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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의계약]8부

다일리아 |2005.05.17 12:46
조회 456 |추천 0

- 제6장 -

 

 

 

저   주

 

 

 호위 기사들 덕분에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꾸게 되자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말을 많이 나누게 되었고 상당히 친해지게 되었다.

에릭과 세린은 원래 친분이 있었지만 안데리사도 처음보다는 딱딱한 면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주에게 지켜야 할 예우는 깍듯이 지켰다.

 

"안데리사 경,막아보시죠."

"윽"

나와 안데리사는 지금 체스에 열중하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바깥이 소란 스러워졌다.

 

"안 됩니다! 지금 공주 마마는 쉬고 계십니다. 난데없이 들이닥쳐서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미안하군 하지만 이쪽은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몸이다. 어서 썩 비켜라."

캐롤과 낮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은 체스판을 보던 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마리엔 공주님. 하지만 이것이 제 임무라서 말입니다."

쥐꼬리 수염마법사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무? 그게 뭐지?"

"공주님의 방을 수색하라는 명령입지요."

 

"내방을? 누구 맘대로? 그리고 수색하려는 이유는 뭐지?"

"폐하의 허락이 떨어진 상태입니다.이유는 모르셔도 됩니다."

"공주님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뵙게 돼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뵌것입니다."

 

"좋소. 앞으로는 예절조차 모르는 사람을 내세우지 말고 경이 말하시오. 우선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알고 싶은데."

"그런 황당한 말을 믿는 거요? 내가 무엇 때문에 아리란드 전하에게 저주를 건단 말이지"

"저도 잘은 모르지만 제보자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 그리고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공주님뿐이라.."

 

네오진은 말끝을 흐렸다. 이래서 흑마법사들은 고달프다. 무슨 안 좋은 일만 생기면 모조리 흑마법사 탓으로 돌리니까말이다.

 

"죄송합니다 . 하지만 저는 명령을 수행해야만 하는 몸입니다. 부디 방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수색이 시작되자 양켄센은 눈을 감고 중얼거리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기사들은 그와는 별도로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눈을 감고 있던 양켄센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찾았다.!"

 

그 말을 하는 양켄센의 얼굴은 의기양양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는 화장대 앞까지 걸어가 그 위에 놓인 황금색 보석함을 열었다.내가 기억하기로 그 함 안에는 수를 놓을 때 필요한 바늘과 실,천과 같은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윗단을 들어낸 양켄센은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자세히 본 나는 더욱 당황했다.

 

"이건 작은 악동이라고 불리는 저주에 사용 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제보가 맞았던 모양이군요"

 

"잠깐! 그런게 있다는 건 나도 모르고 있었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양켄센이 돌아가고 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양켄센과 같이 왔던 기사들이 문밖에서 지키고 서서 시녀들을 출입조차 제한했다. 내 방에 들어올수 있는 살마은 캐롤과 미나를 포함한 몇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호위 기사인 에릭 세린 안데리사는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공주님." 안데리사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돌아본 나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 세사람은 날 믿고 있을까?

 

"세 사람도 내가 했다고 생각해요?"

"아니."

"나도그래. 계속 붙어 있엇는데도 이상한 점이 없었어. 출처도 확실하지 않은 그런 헛소문은 믿지 않아. 누군가 모함한 게 틀림없어.!"

"맞습니다. 공주님은 그런 비겁한 분이 아니십니다."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일부로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기뻤다.

이 일의 배후가 누군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암살에 이어 이번엔 누명이냐? 이제 완전히 본격적으로 나가는군.!

장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곳에는 아리란드 전하를 제외한 모든 왕족들과 몇몇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말해 보시오"

 

"폐하의 윤허를 받고 마리엔 공주님의 방으로 찾아가 마법으로 탐색 해 본 결과 저주의 매개체를 찾았습니다. 이유리병이 바로 증거입니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오"

 

양켄센의 선동적인 말에 나미르 백작이 흥분해서 소리쳤다.아직 확실한 것이 아닌데도 양켄센은 내가 범인임이 확실하다는 식으로 교모하게 말하면서 사람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있엇다

 

"나미르 백작,진정하시오.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차분한 티스몬 백작이 나미르 백작을 달랬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화를 돋웠다.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지 않소! 그리고 이 성에서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마리엔 공주님 외에 또 누가 있소? 간악하고 더러운 방법을 사용한 공주님 때문에 말이오!"

 

"나미르 백작!"

 

분통을 터뜨리던 나미르 백작은 물론 나까지도 놀라서 르미엘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항상 짓던 온화한 미소를 지우고 나미르 백작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말을 조심하시오."

 

르미엘 왕자가 으러렁거리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그 아들이 나를 도아준다? 그렇게 친했떤 플로라 공주마저 나를 외면하고 있고, 레프스터 국왕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계대상 2 호였던 르미엘 왕자가 도아주고 있었다.우스운 일이었다. 정을 많이 줬떤 사람들은 냉랭한데  탐탁지 않게 여겼던 르미엘 왕자가 감싸주다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곧 쓴 웃음을 지었다. 아마 연극일 것이다."아무리 공주님이라 하셔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는 왕실의 기강과 관련이 있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갈렉트 백작의 말이 맞습니다. 공주님이 아리란드 전하께 저주를 걸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우리 나라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저 머리카락이 아리란드 전하의 것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붉은 머리는 흔합니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일 수도 있따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 마리엔 공주님을 모함하기 위해 꾸민 일일 수도 있습니다"

 

라디폰 공작이 반론을 제기하자 갈렉트 백작이 맞받아쳤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만약 이게 아리란드 전하의 머리카락이 아니라면 어째서 전하께서 편찮으시다는 겁니까?"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욕설은 오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주먹질을 할 것처럼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라디폰 공작과 티스몬 백작은 많은 사람들의 반론을 막기 위해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얼굴만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국왕과 플로라 공주도 나를 믿지 않는 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그만!!"

 

한참 동안 지속되던 언쟁은 레프스터 국왕이 입을 염과 동시에 깨끗히 멈췄다.

"오늘은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군. 서로 많이 흥분한 것 같기도하고. 그러니 이번 일은 다음에다시 논하도록 하지."

 

"이제 그만하세요. 마리엔이 무슨 짓을 했든 제 친딸과 같은 아이입니다.그렇게 몰아 붙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만약 라디폰 공작이 눈짓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면 나는 당장 달려가 그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았을지도 모른다. 어쩜 저렇게 가증 스럽게 나오는지..

 

"마리엔 언니."

 

나는 낮익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어느새 나는 복도를 걷고 있었고, 걷고 있는 길 앞쪽에는 나미르 백작과 함께 플로라 공주가 버티고 있었다.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

"그런데 꽤늦었네요. 안에서 라디폰 공작님과 티스몬 백작님과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군요.무슨 이야기를 하셨기에 이렇게 늦으신거죠"

"너에게 말할 의무는 없어"

"알았어요 더이상 묻지 않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더 물어볼께요 정말로 어머니에게 저주를 건 거예요?"

나는 플로라 공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랬다면 어쩔건데? 날 죽일 셈이야?"

 

내가 냉소적으로 말하자 플로라 공주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니 팔을 번쩍쳐들었다

플로라 공주가 하얀 손을 빠르게 휘둘렀지만 나는 가만이 서있었다. 약간 흥분한 바람에 피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그러나 플로라 공주의 하얀 손은 의도대로 내뺨을 치지 못하고 중간에 멈쳤다.

 

"아"

 

플로라 공주는 자신의 손을 잡은 사람이 에릭이라는 것을 알자 신음인지 감탄안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이런 상황에서도 남자가 눈에 들어오나 보군.정말 대단하셔. 에릭은 플로라 공주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그만 두십시오"

"이ㅡ 이게 무슨 짓이죠?"

"제 임무는 마리엔 공주님을 지키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어머니에게 저주를 걸었다고요.좋아했는데. 마리엔 언니도 나를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상냥하게 웃어주던 것도 모두 거짓이었어! 날 속인거야!"

 

플로라 공주는 그 큰 눈동자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소리쳤다.

내가 저주를 걸지 않았다고 말할가? 달래줄가?그냥 모른척할가?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후로 나는 보이지 않은 족쇄를 찬 죄수의 신세가 되었다. 제공주 궁을 돌아다니는 것은 허용이 됐지만 그 이상은 신변 보호라는 명목하에 금지되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천천히 걸어갔다. 대전에 좌우에는 회의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들어 방해되는 왕족을 몰아내자 라는 기치하에 모였던 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립해 있었따. 내편을 들었다는 귀족들도 보였지만 분위기에서부터 밀리고있었다.

 

"마리엔 오페나 드간 페드인 레프스터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오늘 내가 너를 부른 이유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무척이나 슬프구나. 하지만 네가 무슨 나쁜 뜻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라 믿는다.그래서 소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너를 사헤트에 보내기로 결정했다.사헤트는 대대로 우리 나라와는 형제의 나라였고, 교류도 활발하니 좋을 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놀랐다. 다른 곳으로 보낼 거라는것은 짐작하고 있엇찌만 그곳이 사헤트라는것 때문에 놀란것이다.

샤헤트는 페드인 왕국의 정반대 즉 소피린 대륙의 동쪽 맨 끝에 위치한 나라였다.

거리가 엄청 떨어져 있어서 내륙을 가로지르면 4개월 배를 타고 빙 돌아가면 6개월이었다

 

"폐하! 사헤트는 너무 멉니다!"

"그래서 보내는 것이오! 이곳에서 멀수록 안전하지 않겠소"

"그만들 하세요 . 폐하께서 신중히 생각하시고 결정하신 겁니다. "

 

지금 에릭과 세린은 라디폰 공작과 티스몬 백작의 곁에 있었다.역시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에릭은 내 은은한 살기를 느낀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검은 눈동자가 걱정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에릭을 빤히 쳐다보자 끓어오르던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다. 이 내가 인간을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에릭은 많은 인간들 중에서는 좀 특별한 인간 중에 한 명이니까...그래도 인간인데. 나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간관과 직접 맞부딪친 인간에게 갖는 감정 사이의 괴리감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알겠습니다"

 

꼭 쥔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이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왕비에 대한 복수를 뒤로 미루자 나도 사헤트에 갈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제4기사단의 기사들이 말로는 자신들도 가 보지 못한 사막 나라에 갈 수 있게 돼서 좋겠다고 하지만 내 기분을 띄워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울먹이는 시녀들을 나둔 채 나는 미나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계속 있으면 내가 그들에게 웃어주지 못할 것같아  서둘렀다. 이번에 나를 호위 하는 기사들의 책임자인 제6기사단의 단장 우드랜의 명령과 함께 마차가 움직였다. 나는 마차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밖을 보면 그들이 떠올라서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져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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