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후, 역시 네놈들의 속내는 음흉하기 짝이 없구나. 네놈들의 생각을 이미 읽었기에 떠본 것이었는데, 바로 속내를 드러내는 구나. 자 이제 네놈이 한말에 책임을 져라!”
항복을 입에 담는 자가 자신이 들고 있던 무기를 그대로 들고 있다는 것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소리다. 산동칠패는 처음부터 항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이 상대의 무력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방심하고 있다가 첫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기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짓 항복을 하여 후일을 도모하려 했던 것이다.
“안되겠다. 모두 쳐라!”
“후후, 이제 너희는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산동칠패는 곧바로 방중선을 향해 출수를 하였다. 비록 두 사람이 빠지긴 했지만 그들의 연수 합격은 아직도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검에 관한한 새로운 경지에 오른 최강의 고수였다. 이미 방중선은 정민이 준 검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특히 처음 산동칠패와의 대결을 통해서 검법의 검로와 운기법을 완벽하게 다질 수 있었고, 이어지는 싸움에서는 근 오십여 명에 이를 적을 상대하면서 운용의 묘까지 터득한 상태였다.
방중선과 산동칠패의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그동안 오늘의 산동칠패를 있게 한 쇠줄달린 낫들은 쇠줄이 도막나 무기로써 그 가치를 잃었다. 그리고 산동칠패의 남은 다섯은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방중선이 휘두른 검 아래 고혼이 되고 말았다. 남은 산동칠패의 둘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잔당들은 방중선과 산동칠패가 싸움을 시작하자 곧바로 도망을 쳤다.
이로서 유가장을 어떻게 해보려던 세력은 완전히 사라졌고, 유가장은 이제 회하 일대의 상권뿐만 아니라 귀주와 호남 일부까지 아우르는 대륙중심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명문 세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벽은 방중선과 의논하여 호위무사들을 새로이 정비하고 주변의 군소세력들을 흡수 통합하고 그들을 앞세워 다시는 유가장의 위치를 흔들 수 있는 세력들이 형주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손을 썼다. 그리고 화령과 명인을 천부무관에 들어가게 하여 더 이상 유가장이 무림맹의 요구에 끽소리도 못하고 따르는 나약한 곳이 아님을 보여 주기로 했다.
그 후로 정민이 유가장을 떠난 지 석 달이 흐른 지금, 화령은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정민을 회상하고 있었다.
‘정 공자님, 저 이제 천부무관에 들어가는 무술대회에 출전해요. 명인이도 같이 하기로 했어요. 공자님만 돌아오시면 곧바로 약혼을 하도록 하겠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있었고요. 그런데 금방 오신다던 분이 왜 이리도 오래 걸리는 거지요? 신상에 나쁜 일을 당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해요. 방사법님께서 공자님의 털끝하나라도 다치게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주체할 수가 없군요!’
화령의 무공은 이미 빙옥수를 육성의 경지까지 도달해 있었고, 이제 빙옥수로 보호되는 화령의 손을 벨 수 있는 무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발출되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도 푸른빛이 옅어져 이제는 흰 빛에 가깝게 변했다. 하명인의 무공도 화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화염강을 오성까지 익혔기 때문에 처음 불 몽둥이만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서 화살과 비도에 비견 될 수 있는 화염강을 쏘아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진령의 성취는 더디기만 했다. 워낙 늦은 나이에 시작된 무공입문에다가 겉멋이 들어 기본기 보단 멋있고 현란한 검로만을 익히려 들었기 때문에 늘 방중선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법을 방중선이 익혔던 것을 익히지 않고 화령과 명인이 익히고 있는 정민이 알려준 심법을 익혔기 때문에 검법에 적힌 초식에 빠른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원이 내공 증진에 좋다는 영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진령의 몸에도 근 이십년에 달하는 내공을 지니게 되었다. 때문에 일류고수는 못되더라도 강호 무림의 거대문파의 이대제자 수준은 될 거라는 방중선의 평가를 받았다.
“하하하, 우리 큰 공주님께서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어머, 아버지!”
화령은 나무위에서 사뿐히 몸을 날려 위벽의 앞에 내려섰다.
‘호, 내 딸이지만 선녀가 하강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러다가 딸 자랑만하는 팔불출이란 소리나 듣겠다, 후후후!’
위벽은 화령의 신법과 경공을 보고 감탄했다. 가끔 무림맹을 방문했을 때 감탄을 하며 보았던 그 어떤 신법이나 경공술 보다 우아하고 깔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오늘은 어떠했느냐?”
“네, 이젠 천부무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은 넘긴 것 같아요!”
유벽은 화령의 자신에 찬 목소리에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다시 생각을 해보니 지난 몇 달 동안에 일어난 일들이 새삼스럽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허허, 네가 몇 달 새 많이 변했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 구나.”
“참, 아버지도!”
화령은 비록 아버지였지만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는 유벽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래, 나는 네가 참으로 자랑스럽다. 우리가문이 예전의 위용을 되찾아 가는데 네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구나. 게다가 무림맹의 강짜도 이젠 거절할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네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었다.”
“참, 아버지도…! 제가 뭘 했다고요.”
거듭되는 유벽의 칭찬에 결국 부끄러워진 화령의 고개가 숙여졌다.
“확실한 기둥을 들고 들어 왔지 않았느냐, 하하하!”
“…!”
화령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어 땅만 발로 비벼대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빨리 이 시간이 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민을 완전히 자신의 짝으로 인정하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속마음은 한없이 좋았다.
“이젠 우리 유가장도 옛 조상들의 얼굴이 부끄럽지 않은 명문 세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구나. 이 아버지는 지금 무척 기쁘단다, 이 모든 것이 너로 인해 이루어 졌으니 말이다.”
“참, 아버지도!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녁놀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서있는 두 부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아 보였다. 평화스런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아이가 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월아가 연무장을 향해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화령의 귀에 들려왔다. 화령의 청력도 내공이 높아지면서 꽤나 멀리까지 들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 아가씨! 오, 오셨어요!”
“오시다니, 누가 왔느냐?”
“아, 주, 주인나리!”
“월아야, 웬 호들갑이냐?”
“아, 아가씨! 그, 그분이 오셨다고요!”
화령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순간부터 그녀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 공자님이 오신거야?”
“네, 맞아요! 정 공자님이 돌아 오셨어요!”
“뭐라, 정 공자가 돌아 왔다고!”
“어디 계시냐?”
“지금, 막 객청에…!”
월아의 말도 끝나기도 전에 이미 화령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후우, 왠지 허전해 지는 걸!’
객청이 있는 쪽으로 사라지는 화령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유벽의 마음 한구석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서운함이 차올랐다. 유벽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땅거미가 짙어지며 날이 점점 어두워 졌다.
다시 유가장으로
‘오, 나의 짝퉁선녀! 잘 지내고 있었소?’
정민은 막 개청에 오르려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공성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새처럼 허공을 날아오고 있는 화령의 모습을 발견하자 입이 절로 벌려졌다.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하강하듯 자신을 향해 내려서는 모습에 넋을 놓아버렸다.
“어!”
‘왜 그래요 짝퉁선녀님!’
- 퍽!
“으윽!”
- 우당탕, 쿵!
정민은 다짜고짜 아랫배를 파고드는 화령의 작은 주먹을 보고 놀랐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장된 동작으로 튀어 올라 객청 바닥을 굴러 큰 대자로 누어버렸다, 될 수 있으면 더 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머, 공자님! 어떻게, 어떻게 해….”
- 아가씨의 공력은 거의 이백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그 공력을 씀에 있어서 조심하셔야합니다. 내공이 실린 아가씨의 공격은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고 해도 상대에겐 치명적인 것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작은 조약돌도 연못의 개구리에게는 목숨을 걸린 무서운 재앙이라는 것을.
순간 화령은 당황했다. 방중선의 말이 귀를 쟁쟁하게 울리며 들려왔다. 급히 큰 대자로 뻗어 죽은 듯 꿈쩍 않고 있는 정민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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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 70회 이후로는 아래에서만 연재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