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봐도, TV를 봐도, 친구들을 만나도 다들 삼순이 얘기 일색이다. 맨날 TV에서 이쁘고
늘씬한 것들만 보다가 삼순이처럼 간만에 튼실한 언니가 나오니 마치 남 얘기가 아닌 내 얘기 같아서
일까 ? 나도 삼순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내 오래된 못된 습관 중 하나가 호텔방에 들어가자 마자 TV 먼저 켜는 버릇이다.… 이스탄불 호텔에
체크인 하고 방에 들어와 TV를 켜니… 에고에고… CNN이나 BBC는 안 나오고 TV에선 터키어만
우르르 쏟아진다…
여행하려고 딴엔 나쁜 머리 굴려가며 열씨미 외운 얄팍한 내 터키어 실력에 알아듣는 말 이라고는
"규나이든"(good morning 에 해당한다)뿐, 것두 아가들 보는 프로에서 이쁜 언니가 나와 살랑살랑
손 흔들어 가며 하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다고 아가들 프로를 보는 건 내 취향에 맞질 않아
채널을 돌리다 보니 MTV 같은 음악 전문 채널에 뮤직 비디오가 나온다.
많이 들어 봤겠지만, 이스탄불의 젊은 여성들은 대단히 미인이고 날씬하면서도 상당히 글래머들이다.
무슬림 국가지만 이스탄불에선 히잡을 쓴 사람이 별로 없고 옷차림도 무슬림이라고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개방적인데, TV속 뮤직비디오의 터키 여 가수들의 모습은 거의 "경악" 이었다...
무슬림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훌러덩 벗은 언니들이 TV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한다. 알라가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거 같은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른 이웃 무슬림 국가들에게는
까무라 칠 노릇 일 것이다.
대부분의 터키 여 가수들의 특징이 풍부한 성량에 가창력 좋은 미인들 이긴 한데, 한국과는 달리
방실이 언니보다 약간 날씬한 정도의, 좋게 말해 글래머인 여 가수들이 꽤 많고, 나이가 꽤 들어
자연스럽게 눈가에 주름이 생긴 우아한 중견 여 가수들도 꽤 눈에 띈다.
울 나라에선 연예인 하면 죄다 쇠꼬챙이처럼 마르고 예쁘고 팽팽한 줄 만 알다가 그런 글래머(?)나
자연스런 주름이 있는 얼굴을 보니 좀 더 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예쁘거나 늘씬하진
않아도 개성 있고, 힘 좋고 튼실한 서양 언니들의 파워풀 한 뮤지컬을 보면서, 같은 뮤지컬인데
여배우들이 너무 말라 비틀어져 무대에서 춤들을 추는 건지 흐느적 대는건지 싶던 한국 뮤지컬이
비교되 나 혼자 혀를 찬 적도 있었지만… 왜 한국 연예인들은 다들 팽팽하고 인형처럼 다 똑같이
예쁘고 빼빼 말라야 하는지… 암튼, 터키에선 주름지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이 연예인을
외면하진 않는 가보다…
앞에서 말 했듯 터키 아줌마들은 정말 정이 많다. 무슬림 국가라 버스에서는 부부나 가족이 아니면
당연히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앉기 때문에, 내가 만난 대부분의 터키 아줌마들은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분들이다. 비록 이 아줌마들 어마어마한 덩치에 나는 거의 찌부러져 가야 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분들이셨다.
트로이로 가기 위해 탄 고속버스에서 한 터키 아줌마가 뭔가를 가방에 바리바리 싸서 몇 개씩 들고
버스에 올라 내 옆에 앉더니, 내가 일행이 없어 보이니까 놀란 눈으로 날 한참 바라 보시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꺼내서 디미신다. 첨엔 손 청결제로 시작 (터키 고속버스를 타면 물수건 대신 스킨
로션 같은 손 청결제를 차장이 주는데, 이 아줌마는 자기 것을 가지고 다니셨다) 계속해서 뭔가를
꺼내서 계속 내게 권하는데, 굳이 필요치 않아 사양하는데도 끊임없이 권하고 또 권하고… 당근 아
아줌마 영어 못 하신다. 나 ? 터키어 모른다. 권하는 사람이나 사양 하는 사람이나 거의 판토마임
수준이다.…
암튼, 이 아줌마, 집에서 만든 바클라(끈적 끈적하고 무지 단 터키 식 너트 파이)를 권하는데... 내가
원래 달고 끈적거리는 거 질색이라도 친절을 자꾸 거절하기도 어려워 마지못해 작은 것 하나 받아
맛을 보니, 좀 단 것만 빼고는 맛이 꽤 괜찮았다. 그래도 너무 끈적 끈적해서 다 먹지는 못하겠고,
잠깐 아줌마 한눈 파는 틈을 타서 남은 파이를 슬쩍 휴지들 틈에 끼워 숨겼더니 다 먹었다고 생각
하셨는지, 이번엔 예쁜 자수가 정성스럽게 놓인 커다란 손수건과 물병을 가방에서 꺼내시더니 버스
안에서 물에 적셔 즉석 물수건을 만들어 내게 주신다.
나야 물 티슈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 해도 그 아줌마 내 말 못 알아 듣고 내 손을 잡아 당겨 끈적 거리는
내 손가락을 젖은 손수건으로 쓱쓱 닦아 주시는데, 꼭 옛날 시골 할머니들 같으시다. 쫌 놀랬지만
야멸차게 손을 빼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니 내 등을 쓱쓱 쓰다듬고
툭툭 쳐 주시며 좋아 하시더니, 뜨아… 갑자기 입안에서 틀니를 쑥 빼서 방금 내 손을 닦아 주신 그
젖은 손수건으로 당신 틀니를 쓱쓱 닦더니 입안에 다시 쑥 끼워 넣는 것 아닌가 ? 진짜 엽기 아줌마
였지만 마음씨 하난 정말 따뜻하신 분 아닌가 싶다…. ㅋ.ㅋ.ㅋ..
터키 여자들은, 처녀적엔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은 대단히
공평하다.. 대부분의 40대 이상의 터키 기혼 여성들은 히잡(무슬림 머리수건)에 바야(온 몸을 가리는
자루같은 검은 원피스)까지 입고 다니며, 시골 여성들은 보통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갇혀서 아이 낳고
살림하는 게 전부라 직업을 가진 여성은 도시의 극히 소수이며, 엄청나게 기름지고 단 터키 음식
때문에 터키 아줌마들 덩치는 가히 무시무시 하다.
암튼, 터키 시골에선 아직까지도 여자들이 17살 즈음에 결혼을 하며, 아이는 기본 7-8명 이상을
낳는단다. 대도시에선 집안 여건에 따라 딸에게 대학교육을 시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자가
전문직을 갖기는 어렵다고 하고, 20살이 넘으면 결혼 하라는 집안의 압력이 대단해 24살만 되도
결혼이 너무 늦었다고 걱정을 태산같이 한단다. 그러니 내 나이에 싱글이라고 하면 다들 히껍을 하더만….
내가 무슬림 문화에 그다지 밝진 않지만 종교적으로 이혼을 인정 하는 듯. 하지만 여자가 경제력이
없는 무슬림 사회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여자는 어떻게 될까 ?
터키에서 이혼을 하는 경우, 대부분 여자는 친정으로 돌아가 부모님이나 오빠, 또는 남동생의 부양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친정이 살만 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친정 식구들이 이혼한 여 형제를 부양 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 이혼 여성은 생계가 막막하므로 농장 같은데 가서 아주 허드렛일을 도우며
이삭줍기 정도로 생계만 겨우 근근이 유지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된단다.
결혼과 동시에 여자를 집안에 꽁꽁 박아두고 애 낳고 살림하는 거 빼곤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 뒤에 남편과 문제가 생기면 이혼해서 몸만 내 보낸단 소린지 원… 여자 입장에서 상당히 맘에 안 드는 제도이지만, 친정 식구들의 형편이 괜찮을 때는 죽지 못해 남편과 계속 살기 보단 부인 쪽에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