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생긴 일 2
갤러리 그림의 절정 클림트의 ‘키쓰’를 아찔하니 본 순간이어서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림을 본 짜릿한 순간이 그를 처음 본 순간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리아에게 환각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환각이 탁하니 꺼진 순간에도 그는 정말 멋졌다.
왜냐하면, 그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겐 그가 가진 섹시한 음성보다도 더욱 신선하고 섹시한 마스크와 함께 사람을 단박에 사로잡는 에너지가 있었다.
“ 누구세요?”
리아는 설레임의 직감에 그를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 나요? 데니스강.”
리아에게 커다랗게 그림을 가리키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데니스강이라고 답했다. Oh, My God!
“ 슈퍼코리언!”
생각지도 못한 그의 대답에 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슈퍼코리언이라고 팔랑 외쳤다.
“ 쉿! ”
자신을 데니스라고 말한 남자는 재빨리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리아의 입을 막았다.
데니스강은 닉네임 슈퍼코리언으로 킥복서 출신의 현대미술가다. 리아는 데니스강을 직접 만날 줄은 몰랐고 이렇게 직접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리아가 외친 슈퍼코리언이란 외침에 주변의 리아 또래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웅성웅성했고, 리아는 생긋 주변을 휙 돌아보며 데니스란 남자에게 속삭였다.
“ 미안해요. 멋진 그림을 그리시잖아요?”
“ 네! 얼마 전까지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리아는 흐응 웃었다.
리아가 아는 지 모르지만 데니스란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에 키쓰가 숨어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키쓰를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입술을 가진 그녀는 그녀의 포도알같이 둥글고 맑게 빛나는 눈동자에서 더욱 그랬다.
“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난 아동학을 전공했는데요, 유치원교사가 되지는 않았어요.
졸업하고 나서야 내가 얘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안 해요.
그건 함께 사는 남자친구도 마찬가지고요.”
“ 함께 사는 남자친구?”
“ 네!”
함께 사는 남자친구란 말에 데니스란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리아에게 반문, 리아는 그의 반문에 키쓰가 담긴 웃음을 더욱 흩날렸다.
“ 함께 사는데 동거는 아니고 그냥 룸메이트에요.
걔도 나처럼 졸업하고 아무것도 안 해요.”
데니스도 함께 웃었다.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었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말이다. 데니스도 한때 킥복싱을 했었지만, 킥복싱을 계속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데니스를 몸좋고 얼굴 좋은 인간병기와 같은 존재로 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킥복싱을 그만 둔 다음엔 그림을 그렸고 그의 데뷰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큼 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은 완전 번아웃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비가 오네요?”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니스와 함께 리아는 백화점 갤러리를 빠녀 나왔다. 갤러리를 빠져 나온 입구는 대리석 기둥을 한 유리포트에 이르렀고 유리포트의 입구 밖으로는 빗방울이 톡톡 떨어졌다.
“ 아쉬워!”
리아는 빗방울을 향하듯 발까지 통통거려가며 데니스를 올려다 보았다.
“ 잘가요.”
데니스도 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그는 여운만 남긴 채 후다닥 백화점 입구를 튀어나갔다.
도로엔 마치 우산가계처럼 노랑 빨강 연두 우산들이 더욱 커다래진 빗방울을 튕기며 저마다 뿅뿅 걸어갔다. 그래서인지 비가 오는 세상은 리아에게 색깔 있는 물빛 느낌이었다.
색깔 있는 우산들은 물빛과 함께 누군가와 백화점 입구로도 속속 들어와 백화점 입구에 설치된 비닐커버를 하나씩 입었다.
‘ 하지만, 내가 쓸 우산은 없네!’
리아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은 정말이었다. 아름다운 물빛 세상에 리아가 쓸 우산은 진짜 없었다.
우두둑 빗방울속에 온통 세상이 색색가지 우산으로 가득차있데 말이다.
근데? 그때였다.
리아가 갑작스런 우산이 없어 징징 거릴때였다.
리아를 향해 푸다닥하니 하늘에서레인코트가 떨어졌다.
(E) “ 입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