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이 끝나구...
지난달 부산 APEC 정상회의는 역대 어느 회의보다 훌륭하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국내외의 평가다. 나는 60대 기업인으로서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의 동향을 보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또 하나의 교훈을 생각해 본다.
이번 APEC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은 그대로 국력을 반영했다. 전용기에 많은 수행원과 같이 온 정상이 많았지만 민항기에 일반 승객들과
같이 조촐히 온 정상들도 있었고, 호텔도 대개 80평에서 1백 평짜리를 잡았는데 어려운 국가들은 30여 평짜리에 묵기도 했다. 사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 대통령이 외국을 국빈 방문할 때 민항기를 타고 갔다. 그러나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내년 베트남 APEC 정상회의에 당당히 전용기를 타고 가서 80평쯤 되는 호텔에 묵을 것이다. 이번에 민항기를 타고 조용하게 왔다 간 필리핀의 경우는 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어 많이들 배우러 갔다. 그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은 100달러 정도였던 데 비해 필리핀은 180달러가 넘어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1인당 소득이 1만4000달러로 뛰어올랐고 필리핀은 1000달러가 조금 넘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 필리핀 대졸 여성들이 한국에 가정부로 오고, 돈 벌러 오는 근로자도 많다. 두 나라가 미국에 많이 의존한 것이나 독재에 오래 시달리면서 살아온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평화적 정권교체는 필리핀이 앞섰고, 미군도 벌써 철수시켰다. 그런데 지난 40여년간 한국은 연평균 7.5%의 성장한 반면 필리핀은 3% 선에 불과했다. 바로 이 차이가 누적돼 양국의 형편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필리핀이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애를 안 썼거나 한국보다 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 전략이 잘못됐든지, 엉뚱한 데 에너지를 썼든지 하여 이런 결과가 된 것 이라는 게 외국의 평이다. 특히 미군철수로 인한 안보 불안으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간 후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필리핀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야할 교훈인데도 너무 무심한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해서 한마디 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