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무슨 일 있나..? 하고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어..? 민재 오빠네..?
부재중 통화 6통화와 수신 전화 1통이 있었다. 아무래도 현욱이가 전화를 받았던 모양이다.
현욱이 방으로 쫓아 들어가
" 너 전화 받고 그러는거야..?"
하고 물으니.. 침대에 누워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 뭔데..그 놈..?"
" 그 놈 아니야.. 오빠야..."
그러자 벌떡 일어나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 오..빠..?"
" 그래~ 우리보다 2살이나 많아.."
" 무슨 사인데..?"
" 그냥 예전에 사겼다 헤어지고 나서 지금은 그냥 편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
그러자 현욱이가 한숨을 푹~ 쉬더니..
" 아까 너 화장실 들어가고 나서 전화가 계속 왔어..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는 너한테 전화받으라
할수 없어서 내가 결국엔 받았어.."
" 그런데..?"
" 내가 누구시냐고, 너랑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했지.. 그러니까..알 필요 없다면서 나중에 다시
걸겠다고 툭~ 끊어버리대..?"
하..참.. 그냥 아는 오빠라고 말할 것이지 민재오빠두 참.. 근데, 이 녀석 왜 이렇게 나한테 골을
내는데..? 전화 한 통화 때문에 겨우 이렇게 삐진거야..?
" 헤어졌다면서.."
" 그래..헤어졌어.."
" 근데 다시 연락은 왜 해..? 좋은 오빠 동생..? 그건 또 뭔데..? "
아니, 사귀다 헤어지면 다 웬수처럼 지내야 하나..?
"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나 고3 올라오면서 공부에 방해될까봐 그리고, 오빠도 서울에서
학교 다니니까,, 자연스레 멀어진거야. 그래서 그냥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사인데.. 너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그러자 현욱이가 인상이 더욱 굳어지면서..
" 싫어.."
뭐..? 뭐가 싫단 말이야..?
" 그 놈이랑 너, 연락하는 거 싫어! 이제부터 연락하지마. "
아니, 지가 무슨 히틀러야..? 나치야..? 자기맘대로 독불장군처럼. 이래라 저래라 그러는 건데..?
근데 현욱이 표정이 장난 아니게 굳어진 것이.. 내가 한마디만 더 거들었다간 완전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 알았어.. 연락 안하면 되자나..."
그렇게 이번엔 내가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뭐야.. 아직 화가 안풀린거야..? 집에 가는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말은 하면서..
집을 나서긴 했지만, 현욱이의 굳어진 표정은 좀처럼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내가
" 현욱아.. 우리 게임 하나 할래..?"
하니까.. 고개를 젓는다. 뭐야.. 기껏 나는 자기 기분 풀어줄려고 이렇게 눈치 보면서..노력하고
있는데~ 안되겠다! 내 비장의 무기.. 코맹맹이 소리로..
" 현욱아~ 현욱아~ 게임 하자~~ 응..? 하자~"
하면서 팔을 흔들어대니까.. 겨우 알았다고 하잰다.
" 우선 가위 바위 보 해~"
" 왜..?"
" 진 사람이 벌칙 수행하는 거야.."
" 무슨 벌칙..?"
벌칙이란 말에.. 현욱이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 음..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여기서 크~게 [하은아, 사랑해.] 또는 [현욱아, 사랑해] 하는거야.."
그러자 현욱이가 기겁하면서 싫댄다. 사람들도 많은데 창피하다고..
" 그럼 이기면 되자나! 가위바위보 이기면 되자나..."
또 팔을 붙들고 징징대자 마지못해 하겠단다..
" 자..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헛.. 내가 졌다.. -_ -; 럴수럴수 이럴수가.. 흠.. 이대로 할 순 없지..
" 우리 나라는 꼭 3판을 하는 습성이 있어.. 삼세판해.. "
" 그런게 어딨어.. 지면 진거지.."
흠.. 현욱이도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이거..? 이대로 할 순 없지..음..음...아..맞다!
" 이건 연습게임이었어.. 자..다시 하자!"
그러자 어안이 벙벙해서 날 쳐다본다. 다시 하재두..? 그렇게 벙~하니 쳐다보지 말구..?
현욱이도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3판 2승제로 결판을 내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를 다시 했다.
결과는..? 당연히 계속 우긴 보람의 내 승리다! 현욱이는 억울하다고,, 못하겠다고 자꾸 그런다.
" 남자가 한 입가지고 두말하기야..? 얼른 해.. [하은아..사랑해..] 얼른 해봐..."
그러자 자꾸.. 멈칫멈칫.. 계속 시도만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중,고등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추다
보니 학생들도 많고, 퇴근길이라 도로에 차도 많은 탓에 보통 용기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어서~ 김현욱! 너 나 안사랑해..? 그런거야..?"
하니까.. 펄쩍 뛰더니..절대 아니란다.
" 그럼 어서 해봐.. 추워.. 얼른 해봐..."
하니까.. 모기 겨드랑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 하은아... 사랑..해..."
이러고 있다. 내가 그게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 그럼 어떡해...."
하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내가 삐친척 새초롬해있자... 잠시 굳은 결의(?)를 다진 표정을 짓고는....
" 하은아~ 사랑해~~~"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버리는 현욱이다. 나도 현욱이도 놀래고, 주위 사람들도 놀랠만큼의
큰 목소리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뭔 일인가.. 하면서 우리 둘을 쳐다보고, 마침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차들도 창문을 내리고 뭔가..하면서 구경들을 한다. 나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얼른
정류장으로 뛰어가버렸다. 당황한 현욱이도 나를 따라 정류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
뒤쪽에서 중학생들이 막~ 박수를 쳐댄다. 저것들이 뭘 안다고 박수를 쳐대는 거야..? -_ -;
정류장으로 뛰어오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린 나는..
" 진짜로 해.. 그렇다고..?"
하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나더러 시켜놓고 혼자 도망가는게 어딨냐며 투덜댄다. 크크..
현욱이 기분 풀려고 생각해 냈다가, 오히려 이렇게 마주보고 하하하 웃고야 마는 재미난 헤프닝이었다
오늘은 내 대학입학 상담을 하는 날이다. 내 앞번호인 민주가 상담을 끝내고 와선 나보고 협의실로
내려가랜다. 아.. 이 점수로 정말 갈 대학이나 있을까..싶은데.. 협의실 문을 살짜기..여니..
다른 반 학생들도 자기반 담임 선생님이랑 원서쓰기에 분주하다.
" 선생님..."
하면서 담임선생님께 다가가자... 담임선생님 표정이 과히 좋지만은 않다..그러더니 내 내신성적이랑
수능성적표를 보더니..
" 흠.. 하은아, 내신은 어느정도 관리는 잘 했다만.. 이번 수능 점수가.. 좀.. "
뭐..할 말 없다! 고3이 맨날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했으니.. 점수가 낮게 나온것은 당연하니까..
" 어디 가고 싶은 대학은 있니..? 과는 정했구...?"
" 그냥 양식조리사 자격증도 있고하니.. 가까운 동명대학교 식품영양학과나 써볼라구요.."
그러자 담임도.. 그렇게 해보라며.. 격려를 해주신다.
상담을 마치고 현욱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 현욱아. 나 방금 담임이랑 상담 끝나고 왔어.. 그냥..동명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쓴다고 했어..넌..?"
" 나도 동명대학 쓸꺼야.. 민성이, 성완이 민희도 다~ 동명대학에 원서 내기로 했대.."
그럼.. 우리 캠퍼스커플 되는 거야..?크크.. 국립대이고 집에서 가까워 성적이 좀 낮게(?) 나온
학생들은 거의 동명대학으로 간다. 대학교 가면.. 정말 고등학교 계를 치겠네..계를 치겠어..
"근데, 하은아.. 너 방학 때 뭐할꺼야..? 무려 3달이야.. "
" 글쎄.. 뭐.. 특별히 계획 세운건 없는데.. 넌...?"
" 난.. 민성이랑 지성이랑 운전면허 딸려구.."
" 성완이는..?"
" 아..걔는 빠른 2월생이라서.. 아직 안되.."
아..그렇구나! 아직 운전을 배워보고 싶은 맘은 없는데, 왠지 핸들을 잡는다는 것부터.. 두려움이기도
하고.. 까딱 잘못하면 골로 가자노.. 현욱이 널 두고 내가 저세상을 갈수는 없지..암..크크..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갑자기 부산을 떨고 난리다.
" 오전에 큰고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하은이 너..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겠대.. 늬 언니는 코도 오똑하고
쌍꺼풀도 이뻐서 어디 흠잡을 데 없는데.. 니 걱정을 마니 하드라..니 고모가~"
아니, 내 얼굴은 무슨 흠집 투성인가..? 그까짓 수술 안하고도 나 19년을 잘~ 살아왔다고..
아니.. 그리고 나 이렇게 낳아준 사람이 누군데.. 정말 우리 친엄마 맞냐~~ -_ -;;
그치만 이번 수능을 보고 쌍꺼풀이며 코며.. 성형 한다고 학교를 안나오는 애들도 몇몇 있다.
얼마나 예뻐질런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수술같은거 너무 무섭다. 엄마가 고모가 공짜로 시켜준다는데
왜 고집을 피우냐면서.. 막 닥달이다. 아..현욱이한테 살짝 물어볼까..? 이뻐질려고 하는 수술이라..
그냥 하라고 할지도 모르지...
따르릉....
" 어~ 하은아!"
" 집이야..?"
" 응.. 집에서 티비 보고 있어.. 넌..?"
" 나도 그냥 집에 있지.. 아.. 나 너한테 의논할게 있어서 전화했어.."
" 뭔데..?"
" 나 고모가 방학때 쌍꺼풀 수술 하라고 하시거던..? 공짜로 시켜주겠다고.. 할까... 말까..?"
그러자 펄쩍 뛰면서..
" 뭐하러 그런걸 해.. 박하은 너 쌍꺼풀 없어도 이뻐~ 내 눈엔 니가 젤 이뻐.. 그러니까 수술 같은거
할 생각 절대 하지마~"
역시, 이렇게 나올줄 알았다니깐. 봐.. 수술 안해도 이렇게 내가 젤로 이쁘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뭐하러 그런 수술을 해..? 크크.. 엄마나 고모한테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못을 박아
두었다.
이제 겨울 방학고 얼마 남지 않았다. 원서 쓰느라, 출석일수 채우느라 겨우겨우 학교 나와서 몇시간
띵까띵까 놀다가 하교 하는 이 생활도 점점 지겨워진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닌데...
왠지.. 교복 입고 이럴때가 좋았지..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쉬는 시간이었다. 소은이가..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살며시 귀에다..
" 하은아.. 그거 있어.. 그거...?"
아.. 생리대~
" 잠깐만.. "
하고 책가방 안쪽을 뒤졌다. 아.. 2개 있었다. 난 아직 생리도 안하고 하니.. 2개 다~ 줘버렸다.
그러다.. 갑자기 번쩍 생각이 나는게.. 난 항상 소은이보다 생리를 일주일 빨리 했는데...
아직.. 난 소식이 없다.. 그래서 항상 내가 먼저 소은이껄 빌렸었는데.. 난 아직 하지 않는다...
뭐지..? 이거.. 왜 안하지..?
혹시..... 혹시.. 설마.. 아닐꺼야..
아니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