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동안은 오아시스를 잃은 사막처럼 갈증이 났다...
잠시 잠깐 듣는 목소리는 너무 나도 달콤했고 너무 나도 간질났다.
듣고 있어도 그리운 목소리가 되었다...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서로나누는 작은 대화가 어쩌면 서로의 사랑을 더 목마르게 했고..
서로를 더 사랑하게 했다...
정후가 없는 일주일은 너무나 지겹고도...무의미했다...
책을읽어도 내용을 알수 없었고...노래를 들어도 귀에 들리지않았다...
아무것도 촛점이 없이 그립기만했다....
그의 얼굴생김하나하나도...
그의 목소리도....
그의 체온과손길도 전부 전부...그립기만 했다....
"나 내일 이면 퇴원해...집으로가.."
"잘됐네..너무너무...다행이야....나도 빨리 서울가서..집에 놀러도 가고,...주화예쁜 신도 사주고 옷 도 사주고 하고 싶어...
나 지금 여기서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퇴원잘하고..이렇게 기쁠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올라가면 우리 샴페인 꼭 터트려.. 이만 끊을께...잘자 사랑해.."
"수고해..."
내일이면 이 병실도안녕이다...
100일이 넘게 지낸 병원...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더니...
흐르는 시간속에서 주화는 사랑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100일동안의 긴 시간이 고통스럽지 만은 않았다...
잃은 것이 컷다...
인생의 전부를 잃어버린 절망감에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시간도 있었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이젠...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가...증오보다도...
절망감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기만 하다....
그래서 살것 같다....
사랑이 시작되지 않았으면..살아도 사는 그런게 아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랑은 고마운 것이다....
절망에서 시작한 사랑은 이제 내게 살아갈 의욕을 준다....
사랑은...내게 전부가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주화는 짐을 싸고 자리에 누웠다...
내일이면 정말 퇴원이다...
소풍가기 전날의 아이처럼....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돌아갈 곳에...기댈 가슴이 있어서...좋다....
주화는 집으로 돌아왔다...
수정이가 짐이며 퇴원수속을 마치고...
병원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음식을 하고계셨다...
엄마가 그동안 병원이며 집을 오가며 깨끗하게 치워놓아
집은 예전 그대로이기만 했다...
주화는 이층 자기방으로 올라갔다...
"민현씨..."
민현이가 주화방을 치우고 있었다...
"뭐하는거야...지금 여기서..."
"방치우고 있어...보면 몰라..."
"민현이도 내려와서 밥 먹어..주화도 내려오고..."
"네 어머니 다 치워가요...지금내려가요..."
"민현씨 장난하니 지금?? 왜 이래 도대체 ...누가 이러래???"
"너야 말로...그만해
내가 하는 일들이...당연한거야...
어머니가 인정하는 사위가 되는게 내가 할일이야...
내 자리에서 난 지금 서있을 뿐이라고..
정신차려...
애처럼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말란 말이야.."
민현이는 일층으로 내려간다...
주화의 방은 가구며 침대보...커튼까지 ...다 바뀌었다...
가구의 배치며...모든것들이....바뀌었다...
책상서랍을 열어보니...
책상만 바꿔놓았을 뿐 누군가가 모조리 새책상으로 옮겨놓았다...
화장대도 마찬가지였다...
화장품은 그대로인데..화장대는 바뀌었다,...
침대도...전부다 바뀌었다...
일층으로 내려간 주화는 화가났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 웃고있는 민현이와 엄마..수정이의 모습이..
화가났다...
"뭐야??누가 내방을 저꼴로 해놓으랬어???"
"얘는...민현이가 ..너 기분전환 삼으라고 ...일일이 다 바꿔놓은것데...
말 뽄새가 그게 뭐니..."
엄마는 민현이의 표정을 보신다...
민현이는 무표정한 표정이다...
아무상관없다는 표정...
"김민현...너 나가...당장.."
"얘..얘가 왜이래 도대체....민현이가 뭘 잘못했다고,..."
"엄마도 그만해 이젠..그만하라고,..."
"오늘은 이만 가볼께요,....수정인 뒷정리쫌 도와주고..."
민현이는 일어났다...
그리고 나가버렸다...
"너는 사람 밥먹는 그앞에서 그런 말을 해야하니...
이렇게 내쫓으니 속이 시원하니...너 독하다..정말..."
엄마는 딸이 못마땅하셨다...
이해할수 없었다...
주화는 바뀌어 버린 어색한 자기방에 앉았다..
수정이가 과일을 갖고 들어왔다..
"주화야...이거 먹어...밥도 안먹었잖아.."
"너도 내가 한심하니..."
".........."
"너도 내가 이해안된다고 했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돼....
그래도......시작이야 어떻건 간에...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
이제 살만하다고...
그러니...
이제...너만은 이해해주면 좋겠어...
민현이에게도 얘기 잘해줘...
이제그만...정리해 달라고..."
"정리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쉽겠니...
나도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아,...
그래도 넌 내친구야...너를 이해하는 날이 올꺼야..."
"그래 고마워....."
자리에 누웠더니 현기증이 난다...
이상하게 몇일전부터..현기증이 나고...
열이 오르고 내리고...몸이 안좋기만 하다...
사랑의 열병처럼 느껴진다...
집도 내집처럼 편하지가 않다...
하루를 자고 일어났지만...
머리의 통증은 사라지지않고...
무겁기만 하다...
이상하다...
주화는 순간 멈칫했다...
뭔가 이상했다...
'설마.....'
주화는 언른 약국으로 갔다....
"저 테스트기...."
주화는 테스터를 하는 순간 까지도 설마하는 마음을 놓칠 수가 없었다....
설마....
그럴리가 없다 싶었다....
하룻밤이 없는데....
단 한번이었는데....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설마하는 그런 마음..
사실은 아니길 빌었다....
두줄....
희미한 두줄이었다....
분명 다시봤지만 두줄이었다....
'이런.....'
주화는 뒷통수를 맞은것 처럼..머리가 띵했다....
주화는 얼른 테스터기를 집어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책앞에 멍하니 앉았다...
책상서랍에서 진동이 울렸다...
한번도 보지못한 번호였다....
"여보세요???"
"김주화씨 되십니까?"
"네..그런데..."
"저 이정후 매니져 입니다...저 오늘 우리 한번 만나시죠..."
"무슨이유로..."
"아..그냥 드릴말이 쫌 있어서요...잠시만 시간내 주시죠..."
"네.."
주화는 대충 정신을 가다듬었다...
정신이 차려지지않았다....
'왜 무슨일로 만나자는거지....'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이상한 기분이 자꾸만 들어 떨쳐내지지않았다...
그리고 뱃 속에는 정후의 아이가 있었다....
우선은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축하합니다..
3주되네요...여기 보이시죠...?? 자리잡아가네요..."
내 아이다...
이정후의 아이다....
주화의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다리를 다치셨나봐요..."
"네 지금 물리치료받아요..."
"약은 드시지 마시구요....이거 초음파 사진입니다...
다음주에 예약하시고 내방하세요..."
주화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를 집어들었지만...
매니져를만난 후 편한 마음으로 전화하고 싶었다...
약속장소에 가니 이미 이정후의 매니져는 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몇일전에 퇴원 하셨다고...축하드려요..."
"네,..감사합니다..그런데 무슨 일로..."
"우선 뭐 시키시죠.."
"저 커피..아니...오렌지 쥬스 주세요.."
"저 ...요즘 정후 만나시죠???"
"네...."
"정후랑 결혼하시려는 생각이신가요??"
"네?? 무슨말씀인지??"
"단도 직입적으로 말씀들일께요...
더 사랑하기전데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이정후 미래가 촉망받는 애예요...
무한히 클수 있는 아인데..여기서 ..무너지게 할 순 없어요...
잡념들이 생기면...신인이 크기엔 힘들어요...
삼사년후에....그때.,,자리잡으면..서로 만나세요,..."
"저 정후씨랑 헤어질 수 없어요,....
전 정후씨 애인이라고 나서고 싶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만나고...
죽은듯..그렇게 사랑하며 살수있어요..."
"벌써.,,정후집앞에서 사진을 찍은 기자가 있어요..
무마 시키려고 얼마나 ....정후가 애먹었는지 아나요??
정후는 훌륭한 배우가 될 자질을 갖췄어요...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꺼구요....
그러니 주화씨...한발작만 물러나주세요...."
"저 그럴수 없어요...이젠...안돼요...
늦었어요...이미..."
"주화씨..정후가 보상해준 돈이면 파리가셔서
10년은 지낼수 있어요...
부족하다면 제가 더 드리죠...
지금은 정후를 놓아주세요,....
정후가 날수 있는 날개를 꺽지말아주세요...
주화씨가 발레를 하지 못한다고 했을때 그절망감을 알죠??
그 죽음같은 절망감을 정후에게도 주고싶은가요??
그것이 복수인가요???"
주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띵했다...
휘청거렸다...
마음도 육체도...정신도...전부다 휘청거리고 울렁거렸다....
숨이 멎을것 같은 답답함 이었다....
어떻게 걸어 집으로 왔는지...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머리가 띵할 뿐이었다....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미안해....내가..."
누운 주화의 눈에서..누구에게 미안한지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다...
"난 어떻게야 하니 ...이젠...."
책상위에 휴대폰은 다시 진동이 울렸다....
몇번을 그렇게 울리던 전화기가 잠잠해 졌다....
얼마를 누워잤을까..어느새 밤이 었다...
밥을 먹어야 했다...
내가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밥을 먹어야 했다...
"엄마....엄마...."
엄마는 없었다....
주화는 밥을 챙겼다....
혼자 앉아 밥을 먹으려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잡생각들로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다....
하늘이 핑글 하고 돈다.....
하늘이 보이지않는다....
주화는 쓰러졌다.....
그때 마침..민현이가 집으로 왔고 쓰러진 주화를 발견했다....
뺨을 쳐봤지만..의식이 없었다...
주화를업고 민현이는 달려 병원으로 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뻔 했어요..
가벼운 쇼크예요...
태아는 무사하니 신경안써도 될것 같아요..
"태아요??"
"무심한 남편이시네요...
임신3주째접어드는것 같은데...지금이 ....가장중요할때 예요..쇼크로 기절하는일이 자꾸일어남
애기한테도 좋지않아요....
신경많이 써주세요..."
민현이는 병원을 나갔다...
눈에서는 피가 솟구치는것만같았다.....
두주먹을 꽉 쥐었다....
누구든지..눈에 띈다면....
죽여버릴것만같았다.....
주화가...아기를 가졌다....
최근들어 민현이와 ,...잠자리를 한적이 없는 주화가 ,.....
아기를 가졌다....
민현이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할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