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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천하 - 8. 묻어두고 싶은 비밀

아랑 |2005.09.28 01:12
조회 1,023 |추천 0

**** 당당천하 ****

 

 

 

8. 묻어두고 싶은 비밀.

 

 


대한은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그녀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아이들 가르치는 건 선수인 그가 왜 그녀를 다루는 건 이처럼 서툰 건지 그렇다고 연애경험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닌데 그녀만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성급함이 모든 일을 망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원망하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위해 수화기들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규식은 오토바이에서 힘겹게 내려서며, 그녀가 조금 전 내려선 택시를 바라보았다. 그의 등 뒤로 미주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오빠, 저 아줌마 저대로 그냥 놔둘 거야?”

“.........”

“어? 그냥 둘 거냐고! 규식오빠 바보처럼 굴지 말고, 말 좀 해봐!”

“시끄러!”

 

규식은 평소보다 더 냉담한 목소리로 미주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두 사람이 서있는 곳으로  그녀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모습에 미칠 정도로 화가 났다. 오늘 낮에 그가 그녀에게 어디 가냐고 다급하게 묻자 그녀는 그냥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말만 남긴 채 부리나케 그녀가 그토록 공을 들이는 ‘예담 사회복지원’을 나가버렸다. 규식은 그녀의 말에 의심이 들어 그녀의 뒤를 따라갔었다. 물론 그녀는 절대로 모르게 그런데 다급하게 예담을 나가던 그녀의 아르바이트라는 것은 다름 아닌 그 학교선생을 만나는 것이었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분노로 인해 자신의 온몸에 흐르는 피가 차갑게 변하는 걸 느꼈다.

 

“늦었네.”

 

갑자기 들린 규식의 목소리에 놀란 그녀가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규식의 등 뒤로 그녀를 무척 싫어하는 미주가(평소 그녀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미주다) 뭔가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은 저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대충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어. 그런데 두 사람 연애하나봐. 그래 잘 생각했네. 그럼 잘해봐. 난 피곤해서”

 

그녀의 말에 미주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웠다.

 

“아니 뭐예요! 아줌마, 누가 규식오빠랑 사귄데! 어따 가 취직시키고 그래! 우린 절대로 그런 사이 아니야!”

“어. 그래. 미안 알았다.  황 미주 아님 말고, 밤도 깊었는데 소리는 지르지 마라”

 

미주에게 돌아서며 들어가려는 그녀를 규식이 가볍게 붙잡았다. 가벼운 표정과는 사뭇 다른 그이 진지함에 그녀의 가슴언저리가 심하게 저려왔다.

 

“많이 늦었네. 어디 갔다 와?”

“어?  아 아까 말했잖아. 아르바이트 있다고”

“...........!”

 

규식은 그녀의 연달은 거짓말에 속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그러나 애써 표정을 변화시키지 않으며,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냉정하게 놓아 버렸다.

 

“나 올라가도 되지.”

 

그녀가 규식의 한없이 어두운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 올라가 무척 피곤할 테니까.”

 

규식의 마지막 말에 그녀의 등골이 싸하니 서늘해 졌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규식을 다시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저 지극히 평범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올라가라는 손짓만 해 보였다.

 

‘그래 규식이 놈이 알 리가 없지. 괜히 저놈이 날 좋아 하네 어쩌네 하니까. 그 되먹지도 않은 선생을 만난 게 찔리는 걸 거야.’

 

최대한을 떠올릴 수 록 그녀의 불쾌감이 한층 더 해졌다.  ‘예담’에서 그놈이 갑자기 그녀의 앞을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어디를 가나 그녀의 주위를 서성이는 규식 때문에 그녀의 마음이 불편하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시원한 물에 샤워를 했다. 그 막돼먹은 선생이 한 키스의 흔적을 지우듯 입술만 중점적으로 박박 문질렀다.

 

“감히 어디서 카사노바 흉내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입술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벅벅 문지르던 그녀는 입술이 아프다고 생각하고서야 그 일을 그만 둘 수 있었다.

 

“아야!  후후 따가워.”

 

따가운 입술을 다독거리며, 모처럼 엉망인 기분을 달래줄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우울한 기분을 풀어줄 음악을 듣기위해 오디오를 켰다.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것을 감상하며,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화창하던 날씨는 그녀의 마음처럼 꽤나 심각할 정도로 비를 뿌리고 있었다.

 

딩동!

 

“누구지? 누구세요?”

 

철컥.

 

아무런 대꾸가 없자 그녀는 불길함에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그곳엔 언제부터 비를 맞고 있었는지 규식이 온통 젖은 몸을 비틀거리며, 그녀 앞에 쓰러져버렸다.

 

“어! 어? 야! 강 규식 이게 뭐야?”

 

그녀의 야단법석에 뭐라고 웅얼거리는 규식의 온몸이 뜨거웠다. 그녀는 서둘러 규식을 끌어당겨 집안으로 들이며, 힘겹게 소파에 그를 뉘었다. 홀딱 젖은 녀석의 윗도리를 벗기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몸을 담요로 덮어 주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줄 따뜻한 차를 끓이기 위해 지친 몸을 일으켰다.

 

“가 가지마. 난희야.”

 

규식은 뜨거운 몸만큼이나 애절한 마음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있었다는 사실조차 그가 초라해질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안돼. 넌 지금 따뜻한 차를 마셔야해 안 그럼 감기들 거야.”

“아니, 난 지금 감기 따위는 무섭지 않아. 내가 겁나는 건 여기가 여기 이곳이 너무 아파 그것도 너만 보면 견딜 수가 없어. 없다고, 후~”    

 

입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규식이 힘겹게 말을 마쳤다. 그리고 난데없이 보게 된 남자의 눈물. 그녀는 생각보다 여린 규식의 행동에 마음이 잠시 흔들리는 걸 느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물에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규식아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해결 될 거야.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는 마.”


규식은 그녀가 자신의 애절한 눈길을 피하며 담담하게 하는 말에 저녁 내내 술을 마시며 미주에게 들었던 그녀에 대한 비밀을 떠올렸다.


“오빠 정말 난희 아줌마 그냥 놔둘 거야.”

“그냥 안 놔두면? 그리고 이런 일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잖아.”

“아니 나한테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최대한 선생님이랑 저 아줌마랑 같이 있는 거 꼴 보기 싫다고,”

“풋, 너도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냐? 네 입에서 그런 말 나오긴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소리 하지 마. 오히려 오빠처럼 멀뚱히 지켜보고 있다가 내꺼 챙기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라고?”

 

미주의 말에 핵심을 찔린 듯 그의 눈동자가 잠시나마 흔들렸다. 미주의 계속되는 잔소리가 싫어진 그는 냉담하게 미주의 말에 대꾸해 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어.”

“아니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겠지”

“황 미주 그만해 너까지 그러지 않아도 나 충분히 머리 복잡하니까.”

 

규식은 미주를 말을 외면하며 술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마시려 했다. 그러자 미주가 그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

 

“오빠가 날 도와줘. 그럼 나도 오빠 도와줄게.”

“이 손 치워.”

 

미주의 버릇없는 행동에 규식은 화가 났다. 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은 미주의 손이 오히려 그가 마시려던 술잔을 빼앗아 자신의 입속으로 그 쓰디쓴 소주를 삼켜버렸다. 미주의 행동에 규식이 질렸다는 듯이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도대체 너란 애는 그래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냐!”

“쉬워. 아주 쉽다고, 아줌마랑 유학 가줘.”

“뭐라고? 너 그거 말도 안돼는 소리란 거 알고 있지.”

 

또 다시 술잔을 드는 미주의 손에서 술잔을 뺏어 이번에는 규식이 자신의 입속으로 더욱 쓴맛을 내는 소주를 연거푸 드리웠다.


미주는 그의 말대로 유난희란 여자를 유학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욕심에 꼭 유난희를 최 선생에게서 떨어 뜨려놓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주는 자신의 욕심에 못 이겨 규식에게 불씨를 제공하고 싶었다.

 

“오빠 아줌마가 왜 아르바이트만 하는 줄 알아?”

 

갑자기 생각해 보지도 않던 일을 미주의 뜬금없는 질문에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규식은 정작 그녀가 왜 아르바이트만 하는지 아직 그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취직이 안 되려니 하는 생각이었을 뿐.

 

“아르바이트 밖에 일자리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담배를 입에 물며, 규식이 아무렇지도 않게 미주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나 뜻밖에 미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를 놀라게 했다.

 

“아니, 아줌마가 토익 만점에 가깝게 맞은 거 알고 있지. 거기다 내놓으라는 대학의 석 박사과정 자리도 수두룩하게 나왔다는 것 까지 만약 아줌마가 마음만 먹었다면 대학 강당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아줌마의 작은 일면일 뿐이야.”

“서론만 간단하게 말해 그래서 난희가 왜 취직을 안 하는 건데.”

 

미주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가 취직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 들어 났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실 앞에 자신이 그녀에 대해 몰랐다는 것이 더욱 부끄러웠다.

 

“그건 아줌마의 그러니까 우리 작은엄마의 엄마 때문이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분은 돌아 가셨잖아.”

“아니 살아 계셔. 미국에 그것도 아주 멋지게 살고 계시데”

“좋아 네 말대로 그런 이유가 있다고는 해 그런데 왜 난희가 취직을.......”

 

미주는 자신이 말하는 사실로 인해 규식이 난희에게 얼마나 더 많은 연민과 애착을 가질지 잘 알고 있었다.

 

“안 하냐고? 그건 이유가 있지. 옛날에 아줌마의 엄마는 작은엄마와 난희 아줌마를 어릴 때 버리고,  외국으로 시집을 가셨어. 그래서 난희 아줌마가 그 엄마라는 분을 무척 싫어하지. 게다가 유학이라는 말만 나오면 무척 흥분을 해. 예전에 우리 작은아빠랑 결혼하려고 할 때 우리할머니가 난희 아줌마를 미국에 있는 그 친엄마에게 보내라고 하셨거든 그럼 결혼을 허락하신다고 하셨지. 작은엄마는 작은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정말로 난희 아줌마를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고, 그래서 그 뒤로 난희 아줌마는 공부를 잘해도 모두에게 속이고, 일부러 능력 없는 척 아르바이트만 해 또다시 그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 게 싫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와 함께 유학을 가라니 미주의 앞뒤 없는 말에 규식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오빠. 아줌마 불쌍하지? 그런데 정말 불쌍한 건  정작 보고 싶어 미치면서도 행동으로 못 옮기는 아줌마의 용기 없는 마음이라고 난 생각해. 그러니 그걸 오빠가 해줘. 제발 부탁이야. 그 일을 해 줄 사람 오빠 밖에 없어.  난희 아줌마가 얼마 전에 작은 엄마랑 예기하는 거  들었는데 취직안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이 몇 천 만원 모았나봐 그 돈으로 배낭여행가고 싶데 몇 년 외국 이곳저곳 다니면서 생각 좀 정리하고 싶다고”

“뭐! 떠나! 난희가?”

 

미주의 말에 그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자 미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결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곧바로 결정타를 날렸다.

 

“어. 그랬어. 분명히 그런데 오빤 아줌마를 그냥 보낼 생각은 아니겠지. 이건 내가 오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아줌마는 어딘가에 억매여서 정착하는 게 싫데, 하지만 오빠가 언니를 사랑하는 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니까. 난 아줌마가 오빠랑 잘 되서 그 분을 같이 찾아 가 주면 좋겠어. 이건 우리 작은엄마가 바라는 바 이기도해.”

 

조금 전 술을 마시며 들었던 미주의 말을 떠올리며, 규식은 주방으로 들어가 그가 마실 유자차를 만들고 있는 난희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너의 울타리가 되어주면 안될까? 난 너에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생각을 그럴게 골똘히 해. 이거나 마시고, 얼른 집에 가봐. 아줌마 기다리시겠다.”

 

그녀를 바라보며, 하염없는 상념에 잠겨있던 그에게 퉁퉁 부은 목소리로 그녀가 쏘아댔다.

 

“난희야.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그가 그냥 생각 없이 한말이 그녀를 놀라게 했나 보다. 그녀가 하품을 하던 입가를 굳히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썩을 놈. 너 앞으로 나보고 누나라고 꼭 불러. 자꾸 봐주니까 이제는 맞먹으려 하네. 그리고 여기가 너네집이야. 어디서 자고 간다고 그래. 관연 한 처자가 사는 집에........ 강규식 차 마시기 싫음 어서 일어나 집에나 가시지.”

 

그를 몰아대며, 규식을 내버려 둔 채로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저러고 있다 상대해주지 않으면 그냥 가겠지. 란 그녀만의 생각에 그녀는 어느새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주인님 전화 왔어요. 주인님 전화 받으세요. 주인님...........’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갖은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맡위의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여 보 세 요.........”

 

힘없이 전화를 받은 그녀는 상대방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자. 시큰둥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울리는 전화벨소리........

 

‘주인님 전화.......’

 

“네. 엄마 죄송해요. 깜빡 잠이 들어서요. 네 네. 죄송해요. 지금 건너가요. 네 네.”

 

그녀는 밖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옷 바람이란 걸 잊은 채 거실로 뛰쳐나갔다. 소파 위에 앉아 그녀가 즐겨 마시는 딸기우유를 마시며, 규식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야! 너 여기서 뭐해!”

“안녕.”

“아  안녕? 이놈이 야! 너 누구 시집 못 가게 할일 있어! 왜 네가 여기 있는 건데!”

“글쎄.........”

“글쎄? 야!  너~ 어!”

“그만 흥분하고, 이거나 마셔. 애처럼 이게 뭐냐? 어떻게 사람 사는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 게다가 애처럼 유자차만 마시고, 커피는 왜 안사다 놓는 건데?”

“커  커피 같은 소리 집어 치우고, 당장 네 집으로 돌아가 아줌마가 아시는 날엔 난 뭐가 되는 거냐고, 왜 항상 네 멋대로야!”

 

그녀는 규식의 행동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그칠 줄 모르는 그녀의 소란스러움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규식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화를 내는 그녀의 볼에 소리 나게 입맞춤을 해버렸다. 늘 꿈꾸던 그녀와의 아침과 그걸 기념하는 그의 기분 좋은 가벼운 키스

 

쪽!

 

난데없는 규식의 뽀뽀에 그녀는 화내던 것도 잊은 채 멍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규식의 발을 있는 힘껏 밟아 주었다. 사나운 그녀의 행동에 규식이 소리도 못  지르고, 입만 벙긋 거렸다.

 

“야! 강 규식 내가 경고했다. 이따위 짓 할 거면 당장 나가 그리고 네 집에 가서 잠이나 푹 자고, 정신 차려리라고!”

“그러는 너야 말로 정신 차려.”

“머 뭐?”

 

규식은 어느새 고자세로 서서 그녀를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무서운 눈매에 기가 죽어 등줄기가 싸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걸 요즘 들어 규식이 놈 때문에 자꾸만 경험하는 게 과히 좋지만은 않았다.

 

“너!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거야!”

 

규식은 정작 자신이 묻고 싶었던 말이 아닌 엉뚱한 말을 하고 만대에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왜 떠나려고 하니?’ 라고 묻고 싶었던 그의 뇌는 잠시 생각을 멈춘 듯 그에게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으려는 그녀의 달싹이는 입술만 바라보게 되었다.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그의 질문에 딱히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녀의 귀에 휴대폰의 벨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강 규식 잠깐만 기다려. 전화 받고 예기 마저 하자. 네 유난희입니다.”

“나요.”

 

그녀에게 ‘나요?’라고 말할 사람이 그 누구더라. 아! 최대한 그녀는 아침부터 시끄러운 규식도 모자라 이제는 최대한까지 그녀를 괴롭히려고 한다는 것이 못내 귀찮아 졌다.

 

“왜요. 아직도 할말 남았어요.”

 

그와 통화내용을 규식에게 들려주기 싫어. 그녀의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자 규식이 그녀의 허락도 없이 서슴없이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야! 너 왜 들어와!”

“누구야?”

“누구긴 네가 몰라도 되는 사람이다. 어서 나가”

 

규식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의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그녀는 규식의 행동을 나무랄 수 없는 상황에 화난음성의 최대한과 통화를 계속했다.

 

“누가 있나?”

“네? 아니 그건 댁이 상관할 일이 아니지요. 대체 왜 아침부터 전화한거죠? 출근 안 해요?”

“지금 출근하는 중이야. 그런데 잠시 당신과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지금 집 앞인데 나올 수 있나?”

 

최대한이 그녀의 집 앞에 있다는 말에 놀라 화장대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규식이 인상을 심하게 구겼다. 규식의 무시무시한 표정을 피하며, 또 다른 상대인 최대한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당신이 왜 우리 집 앞에 있다는 거예요! 어제 할말 다 했잖아요! 헉!”

 

앞뒤 없이 그에게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어제 규식에게 거짓말 한 게 들통 났다는 걸 알고, 스스로 놀라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규식의 표정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그 선생이 왜 누나를 찾는 거야?”

 

부드럽게 그러나 결코 부드러움이 베어있지 않는 목소리로 규식이 차분하게도 물어왔다. 그의 질문에 그녀는 긴장감에 메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다.

 

“몰라. 낸 들 알겠냐?”

“이봐, 유 난희 당신 내말 듣고 있는 거야!”

 

규식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해 주던 그녀의 귀에 여전히 시끄러운 최대한의 목소리가 확성기의 커다란 목소리처럼 흘러나왔다. 규식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어서 받아. 그 사람 목 아프겠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말했지만, 그녀가 보이는 궁색한 변명에 화가 났다. 그리고 설마라는 두려운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헤집고 다녔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차라리 올라와요.”

 

규식의 말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아 차하는 순간 그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걸 후회했지만, 결코 두 남자에게 이대로 우왕좌왕 끌려 다니고 싶은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었기에  그녀 스스로 불러들인 최대한이 올라오길 시계의 초침까지 속으로 세어가며, 불안감을 떨쳐 내려했다.  

 

딩동!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한 뒤 최대한을 맞으러 현관으로 나갔다.

 

“어서와요.”

 

두 번째 실수. 그가 그녀에게는 결코 반가운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어째서 기다리던 사람을 반갑게 맞는 말투로 그에게 어서오라고 말한 건지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아둔한 머리를 비난했다. 그런데 그녀와는 반대로 그녀의 환대까지 받고 보니 최대한은 어리둥절해졌다.

 

“이거 뜻밖인데, 환영하는 투로 말해 주다니.”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규식이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그것도 꽤나 진중한 표정으로 마치 그가 그녀와의 사이를 오해라도 하게끔 언제 그녀의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까지 했는지 규식의 머리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녀는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그녀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규식이 그 모든 걸 망쳐놓고 말았다. 억울함에 눈물 나오려 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했다.

 

“이런 손님 아니 애인이 함께 있는 줄 몰랐는걸. 말해 줬더라면 이런 실례는 하지 않을 건데”

“괜찮습니다. 두 분이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전 그만 가봐야죠.”

 

규식은 양심의 가책 따위 저 깊숙이 묻어두자고 속으로 외치며, 그녀가 나중에 자신을 힐난해도 상관없다는 듯 그와 그녀와의 사이를 오해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최대한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고서 자신의 행동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야! 너,”

“시끄러 나중에 이야기마저 해.”

 

규식은 그녀가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 최대한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그녀의 집을 나가버렸다.

규식이 나가버린 문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등 뒤로 최대한이 실망을 가득담은 목소리로 그녀를 비꼬며, 말했다.

 

“밤새도록 즐기고도 아쉬운 모양이군.”

 

그는 집 주인인 그녀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서슴없이 담배를 피웠다. 어제 밤 규식이 피우고간 담뱃재가 가득한 허름한 접시위에 그가 또다시 재를 털었다. 마치 그녀를 힐난하듯.

 

“오해 하지 말아요. 아니 오해해도 상관없지만, 우린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요. 아! 이런 젠장 내가 왜 당신한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을 변명을 해야 하죠.”

 

그녀의 횡설 수설 하는 모습에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기분이 조금 좋아 지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그녀가 조금 전 나간 그녀의 어린애인과 밤을 지새웠다는 것이 못내 화가 났다. 

 

“변명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하지만 뭐죠. 쓸데없는 잔소리는 사양할게요. 차라리 아침부터 날 찾아온 이유나 말해줘요.”

 

그녀는 규식의 행동에 아직도 혼란스러운 마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등지고 돌아서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말하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뭐죠. 그 불가능한 일이.”

“불가능 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단지 그 일을 하게 되면 당신의 애인이 가만히 있을지 그게 의문이군.”

“이봐요. 날 화나게 하는 말은 더 이상 그만 둬요. 그 애는 내가 가르치던 고등학생일 뿐이었다고요. 애인은 무슨 애인”

 

그녀의 말에 대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정말인지 의심하는 투로 물어왔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기엔 너무 신빙성이 없군.”

“아,  아, 알았어요. 믿지 말아요.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난 상관없으니까. 아침부터 날 찾아온 그 이유나 말해요.”

“그전에 아무리 내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도 차라도 한잔 줘야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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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시죠?

 

오전에 출근해서 오후까지 일하느라 정신 없는 아랑입니다.

 

여전히 당당천하에 관심많이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리플에 웃고, 추천에 행복해 하는 아랑이 요즘은 '이 맛에 산다' 라고

 

여러분께 감히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저처럼 지긋지긋한 환절기 감기로 고생하지 마시고, 몸단속 잘하시고,

 

되도록 따뜻한 차를 많이 드세요. 그럼 오늘도 한편 열심히 올리고, 휘리릭~ 도망갑니다.

 

내내 행복한 날 되세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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