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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29부)

베리소다 |2005.07.27 14:18
조회 616 |추천 0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난 그저 편한 친구로만 그렇게 만났던

건데 갑자기 광석이의 돌발행동에 적잖게 당황했던 것이다. 그러다 윤정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 어..하은아..."

" 자고 있었어...?"

" 아니.. 그냥 티비 보고 있었어.. 왜...?"

" 너한테 뭐 좀 물어볼려고.."

" 그래.. 뭔데..?"

" 광석이가 있지.. 오늘 나하고 시내서 밥먹고 DVD를 보러 갔는데..갑자기 나한테 좋아한다면서

사귀자는 거 있지..?"

" 진짜...?"

하면서 막 웃어대는 윤정이다.

" 야아..웃지마.. 난 심각해.. 걔가 왜 갑자기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낼 1시까지 내 맘을 말해달래.."

" 그래..? 그러는 니 맘은 어떤데..?"

" 나..? 말할 것도 없어.. 난 현욱이밖에 없자나.."

" 왜.. 광석이는 남자친구론 별로야..? 내가 보기엔 광석이도 괜찮든데... "

" 난 광석이랑 그렇고 그런 생각 한번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어.. "

" 니가 그렇게 단호하다면.. 광석이한테 솔직히 말해..  그냥 친구로만 남자고.. "

그냥 친구로만 남아..? 이미 이렇게 얼굴 붉히면서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난 다시 아무렇지

않게 광석이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다음날.. 광석이가 그토록 가슴 졸이며 기다릴 1시가 다가왔다. 나는 끝내 광석이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여태껏 나랑 현욱이랑 다시 잘 되게 연결시켜준다며 고생해주고.. 나 잘 챙겨줬던 광석이한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후로 식당에서나 오며가며 길에서 광석이를 마주쳤지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렇게 모르는 척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쯤..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고,  나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시험공부 하느라 다들 바빴다. 나는 원래

사람들 많은데서 공부가 안되는 타입이라 집에 와서 공부를 했다. 윤정이랑 선주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아 밤샘을 하기로 했단다. 괜히 캥기는 것일까..? 난 지난번 광석이를 수업시간에 데리고

갔던 것이 자꾸 맘에 걸린다. 그래서 윤정이에게 그 오해를 풀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현욱이도 도서관

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기에 윤정이가 잠깐 저녁이나 같이 먹자며 불러냈단다.

그날 밤 9시쯤 윤정이한테 전화가 왔다.

" 하은아.. 나 윤정이.. 공부는 잘 되가..?"

" 응.. 그냥 대충 한번 보고 다시 보고 있어..."

" 그래..? 아.. 나 현욱이랑 얘기 해봤어... 그거 광석이 그때...일.."

" 정말..? 현욱이가 뭐래..?"

" 현욱이가 처음에 엄청 당황했던거 같애.. 왜.. 지난번에 현욱이가 너네 과랑 미팅 한적 있자나..?"

" 응.. "

" 그때 너네과랑 미팅했다고.. 니가 자기네 과대를 일부러 현욱이 보라고수업시간에 데리고 온 줄

 알았대..."

" 정말.. 그런거 아니라고 말하지..그럼.."

" 내가 말했어.. 광석이는 오히려 너네 둘 잘 되게 해줄려고 친해진 애라고.. "

" 그러니까 뭐래..?"

" 내가 보기엔 그때 현욱이 화 좀 났던 것 같애.. 니네 속을 모르니까.. 현욱이는 그렇게 마음대로 생각

했던거 같아.."

" 그게 뭐야...?"

" 그게 뭐라니..?"

" 질투야..? 뭐야..? 아무 사이 아니라면서 내 책도 안 받던 애가 왜 화가 나...?"

" 정말 아무 감정이 없다면.. 그렇게 화 낼 이유도 없었겠지.. 적어도.. 현욱이는 이야기를 해보니까...

속은 깊드라.. 내가 왜.. 하은이 그렇게 죽어도 다신 안보려고 하냐고 물으니까.. 쉽게 헤어지잔 소리

나와서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런 반복하는 거 싫대..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안다는 얘기지..

그리고.. 내가 물어봤다..?"

" 뭘..?"

" 그래도 너네 200일 가까이 좋아 죽네 하면서 사귀었는데.. 친구정도는 남아줄 수 있지 않냐고... 또

그렇게 하은이 너한테 매정하게 대할 수 있냐.. 물어봤어..."

"................"

" 너 파리의 연인 봤어...?"

" 아니.. 나 드라마 별로 안보자나...근데 줄거리는 대충 알어.."

" 거기서 김정은이가 박신양하고, 이동건의 사랑을 동시에 받자나..? 그런데.. 김정은은 박신양을

좋아하자나.. 그 드라마에서 나온 말이 있는데.. 그게 뭔 줄 알어...?"

" 몰라.. 뭔데..?"

" 희망고문이야..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행동은 같이 좋아해주는 거야.. 그치만...그럴

수 없다면..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은....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절망을 주는 거야..."

" 절...망....?"

" 그래..절망.. 현욱이가 계속 너랑 연락하고.. 만나고 그런다고 생각해봐.. 그 자체가 너한테 희망이

되지 않겠냔 말이지.. 그럼 그 작은 희망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는 맘을 열지 않고 니가 현욱이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단 말이지..."

"................"

" 현욱이는 어쩌면.. 널 위해서 그렇게 더 냉정하게 하는 건지도 몰라.. 그러는 현욱이 맘도 편하지

않을 거란거.. 너도 알자나.. 니가 광석이랑 그렇게 나란히 앉아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

지난번에 루키 호프집에서도.. 너 가고 나서.. 현욱이 아무말도 안하드라.. 얼굴은 굳어가지고..."

" 근데.. 나 점점 지쳐.. 윤정아.. 벌써..2개월 째 접어들고 있어.. "

" 하은아..."

" 응..?"

" 그냥.. 너 내가 소개팅 주선해볼테니까.. 다른 남자 만나보는게 어때..? 울 과에 괜찮은 오빠들 ...

몇명 있어.. 어때..?"

윤정이네 과 오빠랑 소개팅을 하라고...?  생각해보기도 싫다. 그럼 민성이도 알테고, 현욱이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안그래도 광석이 일 때문에 괜히 미안하고, 그러는 중인데 소개팅이라니..

" 아..맞다! 하은아..."

" 응..?"

" 선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 누군지 알면 너 깜짝 놀랠껄...?"

"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 응.. "

" 누구..?"

" 누구냐면.... 민성이..."

" 뭐.. 민성이..?"

" 응.. 예전에 고등학교때 미팅 할 때는 서로 별로 안좋게 보다가 이번에 오티가고.. 어울리다보니..

선주가 점점 민성이를 맘에 들어했나봐..."

" 민성이는..?"

" 몰라.. 걔 속을 알 수가 있냐.. 근데 왠지 선주가 상처받을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느낌은 안좋아.."

" 왜..?"

" 걔 좀 보기에 그렇자나.. 꾼 같이 생겨가지곤.. 걔도 좀 놀았다며..."

" 난 잘 몰라..."

" 암튼 난 선주가 상처 안받길 바랄 뿐이야.. 너도 현욱이랑 다시 잘되고.. 선주도 민성이랑 잘 됐음..

좋겠다.. "

제발..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제발.....

 

그런 윤정이의 바램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민성이는 그 다음다음날.. 자기 과 희진이란 애랑..

보란 듯이 사귀어버렸다. 그 일 때문에 선주는 앞에선 축하한다고 했지만.. 뒤에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사람 맘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민성이한테 뭐라 말 할 순 없는거지만.. 선주가...

너무 가여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나는 공학관에서 수업을 마치고.. 인사관으로 수업을 듣기 위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올라오는 윤정이랑 선주가 보였다..

" 야아~"

그런데,, 내가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해도..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면서.. 멈칫멈칫 하는것이다..

" 야.. 왜그래..? 뭘 그렇게 속닥거려..?"

그러자.. 선주가 눈치를 보며.. 얼른 얘기하라는 손짓을 한다.. 그러자 윤정이도 선주더러 얘기하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 얘들이 왜이래.. 무슨 일 있어...?'

둘 다 아무 말이 없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 야아.. 말 해봐.. 나 7분 후면.. 수업 들어가야되. 얼른 말해봐..."

" 저기....."

먼저 입을 연 건 윤정이였다..

" 왜...? 무슨 일 있어?"

" 그게...."

" 아.. 뜸들이지 말고..얼른 얘기해.. 나 수업 들어가야된다니까..."

" 현욱이......"

" 현욱이 뭐....?"

" 민성이가.. 현욱이 소개팅 시켜주기로 했대...."

" 뭐..? 소개팅..?"

" 응.. 이번에 민성이 여자친구 생겼자나.. 그래서 자기 여자친구 친구로.. 걔도 우리관데......"

" 너네도 아는 얘야..? 이름이 뭔데..?"

" 선옥이... 황선옥...."

" 황..선..옥..?"

김현욱 정말..너.. 지난번 우리과랑 미팅한것도 모자라서..1:1 소개팅까지 하는거야...? 나랑 광석이

일 오해도 풀렸으면서.. 자꾸 너 왜그래.. 자꾸 왜 널 포기하게끔 만들어.. 왜....

" 언제.. 어디서 하는데..?"

" 그건 몰라.. 오늘  한다는것 같기도 하고.. 선주랑 민성이랑 그렇게 되고 나서.. 민성이랑도 인제

잘 안놀자나.. 근데.. 희진이랑 선옥이랑 얘기하는거 지나가면서 들었어... 현욱이랑 선옥이랑...

오늘 소개팅 하기로 했다고...."

" 선옥이란 애.. 이뻐..?"

" 그냥 깔끔하게 생겼어.. 좀 보이시하게 생겼어.. 우리과에서 인기도 많드라구..."

1:1 소개팅이라면.. 말도 안할 수 없을거고.. 그렇게 둘이 친해지다가.. 사귀기라도 한다면...

난 그땐.. 차라리 휴학을 해버려야지 맘을 먹는다. 도대체 왜 민성이는 내가 아직도 현욱일 못 잊어

하는걸 알면서 소개팅을 시켜주는거야.. 정말.. 한고비 한고비 넘길 때마다.. 왜 자꾸 또 다른 시련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지....

 

며칠이 지났다. 나는 현욱이의 소개팅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서 윤정이한테 물어봤다.

" 현욱이.. 그 애랑 잘.. 되간대....?"

그러자 윤정이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뭐야..? 혹시.....

" 어제.. 학생식당에서 넷이서 점심 먹고 있는거.. 봤어....민성이 현욱이 희진이 선옥이..."

" 정...말...? 잘된거야...그럼..?"

" 그건 잘 모르겠어....."

나는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호흡이 고르지가 않고, 자꾸 속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 그 날 저녁, 현욱이의 메신저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쳐서 몰래 들어가보았다.

윤정이랑 어제 나눈 쪽지내용이 저장되 있었다. 살며시.. 클릭해서 읽어보았다.

[ 현욱아.. 소개팅은 잘 된거야...?]

[ 그냥 서로 괜찮게 생각하고 있어.. 뭐..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없어..]

뭐야..? 서로..괜찮게...생각...해.....?

[ 맘에 들었어... 선옥이가..?]

[ 좀 터프하긴 하더라.. 그래서 내가 별명 하나 지어줬어...]

별명...? 무슨 별명....?

[ 무슨 별명인데..?]

[ 착한 구슬....]

착한 구슬..? 그게 뭐지..? 아.. 착할 " 선" 구슬 "옥" 그래서 착한 구슬...? 참..기가막혀... 유치하다

김현욱.. 그렇게 선옥이란 애가 맘에 들었어..? 착한구슬이란 애칭까지 붙여줄 정도로...?

나는 도저히 쪽지내용을 계속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어 로그아웃 시켜버렸다. 나는 너무 속상해서..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희망고문이다 뭐다 해서.. 내 마음.. 내 진심.. 철저하게 무시해도 되... 근데..

자꾸 널 포기하게.. 만들지마.. 니가 가만히 있어도 나 충분히 힘든데.. 니가 그렇게 다른 곳을 보면....

난 더욱 더 널 붙잡기가 힘이 들어..

힘들어... 정말... 미워.... 니가 정말..미워.. 그런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런 내가 정말 싫다...

지긋지긋하고..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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