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겉과 속이 다른 담뱃값 인상

버팀목 |2005.12.14 21:24
조회 247 |추천 0

정부가 작년에 이어 다시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그럴까. 담뱃값 인상의 내역을 꼼꼼히 따져보면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법이 개정되면 20개비(한 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현재 354원에서 558원으로 204원 인상되며,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등 기타 조세·부담금이 총 500원 오르게 된다. 결국 담뱃값 인상의 주범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고 약 1조4000억원이 늘어난 재원은 고스란히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흘러들어간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세금이 아닌 특별부담금의 일종이다. 특별부담금은 납부 의무자가 일반적인 납세 의무를 넘는 특별한 책임과 의무를 지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입장이다.

 

헌재는 지난 3월 학교 용지의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부과하던 학교용지부담금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학교 시설은 국민 모두가 납부하는 세금으로 마련되는 것이 온당한 것이지 아파트 입주자들에게는 특별한 책임이 없으므로 그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건강증진부담금 역시 대부분 국가의 일반적인 공공보건의료사업에 필요한 재원이므로 당연히 세금으로 충당할 것이지 흡연자들이 부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수입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또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금이라는 형식 자체는 국가가 일종의 ‘딴 주머니’를 찬 것이므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해칠 위험성이 크다.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의 대부분은 그간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메우고 공공보건의료사업 등 사후(事後) 치료적 사업에 주로 지출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의하면 2004년까지는 금연·건강생활습관 관련 지원 등 기금설치목적 사업비 305억원의 20배 정도를 건강보험급여비에 지출하였고, 2005년 현재 목적 사업비에 대한 기금의 지출은 5% 내외에 불과하다. ‘딴 주머니’의 주머니 자체 크기보다 주머니 단추가 더 큰 셈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재정 운용 때문에 이미 수 년 전부터 감사원·기획예산처 등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폐지하고 공공보건의료사업을 국가의 일반회계에 편입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가 돈을 거두고 지출하는 방식은 상식을 가진 국민 모두가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미리 쓸 돈을 계산하고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결여한 방법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쥐어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담뱃값 인상을 자제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폐지하는 것이 온당하다. 대신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국민건강보험기금으로 통합하는 문제나 국민건강부담금 대신 담배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 그리고 담배뿐 아니라 주류 등을 합쳐 별도의 세목(稅目)을 신설하는 방안 중 무엇이 합리적인 대안인지 고민해야 한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