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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9화> 겁나게 패는 법

바다의기억 |2005.09.26 10:15
조회 11,102 |추천 0

안녕하세요 오늘도 상쾌한 한주의 시작입니다. (젠장)

 

모두들 주말동안 푹 쉬셨죠? (부족해 부족해)

 

그럼 오늘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해BOA요. (.....주말 언제 오나?)

 

 

============================= 암담한 월요일입니다 ===========================

 

 

기억 

- 연극부에서.... 액션 조교가 필요하데.


아마 회계가 밥 정돈 사줄 거야.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김씨 - 글쎄, 이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허씨 - 쉽게 말하면 게장은 손맛. 뭐 그런 거지.



나의 세 마디에 걸친 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


재주 좋게 사람을 구슬리는 일과는


완전 담을 쌓은 채 살고 있던 난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20평생 살면서 물건값도 제대로 깎아본 적 없으니....



역시 적당한 유인책이나 그런 게 필요한 건가?


연극부 연습실 캐비넷 이용권?


연극 공연 티켓?


....... 어느 쪽이건 내 권한 밖이니


연출이나 회계와 상의를 해 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럼 우선을 보류를 해 놓고...



민아 - 응? 셋이 뭐하고 있었어?


김군 - 어라? 공주님 오셨네.


민아 - 너어~!!



동대문 사건으로 인해


=공주님= 이라는 호칭에 극도로 민감해진 그녀는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손을 번쩍 들어보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곤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기억

- ....연출이 액션지도를 해줄만한 사람을 찾기에


김씨랑 허씨한테 한 번 말해보고 있었어.



민아 - 그래? 그래서 하기로 한 거야?


기억

- 아니, 게장은 손맛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거절한 상태야.



민아 - 아... 그래? 아쉽네.



연극부의 히로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녀는 평소에도 표정이 굉장히 풍부한 편이다.


가벼운 어조로 ‘아쉽네’ 라고 말하는 이 순간에도


표정엔 말로 할 수 없는 서운함과


깊은 체념의 그림자가 드리우다 못해


아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는


김씨와 허씨의 마음이 편할 리 만무했다.


멈칫멈칫 무슨 말을 할지 망설이던 두 녀석은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며 날 타박했다.



김씨 - 우리가 언제 인마! 그냥 생각 좀 해본다고 했지.


허씨

- 맞아! 뭐가 이미 거절한 상태야?


그냥 뭐야 그, 응?


스케쥴이랑까 그런 것 좀 체크해 보고


그리고 나서 확답을 주려고 했던 거야~.


난 괜찮은데, 김씨 넌 어때?



김씨 - 허씨가 가는 길, 나도 함께 가야지.


허씨 - 김씨!


김씨 - 허씨! 크로스!!



괜한 오버액션까지 하며


수락의 뜻을 표하는 두 녀석.



여자에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공대생이라.



민아 - 어머, 그랬어? 난 또~.



너무나 맑게, 깨끗하게, 자신 있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차마 나중에 말을 바꿀 생각조차 못하게 할 만큼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


만약 이 행동이 계산된 것이라면


그녀는 공대생의 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민아의 서운한 표정 한 번에 KO당해


연극부 연습실로 얌전히 끌려온 두 녀석.


연습실에선 마네킹을 상대로 한


박군일당의 공격연습이 한창이었다.



박군 - 이런 애새끼!


어깨 - 십 원에 한 대씩 맞아도 모자랄 자식!


덩치 - 확 뱃살로 뭉개버릴라!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연기에 임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김씨와 허씨의 표정은 ‘영 아니올시다.’ 였다.



김씨

- 휘두르는 궤도가 저게 아니지...


약간 더 원을 그리듯이 ‘벤다’는 느낌으로


예리하게 내려쳐야지.



허씨

- 그보다 우선 체중을 싣지 못하고 있어.


이 체중이동이 빠릿빠릿하게 돼야 모션이 나오는데...



항상 =뭔가 부족해= 라고 절규하던 연출과 달리


김씨와 허씨는 박군일당에게 필요한 부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김씨 - 저기 가운데 있는 놈은.... 60정도?


허씨 - 덩치 큰 놈은 75는 되겠는데.


김씨 - 뚱뚱한 녀석은 50밖에 안 되겠어.



...... 뭐냐 그건.



잠시 후,


연출의 소개를 받으며 연극부 앞에 서게 된 두 사람.



연출

- 이번에 우리 연극부의 액션 고문으로


임시 활동하게 된 김씨와 허씨입니다.


모두 열심히 배워서, 리얼한 연극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합시다.



다부진 인상에


딱 봐도 =운동 좀 했구나= 싶은 체격의 두 사람을 보고


박군일당 사이엔 은근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씨

- 안녕하세요, 김씨입니다.


얼마전까지 합기도를 좀 했고요


지금은 검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허씨

- 예... 전 허씨라고 합니다.


예전엔 태권도 격파 시범을 했고


최근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동 중입니다.


단수는 김씨보다 좀 많습니다.



김씨 - 뭐, 그래도 세긴 제가 더 셉니다.


허씨 - ..... 뒤질래?


김씨 - .....



아무 말 없이 싱글싱글 웃으며


슬쩍 뒷짐 진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꺼내


빙빙 돌려 보이는 김씨.


허씨는 섣불리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죽일듯한 기세로 김씨를 노려봤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금방 이렇게 으르릉 거리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둘이 친구사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둘이 서로 베스트라는데.



기억 - 아니...친구끼리 왜....


김씨&허씨 - 누가 친구래!



.....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아무튼, 그렇게 김씨와 허씨의 액션 강좌는 시작되었다.


박군일당을 나란히 앉혀놓은 김씨와 허씨는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 뒤


진지한 자세로 교육에 임했다.



김씨

- 우선 치는 자세에 관해서 말을 하지면...


너흰 너무 팔로만 치고 있어.


때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휘두르는 게 목적인 것처럼,


그냥 야야야야 하고 냅다 흔들기만 하는 거야.


한 대를 쳐도 확실히 보낼 수 있게


딛는 다리에서 출발해서 허리를 지나


어깨, 팔까지 이어지는 가속,


그리고 마지막 손목 스냅으로 베듯이 내려치는 스윙이 중요하지.



허씨

- 그리고 표정이나 억양도 너무 딱딱해.


정말 불같이 화가 난 표정으로


열 받아서 치는 것처럼 보여야


맞는 사람도 무섭단 말이야.


말을 해도 악센트를 빡빡 줘서


된소리를 섞어가며 해야 리얼하다고.



김씨

- 예를 들어서, 이 애새끼 같은 경우에


개 하고 애 하고 약간 섞인 발음에


새 부분에 악센트를 주면서


이 ㄱ애새끼~!!


이렇게 하면 욕은 아닌 것 같지만 무지 험하게 들리지.



허씨

- 십 원에 한 대씩도 마찬가지야.


십이 아니라 ㅅ십, 약간 된 소리.


이런 오이씨를 발라먹을 쌍큼한 쌔끼!


이게 욕설로 들리는 것도 된소리의 영향이라고.



일단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들리는 두 녀석의 설명.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박군일당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박군 - 이 ㄱ애새끼~ 이 ㄱ애새끼~ 오케이.



listen and repeat에 필기를 병행해가며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는 박군일당.



김씨

- 특히, 이 내려치기 직전에


눈을 부릅! 뜨면서 눈으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으아아아아~! 받아라 삼절필살기다!’ 라는 느낌으로.


가슴을 이용한 호흡도 폼을 크게 보이게 하지.


‘으워, 으워, 으워어~!!’ 이렇게 숨을 쉬는 거야.


최대한 거칠게, 토하듯이,


몸 안에서 분노의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으로,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으워어어~!!!



자신의 설명에 따라 마네킹을 내려치는 김씨의 눈빛은


=이 새끼 약 했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섬뜩했다.



김씨 - 후우...후우.... 자, 알겠지?



한참동안 마네킹을 학대하던 김씨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옷자락을 펄럭였다.



김씨 - 그럼 이제부터, 각자 실습해 보도록 합시다.



그렇게 박군 일당에게 바톤을 넘기고


근처에 있는 의자로 가서 숨을 돌리던 김씨는


아무래도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는지


각목으로 자기 어깨 쪽을 툭툭 두드려 보았다.



김씨 - 이거 이렇게 쳐도 안전한 거 맞나?



신나게 패는 법을 설명하고 나서야


맞을 사람이 걱정되었는지


각목을 손으로 만져보며 강도를 가늠해보는 김씨.


허씨도 이내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웅크린 어깨에 힘을 주었다.



허씨 - .... 야, 한 번 살짝 쳐 봐.



허씨의 도전에 김씨는 별 거리낌 없이


두 세 번 정도 시험 스윙을 해보곤


허씨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뻐억.’



허씨 - ....흠.... 세게 쳐도 괜찮을 것 같은데?


김씨 - 그래? 좀 세게 쳐볼까?



왠지 사람만 바뀌고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듯한 분위기.


데자부 현상은 이런 경험에서 오는 걸까?



‘뻐어어어억!!’


김씨 - .... 오케이?


허씨 - 뭐 좀 뜨끔하긴 한데, 괜찮을 것 같다.


김씨 - 그래? 너도 한 번 쳐봐.



자신이 풀스윙한 각목에 맞고도


‘좀 뜨끔할 뿐’ 이라는 허씨의 말이


실감이 가지 않았는지


김씨는 자신이 들고 있던 각목을 허씨에게 건네주었다.


김씨가 잡고 있던 부분 맞은편을 받아들고


바로 스윙 준비에 들어가는 허씨.



김씨는 어깨를 내밀며 충격에 대비했지만


그의 어깨를 향하다가 도중에 궤도를 바꿔


머리 쪽으로 예리하게 뻗어가는 허씨의 각목.


그 모든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순간순간 눈앞에 번뜩였다.



기억 - 안 돼!



‘따아아악!!’



내가 미쳐 그들을 말리기도 전에


김씨는 뜨거운 땀방울을 공중에 흩날리며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따악!’ 하는 소리에 놀라 허씨 쪽을 돌아본 사람들은


덜컥 내려앉듯 무너지는 김씨의 모습을 보곤


일순간 숨을 멈췄다.



허씨 - ...... 응?



현재 피해자 두 명.


액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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