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반쯤 몸을 돌린 채

은하철도 |2005.07.05 08:40
조회 602 |추천 0
 

반쯤 몸을 돌린 채



살점에 달라붙은 집요한 낮과 밤을,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든 우울함을,

화로에 던져 산화시키고

분골의 하얀 모습으로 나타나

빛과 어둠을 굴복시킨 어느 날 저녁,


자식보다 아내의 울음소리가 더 큰 이유는

섞어 엮었던 빈자리로 몸이 기울어

그 허전함이 끼욱끼욱 산천에 울렸음이라,


아내여,

당신 몸을 빌려

오식(五識), 육식(六識), 그리고 마나야식까지 털어

이제는 알라야식으로 먼 길 떠나

나그네의 멈칫한 발걸음이 이승이라

절벽에서 외치는

부어오른 눈두덩이 차마 돌아보지 못해

흔들리는 이파리로 반쯤 몸을 돌린 채

서성서성

당신의 붉은 통곡을

술잔에 따라 들이켜 침묵했노라.


홀로 남겨두고 홀로 떠난 죄가 커

그 원망 서운치 않아

두견새의 분주함으로 천년을 떠돌아도

달빛 고운 당신이기에

빛과 어둠을 굴복시킨 승리가

차마 분골로 날지 못해

여전히 반쯤 몸을 돌린 채

서쪽 하늘만 바라보나니,



글 / 은하철도 (7월 초순, 벽제에서 형님을 보내며)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