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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제 2화 - 그 여자의 사정(事情)☆★

김상민 |2005.12.16 21:31
조회 613 |추천 0

                               

 

 

                                         향기

 

 

 

 

제 2화 그 여자의 사정(事情)

 

 

“ 김 간호사! 김 간호사!”

 

이 원장의 큰 목소리가 병실 복도 안을 가득 메운다. 다급한 걸음으로 김 간호사 쪽으로 뛰어 오는 이 원장. 무슨 일인지 그의 이마에는 이미 땀방울로 가득하다

 

  “ 왜 그러세요? 이 원장님!”

 

  “ 윤 혜선 환자 어딨어? 안 보이는데”

 

  “ 네? 이상하네요. 어제 밤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 이 사람 또 어디런가 사라진 거 아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 원장. 그의 입에서는 한 숨만 새어 나온다. 나이는 많지만 아직 총각인 이 원장. 작은 키에 통통한 체격.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움을 부릴 때도 있지만, 환자에게만은 사뭇 진지하다. 그래서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다정한 오빠 같으면서도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 이 원장님~ 이 원장님!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이 원장은 김 간호사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한 참을 땅만 바라보는 그에게는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엇인가 깊이 생각 중인 것 같았다. 김 간호사는 조심스럽게 이 원장의 어깨를 흔들어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 원장님? 원장님~!”

 

그제서야 김 간호사의 말을 알아들은 이 원장.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 거리며 김 간호사를 바라본다.

 

  “ 아!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근데 왜?”

 

 현관 쪽으로 손을 가리키는 김 간호사. 그녀의 손을 따라 자연스럽게 고개를 이동하고 그 곳에 시선을 맞추는 이 원장. 그 앞에 힘 없이 서 있는 혜선의 모습을 보고 서 조금은 화난 듯한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병동 안이 그의 큰 목소리를 가득히 울려 퍼진다.

 

 “ 당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당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몰라서 그래? ”

 

하지만 혜선은 아무런 변명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벽면 쪽으로만 시선을 고정 시킬 뿐이다. 그런 그녀의 행동과 표정에 더욱 열이 받았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쥔 그의 손은 심하게 떨린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의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때리거나 욕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한 숨을 크게 한번 내쉬는 이 원장. 어쩔 수 없다는 듯 힘 없이 뒤 돌아 선다.

 

  “ 많이 지쳐 보이는 것 같으니깐 그만 가서 쉬어요. 김 간호사 혈압

     체크하고 …….”

 

 그때 이 원장의 뒷모습을 향해 혜선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러 든다.

 

  “ 선생님, 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한달? 아니면 두 달? “

 

 순간 발걸음이 멈춰진 이 원장.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정지 상태였다.

 

  “ …….”

 

  “ 저 얼마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깐 얘기해주세요. 선생님

    입에서 있는 사실을 알고 싶어요.”

 

  혜선의 눈에서는 보일 듯 말듯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그녀의 하얀 볼을 타고 턱 밑에 잠시 머물다가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그 이 후 한 방울 두 방울 그녀의 눈물은 쉴새 없이 흐른다. 이 원장은 그녀가 지금 울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뒤 돌아 서지 않는다. 혜선에게 뒷 모습만을 보인 채 조금씩 말문을 연다. 아마도 울고 있는 혜선의 모습을 보면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그 자신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 내가 급성 위염이라고 해서 속였었지만 사실은 백혈병이야. 백혈병

        이란 일명 암인데 종양성(腫瘍性)으로 증식하여 병적인 유약백혈구

        (幼若白血球)가 혈핵 속에 유출하는 질환으로 생명에 크게 위험해

        요."

 

       이윽고 혜선은 울음을 크게 터트리며 이 원장에게 화내듯 소리 지른다.

 

          “ 그런 알아듣지 못할 소리 말고. 제가 알고 싶은 건 제가 얼마나 살

           수 있냐는 거예요”

 

      “ 보통 수술을 하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혜선씨는 이미 종양

        이 많이 퍼진 상태라 수술할 시기를 놓쳤어요. 길어야 세 달 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도 빠지고 지금 보다 통증도 더 심해지면서

        견디기 힘들어 질 겁니다. 하지만….”

 

혜선의 입에서 힘 없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손을 가볍게 볼 위에 올려 놓고 가득히 맺힌 눈물을 닦으며 애써 울음을 그치려 한다. 그리고 한번 밝게 웃더니 이 원장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리고 그의 손을 꼬옥 잡고 속삭이듯 말한다.

 

   “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사실 죽는 거 쉽지 않을 만큼 두렵지만 그래

     도 괜찮아요. 부모도 모르는 채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남자들 술이나

     따라 주며 살아온 세월이 내 인생의 절반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죽

     어도 아무도 슬퍼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비록 내가 죽는다고 해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네요. 다만, 죽는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 보

     다는 죽기 전에 사랑이란 거…그 유치한 소꿉놀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을 뿐이 예요.”

 

혜선의 다리는 심하게 후들거린다. 몸은 술에 취한 것 같이 휘청거리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된 채 눈물 자국만 가득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입가에 들리지 않을 만큼의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만 들릴 뿐이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

 

  “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내게 거짓말로 위로하려 했어….♬♪”

 

  이 원장은 뒤 돌아 서서 병원 문을 나서는 혜선을 잡지 않았다. 아

니 잡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

았기 때문에. 몸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지면 다시 자기를 찾을 거라고

믿고 떠나는 혜선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내내 편하

지 않았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자의 심정… 그런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란 게 고작 죽을 날을 알려줄 수 있는 일 뿐이었으

니깐.

 

 

 

밤 늦은 시각, 혜선은 행선지도 없이 계속 발걸음만 재촉한다. 몇 시간 동안을 걸었는지 발목이 이미 퉁퉁 부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무감각한 상태이다. 발목이 부은 정도로 그녀의 고통을 대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명동에 위치한 높은 빌딩 앞. 동방그룹이란 이름의 조각상이 세워진 건물 앞이었다. 그 곳에 가만히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저 서 있기만 했다. 밤 바람이 무척이나 찬 탓에 그녀의 얼굴은 이미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얇은 티셔츠 하나 걸친 상태. 살결이 베어오는 듯한 아픔이 밀려오는지 그녀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알 수 없는 건 그녀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 였다.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그 곳은 강 동민이 일하고 있는 회사 동방그룹 빌딩 앞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되돌아 갈 수 없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까지 왔지만 한번 더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본다고 슬픈 마음이 가시질 않겠지만. 그저 그의 얼굴은 한번 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저절로 발길이 옮겨진 것이라 그녀는 스스로 한테 얘기하고 있었다.

 

 

“ 강 과장! 강 과장!”

 

이 부장이 동민을 큰 소리로 부른다.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동민의 옆에 천천히 다가가 귀속말로 무언가를 말하는 이 부장. 그런 의아한 그의 행동에 동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 밖에 웬 여자가 자네 찾아왔는데 어서 나가봐. 시간도 늦었으니깐

   그만 퇴근해도 좋아. 근데 누구야? 결혼할 사람 있다더니 그 사람

   인가? 참 예쁘게 생겼던 데. 좋겠어. 강 과장은… 하하 하!”

 

고개를 한번 갸우뚱하는 동민. 속으로 ‘누구지? 경미인가?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양복 마이를 챙겨 입고 사무실을 나선다. 하지만 그의 시선 속에 보이는 것은 동민의 약혼자 이 경미가 아니라 윤 혜선이였다.

 

“ 당신이 여길 어떻게…..”

 

혜선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동민의 시선에 조금은 실망스러운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오늘 만큼은 웃기 싫어도 웃고 싶었기 때문이다. 혜선은 핸드백에 뒤적거리며 명함으로 보이는 것을 동민에게 보여준다.

 

“ 당신이 자고 있을 때 명함 한 장 슬쩍 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한

   번은 더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챙겨두웠어요.”

 

 

그 말을 들은 동민은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혜선의 팔목을 심하게 붙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너무 세게 잡은 탓에 혜선의 팔목엔 피멍이 든 것 같이 빨갛게 부어 올랐지만 동민은 그것을 모르는 듯 혜선의 팔을 놓지 않았다. 혜선이 뿌리치려 할 때면 더욱 세게 팔목을 잡았다. 건물 밖을 나서서야 동민은 혜선의 팔목을 놓았다.

 

  “ 이게 무슨 짓이 예요? 지금 팔목에 피멍 든 거 안 보여요? ”

 

혜선의 팔목을 슬쩍 바라보는 동민. 하얀 피부 빛 탓에 그녀의 팔목에 피멍 자국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동민은 그것을 무시하는 듯 했다. 오히려 혜선의 째려보듯 바라보며 소리치며 말한다

 

  “ 당신 뭐야? 진짜 꽃 뱀이야?  원하는 게 뭔데? 돈이야? 얼마를 원

     해? 돈 줄 테니깐 제발 내 앞에서 꺼져줄래요?”

 

동민의 쏘아 붙이는 몰아세우는 말에 혜선은 울먹거린다. 아이라인이 촉촉이 적셔오면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이 눈물샘은 제자리에서 빙빙 돈다. 하지만 애서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혜선이다. 강 동민이란 사람 때문에 혜선이 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손 바닥으로 눈물을 한번 닦은 후 동민의 눈을 바라본다.

 

  “ 돈? 그래요 나 꽃뱀이예요. 얼마나 줄건 데요? 저 이렇게 보여도

     제법 비싼 몸이거든요 한 1억 정도 주면 당신 앞에서 사라져 줄

     게요.”

 

    “ 하하 하 하하 하! 당신 정말 재밌어. 1억? 정말 비싸네. 그렇게 잠

       자리 한번 같이 하고 뜯어서 모은 돈이 몇 억은 되시겠네요. 꽃

       뱀 아가씨. 하하 하하~ 하하! ”

 

동민은 혜선의 말이 어이 없다는 듯이 깔깔대며 웃는다. 웃음 소리가 너무도 커서 건물 안 까지 그 소리가 메아리 치듯 울려 퍼질 정도였다. 한 동안 그의 웃음은 끊이질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혜선의 주먹에서는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순간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현실에 분노하고 지금 자기 앞에서 그렇게 웃어 대는 동민의 모습에 분노해 그의 뺨을 주먹으로 심하게 올려 붙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동안 침묵만 흐르다가 혜선은 뒤 돌아 선다. 그리고 한 발자국 내딛으며 그에게 말한다.

 

  “ 당신이란 사람 정말 형편 없는 사람이군요. 이것 밖에 안 되는 사

    람한테 뭔가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힘 없이 뒤 돌아 걸어가는 혜선. 빨갛게 부은 팔목을 다른 한 팔로 감싸고 절뚝거리며 걸어간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보고 있는 동민. 아직도 얼얼한 자신의 볼을 손 바닥으로 어루만지며 한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점점 그의 시선에서 혜선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순간 아무런 생각 없이 동민은 걸음을 시작한다. 그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혜선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뛰어간다. 혜선의 어깨를 잡는 동민. 심하게 진동 치는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그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쉰다.

 

    “ 저기…. 제가 뭘 잘못한 거죠? 내가 맞아서 억울하다는 건 아니지

       만… 그래요 제가 말을 조금 심하게 했어요. 그 점은 사과할게요.

       그런데 당신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깐.”

   

    “ ……”

 

    “ 말을 해봐요. 제가 오해했나요? 그래요 꽃 뱀이라고 한말 취소할

       게요. 만약 오해했다면 미안해요.

  

천천히 뒤 돌아 서는 혜선. 그때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면서 동민의 콧등에 살며시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그에게 우연처럼 스며든 혜선의 향기. 샴푸 냄새인지 향수인지 잘은 모르지만 동민은 왠지 그 향기가 편하고 좋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잠시 동안 아무 말 없다가 혜선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진다. 그때 가만히 그녀의 눈 아래로 다가오는 동민의 손등. 그는 조심스럽게 혜선의 눈물을 닦아준다.

 

“ 괜찮으시다면 저랑 소주 한잔 하실래요? 동민씨~.”

 

도톰한 그녀의 입술 사이로 조용히 흘러나오는 목소리. 순간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은 듯 동민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빨갛게 피멍이 든 혜선의 팔목을 바라본다.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동민. 짙은 남색 바탕에 파랑 색 체크 무늬가 있는 손수건을 들고 혜선의 팔목에 조심스럽게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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