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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ㅡMy dearest girl, Nina.

투덜이 |2005.09.04 16:05
조회 290 |추천 0

“아테네 오게 되면 꼬옥 전화 해.  그럼 내가 호텔도 예약 해 주고 관광도 다~ 시켜 주께” 요렇게

이쁜 소리를 남긴 친구가 하나 있으니, 자그마한 체구에 아이 같은 해맑은 얼굴의 24살짜리 어여쁜

처녀 니나 되신다.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해외 여행을 하면 나이와 상관

없이 세대를 초월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통성명 이후 나이부터 묻고

서열을 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한국인들 끼리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된다는 건 불가능 하지 않나

생각함...)

 

니나를 우찌 만나게 됐는가 하면…  터키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싱가폴 공항에 내렸는데, 갈아 탈

비행기는 10시간 뒤 출발이고, 싱가폴 공항이야 내가 살던 동네보다 더 훤하니… 공항 구경할 일도

없고, 내가 매인 몸 일 때는 이런 때 늘 공항 한구석에 짱 박혀 노트북 연결해 놓고 하루 종일 일을

하곤 했지만, 그때는 자유의 몸이라 공항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생각 해 보니 싱가폴 관광해 본

지도 어언 10년도 더 된 거 같아 무료 시티투어를 함 따라 나섰다.

 

이 무료 시내 관광은 경유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공항에서만 시간을 보내지 말고 싱가폴

시내로 들어와 쇼핑도 하고 관광도 하게끔 싱가폴 관광청에서 만든 광고용 미끼 관광인 셈인데,

솔직히 중국이나 태국, 스리랑카나 베트남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더 인기가 좋아

보였다. 

 

암튼, 투어 시간에 맞춰 여러 인종이 뒤섞여 투어 버스를 탔는데, 잘 되야 고등학교 갓 졸업한 것

처럼 보이는 어린 아가씨가 내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영어를 하는 투가 어째 일본애들

냄새가 나긴 하는데, 생긴 건 일본애 스럽진 않고, 보기보다 붙침성 상당히 부족한 투덜이, 말 없이

혼자 사진을 찍고 다니는데, 그 아가씨가 내게 오더니 자기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한다. 

 

“당근, 찍어줄 수 있지. 근데 넌 여기 첨이니 ?” 하고 물으니 싱가폴은 첨이란다. 내 사진도 찍어

주겠다고 하는데, 나야 원래 사진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 주의니까… 정중히 거절하고 그 아가씨가

내게 사진 몇 장을 더 부탁 한 인연으로 시티 투어 내내 우리는 좋은 짝이 되었는데, 그 아가씨가

바로 상해에 사시는 부모님을 만나 뵙고 아테네로 돌아가던 길인 중국인 처녀 니나다.

 

니나는 상해 근처에서 태어나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에 스위스에서 그 비싼 기숙 호텔 학교를 다녔

다고 한다.  하지만 이노무 호텔리어란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는지, 아님 공주님으로 자라서 남

시중드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 했는지, 암튼, 니나는 학교를 마치고 호텔에서 경력을 쌓는 것을

포기하고 당시 외국인 이주민을 가장 많이 받아 들였던 그리스로 와 아테네에서 중국 물품 수입

도매상을 시작 했단다.(물론 아버지 돈으로... ㅋ.ㅋ.ㅋ..,)

 

난 첨에 어린 아가씨가 무슨 재주로 자기 가게를 아테네에 가지고 있을까, 아마 가게에 일하는 아가씨

겠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고 정말 이 아가씨가 도매상 사장님이 맞았다.  게다가 우연찮게도 니나의

아버지는 나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 이셨다. (물론 나야 월급쟁이고 니나 아버지는 싸장님이시지만...)

 

니나의 아버지는 니나를 빨랑 중국으로 끌고 와 결혼도 시키고 아빠 사업도 물려 받게 하고 싶어

하시지만, 유럽에서 혼자 오래 떨어져 살던 니나는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아버지

사업을 물려 받는 것도 내켜 하지 않았다. 

 

난 좀 이기적인 이유로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릴 때야 내가 옳다고 생각

하면 서슴없이 충고를 해 주곤 하는 편이었지만, 나이를 좀 먹고 나니, 어짜피 잘 되도 좋은 소리 들을

일 없고, 되려 잘못되면 원망이나 들을 그런 충고를 내가 너무 겁 없이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니나는 자기보다 열 몇 살이 더 많은 내가 아직도 싱글이며 팔자 좋게 유람 다니며 여유

있게 사는 사람인 줄 알고, 내가 사는 방식이 니나 맘에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자기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 놨다.

 

24살, 나도 그 나이에 결혼 같은거 생각 하기도 싫었으니 니나 마음 이해한다.  게다가 잘 모르는

사람과 중매결혼, 내키지 않는 거 넘 이해한다.  니나는 당분간 이렇게 유럽에서 살다가 중국이 좀

더 살만 해 지면 중국으로 돌아 갈 까 생각 하는 거 같아, 유럽에서 계속 살 생각이 아니라 언젠가는

중국에 돌아가 일을 할 생각이면 하루라도 빨리 짐 싸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거라고 조심

스럽게 얘기를 해 주며, 아버지 하시는 사업이 향후 십 년 정도는 중국에서 비젼이 있으므로 늦기

전에 빨리 일 배워서 기반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더니 니나는 내 조언을 인생 선배의

좋은 얘기로 받아들였고, 내가 아마 그리스도 여행 할 거 같다고 하니, 아테네에 오면 꼭 연락 하라며

핸드폰 번호와 가게 번화번호를 남기고, 난 이스탄불로, 니나는 아테네로 각자 갈 길을 떠났다.

(우연찮게 우리 비행기는 30분인가 1시간 차이로 엇 비슷하게 출발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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