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졸업하던 때는 imf 시절 말이었죠. imf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직공고는 거의 없었고,
서울이긴 했지만 저처럼 인문계에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암울한 시기였어요
우연찮게 모 대기업 비정규직 쪽에 자리가 있다고 교수님이 추천해주시더라구요.
사실 연봉 1200이 될까말까 했지만 무조건 취직이라도 하고보자는 생각이었죠.
게다가 그 회사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돈이고 뭐고 잘 들어갔다고 하던 터라.
하는 일이야 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었죠. 물론 imf 이전에 입사한 분들은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이었으니까. 근데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절실히 느꼈죠.
명절이 돼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데도 비정규직 책상에는 선물이 없구요, ㅜㅜ
정규직 책상에만 공제회 등에서 잔뜩 선물이 나오고 보너스도 나옵니다.
몇년이 지나도 연봉 하나도 안오릅니다.
그러면서도 회사내 각종 경조사( 다른 부서 팀장님의 조모상 등)에 돈을 다 냅니다.
한달에 한 5만원은 평균 나갔떤거 같아요. 평달에 80 몇만원 받는데, 경조사비 많이 나가면
70만원대로 받기도 했습니다.후배가 들어와도 선배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한번은 회사에서 울 직원들 여행을 보내주는데도 20명만 보내준다고 해서 비정규직만 나이순으로 짤렸습니다.
정규직들은 초봉 3000이 넘고 후배들은 2년만 지나도 3500이 넘는데
저는 여전히 1200만원 받으면서 오히려 야근까지 해야했지요..
다짐을 했죠. 내가 2년만 지나면 경력직으로 다른 중소기업이라도 정규직으로 들어가겠다고!
2년이 지나면서부터 3-4개월 동안 이력서를 수십군데를 넣고 몰래몰래 면접 보러다녔습니다.
그리고 2년 6개월이 될 때 보란듯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부장도 잡지 못하더군요. 미안하다고,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고,,
정말 기분이 통쾌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악감정은 없었지만,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습니까
바로 현재의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중견기업 정도는 되고, 입사할 때 연봉은 2000정도.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아서 많이 올랐고요
올해로 3년차인데 지난해엔 승진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일때는꿈도 꾸기 힘든 승진이었죠.
승진발령이 회사 게시판에 떴는데 정말 가슴이 벅차더군요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다 목표를 함께 세우고 능력도 인정해주고 남녀차별도 거의 없습니다.
물론 과거보다 일은 두배 이상 많습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제가 해야할 역할도 많구요.
하지만 큰 기업의 작은 부분보다는 작은 기업의 큰 역할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제가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진행시킬 때도 있어서 성취감도 있구요.
연봉도 매년 올라서 지금은 3500 정도 됩니다.
써놓고 보니 자랑같지만 그렇게 생각은 마시구요.
전 직장에서 아직도 10년째 비정규직 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 언니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래도 큰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야, 남자들 만날 때도 유리하더라구... 월급은 제때 나오잖아...
내가 이제 어디로 가겠어? 억울하지만 그냥 만족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닐래..."
한결같은 얘깁니다. 그러면서도 각종 차별에 울분을 토합니다.
비정규직이었다 그 회사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비정규직이었다는게 무슨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
오히려 비정규직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너도 비정규직이었었으면서.. 유세는?"
저는 때때로 과감하게 결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붙들고 있으면 더 큰 것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