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회는 물품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인 무력집단을 가지고 있었다.리에르 상회도 그 징집령에 의해 대부분 인원이 전쟁터로 향하게되었다.이 소식을 접한 우리는 곧 바로 의논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번 징집령은 브러버드를 전쟁터로 끌어들이려는 구실같군"
에릭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몰래 도와주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이번 기회에 정면에서 도와주려는 걸 거야"
"상황이 급해지니 이제야 그늘 속에서 나오는군"
그동안 브러버드는 뒤에서 은밀히 도와주는 것이 다였다.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군"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리에르 상회로 가는동안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군"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거겠지" 내말에 세린이 침체된 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거나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스타인베 백작에 대한 신뢰로 아직까지는 큰 소란이 없군요"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입니다. 황실이 두 세번만 더 이기면 이거리도 완전히 들끓게 되지요"
보나인의 말에 에릭이 신중이 말했다. 우리는 갑자기 죠안이 멈춰 서는 바람에 그와 몇 걸음 떨어지게되었다
"무슨일이야?"주위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온갖 오물들 사이로 쥐들이 꿈틀거렸따. 하지만 그 속에는 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있군요"
"전쟁 중이니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저렇게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우리는 잠시 골목길의 풍경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그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리에르 상회앞 공터에서는 식량과 물품이 끊임없이 마차에 실리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전쟁에 동원되겠지만 절반은 상회의 이익을 위해서 이동되고 있었다.
"진짜 상회 같군" 세린이 바삐 움직이는 상회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건가? 누명을 썼을 때부터 계속 쫓던 상대와의 마지막 결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괜히 싱숭생숭해진 나는 혼자 여관을 나섰다. 요즘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한심했다. 어째서 내가 인간들이게 꼼짝도 못하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다른 인간들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동료들에게만은 약했다.솔직히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약간 불안하다. 이대로 내가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건 싫다. 나는 나인 채로 있을 때가 가장좋다. 이런 생각에 빠진 나는꽤나 오랫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또 리에르 상회 근처에 와있엇다
"너무 많이 왔나보군.."
어둠 속에서 빛나는 고양이의 눈처럼 리에르 상회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다. 상회의 문을 닫은 지는 오래되었찌만 여러개의 등불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직이군"
내가 조용한 거리를 보며 말하자 에릭이 말했다
"자정이 되려면 한시간 넘게 남았으니"
"아직도 그렇게나 남은거야? 조금 전에도 한 시간 넘게 남았었잖아"
"침착하게 있으면 시간은 저절로 가게 돼잇어"
내가 초조해하자에릭과 세린이 말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그러나 우리 외의 다른 존재들이 상회 근처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술슬 움직이도록 할까요?" 암살자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공선히 물었다. 그리고 나도 주문을 외웠다. 때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몇초 지나지도 않아 건물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사람들 몇명이 뛰쳐 나왔지만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폭도들이 휘두른 검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쓰러졌다.
그러나 일반인과 싸움꾼의 싸움이란 결과가 정해진 도박과도 같았다. 이들이 막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건물은 그들의 출입을 거부 하듯 네모난 입으로 거센 불을 뿜어냈다
"으아아악!"
그리고 검사들의 문 주위를 어느 정도 청소하자 로브를 입은 마법사 다섯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의 상황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 흐름도 하나의 화살로 인해 달라졌다. 어둠을 가르고 접근한 화살은 마법사 중 한명의 목을 꿰뚫었다
"숨어 있는 놈들이 있다. 마법사를 보호해라!!"
한 검사가 주위의 검사들에게 외쳤다.
"동지가 있다.! 기죽지마라! 이놈들만 없애면 저기 잇는 식량이 모두 우리 것이다!"
그 목소리는 몇 시간 전 만났던 암살자의 목소리와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달려가자 자물쇠가 달린 문이 나왔다.상회 사람들만 쓰는 이 출입문은 에릭이 검을 빼들어 몇 번 휘두르자 뻥 둟리고 말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다
"네놈들은 누구냐? 어째서 우리를 습격하는거냐?"
상대 중 한 명이 목소리를 돋우어 물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의 싸움. 실력보다는 피할 곳이 업어 쓰러지는 자가 많았다. 막 다섯 명째를 해치운 나는 옆에서 누군가 나를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것을 느겼다. 재빨리 옆으로 피하려던 나는 쓰러져 있는 시체를 미처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져 휘청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심장과 목을 보호했다. 그러나 갑자기 시야에 검이 아닌 누군가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낮선 뒷모습의 주인공은 에릭이었다. 에릭은 자신을 상대하고 있던 자를 두고 왔는지 좌측에서 한 명이 시체를 넘어 그에게 덤벼들었다. 창을 내질러 접근을 막은 나는 그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와 에릭은 서로의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서게 되었다.
"괜찮냐?"
"물론"
그 후 우리와 상대는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누구냐? 어째서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
"브러버드 놈들아 각오하는게 좋을 거다!"
"어떻게 네년이 그걸 알고 잇는거지?"
"멍청이들이군. 자신들이 노린 자도 못 알아보냐? 이런 것들 때문에 죽을뻔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군"
"말도 안돼. 그럴리가 . 설마.."
"그래 내가 마리엔이다"
"분명히 죽엇을 텐데. 어떻게?"
"무슨 소리야? 난 멀쩡히 살아잇어"
오히려 내가 되묻자 브러버드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제 우리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도록 하지"
"빌어먹을. 우리가 이따위 놈들에게" 브러버드의 마스터가 내뱉는 거친 음성이 귓가로 전해져왔다.
내가 생각했던 브러버드의 우두머리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안ㄶ고 여유가 있는자였다. 자신이 아무리 불리해져도 빠져나갈 구멍 정도는 만들 수 잇는 그런 냉정한 자르 ㄹ나는 기대했다.
"..바람을 타고 공간을 ..넘어" 나는 익숙한 주문에 브러버드의 마스터와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마법사 중 한명이 텔레포트 주문을 외우고 잇었다. 주문은 거의 완성 되어 몇 초 후면 그들은 우리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날수있었다
"이런!"
세린이 빠르게 달려갔고 나도 그들을 놓치지 않게 위해 뛰었다. 조금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것같았다.
그때 무언가가 나와 세린의 머리위로 지나갔다. 나는 그물체가 날아왓떤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따. 그곳에는 막 뭔가를 던진 듯한 자세의 루시가 서 있었다.
"네가 그 유명한 브러버드의 우두머리인가보지?"
내 질문에 마스터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상황을 모르는거냐? 아니면 허세냐?"
"조금 전에 내가 죽었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소리지?"
"........"
"묵비권 행사긴가? 그럼 질문을 바꿔볼가? 오펠리우스 왕비와는 어떤 관계야?"
",,,,"
"스타인베 백작을 꼬드긴 속셈은?"
"..........."
짜증과 분노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지금 나는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은걸 간신히 참고 있는거야, 알겠어?"
"그럼 아까의 질문을 다시 해볼까? 가장중요한 건 역시 이문제겟찌? 오펠리우스 왕비와는 어떤 관계냐?"
"그건..."
그자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따
"어차피 도망칠 곳도없잖아. 안그래? 순순히 털어놓으면 너도 좋고 나도좋잖아"
"의뢰를 받은것이오. 당신을 없애달라고"
"단지 그것뿐일 리가 없을 텐데. 대가가 있으니 도와줬겠지"
"돈을 받아소"
나는 그자의 대답에 콧방귀를 뀌었다. 다른집단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브러버드들은 그렇지 않았다.
"역시 말안 듣는 애들에게는 매가 제일이지. 특히 이런 위험한 놈들은 그냥 말로 하면 절대로 안들어"
"잘들었지? 넌 좀 맞아야겟따"
내말에 그자의 얼굴이 납빛이 되었다.,
"잠깐만요" 내가 막 그자에게 손을 가져가 대려는 순간 루시가 나를 말렸다
"혹시 이자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소리죠?"
"조금 전부터 보고 있으려니 이상해서 말입니다. 지금 이자는 입을 다물기보다는 털어놓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보를 알고 있다면 반대로 협박을 할 수도 있지 않을가요? 날 죽이면 정보같은건 절대 알아낼수없다는 식으로"
루시의 말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니오. 내가 분명히 마스터란 말이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자가 분명히 리에르 상회의 주인이야. 이 상회가 브러버듸 본거지라면 이자가 마스터인게 이치 아닌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내가 짜증을 내며 말하자 에릭도 찡그리며 말했다
"곤란하군"
"그렇군요. 이걸로 모든 것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참곤란하군요. 마스터 위에 또 다른 마스터가 있지 않은 이상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 루시의 말에 우리는 모두 앗 하며 그를 보았다. 마스터 위에 마스터. 루시의 푸념 섞인 말이 바로 정답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열러있는 창문을 통해 한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왔따. 비둘기는 마스터를 알고 있는지 그의 머리위에 살작 내려섰다. 그 비둘기에 다리에는 작은 통이 매달려 있엇다
[대장 독수리 사냥 준비 끝. 에로스의 화살이 독수리를 지상으로 추락시킬 것이다. 독수리의 자리는 황금새가 대신한다.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연락하겠따. 알리야 쪽은 네게 맡긴다]
세상 어느 곳에도 마스터에게 반말로 편지를 보내는 자는 없다. 편지를 본 동료들도 이제 다른 마스터가 있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 편지가 말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수없었다
"레이만 왕자를 암살한다는 뜻인가?"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동료들이 일제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이거 큰일 난거 아니니까? 레이만 왕자가 암살당하시면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질수 있습니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탈출한다"
내외침에 건물안에 있떤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우리는 폭도들이 저항하는 틈을 타 뿔뿔이 흩어져 상회를 벗어났다.그러나 우리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은 병사들이 아니었다
"어서 저를 따라오세요"
"카엔시스? 당신이 어떻게?"
"그건 나중에 설명드리지요"말을 마친 카엔시스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카엔시스 일행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도착할 수잇엇다
"왜 도와준거죠?"
"사실 저희들도 그 상회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엇습니다. 때문에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잇엇지요."
"습격은 우리가 아니라 폭도들이 한겁니다. 저희는 그 틈에 끼어 조사를 해본 것에 불과해요"
"마리엔 님이 그곳을 노리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도와준 건 고맙지만 이유를 말할 의무는 없군요"
"그럼 저희는 마리엔 님이 폭도들을 사주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군요"
이 늙은 구렁이가. 나는 엘페드 신관을 노려보았고 그도 지지않고 나를 마주 보앗다
"저희들 사정을 듣기 전에 먼저 그쪽이 왜거기에 있었는지 털어 놓아야하는것 아닙니까?"
"그게무슨 소리요?"
"저희 일은 마리엔 공주님의 안위가 걸린 중요한 일입니다. 그걸듣고자 하신다면 카엔시스 님께서도 그곳에 계셨던 이유를 설명해주시지요" 에릭의 말에 엘페드 신관과 성기사들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부족했습니다. 리에르 상회가 석판을 빼간 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녀님! 신전의 비밀을 어찌 이런 자들에게 알려주신 겁니까!"
"마리엔 공주님은 믿을 수 잇는 분이기에 말씀드린 겁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이미 석판에 대한 걸 알고 있잖습니까"
신전과 관련되면 묘하게 감정적이 되는 나를 대신해 세린이 우리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석판을 훔쳐간 것도 모자라 공주님을 암살하려 했다니..."
"그놈들이 아직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잇는 줄은 몰랐군요"
그들은 10년전 대참사르 ㄹ일으킨 브러버드와 석판을 훔쳐간 자 하이덴 제국의 내전을 일으킨 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죠"
잔뜩 기대하고 있떤 카엔시스들은 허탈했지만 우리들은 타당한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곳이 브러버드의 본거지였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습격으로 상당히 숫자가 줄었지요. 지금 남아 있는 브러버드는 전쟁터에 있거나 다른 지역에 숨어 잇는 소수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를 타이르는 말은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먹혀들었는지 카엔시들은 어느 ㄴ정도 충격에서 벗아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