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둥 vs 예삐옹
예삐옹 경계 주의보가 내려졌다.
왜냐...? 장가갈 나이가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총각 딱지를 떼지 못한 예삐옹이 욕구불만에 기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아무거나 다 지꺼라고 우기며 장가 보내 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나 깨나 예삐옹 조심’, ‘자는 예삐옹 다시보자’가 우리 부부의 구호가 될 정도로 예삐옹은 요즘 우리 부부에게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때는 아침...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파격적인 헤어와 풀린 눈으로 중무장을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나를 향해 예삐옹의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초롱초롱 눈망울, 뭔가 간절한 소망이 담긴듯한 애절한 발동작을 허공에 저어대며 자신의 집에서 탈출시켜 달라는 눈빛을 쏘아댄다.
화장실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허공을 쳐다보다 건너편 토끼장에 갇혀 있는 예삐옹과 눈이 마주친다.
허헉...
뭔지 모르지만, 뭔가 큰 죄를 진듯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반사적으로 토끼장문을 열고 예삐옹을 해방시켜 준 후 다시 잠을 청하려 한다.
승리감에 도취된 예삐옹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침대위로 쏜살같이 달려든다.
크...킁, 크...킁...
돼지 소리인지, 강아지 소리인지 도대체 알수 없는 소리를 내며 내 팔이나 다리중 그날 그날 땡기는 것을 골라든 예삐옹...
흡족해 하며 앙~ 하고 한입 덥썩 문다.
“꺅~”나의 비명소리와 함께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한편 우리의 곰둥(울남편)...
늘 그렇듯 부스스 잠이 깨면 아침밥 주기를 고대하며 마루에 뻗어있다.
좀 전에 예삐옹에게 당한 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마음을 진정 시키고자 옆에 눕는다.
밥 안주고 드러 눕는다고 약간 불만이 스친 표정이 역력하긴 하지만, 이럴땐 어쩔수 없이 쌩깐다.
나도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자리를 옮기자 예삐옹... 또 어슬렁 어슬렁 마루의 전기장판으로 걸어온다.
그러더니 턱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자꾸 나에게 추파를 던진다.
흘끔 흘끔 쳐다보고는 내가 정신이 몽롱한 것 같으니까 조금씩 조금씩 더 다가와 냄새도 킁킁 맡아댄다.
옆에 있던 곰둥 질투가 나는지 “예삐옹 이리와봐, 아빠한테 오렴~”이런다.
예삐옹 들었는지 말았는지 오직 관심은 나다.
“예삐옹 아빠야~ 아빠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모른단다....
내가 별로 저항을 하지 않자 영악한 이자슥 한단계 더 나간다.
착한 토끼인냥 팔과 손을 혀로 핥아준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토끼의 아량에 감동받은 나는 마냥 좋아서 헬렐레~ 하고 누워있다.
그러자 나의 마음을 녹인 예삐옹 누워있는 내 배위로 올라와 앉는다.
그러고는 순간 부동자세...
뭔가 불길하고 수상쩍은 낌새를 눈치 챈 곰둥과 내가 서로의 눈을 마주보자 때를 놓치지 않고 이 녀석 일사불란하게 행동 개시에 들어간다.
“꺅~~~”
“야 임마~”
곰둥과 내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왜냐고....???
예삐옹 녀석이 오줌을 뿌린 것이다.
순간 집안이 난리가 났다. 가까이 있던 벽에 예삐옹의 오줌이 좌르륵 흘러내리고 곰둥의 얼굴과 팔 다리, 내 팔 다리는 물론 장판 하며 쿠션하며 일순간 오줌 난리가 나버렸다.
그렇게 평화로운 아침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몽롱하게 늘어져 있던 우리부부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다.
어느 정도 수습을 마치자 화가 난 곰둥...
치밀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베란다고 피신한 예삐옹을 찾아내어 혼내기 시작한다.
“이봐봐... 이게 니가 한 짓이야”
“엄마랑 아빠랑 너를 그렇게 이뻐 하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니가 이러면 엄마랑 아빠랑 얼마나 힘들겠어?”
“또 그럴 거야 안 그럴야”
예삐옹 워낙 곰둥을 만만하게 보는지라 곰둥이 뭐라고 한들 반성하기는커녕 계속 딴청을 피우며 들은 척도 안한다.
예삐옹의 거만한 행동에 열받은 곰둥 예삐옹을 집에 가둬버리고는...
“얘 오늘부터 3일간 풀어 주지마”이런다.
나도 피해자인데 살벌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예삐옹의 감금에 동의한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자 아침의 일이 마음에 걸린 곰둥 토끼가 왜 오줌을 뿌리는지... 막을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라고 한다.
여기 저기 토끼 사이트를 찾아 전화를 걸어보니 토끼의 그런 행동은 자연 스러운 거고 암토끼를 맻어 주어야만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거나...
순간 암울해진다. 토끼는 한달에 한번씩 새끼를 낳기에 암토를 같이 키우자니 순식간에 토끼 농잘이 될것이 뻔하고 중성화 시켜주자니 이것도 할 짓은 아닌 것 같기에 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돈벌어서 농장에 가끔 데려가 예삐옹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자고 합의롤 보았다.
잠시 후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 한분이 들어 온다.
“나이 먹은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젊은 사람이네~”
약간은 삐딱하고 도전적인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여자네~”
그래서... 여자라서 뭐....??? (열받음)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성함은요?”
생년월일을 불러준 아저씨 이름을 알려주며 한문으로 쓰란다. 그것도 입가에 알수 없는 웃음을 머금고...
이 아저씨 내가 나이도 어려 보이고 여자라 만만하게 보고는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름을 한문으로 쓰던 한글로 쓰던 자기가 무슨 상관인지 이 아저씨 초지일과 나에게 이름을 한문을 쓸 것을 요구한다.
“한글로 써도 되거든요.”(사실 나... 한문에 약하다.)
하고는 사주를 풀어보니 아뿔싸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인유단명이라고 호랑이와 닭이 사주내에 붙어 있는 사주로 성깔이 장난이 아니겠다.
“되는 일이 없어서 그간 살아오시면서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셨겠어요.”
이렇게 입을 떼고 사주를 설명해 주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 아저씨 감동받은 듯 하다.(ㅋㅋㅋ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그러고는 자기 아들 사주와 딸의 사주도 봐 달라고 한다.
상담을 마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아저씨 무척 싹싹하게 태도가 바뀌며 다음에 또 오겠단다.
‘휴~ ’사실 이 아저씨의 도전 정신에 무척 긴장했었는데 만족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
그나저나 자유로운 영혼 예삐옹이 3일간의 감금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걱정된다.
‘예삐옹아! 힘내야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