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여 1동
두 팔 벌어진 골목길
소똥 뭉치는 내가 아는 작은 동산
그 징검동산을 밟고 울던 여자애
따스한 햇살
햇살이 은은해질 때 유난히 반짝이던 코 묻은 소매
플라스틱 바가지 한손에 들고
동네 애들은 앞산으로 뛰어간다.
해가 떨어지며 산불을 지를 때
산에 오른 애들은 입가에 머루자국을 남긴 채 내려온다.
손에 든 바가지엔 만개가 가득히 담겨 있고
수세미 넝쿨이 돌담벽을 감춰버린 이층 양옥집
볼탱이 심술이 늘어진 누렁개가 갑자기 짖어대면
손에든 바가지도 떨어버리고 아이들은 뛰기 시작한다.
전봇대기 큰 갓 쓴 동그랑 전구가 대문 앞을 내려보면
아버지께서 고릿한 양말을 신고 방으로 들어오신다.
그 아버지의 땀 냄새가 방안에 고일 때
어머니의 궁실궁실 바가지 찾는 소리가 부엌에서 들린다.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그때가 떠오른다.
하얀 뱃살이 빠져나온 만개는 땅에 흩어졌고
그 길을 놀란 눈으로 헤매며 바가지 찾던 아이
어머니랑 아주머니들이 마당 평상위에 앉아
남편 흉보며 가죽피던 그 모습이
그 동네만 생각하면 아득 아득 무언가 멀어져 가는데
그 무언가 때문에 눈물이 흐릅니다.
나뭇잎 말아, 가는 실에 매달린 벌레가 징그럽기만 했는데
자전거 뒤에 간장 실고 민방위 모자 쓴 그
간장 아저씨가 왜 그렇게 보고 싶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