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입니다....
현관문을 열어놓으면 맞바람이라도 치련만
혼자 있는 죄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습니다
냉장고 안에서 맥주 캔 하나를 꺼내듭니다
한 모금 마시니 온 몸으로 알콜기운이 퍼집니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렸나봅니다
신랑은 회사선배와 술을 한 잔 하겠노라고 좀 늦겠답니다
한 달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술 자리....
즐겁게 놀다 오라며 기분 좋게 보내줍니다
결혼....................
글쎄요...결혼하지 않았다면
여름휴가를 친하지도 않은 시댁시구들이랑 억지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엄마가 가고 싶어 하는 호주나, 내가 가고 싶은 알래스카를 갔을지도 모릅니다
새벽밥 먹고 나가서 오밤중에 들어와도
내 친구들 연봉의 반에도 미치지 못 하는
그저 착하기만하고 돈은 못 버는 울 신랑이 싫습니다
잔소리 한 번 안 하는 시부모님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이래라 저래라 말씀 하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내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시면서 시누나 시동생 앞에서 내 흉을 보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사업한답시고 낮이나 밤이나 바쁜 동생...
돈 그만 벌어도 좋으니 엄마를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울 엄마...
오늘도 그 큰 집에서 강쥐 2마리와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을겁니다
차라리 외롭다. 힘들다. 그런 말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괜찮은 척. 씩씩한 척.. 싫습니다
딸로 태어난 것이 요즘만큼 정말 싫은 적이 없습니다
아들로 태어났으면 그래서 장가갔으면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된 울 엄마
우리가 모시고 살자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마눌한테 말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울 엄마는 저렇게 외로운데
가끔씩 밤중에 일어나 아빠 생각에 혼자 우는것도 아는데
주말에 아빠 산소에 혼자 찾아가 멍하니 앉아 있다 오는 것도 아는데
나는 그냥....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나 살기만 바쁩니다
울 엄마 혼자 아빠 산소에 가서 울면서 앉아 있을 때
나는 시댁에서 어머님~아버님~호호호~ 이러고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울 아버님 돌아가시면 울 어머님은 외롭고 힘드실까봐 얼른 모셔와야 하겠지요
14일은 시할아버님 제사입니다 - 당연히 가야합니다
15일은 울할아버지 제사입니다
그리고 16일은 아버님 생신입니다-그래서 15일날 땡겨서 합니다
나는 며느리라서 얼굴도 못 본 시할아버지 제사는 꼭 가야합니다
시아버님 생신상은 꼭 차려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난 딸이라서 며느리라서 울할아버지 제사는 안 가도 됩니다
아버님 생신하고 겹치니까요.....
딸이라서 더럽습니다. 딸이라서 치사합니다
지금은.... 조금 슬픕니다
저렇게 쓰고 나니 조금 슬픕니다
날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원인들을 저렇게 쓰고나니 너무 슬픕니다
울 신랑... 돈은 못 벌지만 정말 따뜻한, 내게 무한한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 사람입니다
울 시부모님... 잔소리 한 번 안 하시고 우리에게 바라는 것 없이 사시는 분들입니다
내 동생... 엄마 편하게 모시겠다고 밤낮 안 가리고 열심히 돈 버는 효자입니다
울 엄마... 씩씩하게 잘 견디고 있습니다. 어제보단 오늘, 오늘보단 내일, 조금씩 더 많이 웃겠지요
시아버님 생신, 울할아버지의 제사... 살아계실 때 잘하는게 중요합니다. 돌아가시고 땅을 치고 후회하는거 웃깁니다. 그러니 당연히 살아계신 울아버님 생신이 더 중요합니다
결혼생활에서 항상 즐겁고 해피한 일들만 있다면
난 지금 당장 거리로 뛰어나가 결혼전도사가 될겁니다
지나가는 모든 선남선녀의 멱살을 붙잡아 예식장으로 처 넣을겁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결혼하라고, 결혼은 행복의 시작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에 최소 3번씩 결혼을 후회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처지에서 어떤 면을 보느냐..어떤 생각을 하는냐....
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것이냐...불행할 사람으로 만들것이냐..
모두 나의 몫입니다
그래서...어제처럼 행복한 날도 오늘처럼 불행한 날도 나에게는 동시에 있는 것이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싶으십니까?
저요?
전 좀 더 행복한 척, 좀 더 사랑받는척, 좀 더 멋진척.
그렇게 살겁니다
실상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사랑받고 하나도 멋지지 않은 삶이라도
남들보다 더 행복하고 남들보다 더 사랑받는 것처럼 살겁니다
왜냐구요?
나는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러면 정말 그렇게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술주정을 그만하고
신랑 마중이나 슬슬 나가봐야겠습니다
오늘 밤은......
신랑 바가지 긁는 재미 보고 잠이 들겠군요
글구 여러분은....
싫건 좋건 제가 앞으로도 네이트에서
좀 더 행복한 척, 좀 더 사랑받는 척 하며 사는 꼴을 보셔야만 할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제게 보여주세요
좀 더 행복한 척, 좀 더 사랑받는 척하는 모습을요~
오늘 한 알의 술주정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