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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마다 새로운 용인 와우정사(蝸牛精舍)
▲ 와우정사의 상징이랄 수 있는 높이 10m짜리 불두(佛頭). 앞으로 전체가 완성되면 80m가 넘는 거대한 불상이 된다고 한다.
ⓒ2004 박희주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토요일 이른 아침,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계절은 아니지만 가을 날씨다운 상쾌함과 점점 높아지는 하늘이 무척 눈부시게 고와 집에만 있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단풍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푸름이 남아 있는, 가을 사진 한 장 남길 요량으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 요사채 앞에서 절을 지키고(?) 있는 달마대사상.
명절 때도 늘 한가하여 귀향길에 고속도로 대신 즐겨 가고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인 길이 생각났다.
수원에서 용인으로 가는 42번 국도를 지나다가 용인 시내에서 이천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이천방향으로 400여m 가다보면 백암, 원삼방향의 57번 지방도로로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 7~8km 정도 달리다 보면 와우정사가 나오는데 그 곳을 행선지로 잡았다.
8년째 수원에 살면서 서너 번 정도 와우정사를 찾은 것 같은데, 세워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인지 올 때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눈에 띈다.
절에 들어서는 입구 끝 쪽에 자리잡고 있던 8m짜리 거대한 부처의 두상이 말끔하게 황금빛으로 채색되어 요사채 앞의 조그마한 연못을 바라보는 위치로 옮겨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또 연못의 우측면에 무수히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석조불상들이 인상적이다.
▲ 와불전에 부처님의 열반 모습을 조각한 와불
이 절은 대한불교열반종의 총본산으로 통일을 염원하며 만든 설치물이 곳곳에 눈에 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는 모습을 통나무로 만든 부처가 누워 있다 하여 와불전이라 이름 붙인 유일한 법당이 있다. 가는 길 왼편으로는 세계 각국에서 모아 온 돌로 통일을 염원하며 쌓은 '통일의탑'들이 남방불교의 독특한 양식으로 표현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통일의탑. 이국적인 모습이다.
▲ 국내 최대라는 청동미륵반가유상
몇 년 전에는 스리랑카에서 오셨다는 스님이 돌로 한창 탑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 돌탑을 지나다가 왼쪽으로 가는 짧은 길을 지나면 거대한 청동미륵반가사유상이 마치 어떤 기원이라도 다 들어 줄 것 같은 인자한 미소로 맞아준다.
그 옆에는 장육존상 오존불이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병풍삼아 모셔져 있는데 이곳이 대웅전인 셈이다. 오존불 앞 빈터의 넓이로 보아 몇 년이 더 지나면 상당한 규모의 대웅전 건물이 들어설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오존불 옆에는 범종각이 단아하게 서 있다. 범종각에는 제24회 서울올림픽 때 타종하였던 '통일의종'이 황금색 빛을 발한다.
▲ 장육존상 오존불과 범종각. 오존불 앞 빈터의 넓이로 보아 상당한 규모의 대웅전이 들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 와불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는 돌탑들. 지리산 자락의 삼성궁을 연상케 한다.
와불전으로 올라가는 길이 몇 년 전과는 달리 아치형 등나무(?) 터널에서 돌계단으로 바뀌었고, 길목에서 대각전으로 올려다보면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삼성궁을 연상케 하는 돌탑들이 대각전과 묘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또한 와불전으로 가는 길과 대각전으로 조그마한 오르막길들이 서로 잘 연결되어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며 산책하기에는 딱 알맞다.
▲ 좌불. 뒤에 대각전이 보인다.
대각전을 오르다보면 중간쯤에 돌탑 위에 올라앉은 좌불이 눈에 띄고 그 바로 위에 감로수가 있어 목이 마른 이들은 목을 축일 수 있게 해 놓았다. 외국, 특히 스리랑카에서 스님들이 많이 오고간다는데, 스님들이 부지런히 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풀을 뽑아 경내가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 좌불 위쪽에 마련한 약수터, 감로수.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어느새 등에 땀이 흐르고, 긴 거리는 아니지만 다소 가파른 언덕 덕분에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전통사찰에서 느끼는 고즈넉함과 늘 보아왔던 정돈된 가람배치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없지만, 조용하고 이국적 특색이 있어 볼거리로서도 산책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 대각전. 안에 부처의 고행상이 있으며, 기둥 모양이 코끼리 다리 모양이고, 황동 코끼리 상이 있다.
절 전체를 보면 아직 여백이 많다. 서두에서 가끔씩 들를 때마다 한두 가지씩 변하거나 새로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많은 여백이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질 것인가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끔씩 들러보아 느껴 보는 것도 또 다른 맛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