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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45

내글[影舞] |2005.08.17 12:14
조회 369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45   - 내글[影舞]

 

 

“장주님, 일가의 안위만 확인된다면 곧바로 이곳을 다시 찾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의 뜻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햐, 기막힌 말솜씨… 이런 걸 두고 일취월장이라고….’

“후우, 정히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네! 그래 언제 떠날 건가?”

“이왕 결심한 일이니 당장 떠날까 합니다.”

“허, 그렇게 급할 이유가 뭔지 알고 싶구먼?”

유벽은 정민의 태도를 보아하니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어떻게 하던 시간을 끌어 화령의 공개구혼을 발표하는 날까지는 붙잡아두고 싶었기 때문에 그럴듯한 핑계 거리를 찾아야했다.

“고려는 지금 요나라의 침략과 여진족의 준동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고등학교 때 국사를 공부를 열심히 한 관계로 이시대의 영웅 강감찬 장군의 역적을 잘 알지, 헤헤!) 게다가 저의 일가가 있는 곳은 장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특히나 더 위험합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가봐야 할 것이라서, 저의 처지를 이해해 주십시오!”

‘에고, 혹 떼려다 더 붙인 꼴이 되는군!’

‘후후, 이젠 더 이상 날 잡을 명분은 없겠지!’

유벽의 얼굴에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더 이상 정민을 잡을 핑계거리를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우서진을 불러들였고, 정민을 위한 행장을 준비 할 것을 지시했다. 정민을 위해 길잡이 하인이 딸린 마차와 있지도 않는 정민의 본가에 전할 약간의 선물용 재물이 준비 되었다. 그냥 몸만 떠나려했지만 유벽이 성의 표시를 너무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일장 연설을 듣고 마지못해 재물이야 나중에 불우 이웃돕기에 쓰면 될 일이라 기특한 생각을 하고 받아 들었다.

“방 사범님! 그 동안 신세가 많았습니다. 이 부채도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참, 이것은 몇 가지 검에 대한 것을 적은 것입니다. 곁에 두고 보신다면 작은 도움이나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민은 품에서 비단으로 엮은 얇은 책을 꺼내 방중선에게 주었다. 방중선은 별 기대를 않고 책을 받아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에고, 섭섭한 지고!) 품에 갈무리했다. 언제 연락이 닿았는지 주원까지 달려와 정민을 배웅했지만 끝내 화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괜히 서운한 걸! 짝퉁선녀의 배웅을 받고 싶었는데…. 정민아, 정신 차려라! 괜한 집착은 화를 부른…, 어, 이 기운은!’

한 시진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형주의 경계를 거의 벗어날 무렵 정민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화령에 대한 회상을 하다가 문득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급히 마차를 세우게 했다.

“공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음, 아무래도 자네들과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네!”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장주님께서 공자님을 요나라 국경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모시라는 분부를 받았는데요. 이대로 돌아가라시면 저희는 크게 경을 칠 것입니다요.”

마부는 정민의 갑작스런 말을 듣고 당황하여 극구 만류하고 나섰다.

“그건 걱정을 말게나.”

- 저 큰 상자 안에는 화령아가씨가 몸을 숨기고 있으니 돌아가서 장주님께 화령아가씨 핑계를 대면 될 것일세!

“네에, 화…, 흠!”

정민은 손을 들어 급하게 마부의 입을 막았다.

- 말소리가 너무 크군! 그냥 이대로 말을 돌려 유가장으로 돌아가도록 하게, 모른척하고 말이야. 유가장에 도착하거든 곧바로 저 상자를 장주님 앞에 가져가 열도록 하게나. 알겠지?

“예에!” 

정민은 간단한 행장을 꾸리고 마차에서 내렸고, 정민의 지시를 받은 마부를 말머리를 돌려 유가장을 향해 떠났다. 물론 화령이 숨어있는 상자를 쉽게 열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참,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다니…. 그냥 같이 다닐 걸 그랬나? 아냐, 지금의 결정은 잘한 일이야. 암, 잘한 일이고말고! 그런데 왜 이리 허전하지?’

정민은 흙먼지를 날리며 멀어지는 마차의 모습을 보며 가슴한구석이 뻥 뚫리는 묘한 기분에 사로 잡혀 한동안 멍하니 마차가 남기고간 흙먼지를 바라보았다.

‘어, 이건 또 뭐야? 그렇게 말을 험하게 몰면 사람 다친다.’

생각과 동시에 정민의 몸은 이미 관도를 벗어나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 두두두!

“비켜라!” 

‘어라, 헛것을 봤나?’

말을 달리던 무당파의 속가제자 서량은 방금까지 자신의 말과 부딪힐 뻔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자 황당했지만 상황이 급했기 때문에 내쳐 말을 달렸다. 그는 지금 곧 있을 중요한 회합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에 정민과의 첫 대면은 곧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생긴 건 꼭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말은 거칠게 모는군! 꼭 저런 놈은 색마 내지는 여자 밝힘 증이 있는 거로 설정되는데 혹시…! 에이 또 이상한 생각…. 그런 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라고, 소설!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 어떻게 한다.’

방금 지나간 자의 외모가 출중하였기 때문에 괜히 묘한 시기심으로 이리저리 씹어본 정민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아예 나무위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앉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유가장에서 출발한지 두 시간 정도 되었지, 이제 한 시간만 더 가면 그런대로 큰 마을이 있다고 했으니 우선 마을에 도착하면 말을 구해야겠다. 그리고 날도 저물고 하룻밤을 보낼 객잔이라는 곳도 잡아야 하겠군. 그리고…! 아니야, 우선 객잔을 잡은 후에 말을 알아보는 게 순서야. 그러고 나서 이시대의 풍속을 조금 익혀야겠지, 이곳에서 백두산은 먼 길이니까. 그나저나 머릿속에 있는 지명하고 지금 쓰는 지명하고 많이 다른데 어떻게 길을 잡아간다?’

막상 길잡이까지 유가장으로 돌려보내놓고 보니 제일 큰 문제는 지리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21세기의 중국 지도는 머릿속에 상세히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자세하게 들어 있었다. 중국 출장이 결정 되면서 들뜬 마음에 중국 지도를 펴놓고 본 것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간직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도상의 지명과 옛 지명은 상당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강 이름이나 산 이름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것이 다행이라 그것들을 지표 삼아 움직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좀 전까지 마차를 타고 달려온 여정을 떠올리고 여의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도에 그려진 것과 실재 지형들은 달랐다. 한 마디로 더럽게 넓은 땅 덩어리라 문제가 된 것이다. 쉬지 않고 밤낮으로 말을 달린다면 송, 요 국경까지는 열흘길이고, 다시 백두산 까지는 길이 험해서 나흘 길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다고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배의 시간을 계산하면 꼬박 한 달하고 보름이라는 긴 여행이 될 것 이었다.

‘말보다 내가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 일단 말은 포기하자. 그리고 그냥 동북방으로 가로 지르는 직선 길을 잡으면 늦어도 이십일이면 백두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그럼 길은 그렇게 하고, 소설책에서 읽어본 강호라는 곳이 과연 어떤지 맛보는 것도 좋겠지. 그래 그럼 말을 구해 며칠간은 관도를 따라 달려보도록 하자.’

생각이 정리되자 보퉁이를 챙겨 나무에서 내려서려다 멈칫했다.

‘피 냄새! 후, 드디어 한 건 하게 되는가? 너무 속보이는 전개 아니야…. 이거 꿈이 아닌가? 에고, 그렇다면, 짝퉁선녀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여간 고마운 상황…! 백두산에 가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정민은 오랜만에 인체내장음파탐지기- 아주 좋은 귀-의 성능을 시험해 보았다.

‘어라, 다 죽었나? 움직이는 사람이 없네!’

그가 앉아 있던 나무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적어도 여섯 명은 됨직한 사람들의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 십중팔구 다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이거야…! 그냥 무시할까, 아니면 가 봐야하나.’

시체를 보는 것이 꺼려졌다. 분명 칼부림이 났을 것이 분명하고 그런 시체는 보기 역겨울 것 같기에 망설여졌다. 교응방에서 철환대를 박살낼 때도 비록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자신이 해놓은 살풍경에 역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다 토할 뻔했다. 물론 멀리 떨어져 뒷모습을 지켜보던 방중선에게는 심각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구역질을 참기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 그냥 무시하자. 죽은 사람들이야 사연이 있겠지만 내가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면 역사도 바뀔 수 있는 문제다. 그러니 철저하게 관찰자로서 존재하는 인물이 되는 거야.’

자기 합리화도 이정도면 최고의 수준이었다. 맘속에서는 이렇게 결정을 내렸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만큼의 시간도 흘렀다. 고민을 하던 정민은 결국 강한 호기심에게 손을 들어 주었다.

‘제기랄, 이게다 남 참견하기 좋아하는 네 성격 탓이다. 정민아, 안 그러냐? 꿈이라 생각하고 해보자고.’

나무에서 사뿐히 땅에 내려선 정민은 속으로 계속 투덜거리며 시체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이나 돌아서려는 마음이 생겨나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결국 현장에 도착했다.

‘에고, 역시 이런 건 생리에 맞지 않아!’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죽어있는 자들은 모두 검은 옷에 복면을 쓰고 있었고, 모두 같은 수법으로 휘두른 칼에 맞아 죽은 걸로 보였다. 목은 목대로, 발과 다리는 몸과 분리되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였다. 정민은 너무 잔인한 수법으로 사람을 죽여 놓았기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이거 너무했군. 이정도의 실력이면 급소만 골라 공격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가진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잔인하게 토막 살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다가 간판만 내걸면 인육 부위별 판매 정육점이 될 정도로 부위별로 잘도 추려놓았군. 으응, 내가 왜이래, 심성까지 변해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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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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