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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14

내글[影舞] |2005.07.04 10:35
조회 268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14   - 내글[影舞]

 

장하걸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지금까지 한 달여간을 큰아가씨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림인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근처의 무림인들과 수적들에게 미리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회하를 따라 형주일대의 명승을 둘러보았다. 이제 내일 모래면 무사히 귀환하는 날인데 하늘이 끝까지 자기편이 돼주지 않음을 한탄하며 부지런히 선원들을 독려하여 떠내려 오는 자를 건져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는 사내의 모은 허물 같이 생긴 피딱지와 물에 불어 흐물흐물 해진 살갗이 군데군데 것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고, 머리털은 완전히 빠져서 솜털만 뽀송뽀송했다.

‘오호라, 남자의 피부가 이렇게 맑고 깨끗하다니! 백옥으로 깎아놓은 조각상 같구나. 아무리보아도 부잣집 귀공자 같은데 어찌 이렇게 험한 꼴이 되었을까?’

장하걸은 우선 안심이 되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림인으로 보이진 않았고, 게다가 나이도 이제 갓 스물이 넘었을 것으로 보이니 크게 위협을 줄만한 구석이 없었다. 오히려 훗날 크게 보상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으흠, 아마도 뱃놀이를 나왔다가 물에 빠진 모양인가? 아니지, 옷을 홀랑 벗겨진걸 보니 수적들에게 당한모양인데 헌데 어찌하여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을까? 어라 그러고 보니 온몸에 털이라곤 한 올도 없고, 아기처럼 솜털만 뽀송뽀송…?!’


- 있잖아요, 장 집사! 이 만물경에 보니까 무림인들 중에 무공수련을 꾸준히 하고 영약을 취하면 내공이란 게 쌓인대요. 그런데 내공이란 것이 엄청 높아지면 탈태환골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수가 있대요. 그러면 원래의 피부가 허물처럼 벗겨져 백옥처럼 희어지고 온몸의 털이 몽땅 빠진데요. 참 신기하지요?

- 허허, 아가씨도! 그건 다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에요. 전혀 근거 없이 써놓은 거라 믿을 게 못됩니다.

- 정말 그럴까요?

- 큰아가씨, 글쎄 그건 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넋두리나 상상을 적어놓은 거라 그냥 읽고, 그런 재밌는 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구나 하고 넘어 가세요.

- 아니야, 당장 강호유람을 한번 해봐야겠어요! 강호라는 곳이 숨어있는 기인들도 많고, 숨은 영약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알아요, 내가 어떤 기연을 만나서 탈태환골하는 행운을 잡게 될지! 당장 준비 해주세요.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 올 테니까, 알았죠?


“장 집사!”

“에, 예에?!”

“왜 그렇게 놀래요?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라도…?”

“아, 아닙니다. 시내의 몰골이 흉측하니 잡시 물러나 계시죠, 아가씨!”

“그럼 빨리 내 선실로 옮기고 치료를 해요.”

“예, 예엣!?”

장하걸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마음이 무거워졌고, 무슨 수를 쓰던지 이 사내를 아가씨에게서 멀리 떼어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침없이 내뱉는 아가씨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선실로 사내를 들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아가씨, 제발 그만 하세요.

“뭐해요, 빨리요!”

“그, 그게 아니라 사내가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아서…. 그냥 제 선실로 옮기고 치료할 테니 큰아가씨는 맘 쓰지 마세요.”

장하걸은 재촉하는 아가씨를 어떻게든 설득해 보려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녀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기에 몸은 이미 사내를 아가씨의 선실로 데려가도록 시키고 있었다.

‘에구, 내 팔자야! 아가씨, 제발 그만 속성 늙은이로 만드는 일 그만 하심 안 되나요?’

정민은 자신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백두산에서 본 문양을 따라 가상의 걸음마를 하는데 온 정신이 바빴다. 거기에다가 간간이 떠오르는 책들에 대한 되새김질을 하는데 푹 빠져 있었다.

- 쨍그랑!

정민은 나름의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문득 들려온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를 듣고 눈이 번쩍 떠졌다.

‘여긴 또 어디야?’

“조심해요! 밖에 무슨 일이 생겼나, 왜 이리 배가 흔들리는 거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면서 내는 소리가 아름답다면 지금 나는 소리가 아닐까 -는 아니고 그 뜻을 알 수 없고, 억양도 생소했기 때문에 그저 듣기 좋은 소리였다. 만일 중국말을 완전히 알아듣는 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억양이 이상하기 때문에 그저 ‘듣기에 좋더라!’ 정도였다.

“아가씨,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래요 미음도 다시 가져와요!”

‘뭐야, 이 냄새는?’

정민은 지분 냄새가 코를 자극하자 눈이 찡그리다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냄새까지 느낀다는 것은 지금까지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깨지고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거기에 음식 냄새를 맡고 군침이 도는 것은 더욱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아니야! 이 냄새는 간호사가 화장을 했기 때문일 거야. 그래, 그런 거야!’

그러나 그건 금방 깨졌다. 간호사라고 생각한 여자는 얼굴에 사람 얼굴을 그대로 본뜬 무언가를 쓰고 화려한 수가 놓인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다. 병원 간호사가 그런 복장으로 있을 리 없었기 때문에 정민은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으며 다가오는 여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잘생긴 얼굴을 굳이 저런 흉한 걸로 가릴 필요가 있을까? 무슨 사연이 있구나. 참, 내 눈, 내 눈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째서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야?’

곁으로 다가온 여자는 베이징 박물관에서 본 당, 송 대 미인도속의 인물과 같았다. 단 얼굴에 쓰고 있는 이상한 가면을 벗겨 내면 말이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정민은 그저 눈만 말똥말똥 뜨고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정민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혹적인지 순간 정민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면서도 정민은 머릿속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실인지 꿈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꿈이라면 이젠 깨고 싶었고, 현실라면 지난밤에 - 실재로는 이틀 전 밤에 - 있었던 일, 피의 광란을 일으켰던 일에 대한 공포와 죄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예쁜 여자로 인해 이상한 상상도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그 뒤에 오는 것은 더 큰 혼란뿐이었다.

‘어, 이건 또 뭐야, 몸이 따끔거리는 게…? 이 느낌은…!’

정민은 자신이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할 때 느꼈던 이상한 느낌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느낌은 그땐 곧바로 사라 졌었는데 지금은 계속되고 있어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희미하지만 다투는 듯 거친 소리까지 들렸다. 귀를 기울이자 바로 옆에서 떠드는 듯이 그게 들렸다. 하지만 역시 알아듣기 힘든 중국말이었다. 그것도 남방 사투리가 섞여있는 말이었고, 소리를 크게 하는 증폭기라도 달린 듯 갑자기 크게 들렸다. 지금 유일하게 움직이는 눈을 찡그리는 순간 소리가 다시 작아졌다.

‘햐, 이것 봐라!’

소리에 집중하자 점점 커졌고, 바로 귀 옆에서 고함을 치는 것처럼 크게 들리자 다시 작게 들리도록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왕왕거리는 소리를 한 동안 듣고 나서야 겨우 들리는 소리의 크기를 그런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재미 들린 정민은 한 사람의 목소리만을 크게 하기도 했고, 계속 이것저것을 시도하다 보니 심지어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소리만을 크게 듣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이렇게 정민이 자신만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는 또 다른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졌다.

‘어라, 요것 봐라! 요놈은 좀 특이하네. 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뱀처럼 움직이다니…, 그럼 뱀인가? 뱀이 이렇게 클린 없고, 그렇다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나쁜 놈…!’

정민은 문득 밖에서 말다툼이 잃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리고 그가 눈을 뜨기 전에 느꼈던 강한 흔들림, 그리고 아주 은밀하게 다가오는 기분 나쁜 기운, 이 모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어났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민은 청력을 극도로 집중하여 주위상황을 그려보았다. 아주 미세한 떨림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려보자 신기하게도 바로 눈앞에서 보듯 생생한 그림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강 보다 두 배는 넓을 것 같은 폭을 가진 강위에 점점이 배가 떠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포구가 있는 듯 많은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자신이 있는 곳이 배안 가운데 있는 선실 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배에는 모두 삼십 여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고, 이중 여자는 그의 곁에 있는 여자를 포함하여 모두 네 명이었고, 배 밑창에는 쥐도 몇 마리 뛰놀고 있었다. 선수에는 이 배보다는 작지만 노를 젓는 사람이 많아 빠를 것 같은 배가 한 척 머리를 맞대고 있었고 그곳에는 각종 병장기를 몸에 지닌 자들이 십여 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이 내품는 기가 가끔씩 정민의 몸을 자극했다.

‘쳇, 이놈은 대게 거슬리네! 따귀라도 한 대 때리고 싶군. 그나저나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으니 다가오는 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분명 저 아가씨를 노리는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기분 나쁜 기운이 조금씩 다가오는데 대처할 방법이 없어 답답해진 정민은 잠시 궁리를 하다가 지금도 가끔 자신의 몸을 자극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 나도 저놈에게 이런 느낌의 자극을 줄 수 있을 거야. 잘하면 들킨 것으로 알고 도망할지도 몰라, 아님 사람들이 눈치 채고 달려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헌데 어떻게 이런 지극을 만들어 내지?’

정민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한 가지를 머리에 떠올렸다.

‘살기! 그래 살기다. 저놈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기분을 팍팍 내면 되는 거야!’

정민은 거의 선실의 창문까지 다가온 놈을 향해 살기를 팍팍 뿌렸다. 그 순간 놈이 접근을 멈추고 멈칫했다.

“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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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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