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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나쁜 녀석! ★19★기다리는 건 나쁜 거 아니죠

샤랄라 |2005.06.14 11:46
조회 1,216 |추천 0

 

그 다음날도 비슷했다. 여운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이현은 학원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현이 이틀이나 학원에서 보이지 않자, 담임인 이유미 선생이 전화를 걸었지만, 이현의 엄마는 학원에 간 줄 알고 있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운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이현은 여전히 학원에서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여전히 이현이 학원에 간 줄 알고 있었다.

 

-한 선생. 얼굴이 왜 그래?

 

김 현 선생이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그때서야 석주도 여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몇일 사이에 여운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있었다. 핏기 없는 얼굴에는 힘없는 미소만 걸려있었다. 아이들도 어디 아프냐고 묻기 시작했다. 여운은 딱히 아픈 곳은 없어. 하고 중얼거렸다.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속이 시리네. 여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도 하루가 갔네. 여운은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순간, 눈앞에 까맣게 흐려지는 바람에 주저앉았다. 앞에서 뭔가를 정리하던 석주가 놀라서 여운을 바라봤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아, 네.

 

여운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석주는 그런 여운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자신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운은 마트에 들려 즉석 죽을 두개 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언제 밥을 먹었는 지, 까마득하게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운은 봉지를 들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래, 갑자기 여운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체력도 바닥났고,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너무 힘이 든데, 어디 기댈 곳은 하나도 없었다. 너무 슬퍼서, 너무 힘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여운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너무 초라해져버린 자신의 모습이 비친 거울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여운은 눈물을 닦지도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너무나 낯익은,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여운의 손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이현이 여운의 앞에 다가섰다. 여운은 그대로 무너졌다.


 

-정신이 좀 들어요?

 

여운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에 잠깐 동안 눈을 감았다. 방이었다.

 

-뭐야, 얼마나 밥을 안 먹은 거야. 너무 가벼워진 거 알아요?  얼마나 놀랬다구.

 

아무렇지도 않은 이현의 목소리에 여운은 갑자기 또 눈물만 난다. 여운은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뭐야, 왜 울고 그래, 쌤. 나 보고 싶었구나.

 

이현은 장난스럽게 말하며 여운에게 죽 그릇을 건넸다.

 

-우선은 이거 먹어요.. 지금 죽 끓이고 있으니까. 세상에. 밥통 속에 밥에 곰팡이 피었더라. 뭐야. 이러니까 내가 마음이 놓이질 않지.

 

이현은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하고는 여운의 손을 잡았다. 여운은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삽시간에, 그 동안 힘들었던 것, 아팠던 것, 그 모든 것이 눈물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울면 안된다고, 절대 울어서는 안된다고 되뇌어보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울지 마. 내가 나쁜 놈 같잖아. 진짜 내가 보고 싶었어요?

 

이현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여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여운은 울다가 웃고 말았다.

 

-하하,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던데. 빨리 이것 좀 먹어요.

 

여운은 맛 없는 즉석 죽을 조금 떠먹었다. 그러나 갑자기 구역질이 나는 바람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괜찮아?

 

이현은 헛구역질을 하는 여운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으이구. 밥을 너무 안 먹다 먹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이러다 거식증이라도 걸리면 어떡할려구. 내가 밥 먹여줄까요? 아니면, 좀 만 기다려요. 더 맛난 죽 끓여줄게요.

 

이현은 입을 헹구는 여운의 뒤에서 소리쳤다. 여운은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몸은 너무 아프고 힘든데,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편안했다.

 

-미안해요. 연락 못해서.

 

이현이 침대 앞에 앉아 말을 꺼냈다. 여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 봤어요. 하루 종일, 생각했어. 왜 선생님이 화를 낸건지. 내가 뭘 잘못한건지. 학원에 안간거요.. 선생님한테 연락 안 한거요.. 미안해요.. 근데요.. 더 미안한 건, 선생님 입장 생각도 안하고 내 입장만.. 내 마음만 강요한 것 같아서 미안했어요.. 있잖아요. 나 기다릴게요. 선생님이 나 사랑할 때까지.. 그래도 되죠? 기다리는 건.. 나쁜 거 아니죠..

 

이현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기다릴려고 했어. 선생님이 나 찾을 때까지.. 근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나.. 어떡해야하죠? 선생님..

 

이현은 울먹이고 있었다. 여운은 그런 이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여운의 손을 잡았다.

 

-아프지 말아요. 왜 바보같이 아파요.

 

이현의 말에 여운은 또 울고 말았다.

 

-왜 내가 바보처럼 구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여운도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자, 이현이 여운을 꼭 껴안았다. 여운은 눈을 감았다. 이젠, 피할 수 없다. 여운은 자신에게 타일렀다. 이젠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현도 알고 있었다. 이미 시작된 감정이라는 것을.

 

-적어도, 날 좋아하고는 있는거죠.. 사랑하느냐고는 묻지 않을래요. 선생님이 나 사랑한다는 건 너무 과분하잖아.

 

이현이 중얼거리듯 속삭였다. 여운은 그저 울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서로에게 상처로만 남을텐데. 그래도 시작해버린 감정을 억누르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이현은 팔에 힘을 주어 여운을 끌어 안았다.

 

-마음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수가, 없어.

 

여운의 울먹임에 이현 역시 마음이 아팠다. 안됀다고, 이젠 그만 하자고 얼마나 다짐했는 지 모른다.

 

어쩌면, 여운의 말처럼 그냥 아직 자신이 덜 커서, 그냥 사춘기 남자애들처럼 여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이 아팠다. 여운을 보지 않고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가 사랑하니까 그걸로 만족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뒷 모습이라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을 때, 이현은 여운을 만나러 달려왔다.

 

 


석주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창 밖을 바라봤다. 할머니는 곤히 잠이 드셨는지,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담배 연기 사이로 상념들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들었다. 무엇보다, 자꾸 야위어 가는 여운이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인데.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것이 석주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여운의 마음이 요즘 제 마음하고 똑같아요.. 애들 셤 기간이라 강행군 중..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구요~  이 글 읽는 제자들아.. 난 너희들을 믿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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