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 당연히 납품을 받는 대기업체 직원들에게도 잘 해줘야 한다. 남 모르게 봉투도 전하고, 가끔 술자리도 마련해 줘야 한다. 나 같은 노땅은 술자리 중간에 젊은 직원들에게 2차의 중책을 부탁하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며칠 전에는 새로 부임해온 원청업체 부장을 위해 술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를 대비해 2차까지 논스톱으로 서비스를 준비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부장이 여자다. 참, 난감한 일이다. 남자를 안겨 줄 수도 없고…. 여자부장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오르자 먼저 일어났다. 오늘 작전은 실패한 것 같다. 택시라도 태워줘야 할 것 같아 따라 일어났다.
부하직원들의 권유에 연거푸 술을 들이키던 여자부장은 취했는 지 발걸음이 불안했다. 급히 택시를 잡는 나에게 여자부장은 술 깬 후 들어갈 테니 걱정 말고 먼저 가라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는 나를 두고 여자부장은 불안한 걸음으로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중년의 대화는 자식얘기, 집안 얘기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여자부장도 다를 봐 없어 자식들 걱정을 털어놨다. 자식들 나이도 비슷하고 나도 맞장구를 쳤다. 집안 얘기가 화제로 오르자 여자부장은 조심스럽게 남편 문제를 꺼냈다. 검사를 다 받아 봐도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 발기부전이 찾아와 남편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눈치라고 했다. 나도 당뇨로 발기부전 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 경험담을 들려줬다.
찬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정도 걷던 여자부장은 힘들다며 어디서 쉬었다 가자고 했다. ‘어디서 쉬자는 거지!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었다 가자는 건가? 모델로 가자는 건가?’그러자고 대답만 하고 행동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내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조그마케 들려왔다.
“남자가 용기도 없네.”
그제서야 난 그녀의 손을 잡고 모텔로 들어갔다. 작은 몸집의 그녀는 생각보다 풍만했고 뜨거웠다. 연륜이 있어 그런가 우리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며 욕조에서,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부끄러운 건 그녀의 애무에도 불구하고 내 거시기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그걸 먹어야 될 시간인 것 같은데요.”
술에 취해 내 말을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던 그녀는 모든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레비**을 먹고 아내를 행복하게 해줬다는 말까지도…. 다행히 주머니에는 한 알이 남아있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날 여자부장의 접대는 내가 도맡은 셈이었다. 물론 회사 납품은 차질 없이 계속되고 있다. 수량도 만족 할 만큼 신장되었다. 그날의 일은 여자부장과 나만의 비밀로 묻혀졌다.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아내도 무덤까지 모를 일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녀의 나신이 떠오른다. 마음 한 구석에서 작은 파도가 일렁인다. 적어도 아내에게만은 사실대로 털어 놓고 싶다는, 아내에게만은 용서를 받고 싶다는…. 나는 아직 행동의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