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재학생 같지는 않은데 혹시 복학 ?"하며 말끝을 흐렸다.
"곧 교직원으로 근무하게 될... 임길동의 답변에..
"네.. 어느 부서!"
"학생부에서 7월 1일부터 근무할 것 같습니다."
"반가워요"하며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왔으므로, 아가씨의 손을 잡아본 적 없는 임길동은 더 수줍은 표정이되고 가슴이 떨렸지만, 젊은 남자 체면에 내색하지 않으려 씩씩한척 덥썩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머, 힘이 너무세서 손이 아파요...저는 수서과에서 근무하는 정혜령이예요"
얼굴을 붉히며 "저는 임길동입니다. 죄송하고...또, 잘 부탁드립니다."
"그냥 첨부터 맨입으로 부탁만 하시면...곤란한데요...."
"아, 예. 제가 저녁사겠습니다."
"그럼 누가 사던 담에 날을 잡기로해요.. 전 오늘은 이만 들어가봐야 될 것 같아요.. 안녕~"
뒷 모습이 멀어져 가는 정혜령을 보며 조금전에 잡았던 그녀의 따뜻한 손의 감촉이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음을 임길동은 느끼고 있었다. 군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는 그는 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순진하기만 한 전형적인 총각이었다.
임길동은 스스로 "임꺽정"," 장길산", "홍길동"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자신의 이름으로 가져 왔다며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하였는데, 그 이름의 의미처럼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현실을 벗어나려는 이상을 꿈꾸는 경향이 상당히 강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때로는 "너무 감상적이다"는 평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할일없이 글을 거짓으로 쓰는 사람이 없듯, 임길동은 공상을 즐겨하고 또, 수시로 글을써 내려가는 낙서같은 습관을 통해 지면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독백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일과가 되어 버렸다. 때문에 스스로 자학 하는 경우 또한 많은 성격도 내포되어 있었다. 이러한 성격으로인해 남들이 보기에는 큰 키와 좋은 체격은 물론 얼굴도 남자답게 생긴터라 여자들로 부터 인기가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였지만, 나이든 아줌마들이나 그렇게 호응 했을 뿐 정작 젊은 여자들로부터는 딱딱하다, 무섭게 생겼다 등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본인의 의지나 도덕적인 관점과는 무관하게 숫총각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고 사귀는 사람 또한 없었다.
물론 젊은 여자들로 부터 전혀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가 제일 싫어하는 비만형이나, 정말 야릇하게 생긴 아가씨들(저팔계, 사오정등과 상당히 가까운 친척으로 보이는 종류들...)은 굉장히 적극적일 정도로 넘치는 호감을 많이들 보내왔다.
임길동이 원하는 종류의 젊은 여성들은 그에게 관심이 전혀 없고, 반대 주류에 속하는 여성들은 그에게 관심이 많으니 계속 엇박자가 되어 숫총각으로 더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이는 현실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손까지 잡아봤으며, 만날 날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스쳐간(제대로 만난 이성이 전혀 없는 처지라...) 여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면들을 가지고 있어 보이는 정혜령과의 만남은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질기기도 질긴 집착과, 어찌보면 돈키호테와 형제랄 수 있는 닮은 꼴의 행동 스타일"의 임길동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은 날이었다.
임길동은 정혜령과의 짧은 만남을 낙서로 남기며 김경국이 오기전에 가 있으려고 발길을 기숙사로 돌렸다.
소녀
맑고 고운
여린 요정 하나가
표정 없는 무리들 속에서
시들지 않은
환한 미소를
멈추지 않고 피우면서도
지칠 줄 모르며
꺼지지 않고
마르지도 않는
밝은 향기마저 뿌리니
함부로
다가서지는 못해도
알게는 되었어
사람들 속에
요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