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까 페 : 하이수의 하나지기(http://cafe.daum.net/haisu)
작 가 : 하 이 수 (asdf21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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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편
난 고구마 부자다.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점심도 밥을 먹지 않고 고구마를 먹었다.
가비가 준 고구마는 지금 계산대 옆에 고이 놓여져 있었고, 베이비가 갖다준 고구마는 다섯 개 남아 있었다.
절대! 차별하는 마음에서 베이비의 고구마를 먹은 것은 아니다!
단지...가비의 고구마는 이미 식어 있었고,
베이비의 고구마가 따끈따끈해서 그것마저도 식기 전에 따뜻하게 먹으려고 먹은 것이다!
그리고 베이비 그 놈, 날 정말 돼지로 생각하는 건지 도대체 고구마를 얼마치를 사온 거냐고!!
분명 만원어치 샀을 것이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많지 않았다.
항상 바쁘게만 움직였던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여유였다.
괜히 불안하다고 해야할까..
나도 모르게 고구마로 손이 갔다.
고구마를 까서 마악 입으로 넣으려 할 때, 삼십분 만에 잠잠하던 편의점문이 열렸다.
"어서 오...!"
또각또각.
우아한 구두 소리가 편의점 안을 천천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회색 바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삽십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연예인이다! 아니, 모델이다!!
170은 족히 될 듯한 키에 선 고운 몸매.
조각같이 작은 얼굴은, 나 차가운 여인..냉정한 여인..완벽한 여인...건들지 마..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위축된 나.
겨우 말을 끝맺을 수 있었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이다.
"....세요..."
"던힐 라이트....하나 줄래요?"
"아..네!"
목소리까지 굉장히 우아하고 고상했다.
정녕 그녀는 왕비가 분명했다.
난 멍하니 왕비님만 보고 있었다.
이번 11월달은 나에게 정말 굉장한 달이 분명했다!
왕자님들 둘이나 본 것도 모자라서 왕비님까지 보게 되다니!
왕과 공주님만 보면 난 왕족은 다 보는 것이다!
그런 나를 왕비님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천원입니다!"
"아..잠깐만."
라고 말을 한 왕비님은 우아하게 걸어서 자일리톨을 하나 집어서 가져왔다.
"이것도 같이 계산해줄래요?"
"네!"
"아가씬...목소리가 참 우렁차네요."
우렁..차네..요??..
희미한 미소를 지은 듯 했다.
단지 나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우렁차지는.. 아, 네! 하하하~!!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목소리가 워낙 커서..하하하!
근데 정말 예쁘세요!!"
..바보, 이 화봉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말에 잠시 놀라는 듯하던 왕비님이 이번엔 정말 미소를 지었다.
너무 차가워보여서 웃는 모습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웃는 것도 우아했다.
계산을 마친 왕비님은 곧 문을 열고 사라졌다.
....나도 저렇게 곱게 나이 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사실 지금도 곱지는 않다.
"휴우우우~.."
그 때 다시 문이 열렸다.
"어서 오..?"
왕비님이었다.
"아가씨, 미안하지만 내 귀걸이에서 큐빅이 떨어졌는데 아마도 편의점 안에서 떨어진 것 같네요."
왕비님이 내게 내민 귀걸이 한짝.
그리 크진 않지만 정말 화려하고 딱 보기에도 굉장히 비싸보였다.
분명 큐빅이 아니고 다이아가 분명했다.
그 어마어마하게 비싼 걸 잃어버리고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태연하게 말하다니..
그 예쁜 귀걸이 아랫 쪽에 꽤나 커다란 듯한 공간이 있었고, 그 커다란 빈 공간이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아....아아...큰일이네! 무지 비싸보이는데...!"
황급하게 계산대에서 나왔다.
"아니, 급하게 찾을 필요는 없어요."
우아한 미소를 또 짓는 왕비님.
왕비님은 부자인가보다!
그렇게 큰 다이아를 잃어버리고도...
"아니, 그래도..아..그런데 못 찾으면 어쩌지!"
내가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하자,
"어차피 제 부주의니 그렇게 걱정하지 마요.
이거 내 명함이니 혹시라도 찾는다면 연락해줄래요?"
"물론이죠! 편의점 안을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꼬옥 찾아드릴께요!"
"고마워요."
또한번의 미소를 남긴 왕비님은 정말 사라졌다.
슬핏 편의점 밖을 내다보니 고급스러운 외제차가 출발하는 게 보였다.
"진짜 부자나보네."
왕비님이 사라진 이후로 난 정말 손님이 올때만 계산대에 붙어 있고, 알바가 끝나는 시간까지 죽어라고 청소만 했다.
알바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편의점 안은 정말 광택이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타나라는 다이아님은 왜 이렇게 안나타나냐고오오오!
힘이 빠졌다.
힘이 빠져갈 무렵, 나는 여행용 티슈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때 바닥에 떨어지는 반짝이는 그 무언가.
"찾았다!!!"
힘들게 구석구석까지 청소한 보람이 있었다!
왕비님이 말했던 큐빅이었다.
조심히 들어 불빛에 비추어보았다.
반짝이는 다이아는 빛을 받아 더더욱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정말....진짜 비싸겠다..
조심스레 다이아를 가방에 챙겨놓았다.
사실 잠깐 나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이 예쁜 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니 주인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화봉아~!"
맑은 종소리를 울리며 벌 컥 열리는 문.
그 뒤로 항상 빛이 나는 작은 꼬맹이 태미가 나타났다.
"오늘 또 왠일이야?"
"어어~~ 안 반가우면 다시 갈께~"
"아니야, 안 반갑기는!"
활짝 웃으며 태미를 껴안았다.
내 품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귀여운 친구같으니라고오!
"엄마한테 볼 일이 있거든. 가는 길에 너랑 가려구..
우리 친구 너무 이뻐서 누가 납치해가면 어쩌나..걱정되서 혼자 갈 수가 있어야지!"
"예인이 너..!"
"태미라니까!"
태미와 나는 서로 배를 잡고 웃어댔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편의점을 나서는데 내 손에 들려진 고구마를 본 태미가 하는 말,
"무슨 고구마를 그리도 많이 샀어? 고구마도 떨이가 있어?"
떨이는 무슨..
파라다이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태미는 바로 엄마에게로 갔고, 내 눈은 어느새 베이비를 찾고 있었다.
"나 찾아?"
"아아아악~!"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덥썩 잡는 바람에 엄청 놀랐다.
뒤돌아보니 베이비였다.
"야! 놀랐잖아!"
예쁜 두 눈만 껌뻑꺼리는 베이비.
"화봉아~!"
"네, 아주머니!"
"승현이랑 건너편 마트 가서 복숭아 통조림 좀 두박스 사올래?"
"네!"
파라다이스를 나서는데, 따라올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베이비.
"안 오고 뭐해?"
"가기 싫은데 꼭 가야돼?"
"얼른 튀어서 안와아아아아!!"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효과로 나는 베이비와 함께 마트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화봉, 너 할 말 있잖아. 얼른 해야지!..
"야, 베이비 너 이사왔.."
"저기요~"
"......?"
뒤를 돌아봤다.
늘씬한 여자 두명이 서 있었다.
생긴 것도 짜증나게 곱게 생겼고, 몸매도 쫘악 모델 몸매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이비보다 나이가 많은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눈웃음을 실실 흘리며 베이비에게 다가오는 그 여인들..
"아까 파라다이스에서 봤거든."
..아쭈? 건방진 여인들, 반말까지 하네!..
한 여인이 슬그머니 베이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점점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저..저런! 베이비, 저런 여우들한테 절대 넘어가면 안돼!..
야이 여우들아!! 베이비한테서 당장 안떨어져!!..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두 주먹을 꽈악 쥐고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슬핏 훔쳐보니 베이비는 무표정이었고, 눈빛은......알쏭달쏭이었다.
..좋아하는 건지..싫어하는 건지..
하긴, 제 아무리 베이비라도 저런 여대생 스타일들을 싫다고 할 리 있겠어..
베이비의 작업을 위해 나는 혼자 마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두 박스쯤이야 나 혼자서도 거뜬했다.
괜시리 아주머니가 날 너무 걱정하셔서 베이비랑 같이 가라는 것이었다.
그 때,
"아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