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5월이 막 시작될 무렵 짝꿍이 바꿨습니다.
새 짝꿍...할머니랑 같이 사는 남자 아이였습니다. 별로 단정치 않은 차림세 ...
벨트대신 흰천으로 허리 큰 옷을 추스렸고, 신발도...얼굴도...
정말 그 친구의 모습은 생각이 어렸던 우리에게 커다란 놀림감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내 짝이 된겁니다.
잘 도와주라는 선생님의 엄명과 함께...그렇게 짝꿍이 바뀐겁니다.
그 친구는 우리랑 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말을 시켜도 대답을 잘 안했습니다.
그런 친구와 짝을 하라는 선생님의 엄명이 달가울리가 없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말을 시키면 고개로 대답하는 정도?
하긴 나도 그 애랑 친해지려는 노력을 안했을 겁니다.
그냥 짝꿍이니까 몇마디 해주는 정도 밖에는..
그 애랑 짝이 되고 2학기도 한참 지날 무렵...
아마 그날 제가 너무 많이 놀랬기에 그애의 생각이 또렸한지 모르겠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화단에서 친구와 이야길 하고 있는데
내 등 뒷쪽 저 위에서 부터 뭔가 굴러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툭' 소리가났습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내 짝꿍였습니다.![]()
야산을 깍아낸 절벽 바로 밑에 위치한 화단에 그 친구가 내동댕이 쳐진겁니다.(정말 놀랐습니다.
)
아마 그 절벽(?) 높이가 2미터는 됐을 겁니다.
그 높이에서 떼굴떼굴 굴러 떨어진 내 짝꿍은 울지도 않고 손으로 얼굴만 감싸고 있었습니다.
"야~~! 괜찮아~?"
같이 있던 친구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그 앨 일으켰습니다.
다른 곳은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입술에서 피가 무척 많이 났습니다.
어린 우리에겐 그게 가장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늦은 시간였기에 학교엔 도움을 청할 선생님은 이미 안 계셨고...
누가 시켰는지 모르지만 그 앨 똑바로 눞히고 입술을 화장지로 막았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가 했던 말은 그것 뿐였을 겁니다;;
다행히 피가 멈췄고 그 앤 괜찮다며 벌떡일어나 가방을 찾았습니다.
"내가 들어 줄께 같이 가자~!"
그게 처음으로 제가 그 애에게 살갑게 다가갔던 날 일겁니다.
그 애 가방을 들고 절뚝거리는 그 앨 부축하고 교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그 애가 울기 시작했습니다.(아깐 안 울었으면서..
)
"많이 아파~~?" "응"(당연한 물음에 당연한 대답
)
"그래도 울지마~!!"
하긴 울지말란다고 아픈데 안 울겠습니까?.. 그 앤 계속 눈물을 뚝뚝 흘려댔습니다.
"많이 아프면 쉬었다 갈까?"
그러자고 대답해서 앉을 곳을 찾아 앉았고, 좀 있으니 그 앤 좀 진정이 됐는지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때 제 눈에 어느 집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홍시가 들어왔습니다.
"너 감 좋아하니?"
뜬금없는 나의 물음에 그 앤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가 저 감 따쭐까?"
내 시선을 따라 짝꿍도 그 곳을 쳐다보더니 아주 뜻밖의 대답을 했습니다.
"저 감 너네 감이 아니잖아~! 도둑질하면 안 돼! 나 안 먹어도 돼~!"(짜~아식!! 날 뭘로보는거냐?
)
"괜찮아~ 저 집이 우리 친척 집이야 잠깐만 기다려~! 내가 따가지고 올께"
그리곤 알지도 못하는 그 집으로 뛰어가 초인종을 눌렀고 잠시 후 나오신
할아버지께 친구가 다쳐서 아픈데 감을 좀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할아버지께 감을 내 몫까지 두 개나 얻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그렇게 먹음직스런 홍시를 챙겨들고 다시 그 애 앞에 뛰어와 섰습니다.
"자~~ 이 감 먹고 이제 울지마~! 그리고 이건 밤에 먹어,
너 입술 아파서 저녁 못먹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내 몫의 감까지 짝꿍에게 주고 .. 그걸로 그 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 애가 어떤 모습으로 다음 날 학교에 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고 얼굴도 까마득합니다.
그리고 그 일 이 후 그 애랑 좀 친해졌지만..
그 해 겨울이 오기 전 내 짝꿍은 엄마계신 곳으로 간다며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을 가기전 내게 줬던 편지에
다치던 날 나 때문에 다쳤지만 그 일로 나랑 친해져서 좋았다는 편지내용도
그 애에 대한 미안함에 기억의 일부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 애가 우리랑 놀려고 하지 않았던게 아니라 우리가 그 애랑 놀려고 하지 않았던거였을 겁니다.
그게 미안했습니다.
함께한 반년동안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미안함이 그 앨 그리워하게 만드는 걸까요?
동창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그 애가 전학간 학교도 모르고
나도 5학년때 이사를 하며 전학을 했으니
행여 그 애가 고맙게 날 기억하고 찾는다해도 찾기 어려울겁니다.
최준실,
이 글 본다면 연락해라~!![]()
아마 너도 많이 놀랬던 일이라 기억날꺼야,!
정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