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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내 이 정도면 깜찍하지 않나요!

리차드기어 |2005.12.03 13:53
조회 2,963 |추천 0

아내의 나이도 이제 마흔이니 깜찍이라는 말보다는 끔찍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에겐 깜찍하기만 하다.

대학 때 처음 본 아내는 어린 소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복학생이었고, 아내는 새내기 신입생이었다.

한마디로 어린 소녀였던 아내를 내가 점 찍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한번은 아내가 유도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던 나를 찾아 체육관까지 찾아왔다.

초겨울이라 날씨가 무척 쌀쌀해 아내는 얼굴이 파래져 있었다.

유난히 손이 차가운 아내를 위해 나는 함께 다닐 때면 의례 아내의 손을 바지호주머니 넣고 녹여줬다.

이날도 아내는 평소처럼 차가운 손을 내 도복 호주머니에 넣었다.

어…  도복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아내의 손에 잡힌 건 내….

아내는 얼굴이 빨개져 얼른 손을 뺏고, 이 사건을 계기로 아내는 완전한 내 포로가 되었다.

지금도 그때 아내의 당황해 하는 모습만 떠올리면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내가 회사에 찾아왔다.

산부인과에 들려 진료를 받은 후 시간이 남아 찾아왔다고 한다.

혹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하여 물어보니 몸에 이상이 있어 들른 건 아니라고 한다.

오랜만에 아내와 외식을 했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자 얼굴에 땀이 흐르고 콧물까지 나온다.

아내가 기가 쇠해 그렇다며 한약 한재 지어야겠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자 연이어 재채기가 나온다.  이 놈의 감기는 한번 들어오면 나갈 줄 모른다.

아내와 함께 추억 속을 맴돌다 집에 들어왔다. 분위기가 핑크 빛이다.

샤워를 끝낸 아내의 향내가 코끝을 간지른다.

걱정이다. 성인병 초기 증상이라는 발기부전 때문에 남모르게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러 연신 더 훌쩍거린다.

아내가 감기가 심하냐며 알약을 건네준다.

바이엘 로고를 보니 아스피린인 모양이다.

아내는 연애시절처럼 내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 이게 웬일인가.

나는 다시 한창 때로 돌아가 있었다.

이날 아내는 내가 남모르게 고민하는 문제 때문에 병원에 들려 의사와 상담을 했다.

저녁 내내 애뜻하게 바라보던 아내의 눈빛…

내가 감추고 싶은 곳까지 이해해 주는 우리 아내 정말 깜찍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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