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말씀이 자고로 입이 서울 이랬다. 모름 사람들에게 무조건 물어보라고. 일단 팬션 명함에
약도가 있었으니 함 물어 보자고 !
근데, 내참 기가 막혀서… 아니, 난 방금 로도스에 도착한 관광객이라고 치고, 얘네들, 여기 사는 사람
맞는감 ? 내 느린 걸음으로 겨우 30분 걸었나 ? 분명 팬션에서 그리 멀리 오진 않은 거 같은데 여긴
내가 내민 약도를 알아보는 잉간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다들 말도 안 통한다… 그리스어 단어장도
안 들고 나왔는데… 흑흑흑….
내가 진땀 삐질 거리는 걸 보고는 어떤 상점에 있던 젊은 언니가 내게 손짓을 하며 약도를 보자고 한다.
이 언니도 한참 갸우뚱거리더니 말없이 자기 가게 안으로 쑥 들어 간다. 일단 명함을 돌려 받아야
하는 관계로 당황해서 나도 따라 들어가니 그 언니 친절 하시게도 명함에 있는 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팬션 위치를 물어보고는 말이 잘 안 통해 자세히 설명은 못 해주고 대신 어느 골목을 가리키며
그 길로 계속 가다가 모스크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란다. 그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으찌나 고맙던지…. 일단 거기까지만 가면 또 물어보지 싶어 고맙단 인사를 수 십 번 하고 의기 양양하게
출발을 했는데, 일단 모스크는 찾았는데, 그 많은 골목 중에 거기서 오른쪽 골목이 없다… 우찌 이런
일이…. 황당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보니 저기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에 탄 젊은 애 두 명하고
뭔가 열씸히 얘기하고 계신다. 세 명중 한 넘은 내 말을 알아 듣것지 싶어 명함을 내밀고 길 좀 찾아
달라고 하니 셋이서 한참 토론을 해 대더니 아저씨가 오토바이 탄 한 청년을 가리키며, “얘가 그 쪽으로
가니까 이거 타구가” 그런다. 잉 ? 분명 이 근처일 텐데 왠 오토바이 ? “난 그냥 걸어 갈 테니까 방향만
갈켜 주면 안될까?” 했더니 “여기 디따 멀어, 타구가” 그런다.
멀단 말에 찔끔… 잠깐 망설이다 젊은 애 얼굴을 보니 한 18살 됬을까 ???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내 아들 뻘이군….. 사실 내 친구 아들이 17살인데 뭐… 별일 있겠어 ? 하고 일단 뒤에 탔더니,
이 녀석, 대뜸 내 팔을 잡아 당겨 자기 허리에 꽉 조인다. 짜식, 귀엽군… 내가 지 엄마뻘인건 모르
니까 이러겠지 ??? ㅋ.ㅋ.ㅋ… 암튼, 이렇게 모르는 젊은 애 오토바이 뒤 꽁무니에 매달려 (로도스
구 시가지 시내나 주택가는 골목이 너무 좁아 스쿠터가 보편화 되 있다) 꼬불꼬불 미로를 빠져 나오니
아니… 로도스에 이런 대로도 있었네 ! 제법 시끌벅적하고 교통이 복잡한 번화한 신시가지로 들어
서더니 이 녀석, 택시 기사한테 가서 길을 묻는다.
아무리 봐도 얘가 길을 아는 애가 아닌 거 같은데 문제는 택시 기사들도 다들 모른다고 하는 거다 !
택시 기사 몇 명한테 묻고, 길가는 행인에게 묻기를 수 차례, 다들 고개를 절래 절래 젓는데…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슬슬 겁이 나기 시작 하고… 얘는 계속 어느 골목인가로 들어가 길목에 수위들에게
또 묻고, 구멍가게 아저씨들에게 또 묻고… 한 30번은 물어보고 나서 결국 내 팬션을 찾아냈다 !!!! 만세 !!!!!
이 고마움을 으찌 말로 표현할지… 얘는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지 오토바이에 날 달고 다니며 우리 팬션을
찾아 로도스 구 시가지를 온통 다 헤매고 다닌 거 같다… 덕분에 로도스 구시가지 주변은 전부 다 돌아
본 듯... 오토바이에서 내려 너무 고마워 감사하다고 하니 자기도 오토바이를 세우고 내가 잘 들어가는지
보고 가려는지 현관 열쇠를 달란다. 괜찮다며 내가 열고 들어가니 날 따라 들어 오면서 네 방 어디야 ?
그런다. 잉 ? 얘가 내 방 알아 뭐 할라고 그러지? “왜 ?” 그랬더니 차나 한잔 하면서 얘기 하잖다.
근데, 걔 영어 거의 못하고 나 그리스어 전혀 못 하는데 무신 대화 ??? 어째 이거 이상하게 꼬인다
싶어 차 한잔 살게 까페 가자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얘, 내가 뭔 소리 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따라 나온다.
밖에 나오니 아까 날 데려온 아줌마가 마침 위층에서 내려 오신다.
아줌마를 붙잡고 나 길 잃어 버려 죽는 줄 알았다고 찡찡거리며 하소연을 하면서, 쟤가 힘들게 팬션을
찾아줘서 넘 고맙긴 한데 내 방에 차 마시자고 해서 대신 밖에서 차 한잔 사려고 하는데 윗층 발코니에서
차 한잔 대접하면 안될까 ? 했더니 한 눈치 하시는 아줌마가 뭔 소린줄 알았다는듯이 빙긋 웃으며 얘한테
뭐라 뭐라 그리스어로 얘기를 하니, 아줌마 말을 들은 애가 부리나케 오토바이를 타고 내게 인사도 없이
횡 하니 떠난다. 어라 ???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
아줌마한테, 내가 고마워서 차 한잔 대접한다고 했는데 얘가 왜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냐 ? 했더니.
아줌마가 자기가 그리스어로 고맙다고 했으니 됐다고 걱정 말란다. 내 추측인데, 아줌마가 아마도
단호하게 집 찾아 줘서 고맙고 볼일 다 봤음 넌 가봐 라고 한 거 같다. 원래 아줌마들 무섭잖아.. 아마
그 애도 아줌마가 몇 마디 하니까 깨끗이 포기하고 후딱 떠난 게 아닌가 싶다. ㅎ.ㅎ.ㅎ… 짜식, 어린
넘이 나한테 잡혀 지 신세 망치면 우찔라고 겁도 없이…. ㅋ.ㅋ.ㅋ…
내가 그리스에 오기 전에 책을 통해 들은 그리스인들은 가난하지만 무척 가족적이고 거친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강인한 남자들과 순종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인들이라고 했는데, 대체
강인한 남자들은 다 바다에 빠져 죽었남.... 솔직히 강인한 남자는 못 봤고, 그리스 아줌마들 생활력은
진짜 짱이다… 내가 묵었던 팬션만 해도 그 자그마한 체구의 아줌마 혼자 팬션을 운영하며 집채만한
등치의 아들 셋과 남편을 먹여 살리는 거 같았다. 아들이나 남편이나 사람은 엄청 좋아 보이더만…
내 보기엔 그리스 아줌마들이 남자들보다 휠씬 쎄 뵈던데 우찌 내가 본 책에선 전부 그리스 여자들은
순종적이라고 했으까 ?
이렇게 로도스에서 첫날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고 다음날 다시 지도를 들고 시내를 나서니, 하이고…
여기가 골목이 너무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나 같은 준 중증 길치도 그렇게 길을 헤맬 정도로 복잡하진
않더만… 딱 하루 헤메고 나니 이젠 길 헤매는 여행자들에게 로도스 사람들을 대신해서 길을 알려 줄
수 있겠드만…
그리스에 오기 전에 다른 여행자들에게 듣기로 그리스 사람들 정말 길 못 가르쳐 준다고 했다. 이거
정말 장난 아니다. 우찌 자기 사는 동네를 관광객 보다 못 갈켜 줄 수 있냐고요 ? 니들, 정말 여기서
사는 사람들 맞는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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