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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유쾌 발랄한... 떴다!!! 그녀{첫번째 이야기}

이야기 상자 |2005.12.24 19:45
조회 601 |추천 0

 예전에 읽었던 분들도 있겠죠... 그때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도중에 하차 후 오랫 만이라 다시 올립니다. 내용을 많이 수정할 계획이거든요. 잼 나게 읽어주세요.

 여러분 메리크리스 마스

 남은 한해 아름답고 예쁘게 마무리 하시고 다가오는 한해에도 건강하시고, 노력해서 뭔가 얻는 한해가 되시길....

  

 #1. 사랑은 봄비처럼....


 

 3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나고 자랐던 고국이 그리웠던가?

 드디어 그리고 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다.

 피식!

 동희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거창하게 고국까지. 우습다. 양동희!

 동희가 얼마나 웃었던지 지나가던 웃음에 박하다는 한국 사람들까지 동희에게 미소를 되 돌려 줄 정도였다. 그 중 그녀를 요상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녀의 업된 기분을 망가트릴 수는 없었다.

 “그리웠다. 한국아! 으음흠. 공기야. 사랑한다.”

 어서 공항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매연과 먼지들이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진정한 공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쾅.

 하지만 좀 늦어 질 것 같았다. 동희가 앞을 보지 않고 유리로 보이는 하늘을 보다가 다른 사람의 카터와 부딪치고 말았다.

 “이런…… 죄송합니다.”

 동희는 두 남자에게 사과의 말을 중얼거리고 먼저 상대방의 집을 카터에 실었다. 하지만 그녀와 부산하게 움직이는 인상 좋게 생긴 사람과는 다르게 동희의 행동이 아주 기분 나쁘다는 걸 여실히 들어내면서 좀 전부터 짐 줍는 건 도울 생각도 하지 않고 동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옆에 있으면 저절로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남자였고, 태림은 오랜만에 남자의 얼굴만 보고도 가슴을 떨리어 오는 걸 느끼고 놀랐다.

 “컴퓨터는 괜찮겠습니까?”

 “아... 저기,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세게 떨어지는 바람에…….”

 “이런! 컴퓨터도 있었어요. 제가 변상해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차갑게 생긴 남자는 동희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더니 비서로 보이는 남자를 재촉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이봐요?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가려던 두 남자의 발길이 딱 멈추었다.

“내가 잘못했다구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 쌀쌀 맞은 남자의 목소리는 죽여줬다.

“그랬으면 당연히 그쪽도 내 짐 정리하는 거 도와주는 게 예의 아니에요?”

남자는 동희의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레이저가 나올 듯한 강렬한 눈으로 동희를 내려다보았지만, 그녀 역시 만만치 않는 눈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컴퓨터 망친 것도 겨우 참고 있는 중이니까 그쪽 짐은 본인이 알아서 하지죠. 갑시다.”

“네. 사장님.”

“아직 망가진 게 아닌지도 모르잖아요.”

“노트북이 당신 머리 같이 쿠션이 몽실몽실 한 줄 아나 본데. 더 이상 말하기 싫으니까 이쯤에서 끝냅시다.”

 내 머리가 뭐 어때서 당신이 보태준 것 있어? 동희는 어처구니가 없어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기 실수를 몰라라 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동희는 남자들의 뒤를 재빨리 따라갔다.

“저기요? 이거요. 저희 집 전화번호인데요. 혹시 컴퓨터에 이상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제가 변상해 들릴게요,”

 동희는 남자의 뒤를 따라가는 비서를 쫓아가면서 가방을 겨우 뒤져 메모지를 찾아 전화번호를 적어 건네었다.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동희는 잠시 넋을 놓고 키가 크고 어깨선이 멋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잘생겼으면 뭐하누? 인간성이라고는 완전히 제로인걸. 어떻게 된 남자가 자기 짐만 쏙 실고 가버리냐. 참 묘한 남자일세. 생긴 게 아깝구만. 이왕에 잘 생길 거면 매너 좀 있으면 어때서 저렇게 차가운 거야. 비서 성격 반만 닮아도 내가 어떻게 해 보겠다.”

피식.

 동희는 혼자 말에 웃음을 짓고 말았다. 남자에게 그렇게 학을 떨었으면서도 한국에 오자마자 남자에게 혼이 팔린 자신이 우습게 여겨졌다.

 “에이. 그래도 이왕 잘생긴 김에 매너까지 잘나게 만들어 주시지. 누가 마누라가 될지는 몰라도 고생길이 훤하다. 훤해.”


 유신은 공항만 아니었다면 폭탄 머리를 하고 뭐가 떨어지지 않을 까 걱정될 정도를 머리를 긁어대는 여자 멱살을 흔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검색 대에서부터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희죽 희죽 웃으면 사람들을 바라보던 그 여자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자신의 짐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도 모자라, 중요한 문서가 들어 있는 노트북까지 고장 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넥타이를 거칠게 목에서 느슨해지게 만들었다.

 “생긴 건 꼭 폭탄 같이 생겨서 하는 짓도 칠칠치 못하고만. 뭐? 변상해 주겠다고. 돈은 많은 모양이지. 하긴 그 꼴에 그것도 없으면 누가 데리고 가기나 하겠어. 누가 남편이 될지는 몰라도 만나게 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내가 말린다. 말려.”

 으씨!

 “분명 그 가방안도 머리만큼이나 엉클어 져 있을게 분명해. 뭐 짐을 실어 달라고? 아주 뻔뻔하기 까지 해요.”

 유신의 옆에 있는 최비서는 언제나 침착성을 잃지 않던 사장이 화내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왠지 인간미가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넋두리를 받아주었다.


 “우와! 반갑다 한국아.”

 “기집에 아주 청승을 떤다. 머리가 참 독특하다. 한국에 온다고 바꿨냐. 요즘 미국에서 그런 스타일이 유행인건 아니겠지.”

 동희의 머리는 누가 봐도 폭탄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꼭 전기에 감전 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채원아. 어머! 아영이도 나왔구나. 오늘 근무 아니야?”

 공항 입구에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 그녀를 마중 나와 있었다.

 “어. 오늘 오프 신청했어. 오느라 고생했다.”

 “고마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채원이 네 가게는?”

 “나도 문 닫았어. 오늘 하루 쉬어도 상관없잖아.”

 “역시 친구들 밖에 없다. 그런데 은주는 잘 지내지?”

 왜 은주가 빠졌는지 궁금했다. 곧 결혼 준비를 한다고 회사도 그만 두고 쉬고 있다고 얼마 전까지 메일을 보냈던 친구였다.

 “결혼식 준비는 잘 된다디? 이것이 시집간다고 오랜만에 온 친구도 나 몰라라 하네.”

 하지만 차에 탄 친구들은 동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들의 얼굴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니들 표정이 꼭 뭐 씹은 사람 같다.”

 “입도 거칠게 변했다. 너.”

 아영이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가 않았다.

 항상 넷 이었다. 그래서 더 행복했고, 의미가 있었다.

 “빨리 말해봐. 뭐야?”

 “은주. 병원에 입원했어.”

 “뭐?”

 동희는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를 뻔 했다.

 “왜? 결혼식 준비하느라 무리했나 보구나. 어느 병원이야?”

 “내가 일하는 병원 그런데 …….”

 아영은 망설였다.

 “야! 나 속터지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빨리 말해봐.”
채원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은주 걔 자살 기도 했다.”

 동희는 하도 놀라 콧방귀도 끼지 못했다.

 “아이까지 유산되어 버렸어. 신경안정제를 너무 많이 먹어 버렸거든.”

 동희는 운전하는 채원과 아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왜 은주가 자살을 기도 했는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민수씨가 배신했어.”

 처음부터 민수라는 남자가 싫었다. 자취집을 하는 은주네 집에 들어가 은주 부모님이 해주는 뒷바라지를 다 받으면서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면 결혼하겠다고 하고서는 언제나 은주 가족 등골 빼먹는 남자로 밖에 보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은주는 그런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옆에 붙잡아 놓을 수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떠나라고 했다. 그 어떤 비난도 싫다면서.

 그런데 그런 그녀가 그 나쁜 놈에게 배신을 당했다.

 “왜 말 안했어?”

 “너 곧 한국에 들어오니까. 그리고 은주가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거든.”

 “숨긴다고 모르게 될 것도 아닌데... 그 놈은 은주 그렇게 된 거 아니?”

 동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아니. 몰라.”

 “그놈 어디 있어.”

 또 한번 친구들이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그 인간 결혼한데.”

 “뭐? 지 놈이 은주 그렇게 만들어 놓고 결혼을 해. 어디야.”

 “조선 호텔.”

 호텔 씩이나!

 “가자.”

 “어딜?”

 아영이 놀라 동희를 바라보았다.

 “어디긴 어디야. 그놈 결혼식장이지. 너희들 정말 그놈 결혼하는 거 곱게 두고 보고만 있을 거야.”

 “아니.”

 “알았어. 가자.”

 세 여자는 굳은 결의를 하며 천하의 파렴치한이 결혼하는 곳으로 향했다.

 “잠깐만!”

 “왜?”

 “차 좀 멈춰봐.”

 채원은 갑작스런 동희의 주문에 놀랐지만 차를 도로가로 가져다 대었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동희는 차에서 뛰어 내리더니 지나쳐온 마트로 들어갔다.

 “쟤 왜 저러는 거지?”

 “글세. 뭐 살게 있나 보지 뭐.”

 “이 와중에.”

 채원과 아영은 동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미안.”

 “도대체 뭘 산거야?”

 그 말에 동희는 두 여자가 입을 쩍 벌린 만 한 물건을 꺼내어 놓았다.

 “이게 뭐야?”

 “이건 그릇이고, 이건 임부복.”

 “그건 나도 알아.”

 아영은 동희가 뭘 계획하려는지 알아채고 뒤로 자지러지도록 웃고 말았다.

 “죽인다.”

 세 여자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목적지를 향해 전력질주 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세 여자는 화장실로 향했고, 동희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밑바닥이 둥그런 스테인리스 볼 그릇을 임산복의 넉넉한 치마 속으로 집어넣어 잘 빠지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어떠냐?”

 “정말 임산부 같다.”

 “누가 봐도 감쪽같다. 야! 너 그런데 누가 너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괜찮아. 알아보던가 말던가. 무슨 상관이냐.”

 동희의 성격은 삼 년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동희를 바라보고 있는 두 여자는 잦은 통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 사실을 이미 눈치 챘지만 생각보다 많이 변한 동희를 직접 보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자. 출발이다.”

 세 여자는 씩씩하게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유신은 조용히 문가에 서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대기실에 앉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이랑을 내려다보았다. 어머니의 당부와 이랑의 결혼식이 아니었다면 꼴도 보기 싫은 친척들이 모든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거였다. 그들은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에도 어머니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 한번 제대로 내민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아버지의 친한 동기인 분들보다 더 못한 친척들이었다. 차라리 이웃사촌들이 그들보다 더 가깝다고 해도 절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빠. 정말 왔네.”

 이랑이 그다지 즐겁지 않는 눈빛으로 유신을 올려다보았지만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유신을 보고 넋이 나가 바라보다가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모습을 살짝 체크했지만 유신은 그들에게 가벼운 목례만을 할 뿐 다시 눈길을 주지는 않았다.

 “온다고 약속했잖아. 어찌 신부 얼굴이 도살장이 끌려가는 돼지 같다.”

 유신의 리얼한 표현이 이랑의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기분상해 하지는 않았다.

 “하필 왜 돼지야. 이렇게 예쁜 돼지 봤어?”
“지금 보고 있잖아. 싫으면 하지마. 왜 부모님이 강요하는 결혼을 하는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빠!”

 이랑은 혹시 주위에 있는 사람이 들을 세라 유신에게 눈치를 주었다.

 “뭐 어때. 모르는 사람이 바보 아닌 거냐. 네 얼굴만 봐도 다 알 수 있는데.”

 이랑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아버지의 말이라면 뭐든지 따르려고 노력했고,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모든지 열심히 했었다. 결혼 역시 아버지가 원하는 신랑과 원하는 시기에 하고 있을 정도로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아이었다.

 “그러지마. 그 사람 좋은 사람 같아. 아버지가 잘 고르셨을 거야.”

 “신랑감이라는 게 무슨 물건이니.”

 자신에게 유용하니까 선택한 거지. 네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분명해. 하지만 유신은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어찌되었든지 마지막 선택은 이랑이 몫이었고, 그녀의 인생도 그녀 스스로 살아야할 몫이었다.

 “식장에 가 있을게. 나중에 보자.”

 “응. 밥은 먹고 가. 그냥 가면 안돼.”

 “알았어.”

 그냥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랑의 눈빛으로 봐서는 갔다간 울어 버릴 것 같아 보여 그럴 수 도 없을 것 같았다. 싫은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큼 고역스러운 일도 드물지만 유신은 오늘 하루만은 이랑을 위해 꾹 참기로 했다.

 “신랑입장.”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모든 걸 얻었다는 듯한 야심에 가득 찬 신랑이 씩씩하게 레드카펫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신은 이랑의 신랑의 될 남자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보았던 순수한 설렘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넘치는 재력을 가지는 남자의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

 “신부 입장.”

 결혼행직곡이 울리면서 이랑이 큰아버지의 손을 잡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큰아버지의 얼굴 역시 야심에 찬 미소가 띄어 있었지만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이랑의 얼굴은 침착해 보일 정도로 표정이 없었다.

 유신은 이랑의 부탁대로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았다. 웨딩플래너로 보이는 여자는 연신 이랑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면사포의 각도가 무척 중요하다는 듯이 가만히 놓아둘 생각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거리고 있었고, 비디오를 맨 남자는 연신 조명을 켜놓은 채 예비부부와 하객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이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주례사는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잠~깐~만~요~.”

 결혼식장 입구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꼭 찬물을 끼얹힌 것 같은 효과를 내

더니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유신 역시 갑자기 등장한 세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 중에 특히 임부복을 입고 남산

만한 배를 자랑스럽게 내 밀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래 저 머리!

 유신은 분명 공항에서 자신의 카터를 과감하게 박아 버린 여자를 기억했다. 사실 저 머리

스타일이 아니었다면 기억해 내지 못했을 거였다.

 분명 저 여자 배 속에는 아이가 아니라 다른 것이 들어 있는 걸 알았지만 유신은 아무 말

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행동이 이랑에게 이로울 거라는 그의 본능이 그의 몸에서

긴장감을 빠져 나가게 만들었고, 유신은 하객 중에 가자 여유롭게 의자에 기대어 세 여자를

바라보았다.

 폭탄 머리 아가씨 무슨 일을 벌일지 두고 보겠어. 아가씨의 그 엉뚱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

하기를 바래.

 “동희야. 우리 이러다 여기서 맞아 죽는 거 아니냐?”

 아영은 좀 전에 다른 사람 결혼식을 망칠 뻔 한 것 때문에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죽기야 하겠냐. 가자.”

 동희 역시 다른 사람의 결혼식장에 들어갔다가 아슬아슬한 찰라에 그들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고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세 여자를 바라보았다.

 “동희씨. 언제 한국에 들어왔어요. 모르는 사이에 결혼했었나봐요.”

 아쭈 선수를 치시겠다. 웃기지마 넌 오늘 죽었어.

 “자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우리 아기에게 부끄럽지도 않아.”

 하객들은 상상은 했지만 동희의 입에서 그런 말들이 직접 흘러나오자 경악을 금치 못했

다.

 “무슨 소리에요. 동희씨.....”

 “잠깐 만난 거라면서 어떻게 날 속이고 결혼식을 할 수가 있어. 나하고 결혼한다면서? 우

리 애기 태어나면 결혼하자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자기 대학 다니는 동안 뒷바라지

한 우리 부모님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자기 이런 사람이었어.”

 완전 경악의 도가니였다. 폭탄도 그런 폭탄이 없었다.

 사람들은 술렁거렸지만, 세준은 여유 있게 웃음을 지으며 여자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동

희라는 여자는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 있어서 유신이 가까이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

조차 눈치 못 채고 있었다.

 “미쳤군요. 어디서 감히 그런 거짓말을...”

 민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동희의 옆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은주의 일을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전했다.

 “그게 왜 내 잘못인데?”

 “뭐?”

 동희는 그의 뻔뻔함에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지가 좋아서 나한테 몸 바친 거야. 난 당연히 피임하는 줄 알았지. 임신 했다는 것도 거

짓말 아니야.”

 “이... 이 나쁜 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동희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민수는 처음

에는 당하는 것 같아 보이더니 동희를 사정없이 밀어 버렸다.

 동희의 몸이 휘청거리자 그 걸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리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까지 있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동희는 자신을 잡아준 은인의 얼굴을 볼 정신이 없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즉시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릇을 배에 넣은 채로 바닥에 꼬꾸라 질번 했다.

 민수라는 남자가 차가운 사람인 줄 예전에도 알았지만 이 정도 일지는 몰랐었다.

 동희가 치마를 들치자 모든 사람들이 놀랐지만 그녀의 다음 행동에는 어의가 없어 한동안

 굳어 버렸다.

 “이 나쁜놈 넌 맞아야해. 뭐 좋아서? 이럴 싸가지 없는 놈. 뭐 하나 가진 것 없는 네 놈을

 뒷바라지한 내 친구 가족들이 넌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보인다 이거지. 이럴 인간 말종아!

 그런 그 사람들 피 같은 돈을 모기처럼 쪽쪽 빨아 먹을 때는 잘도 붙어 있더니 돈 많은

 여자 생겼다고 내 친구를 버려. 넌 오늘 죽었어.“

 동희는 인정사정없이 배에서 꺼낸 그릇을 휘두르며 민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야~~~!”

 처음에는 멀뚱하니 서 있던 민수의 친구들이 그의 비명을 듣고 우선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동희에게서 그릇을 빼앗았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센 거야?”

 “나이 먹어서 남는 게 힘이다. 왜 아니꼽냐? 남자들이 힘이라고는 없어가지고 부끄럽지

않냐?”

 “이거 못 놔.”

 처음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영과 채원까지 달라 들어 기를 썼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세 여자는 동시에 그릇을 놓아 버렸고, 마치 개그 프로처럼 그릇을 잡고 있던 상

대방 남자들은 바닥으로 나동그라져 심각한 상황임에도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말았다.

 동희는 허리와 팔꿈치를 감싸는 남자들을 지나 그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던 신부에게 다가

갔다.

 그녀의 눈에는 신랑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 만약 사랑이 있었다면 그의 배신에 흔들려야

했지만 그녀는 전혀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차라리 잘되었다.

 “저 인간하고 결혼하지 말아요. 저 인간 아무 것도 없을 때 뒤 바라지 해준 내 친구 부모

도 성공하자 나 몰라라 한 사람이구요. 조강지처나 다름없는 내 친구를 댁이 돈 많은 집안

딸이라고 해서 버린 나쁜 놈이에요. 나중에 당신에게 울거 낼게 없으면 분명히 당신을 버리

고도 남을 남자에요.”

 “아니야. 이랑아! 저 여자 말 믿지마!”

 민수가 신부의 손을 잡고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저 여자 실현당해서 미쳐버린 거야. 나 그런 적 없어.”

 뒤에서 민수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만한 남편감은 드물다며 연신 칭찬을 해대고 있었다.

 은주의 집에서 도와 줄때는 쓸개라도 내어 줄 것 같더니 돈 많은 사돈이 생긴다고 하자

은주를 버린 나쁜 사람들이었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 할 수 있어요. 난 거짓말 한 적 없어요.”

 “이랑아!”

 신부는 동희를 한번 바라보더니 민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전 .....”

 이랑의 다음 말이 흘러나오는 동안 결혼식장안에는 냉랭한 침묵이 흘렀다.

 “이 결혼 할 수 없어요. 아니 하지 않겠어요.”

 하객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김이랑? 너 미쳤어?”

 민수와 신부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길길이 날뛰었지만 이랑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

다.

 “저 미친 여자들 말을 듣고 네 결혼식을 망치겠다는 거냐?”

 “전 이 결혼 단 한번도 원한 적 없어요. 이젠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죄송해요.”

 신부는 내려와 동희에게 부케를 건네었다.

 “지금 당장 드릴게 없네요. 실례가 아니라면 받아 주시겠어요.”

 “네. 고마워요.”

 동희는 자신에게 부케를 건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드레스 자락을 움켜지고 결혼식장을

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 살기 바래요.”

 “동희야 이제 가자.”

 “응.”

 세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결혼식장을 걸어 나갔다.

 부끄러울 게 없었다.

 친구에게 큰 죄를 지은 사람을 응징했으며, 또 다른 여자의 인생을 구했으니까.

 “신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아영의 말에 채원과 동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 것 같아.”

 “잘 됐다. 그런 놈은 잘 살면 안돼.”

 “맞아.”

 “동희 이제 집으로 가야지. 은주는 내일 만나라.”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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