누가 믿어. 넌 주위에 사람도 많고, 너네 회사 꾸려 갈려면 약속도 많은 거 다 알아. 이제 그만해."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그러니 신경쓸 것 없어."
 상연은 자신을 걱정하는 걸 알지만 그녀가 자꾸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라렸다.
 요나가 그때 느꼈던 기분은 이것 보다 더 했겠지.
 상연은 요나가 오해를 풀려고 자신을 찾아오고 가족을 찾아왔지만, 단 한번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족들에게 그녀를 배척하게 만들어 요나를 더욱 힘들게 했었다.
 "그런데 머리는 언제 바꾼 거야?"
 상연은 은근히 자신 때문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카페에서 자주 만나던 친구하나가 연습해보고 싶다고 해서, 그냥 내 머리 좀 빌려 줬어."
 상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머릿결 하나는 예술이었잖아."
 "어찌 듣는 이 좀 기분 나쁘게 머릿결만 그랬다는 소리 같다."
 상연은 그러면서도 요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만져보았다.
 "느낌은 나냐?"
 "당연하쥐."

 유신은 요나와 마주 보면서 웃으면서 지나가는 남자의 뒤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감정의 정체가 뭔지 분석하려 노력했지만 그것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그는 아직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뒷모습이었지만 유신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유신은 미진이 그날 민 이사와 식사를 함께 한 뒤로 더 친근한 척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 이사가 직원으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미진을 좋아하는 건 자신과 상관없었지만 미진이 그걸 이용해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것이 보여 거북했다.
 "네. 손 비서도 잘 지내죠."
 미진은 유신이 항상 자신에게 손 비서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나 처럼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적어도 '미진씨'라고 불러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런 미진의 감정에는 상관하지 않고 한쪽에 눈길을 두고 있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미진은 서류철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괜찮습니까?"
 미진은 몸과 손이 떨렸지만 겨우 참아내고, 유신이 건네준 서류철을 받은 뒤 그가 보이지 않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럴 순 없어."
 다시금 그들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상연의 존재를 무시 할 수 있었다고 자신을 너무 과신했던 미진은 상연과 요나가 다정하게 나가는 모습에 몸이 떨리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헤어졌든, 미진과 상연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상연이 그들의 인생에 나타난다면 미진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 일을 잃고 싶지 않았다. 민 이사의 비서로써 누릴 수 있는 힘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연과 요나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없었다.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나요나. 당장 들어와."
 들어오자 마자 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요나는 자문(?)을 구하기 위해 향미 이모를 바라보았지만 할머니가 워낙에 노발대발 하셔서 부엌으로 피해 버렸다.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진 요나는 하는 수 없이 할머니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그녀의 옆에 섰다.
 요나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들고 있던 책을 탁상 위에 소리나게 올려놓으며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손가락으로 문제의 책을 가르치고 있었다.
 표지는 보지 못했지만 분명 재벌 가의 소식을 알리는 잡지인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내 아기는 스텐레이스- 라는 제목과 함께 뒷모습이지만 특이한 머리 때문에 요나라는 걸 알 수 있는 여자가 스텐레이스 그릇을 들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막는 남자를 향해 그릇을 내리 치려는 포즈로 찍혀 있었다.
 "이게 뭔데요?"
 요나는 오리발 작전으로 들어갔다. 사진은 요나 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뒷모습뿐이었다. 그녀가 아니라고 끝까지 우긴다면 뭐라고 할 여지가 없었다.
 "너 정말 모른 다는 소리냐?"
 "저 몰라요. 이게 무슨 기사예요?"
 요나의 작전이 먹힌 건지 아니면 때 마침 유신이 이층에서 내려와서 인지 할머니의 목소리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요나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모르는 척 하며 기사를 열심히 읽는 척 했다.
 사진은 주요 인물들의 눈을 가려놓아 얼굴을 못 알아보게 되어 있지만 그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 번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기사를 써놓아서 요나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 김사장 내려 왔는가. 아니네, 잡지를 읽다가 요나하고 닮은 여자가 실려서 내가 잠시 오해를 했다네."
 유신은 열심히 잡지를 들여다보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요나의 머리를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내려다보았다. 그 미소를 알았다면 요나는 분명 한소리 했을 거였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할머니에게 말을 시켰다.
 "어머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이 남자 정말 못됐다. 그죠 할머니?"
 "그래. 아주 나쁜 놈이더구나."
 "야 이런 친구 둔 여자가 부럽다."
 하지만 이번엔 할머닌 동참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큰아가씨가 이게 무슨 짓이냐. 처신머리하고는....."
 요나는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 할머니는 그녀의 말을 믿는 눈치였기에 누군가 할머니에게 일러바치지 않는 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후.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요나는 언제 흘린지도 모른 식은땀을 닦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나 좀 봐."
 "왜요? 저 좀 피곤한데."
 다시 상연을 사랑하게 된 것 도 아니고 그를 사랑했던 감정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때 레스토랑에서 이모와 함께 있던 그의 모습을 본 뒤로는 좀 어색해져 그와의 마주침을 피했었다.
 "지금 해야하는 말이야."
 "나중에 해요."
 유신은 방으로 들어가려는 요나의 팔을 낚아챘다.
 "왜 이래요?"
 유신은 요나의 팔을 여전히 잡은 채로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요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전에 내게 말한 할머니하고 한 계약 들어줄 수 있는데."
 요즘 정말 유신을 생각할 때 빼 놓고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했기에 자신 있었다.
 "됐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래요."
 유신은 더 치사해지기로 했다.
 "그럼 할머니에게 말한다."
 "뭐요. 뭘요? 내가 부탁할 것 말할 생각이라면..."
 "아니."
 유신은 요나의 말을 도중에 자르더니 걸려오지도 않는 전화를 깨내어 들었다.
 "갑자기 핸드폰은 왜 꺼내요. 빨리 할말이나 해요."
 유신은 조잘대며 투덜거리는 요나의 앞에 핸드폰 액정을 내밀었고, 동영상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에 요나는 창백해지고 말았다.
 "헉."
 "어때. 이래도 싫어."
 "도대체......"
 유신은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거든. 정말 멋있던데."
 요나는 그의 핸드폰을 뺏으려 했지만 그가 꼭 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할머니에게 말할 생각은 아니겠죠."
 "생각중이야."
 요나의 입에서는 후회와 걱정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내가 뭘 하면 되요. 뭘 원해요?"
 요나는 발을 동동 구르는 지경까지 되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유신이라는 남자가 정말 쫌생이었다니..... 윽.
 "우리 계약하자."
 "네? 계약이요? 뭘요?"
 도대체 뭘로 그와 계약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가 원하는 건 뭐지?
 그가 나에게 원하는 게 있을 까? 도대체 뭘 걸고 계약을 하자는 거야?
 "들어나 보죠. 그 계약 성립되면 그 동영상 지워줘요."
 "싫어."
 유신이 처음으로 얄미워지고 있었다.
 "왜요?"
 요나의 목소리를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목소리 낮춰 지나가는 사람 다 듣겠어."
 요나는 심호흡을 하며 겨우 목소리 톤을 낮추었다.
 "왜 안 지워요?"
 유신은 더더욱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아무리 안면 몰수하고 달려들고 싶어도 요나는 안주머니에 들어가 버린 핸드폰만은 꺼낼 수가 없었다.
 "내가 바보야. 네가 도중에 계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잖아."
 "이런.... 나 그 정도 인간은 아니거든요."
 유신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네 친구만 봐도 알잖아."
 "그게 이거랑 같아요. 뭐 좋아요. 그 계약조건이 뭐예요?"
 유신은 결의가 단단히 다져진 요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도 자신의 의견에 어의가 없고 황당하고 자신을 믿을 수 없었지만 요나와 관계된 일에서는 상식이란 걸 찾을 수는 없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