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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천하 - 11. 인연을 만드는 사람들

아랑 |2005.10.11 00:14
조회 1,088 |추천 0

*** 당당천하 ***

 

 

 

(11) 인연을 만드는 사람들

 

 


달콤한 키스를 막 끝낸 남자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어설픈 변명과도 같은 끔찍한 단어였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미안해' 그렇다면 처음부터 키스 따위 하지 말았어야지. 남자의 달콤한 타액이 머문 자리가 그녀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

 

그녀의 말없음에 그는 불안한 심정으로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살폈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녀가 눈을 뜨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통보했다.

 

“우리계약에 추가사항이 생겼군요. 함부로 남의 몸에 손대기 없기!”

 

그녀의 차가운 말에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던 대한의 생각은 그녀가 말보다 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할말을 다한 듯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내려섰다. 대한이 알고 있는 그녀의 집은 아직 조금 더 가야하는데 그녀는 걸어서 갈 생각인지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어두운 밤길을 걸어갔다.

 

“여기서 집은 좀 멀 텐데  그냥 타고가지 그래?”

“아뇨. 당신하고의 시간은 이걸로도 충분해요.”

“이봐 사람 무안하게 왜 그래. 남자하고 키스 처음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의 무신경한 말투에 그녀가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리더니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성큼 되돌아와 매섭게 뜬눈으로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요. 내가 남자랑 키스를 많이 해봤든 말든 아무나 내 입술을 훔치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남자들은 다 그래요?”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당신이 유난을 떠니까. 그리고 남자들이 뭐 어떻다고?”

“뭐예요! 유난? 하! 기막혀서 그래요. 내 이름이 ‘조 소희’가 아니라 ‘유 난희’인건 알지만,

 

 한번도 날 유난스럽다고 말한 사람 없었다고요. 그런데 당신의 무례한 행동을 고스란히 받아준 내가 유난하다고요? 정말 당신 같은 남자 딱 질색이야!”

 

“이봐!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난 뭐 당신이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당신이 생각할 땐 유난스럽지 않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모든 여자들이 그 나이 먹도록 남자가 키스 좀 했다고 난리 법석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고”

“그래요. 당신 잘났어요. 정말! 그러니 오늘은 그만 하자고요. 하루 온종일 당신 상대하느라 너무 피곤하다고요. 잘 가요.”

 

그녀는 그에게 휭~하니 돌아서서 성난 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그가 아직도 그녀의 뒷모습을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어도 상관없다는 듯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재희의 집. 누군지 모르지만 남편도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며, 30분 째 목하 중요한 통화를 하고 있다.

 

“네. 선생님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네 저도 난희도 선생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네? 그래요. 아뇨 전혀 몰랐어요. 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그 애가 저에게 말하지 않는 걸요.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 애가 고등학교 때 상처받은 후론 저에게 많은 걸 얘기 하지 않는 다는 걸요. 네........... 잘 키우긴요. 저 그런 말 들을 처지 못되는 걸요. 네 선생님 저도 뵙고 싶어요. 저 보시면 많이 놀라실 거예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네 선생님도 건강하세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네”


아내의 시종일관 조신한 말투. 재희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첫인상을 떠오르게 하는 조용한 행동에 승욱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외국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다 아버지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결국 기업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한국에 들어 온 날. 바로 그날 하늘조차 우울하기만 그의 앞에 그녀의 단조로운 하이힐소리가 그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나름대로 핸섬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그의 외모도 그녀의 도도한 걸음걸이와 자태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순간이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버렸을 거야.’

 

오래전 그가 그녀에게 청혼을 하면서 한말이 그의 생각에 끝에 걸렸다. 승욱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통화를 마친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윽! 숨 막혀. 왜 그래요. 갑자기.”

“갑자기는 내가 늘 이러고 싶어 하는 거 몰라?”

“네. 몰라요. 그렇게 애정표현 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매일 늦게 오고, 자는 얼굴도 보기 힘든 사람이 당신이잖아요. 아! 나 아무래도 결혼 잘못 했나봐.”

“뭐! 그게 정말이야?”

“네? 하하 하하하 농담이에요. 간지러워요. 농담. 농담이라고요.”

“그런 쓸데없는 소리 다신 하지 마. 내가 당신을 얼마나 원하는데.......... 음!”

“앗! 이러지 말아요. 그러다 미주 들어오면 어쩌라고”

 

재희는 오랜만에 승욱과 오붓한 저녁을 먹고 난 후라 기대하던 그의 스킨십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신혼 때부터 줄 곳 같이 살아온 미주의 방해 아닌 방해에 민망한 상황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어서 그런지 왠지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온몸에 퍼지는 향긋한 내음을 음미하며, 사랑스런 아내의 귓불과 목 그리고 그녀의 살짝 들어난 가슴께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승욱은 그들의 공공의 적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을 핑계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뜨거운 키스가 무르익을 무렵 가벼운 초인종 소리가 그들을 놀라게 했다.

 

딩동!

 

“이런 젠 장!”

“거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방에 들어가 있어요. 내가 나가 볼 테니”

“아니야. 내가 나갈게 당신은 좀 쉬어.”

 

그는 모처럼 맞은 절호의 찬스를 놓친 것이 아쉬워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문을 열어 주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카를 향해 문을 열어 주면서 분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야! 황 미주 오밤중에 들어오면서 퍽도 요란스럽다. 어? 처제”

 

자신의 조카인줄 알고 화를 내며, 문을 열어주던 그는 당황한 모습의 난희를 보며, 민망한 마음으로 뒷머리만 만지작거렸다.

 

“형부 미안해요. 늦게 찾아와서.”

 

승욱의 화가 난 말투에 미안해하며 난희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들의 옆으로 재희가 다가왔다. 미주가 아닌 뜻밖의 동생의 힘없는 모습에 재희가 놀란 듯 그녀를 집안으로 서둘러 들였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지나가다 하도 목이 말라서. 언니 나 물 좀 주라.”

“어 처제 내가 가져다줄게. 그런데 처제는 유자차 좋아하지 않나?”

“고마워요. 형부 그런데 오늘은 그냥 시원한 냉수를 마시고 싶어요.”

“OK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공주님.”

 

눈치 빠른 승욱이 부리나케 자리를 비켜주자 재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채근했다. 둘 사이에 ‘비밀이란’게 생길 수 없는 이유가 아마도 동생을 아끼는 재희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 속 차리고 싶은 일이라고 생긴 거야?”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너야 말로 뜬금없이 내가 오라고 그렇게 야단을 해도 잘 오지도 않던 우리 집에 무슨 일로 온 거야? 말해봐 너 남자한테 채였냐?”

“언니 그거 너무 오버다. 남자도 없는데 채이긴 누가 채여.”

“기집애 오버는 겨울에 입는 옷이고, 남자가 없기는 왜 없다고 그래. 너 얼마 전에 선본 거 왜 말 안 한거야?”

 

‘윽! 정말 못 말리는 유 재희 여사라니까. 선 본건 어떻게 알고서’

 

정말 어쩔 수 없는 언니의 앞서가는 질문에 그녀의 머리가 욱신거렸다. 게다가 그녀가 선본 건 또 어찌 알았는지. 그게 형부의 후배란 걸 알면 그녀를 더 들들볶아 댈게 불보듯 뻔해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언니에게 실마리를 제공해 뒷덜미를 잡히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SOS를 치듯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들어간 승욱을 불렀다.

 

“형부 뭐 하세요. 혹시 우물파고 계세요. 오래 걸리면 저 일어나고요.”

“야! 하던 이야기는 마저 해야지. 가긴 어딜 간다고”

“미안 처제 자 물.”

 

벌컥 벌컥.

 

정말 시원하게도 잘 넘어가는 생명수 같은 냉수에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물이 가득 든 큰 컵을 단순에 비워버렸다.

 

“고마워요. 형부 저 물마셨으니 그만 가볼게요.”

“아니 저게 너 이리안와!”

“어허, 밤이야. 여보.”

“그래서 그게 뭐. 나한테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난희 좀 붙잡아.”

“언니야. 나한테 힘쓰지 말고, 외롭다고 아우성치는 형부나 신경 써. 형부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짓궂은 말을 하며 사라지는 동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재희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녀의 옆에서 아직도 오붓한 밤을 저버리지 못한 승욱은 그녀를 한 팔로 가뿐히 끌어당기며, 그들의 보금자리인 침실로 들어갔다.

 

“에~효, 저거 언제 철들지. 앗! 그만 좀 해요.”

“왜? 싫어?”

“그런 게 아니라. 난 난희 때문에 심각해 죽겠는데....... 고거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에요.” 

“흐흐. 난 내 몸이 더 수상한데....... 그러지 말고, 오늘은 내 생각 좀 해주면 안 되나?”

“아이~  여보.”


그녀는 언니의 집을 나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추석이 멀지 않았는지 달빛이 환하게 그녀의 머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올려단 본 밤하늘은 별들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서울하늘이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마 처음인 것 같았다. 그 달빛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겹쳐졌다. 저 남자의 능글거리는 웃음은 달빛 속에 가둬서 보니 더 짜증이 나려했다. 달빛속을 메우고 있는 그의 웃는 얼굴을 가리키며, 그녀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좋은 건데!”

 

만약 그의 성품이 김 여사를 반이라도 닮았다면 그녀는 그를 붙잡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평생을 기다려온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여자를 발아래 두려는 그의 행동이 자꾸만 생각나 또다시 약이 올랐다.

 

 


다음날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안녕하세요. 손님 필요하신 제품을 말씀해 주세요.”

“네. 체리 맛 아이스크림 케이크 주세요.”

“초는 몇 개나 필요하세요?”

“22개요.”

“네. 잠시만 저기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손님에게 주문을 받은 대로 처리를 하던 그녀는 휴대폰의 진동에 흠칫거리며, 놀라고 말았다. 아르바이트 시간에는 휴대폰의 시끄러운 벨소리가 신경 쓰이기 때문에 진동으로 해놓은 상태에서 종종 놀라곤 했다. 그녀는 서둘러 손님에게 케이크를 포장해 건넨 후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무심코 전화를 걸었다.

 

“네. 6577-****로 전화 하신분이요.”

“소희니? 나 대한이 엄마야.”

 

어제 하루밖에 들어 보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정감 있는 목소리에 그녀의 마음이 녹녹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처럼 기분 좋게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네. 어머니 웬일이세요?”

“혹시 지금 바쁘니?”

“네? 아니요.”

“그래? 그럼 잘됐다. 나랑 쇼핑 좀 할 수 있겠니?”

“네? 쇼핑이요?”

“그래 쇼핑. 내가 미국에 갈일이 생겼는데 가기 전에 손자들 선물 좀 사려고, 요즘 애들 좋아 하는 걸로 네가 좀 골라줬으면 좋겠어서 이거 너무 힘든 부탁이니?”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김 여사는 그녀가 거절을 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그녀 또한 별로 부담 가는 일이 아니라서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곳 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해 버렸다.

 

“아니요. 어머니 당연히 제가 같이 가드려야죠. 어디서 뵐까요?”

 

김 여사와 만날 약속장소를 정한 후 그녀는 기분 좋게 아르바이트를 마칠 수 있었다. 그녀는 김 여사와 약속한 명동의 L백화점 앞으로 서둘러 가야했다. 많은 사람들의 퇴근시간이 겹쳐지자 늦지 않으려고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에 도착했다.  막 지하철에서 내려 백화점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그녀의 발걸음을 누군가 가볍게 붙잡았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그러는 너야 말로 여긴 무슨 볼일 있니?”

 

그녀는 자신이 연기를 하고 있는 조 소희의 등장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이 모든걸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변명처럼 길게 설명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녀의 머뭇거림에 소희가 웃으며, 팔짱을 끼었다. 그녀의 너무나 편안한 행동에 얼떨결에 1층 로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어 버렸다.

 

“나 여기서 내려야 해.”

“그래? 난 위층 고객센터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어? 나희야! 기집에 뭐가 그리 급해서 조금 있다 차나 한잔 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도달하자 문이 열리기를 초초하게 기다리던 그녀는 소희의 다급한 부름도 무시한 채 서둘러 내려버렸다. 조 소희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서둘러 문이 닫히고 고속으로 위층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발 빠르게 백화점 정문으로 향했다. 그녀가 늦게 도착한 것도 아닌데 김 여사는 백화점 정문 옆에 너무도 고귀하게 서계셨다.

 

“흠흠 어머니 제가 늦게 왔나 봐요.”

“왔니. 아니야. 내가 조금 일찍 나왔어. 널 본다는 생각에 이거야 원 시간이 조급해지더구나.”

“하하 그러셨어요. 저도 어머니가 기다리실 까봐 차 밀리는 거 보고 지하철 타고 왔는데, 참 어머니는 뭐 타고 나오셨어요?”

“나야 마을버스타고, 여기까지 오는 버스 갈아타고 왔지. 우리 집 쪽은 너도 알다시피 지하철 하고는 거리가 멀잖니”

“네. 그래요.”

 

다정한 모녀지간처럼 정답게 재잘거리며, 난희는 김 여사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백화점 안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김 여사도 싫지 않은 눈치로 그녀의 팔을 감싸며,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뭐가 좋을까? 옷? 아니면 장난감?”

“전 둘 다 좋을 것 같은데요? 손자가 몇 명이나 있으세요?”

“둘. 두 녀석이 쌍둥이 남자라서 영주가 애를 좀 먹었지. 보통 때 남들은 애 낳을 때 친정부모가 옆에 있어 준다는데, 에~효 난 그래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요번에 부랴부랴 미국에 갔다 오려고 한단다.”

“아~  네, 그럼 따님내외분 것도 사가지고 가셔야겠네요.”

“그렇지 아무래도 이것저것 많이 사야 할 것 같아.”

“그럼 사위분 거랑 따님 건 한복을 사가세요. 혹시 결혼식 때 해주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김 여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에 만족한다는 듯 한복매장으로 가자고 했다.

 

“잠깐만요. 어머니 한복은 이쪽보다 언니 결혼할 때 보니까 혼수백화점 쪽이 훨씬 예쁘고, 가격도 싸더라고요.  백화점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그쪽으로 가요.”

“그래? 그럼 지금 가야 하나?”

“아니요. 우선 아이들 선물부터 고르고요. 아이들도 한국판 게임CD는 어떨까요?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지만, 그래도 한국 역사게임이나 한국전통 장난감 같은걸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그래 네 생각이 맞구나. 그럼 그것도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사야 할까?”

“아니요. 여기 7층에 장난감 파는 곳이 있을 거예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요. 어머니”

 

그녀는 김 여사의 팔을 다정히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주위의 모든 시선이 부러움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마음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하기만 했다. 그의 조카에게 줄 선물을 다 고른 직후 김 여사와 백화점 5층에 위치한 전통찻집으로 들어갔다. 은근한 모과차향에 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에게 그가 전화를 했다.

 

“대한씨가 뭐래요. 어머니?”

“그녀석이 웬일로 여길 오겠다는 구나. 차가 밀려서 올지 말지 하더니 결국 너 보려고 오는 거야. 아무튼 나한테 차례가 돌아오지도 않는 다니까. 호호호”

“네! 어머니도 참, 대한씨가 설마 저 보러 오겠어요. 어머니 피곤하실까봐 모시러 오는 거겠죠.”

“그런가?  호호호 그럼 그렇다 치고, 우리 대한이 오면 저녁이나 근사하게 사달라고 해야겠다. 그녀석이 제법 돈이 있는 녀석이거든. 호호호”

“요즘 선생님 월급이 많이 올랐나 보죠.”

 

그녀의 물음에 김 여사가 잠시 의아해 하더니 이네 그녀가 농담으로 건 낸 말인 줄 알고, 살며시 웃으며 그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선생님들 월급이 예전보다 오른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박봉이지. 그런데 그 녀석이 돈이 많은 건 선생님 월급 때문만이 아니라 실은 대학 때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나름대로는 지명도가 높은 시인이기도 했단다. 설마 너 모르고 있었니? 음.  알겠다. 사실 그녀석이 그런 예기를 자랑삼아 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넌 어때?”

“네? 뭐가요?”

“우리아들 더 맘에 들지 않아? 인물도 좋고, 돈도 있고, 게다가 능력도 있잖니. 요즘 뭐라더라 투 잡스라던가? 뭐 하여튼 자기 가족은 거뜬히 챙길 수 있는 남자란 거지. 호호호 이거 내가 너무 내 아들 자랑했나 보다.”

“아니에요. 어머니 자랑할 만 하네요.”

 

그녀는 김 여사의 말을 다 듣고 난후 그가 얼마나 잘난 척을 했는지 새삼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김 여사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두 사람은 대한이 백화점 앞에 거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찻집을 나설 수 있었다.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그의 차를 찾기 위해 그녀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엘리베이터가 막 2층에 멈출 때 그의 회색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그녀의 온몸을 타고, 기분 좋게 흘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늘따라 뒷모습이 낯익은 여인이 그녀의 눈을 더 놀라게 만들었다. 두근거림을 동반한 두려움이 그녀를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소희야 그만 나가야지.”

“네? 아 네. 어머니 잠깐만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그러렴. 난 대한이가 왔는지 밖에서 기다리마.”

“네. 어머니”

 

김 여사가 백화점 회전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마음에 무작정 최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조 소희와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젠장. 제발 전화 좀 받으라고요. 당신 어머니가 그리로 가고 계시잖아요!”

 

그녀의 갑작스런 목소리에 주변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돌아보았다.


백화점 앞---

 

대한은 모처럼 쇼핑을 하기로 했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은근히 걱정했었다. 심부전증이 있어 오랜 시간 걸어 다녀야 하는 쇼핑이나, 장보기는 그가 함께 가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유 난희와 쇼핑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어머니의 뜻밖의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여, 학교일도 편안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수요일이라 단축수업을 하는 날이어서 운 좋게도 시내까지 나오는데 차도 그다지 밀리지 않고 올수 있었다. 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자신이 도착한 사실을 알리며, 막 백화점 한길 쪽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 쪽에 주차를 하려는데 누군가 아는 채를 하며, 다가왔다. 한눈에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세련된 미인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누구인지도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최대한씨 맞죠?”

“네? 누구시더라?”

“어머? 섭섭하네요. 저 조 소희. 기억 안 나세요?”     

“아! 여긴 어쩐 일로........”

 

앗 뿔사! 조 소희. 그녀를 떠올리는 대한의 머릿속이 무척 복잡해 졌다. 조금 있으면 그의 어머니와 어머니가 조 소희라고 알고 있는 여자가 나올 텐데 만약 지금 진짜 조 소희와 어머니를 만나게 한다면, 그녀와 내가 어머니를 속인걸 아는 날엔 둘 다 어머니의 무서운 노여움을 면치 못할 것 이다. 곧 죽음이었다. 

 

“진짜 서운하네요. 저 본거 반갑지 않은 모양이죠?”

“네?”

 

그가 혹시나 그의 어머니와 난희가 나올 것 같아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진짜 조 소희가 엉뚱한 말로 그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 반갑거나 그렇지 않을 턱이 있나?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사실은 저 대한씨 많이 생각했어요.”

 

점점 더 뜬금없는 소리만 하는 조 소희. 지금 이 순간 하늘이 두 쪽이 난다한들 그녀가 하는 말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대한의 눈에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 그의 어머니만이 사이렌을 울리며, 그의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저 죄송합니다. 이거 제 명함입니다. 오늘은 제가 무척 바빠서 그러니 다음에 제가 꼭 사과하는 마음으로 연락주시면 언제든지 달려 나가겠습니다. 그럼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녀를 무시하듯 백화점 쪽으로 달려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 남자가 손에 쥐어준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왠지 남자의 마음이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 한 장에 모두 스며있는 듯 했다.


그녀. 조 소희 나름대로 잘나가는 백화점 홍보과 과장. 남들은 뒷줄이 좋아 그녀가 승승장구 한다지만 나름대로 전도유망한 기업인의 피를 이어받은 터라 그녀의 탁월한 사업수완은 그녀가 입사한 이래  줄곧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마 전엔 제주도에 새로 합병한 호텔도 그녀가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인수를 해 이제는 아무도 그녀를 뒷줄이 있어 성공하는 여자로 보지 않는 다는 거였다.

그런 그녀 앞에 얼마 전 그가 찾아 왔다.  사실 일에 반 미쳐 살다시피 한 그녀에게 최대한은 그저 그런 남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그녀의 라이벌이 되곤 했던 유 난희가 선을 본 남자라는 말에 그의 얼굴 생김생김을 눈에 각인시켜 놓았다. 환하게 웃으면 멋질 것 같은 남자. 거기다 집안의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그는 꽤 알아주는 명문대 교육자 집안의 아들이었다. 너무나 탐이 나고, 욕심이 났다.

 

“오늘은 내가 물러나 드리지요. 하지만 ‘다음번에’란 말은 이제 없을 거예요.”

 

그녀는 예사롭지 않게 눈을 빛내며, 그가 손에 쥐어준 명함을 핸드백 안으로 넣어 두었다. 그리고 해가져 그늘을 만드는 백화점을 등지고, 자신의 차가 주차된 야외공원으로 아름답게 걸어갔다.

 

 

 

=======================

 

안녕하시지요?

 

에고 VV,,,,  저 아랑은 요즘 들어 힘이 듭니다.

아니 힘에 부친다고나 할까요?

글도 제멋대로고, 분명히 생각은 이렇게 했는데......

다시 읽어 보지 않고, 올리면 오타투성이고,

하물며, 스토리까지 꼬이다니.

사실 앞전에 올린 게시물중

(앞에 올린 게시물은 엉터리지요. 프헤헤 ㅡㅡ;;)

최악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정말 최악의

기분이었답니다. ㅠㅠ....(우울 만땅!)

오늘은 실수 안혀야지. 하지만 혹시 압니까?

보시다 실수가 발견되시면 그 즉시 아랑에게 쪽지 날려주셔요.

그래야 잘 고치지요.

이렇게 무지한 저의 글에 그래도 열심히 추천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

아랑 힘내서 분발하겠슴돠 ^^** 용기 백배 아랑....

행복한 내일 기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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