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한님(桓雄)의 구슬 - 18

내글[影舞] |2005.07.08 13:17
조회 278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18   - 내글[影舞]

 

하여간 인체내장음파탐지기- 즉, 아주 예민하고 특정 소리를 골라 들을 수 있는 귀 -를 이용하여 탐지한 결과 지금 누워있는 곳은 얕은 담으로 둘러싸여있는 별채로 보였다. 방이 세 개, 옆방에는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이 있는데 남녀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두 사람의 옆에 서서 듣고 있는 듯 했다. 밖에는 십여 명이 병장기를 몸에 지니고 순찰을 돌거나 나무 위, 또는 돌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 호위무사들인 거 같았다. 담 너머에는 커다란 건물이 다섯 채 있었고, 전각 옆으로는 창고들로 보이는 건물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나무와 화초들이 심겨져 있는 곳이 이어지고, 별채로부터 거의 100장(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비로소 높은 담이 있는 것 같았다.

‘와아, 이거 완전히 성이네, 성이야! 혹시 짝퉁 선녀님이 공주 아니야? 아니지 일국의 공주라면 그렇게 허수아비 같은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다닐 리가 없지. 그럼 지방영주의 딸 쯤 되는 건가? 음… 아니야 영주라면 군사가 있어야 되는데, 병장기를 들고 있는 자들은 많이 있지만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걸로 봐서 영주도 아니고, 그냥 지방부호 정도겠어. 그런데 저 방에 있는 사람들이 왜 이리 심각해! 어, 그러고 보니 짝퉁 선녀님하고, 그 하녀잖아. 그리고 내팔 꺾은 아저씨까지…. 으흠 한 사람은 모르겠군. 처음 듣는 목소리야!’

정민이 책속에 빠져 머리로만 익히는 수련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일행은 급히 길을 서둘러 본가인 형주에 있는 유가장으로 복귀했다.

유가장의 현 장주는 유벽이었다. 유벽의 조상은 조조가 세운 위나라에게 멸망한 한나라의 왕족이었다. 한때 유비가 촉한을 세워 위와 오, 이렇게 삼국을 이루며 한나라의 복원을 위해 대결을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꺾인 이후 유 씨 일족들은 더욱 쇠락하여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유 씨가 왕족이었다는 사실 조차도 역사가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시절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렇게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유 씨 가문이 현 장주의 할아버지 대에 들면서 장사에 손을 대게 되었는데 수완이 좋았다. 그때부터 가세를 불려 현재에는 현 중원 제일의 부자인 석가장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형주와 회하일대에서는 무시 못 하는 상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벽은 십 년 전에 상처하였지만 죽은 아내에게서 일남이녀를 두었다. 첫째이자 외아들인 유성은 나이가 스물여섯 살, 큰딸 이자 둘째인 유화령- 정민이 짝퉁선녀라고 부르는 - 은 스물두 살, 그리고 막내딸 유진령이 열여덟 살 이고, 유벽의 나이는 현재 오십이 세였다.

“화령아, 어찌하면 좋겠느냐?”

“전 싫어요! 그 안하무인에 잔혹하기로 소문난 교응방의 소방주에게 제 미래를 맡길 수 없어요. 요즈음은 형주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안 좋은 소문도 나고 있는데, 그런 자를 어떻게 저의 지아비로 섬길 수 있나요.”

“그렇구나! 하지만 그는 무림맹의 현 맹주인 청허자의 속가제자다. 쉽게 거절하기 힘들구나. 어떻게 큰 무리 없이 거절할 방도가 없겠느냐?”

“주인님, 소인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옆에 서서 부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방진걸이 끼어들었다.

“장 집사, 그게 정말인가! 어서 말해보게나.”

“도련님께서 지금 천부무관 신입생을 위한 무림맹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서 가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유벽은 그 생각만하면 속이 쓰렸다. 엄연히 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의 손이 더 가까웠다. 이권이 있는 곳이면 늘 파리들이 꼬이기 마련인데, 유가장 정도의 상권을 유지하려면 달라붙는 파리가 더 많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호위무사와 같은 개인적인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호위무사로도 막을 수 없는 큰손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무림인들이라 부르는 자들이었다. 오직 무공에만 뜻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니 먹고, 입고, 자는 곳이 필요한데 이런 걸 직접 마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재물을 가진 자들과 관련을 맺어야 했다.

그래서 직접 재물을 터는 자들도 있고, 이런 자들을 막아주겠다는 자들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막아주겠다는 쪽이 주로 백도 무림이고 빼앗겠다는 쪽이 흑도 무림이 되는 것이다. 흑도는 문자 그대로 강도, 도적이 되는 셈이고 백도는 소위 경호대가 되는 셈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들어난 이야기일 뿐 재물을 움직이는 상인들의 입장에서 속을 들여다보면 흑도나 백도 무림인 모두 오십 보 백 보요, 도토리 키 재기에 지나지 않는 똑같은 놈들이었다.

무림맹만 하더라도 한해에 꼬박꼬박 잊지 않고 두 번씩 초청장이 날아왔다. 무림맹 창설일과 신년 하례식이 그것이었는데, 그때마다 황금 오백 량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 일 년에 황금 천량이라는 생돈을 쥐어줘야 했고, 돈만 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유력자들에게 줄 선물도 마련해야하고 호송을 위한 상단을 꾸리는 돈도 수월찮게 들어갔다. 그런데 올해는 그동안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천부무관 행사에까지 갑자기 초청장이 날아온 것이다. 그래서 들어간 돈이 경비까지 황금 칠백 량이 넘게 들었다.

‘에고, 피 같은 돈인데!’

“해마다 신입생 입관식이 끝난 지 석 달 후에 탈락자들로 인해생긴 결원의 충원을 위해 특별 신입생을 뽑는 무술대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군.”

“그런데, 장주님께서는 그런 행사를 여는 이유를 아십니까?”

“글쎄, 자세한 내막은 모르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그것은 이번에 천부무관에 들기 위해 뽑힌 신입생들은 무림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입관 자격을 얻은 자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힘없는 군소 무림방파는 천부무관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지요. 게다가 추천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실력이 되지 않는 자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그럼 석 달 동안의 생활을 통해서 일차로 옥석을 가린다!”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원이 생길 것 아닙니까. 그 결원을 다시 추천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군소 방파의 실력 있는 자들로 충원하는 것이 지요.”

“그건 알겠네. 하지만 그 천부무관의 행사와 교응방 소방주의 청혼을 거절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천부무관의 행사를 이용하여 청혼을 한 소방주에게 혼사를 성사시킬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는 겁니다.”

“두 가지라…?”

“네, 첫째는 천부무관에 올해 안에 들어갈 것….”

“그거야, 무림맹주의 속가제자인데 너무 쉬운 일이 아니가?”

“하하하, 바로 그겁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의 실력이 무림맹주의 제자들 중에 가장 실력이 낮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림맹주도 골치깨나 썩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청허자와 그의 제자들만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무림맹주의 직접 추천을 받아 천부무관에 들어갔어야 마땅하지만 추천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들어가 봤자 스승 얼굴에 먹칠을 할 것이 뻔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허, 그렇군! 그런데,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아냈는가?”

“그건 이번에 큰아가씨를 모시기 위해 호위무사를 구하던 중 무림맹주의 출신문파에서 파문당한 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입을 통해 들은 내용입니다.”

“그자의 말에 신빙성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제가 여행을 마치고 본가에 돌아오자마자 사람을 써서 알아본 결과 사실인걸로 확인 했습니다.”

“하지만 소문으로는 소방주의 실력이 꽤나 있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건 어떤 이유인가?”

“그건 소방주의 진짜 실력이 아니라 그를 호위하고 다니는 고수들이 암중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 했습니다. 교응방은 표국과 형주의 큰 주루는 다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자금이 풍족합니다. 무림맹주의 속가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돈이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자질이 뛰어나 제자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그러니 소방주 본인의 실력만으로 천부무관에 들어간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겁니다.”

“장 집사님, 그 망나니 소방주가 만에 하나라도 천부무관에 들어가면요?”

“하하하! 그럴 리야 없지만 화령 아가씨의 걱정대로 만에 하나 천부무관에 입관에 성공하더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이 두 번째 조건입니다.”

“그건 뭔가?”

“일단 천부무관에 들면 육 개월에 한 번씩 승급시험이 있습니다. 이 승급시험을 이 년 안에 두 번 이상을 통과해야 된다는 것을 두 번째 조건으로 내세우는 겁니다.”

“두 번의 승급시험을 통과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천부무관이 생긴 지 두 번의 승급시험을 이년 만에 통과한 자는 단 삼십 명에 지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삼년 이상 걸렸고, 심지어 오년 만에 통과한 자들도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장하걸의 말이 끝나자 유벽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주지 않을까요? 그가 완전히 바보가 아닌 이상 이루기 힘든 조건으로 자신을 골탕 먹이려 한다고 생각하고 덤비면 뒷감당하기 힘들 것 아닌가요?”

화령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그건 염려 마십시오, 아가씨!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제가 알고 있는 걸 저 만큼은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소방주의 공력을 일시에 높여줄 영약을 구해 선물로 주는 겁니다. 결혼 예물 중 먼저 주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의 공력은 이십 년도 못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장주님께서 금 백 냥을 쓰시면 사십년 공력을 얻을 수 있는 영약들 중 하나를 구하실 수 있는 걸로 조사 되었습니다. 육십년, 즉 일 갑자의 공력을 가지면 두 가지 조건을 충분히 이년 안에 통과한다고 무림인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자에게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조건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열쇠를 선물을 준다면 쉽게 미끼를 물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주님, 화령아가씨의 미래가 걸린 혼사와 금 백 량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