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8 낮(O) 금동의 집 마당
정훈장 아들 효동(10세)이 안방에서 나오다 들어오는 금동을 본다. 창정은 절뚝거리며 뒤이어 온다. 효동은 급히 안방에다가,
효동 어머니, 금동이가 왔어요. (다시 금동 보며, ‘넌 죽었어’ 하는 표정으로 주먹 내민다)
영보당 이씨(40대 초반, 정훈장 부인)가 후다닥 나오며,
이씨 (마루 끝으로 와서) 네 이놈 이 시각까지 소를 끌고 어디에 가 있다 오는 게냐? 네 놈이 소를 끌고 가는 바람에 오늘 갈지 못 한 밭이 몇 마지기 인 줄 알기나 알느냐?
금동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때 금동의 어머니(30대 후반)가 부엌에서 뛰어 나온다.
금동엄마 아이고, 마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매일 마님께 심려만 끼칩니다 요. (금동일 때리며) 이걸 어따 써, 이걸. 어서 사죄 드리지 못하니?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조아린다. 안방에서 정훈장(40대 중반)도 조용히 나와 선다.
이씨 아이고, 내 저 놈의 모자만 보면 속이 터져 못 살아, 어떻게 하루라도 소란을 안 떠는 날이 없노?
계속 이씨에게 조아리는 어머니가 못 마땅한 금동. 돌쇠가 들어와 선다.
정훈장 (두 모자 측은히 바라보다) 부인, 그만 하시오. 별탈 없이 들어왔으니 됐소.
이씨 되긴 뭐가 되요? 저 놈 때문에 우리 식구 땅 퍼먹게 생겼는데……
정훈장 어허, 부인! (하며 눈을 흘기자)
이씨 (구시렁대며 꼬리 내리다 창정을 본다) 근데 너 뒤에 터진 보릿자루 마냥 망측하게 생긴 저 놈은 또 누구냐?
창정 (들릴 듯 말듯) 뭐, 놈? 저 여편네가?
이씨 보아 하니 행색이 거지인 거 같은데...... (또 한 소리 하려다 정훈장 눈치 본 후)
금동어멈, 식은 밥이나 한 대접 퍼줘서 내보내라.
정훈장 …… (이씨 말하는 뒤로 방으로 들어 가려 한다)
창정 뭐, 거지? (앞으로 뛰어 나갈 태세다.)
금동 대감마님!
놀라 뒤돌아 보는 정훈장과 이씨 모자.
금동엄마 아니, 금동아, 왜 이러느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금동 이 사람은 지금 몸이 성치 않습니다. 대감마님께서 가르치시길 배고픈 자, 병든 자, 무고한 자는 그냥 지나치지 말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씨 아니 저 놈이……
정훈장 (이씨 막으며) 흠, 좋다. 돌쇠야, 저 자를 사랑채로 안내하고 병을 돌봐라. 단 상처가 아물면 지체 없이 떠나야 하느니라, 험.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씨 아, 아니, 영감 저 거지를…… (하며 정훈장 따라 안방으로 들어 간다)
창정 (F) 끝까지 거지래?
돌쇠 창정을 툭 치고 앞장서 간다. 창정, 금동을 쓱 보고 돌쇠 따라간다. 금동, 어머니에 이끌려 간다.
S#39 낮(O) 김사또 집 외경 INSERT
고을 사또의 집치곤 여기저기 허물고 오래되 보이며, 약간은 초라해 보인다.
S#40 낮(O) 김사또 집 동헌마루
김사또(고을현감-종6품)가 집에 온 최찰방(찰방-종6품, 고을역장)과 술상을 받고 있다. 술상이 현감 집이지만 초라하다. 김사또가 나이는 위다.
최찰방 현감어른, 제가 이 곳에 부임한지 삼 년째 되오만 부임 첫날 인사 드리고 이게 두 번째인 것 같습니다.
김사또 그런가? 최찰방이 워낙 바쁜 사람이라 내가 부르지 못한 게지, 허허.
최찰방 그런가요? 제가 싫어서가 아니 라요? (기분 상해하는 김사또를 보며)
허허허, 아닙니다, 아닙니다, 농입니다, 허허허.
김사또를 슬쩍 보며 술잔을 비운다. 김사또는 최찰방이 어딘가 못마땅하다. 주전자를 들어 한잔 따라 준다. 이때 자영이 향단과 들어온다. 자영이 겉치마를 손에 들고 들어온다. 자영은 현실의 수정과 동일인물이다. 최찰방의 시선이 아름다운 자영의 자태에 꽂힌다. 그런 최찰방의 시선을 알아챈 김사또,
김사또 아녀자가 왜 이리 오랫동안 밖을 나다니느냐? 어서 네 방으로 가거라.
최찰방 아, 현감어른, 저 낭자가 말로만 듣던 현감어른의 따님이로군요!
자영을 보는 최찰방의 시선이 못마땅한 김사또,
김사또 허 험, 자영아 이리오너라, 제 작년에 부임한 우리고을 찰방 어른이시다.
인사 여쭈어라. (희죽희죽 웃는 최찰방이 못마땅하다.)
자영 처음 뵙겠습니다. 자영이라 하옵니다.
최찰방 허허허, 듣던 데로 절새 미인입니다, 현감 어른. 허허허
최찰방의 끈끈한 시선이 못내 역겨운 김사또는 재촉하듯 자영을 제 방으로 보낸다. 가는 자영의 뒷모습을 침 흘리며 바라보는 최찰방, 그 시선에 술잔을 꺾는 김사또.
S#41 낮(I) 창정 사무실
창정이 앉아있던 자리에 영팔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쌍칼과 여러 똘마니들이 모여있다.
쌍칼 형님, 놈은 부상을 입어서 멀리 못 갔을 겁니다. 틀림없이 주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에요. 회복되기 전에 어서 찾아 없애야 합니다.
영팔 아아, 걱정하지 말거라. 몸이 회복된다 해도 다시는 이 세계와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야. 자기가 거느린 부하들에게 그 수모를 당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이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 놓겠어. 걱정하지마.
쌍칼 아닙니다, 형님. 형님은 그 놈의 본성을 모르셔서 그럽니다. 얼마나 끈질긴 놈인 줄 형님은 모르셔서 그럽니다.
이 말과 함께 창정과 쌍칼이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일방적으로 쌍칼에게 얻어 맞는 창정, 그러나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다. 때리면서도 어딘가 공포에 휩싸인 쌍칼의 얼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쌍칼에게 옆구리에 일격을 가하는 창정의 모습(3번 연속 반복)에서 현실의 쌍칼얼굴로 디졸브 된다.
영팔 (몸 일으켜 쌍칼 어깨 두드리며) 자자, 쌍칼, 걱정 말고, 이따 파리 나이트클럽 오픈식에서 즐길 생각이나 해. (하며 나간다)
쌍칼 ……
S#42 낮(I) 쌍칼 사무실
쌍칼, 골똘히 생각하다가 웃옷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S#43 낮(I) 쌍칼 사무실 밖
여러 명의 똘마니들이 빈둥대다 쌍칼이 나오자 따라 나가려 한다.
쌍칼 따라오지마.
S#44 낮(O) 도로
쌍칼의 차가 도로 위를 달린다.
S#45 낮(I) 쌍칼 차안
쌍칼 골똘한 표정으로 있다 한 곳을 본다.
쌍칼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고은 전통마을 5Km’ 표지판.
S#46 저녁 노을(O) 갓길
쌍칼의 차가 와서 멈춘다. 창정의 차가 굴러 떨어진 곳이다. 차에서 내려 밑을 굽어 보는 쌍칼. 근 거리에서 원거리로 카메라 시선 이동되면 굽이굽이 놓인 산세뿐이다.
S#47 저녁(I,O) 몽타주
한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는 창정. 탕약을 먹고, 한의사가 나가자 한약 대신 양약을 가방에서 꺼내 먹는 창정. 비탈길을 내려 가는 쌍칼. 밥상을 마주한 창정, 온갖 풀 종류만 잔뜩 있기에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가방에서 소시지나 통조림 등을 꺼내 같이 먹는다. 숲 속을 뒤지다 창정의 옷 조각을 발견하는 쌍칼. 영팔이 오픈식장에서 칵테일을 웃으며 마시다가 꼬붕 한 명이 다가와 귀 속말을 하자 무덤덤한 표정이 된다. 사랑채 앞을 절뚝거리며 걷는 창정,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다.
S#48 밤(O) 숲 속
쌍칼이 옷 조각을 쥐고 이리저리 헤매다,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진다. 한참을 떨어지던 쌍칼이 어느 성곽 같은 담벼락에 부딪치며 멈춘다. 정신을 가다듬고 쌍칼은 성곽 안을 보려 발버둥친다. 그러면 카메라는 쌍칼에게 다가가는 시선으로 바뀐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 쌍칼을 내리치는 둔기. 정신을 잃는 쌍칼.
S#49 밤(I) 감옥 안
횃불이 어른어른 거리며 쌍칼의 얼굴을 비춘다. 엎어져 있던 쌍칼이 어슴츠레 눈을 뜬다. 사군 두어 명이 옥 앞을 왔다 갔다 하나 쌍칼의 시선은 가물가물 하다. 다시 정신을 잃는 쌍칼.
S#50 밤(I) 창정 방안
스니커즈를 우걱우걱 먹고 있는 창정. 이 때 들어오는 금동. 뒤 춤에 감추는 창정.
금동 거 먹고 있는 게 뭐요?
창정 몰라도 돼, 임마.
금동 내 이름은 임마가 아니라, 금동이요.
창정 어쭈?
금동 행색을 보아하니 양반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자꾸 반말을 지껄이느냐? 밥이나 제대로 얻어먹으려면 나한테 잘 보여야 할 것이야. (하며 나가려 하는 금동)
창정 야야, 앉아봐. 어른 얘기도 안 끝났는데 나가는 싸가지는 어디서 배웠냐?
(가방을 뒤적이더니 초코바를 꺼낸다) 먹을래? (갸웃 하는 금동 보고) 먹어, 맛있어.
금동 …… (잠시 주저하다가 껍질 째 먹으려 한다)
창정 야야. (빼앗아 까준다) 됐어, 먹어.
금동 (한 입 베어 문다) 으음, 어느 지방 엿인지 몰라도 매우 맛나구려.
창정 (웃으며) 엿? 먹어라.
금동 (먹다 문득) 당신은 뉘시오?
창정 (금동을 째려 보다 덥석 멱살을 잡으며) 그러는 너는 누구냐?
누구길래 처음 보는 사람을 집으로 들여 이렇게 보살피는 것이냐? 여긴 또 어디고? 누구야? 누가 시킨 짓이야?
금동 (뿌리치며)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노라는 격이네!
몸이 회복되면 언제든 떠나도 좋소! (하며 나가버린다)
창정 하 하하하 (한 동안 웃더니 표정 굳어지며) (F) 여기가 어디건 그건 상관없어, 내가 모르는 곳이라면 그 놈들도 찾기 힘들 테니…… 히히히 히 내가 언제부터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꼴이 됐담.
S#51 낮(O) 몽타주
최찰방은 손수 하인들과 더불어 많은 쌀 가마니를 우마차에 싣고 김사또를 방문하여, 전달한다. 자영이 있는 방 쪽으로 연신 고개를 두리 번 된다. 그걸 알면서도 김사또는 어려운 형편 땜에 텅 빈 곳간에 쌀을 채운다. 아비의 어려움을 아는지라 자영은 부러 나와 최찰방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이에 매우 좋아하는 최찰방. 이후 여러 가지를 갖다 주는 최찰방의 모습이 보인다. 최찰방이 돌아가고 김사또는 이방 등에게 명령한다. 그러면 이방 등은 최찰방에게서 받은 곡식들을 군졸들과 함께 우마차에 싣고 나가 고을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고마워하는 백성들.
S#52 낮(O) 몽타주
창정이 답답한지 밖으로 나와있다. 옷차림은 이미 한복을 입고 있다. 창정의 눈에 소와 함께 밭을 가는 농부, 평교자를 타고 행차하는 양반, 골목길에서 이리저리 뛰노는 어린 학동들, 빨래 감을 들고 가는 아낙들 등 전형적인 옛 모습들이 보인다. 창정의 눈엔 낯설기만 하다.
S#53 해질무렵(O) 언덕 위
언덕 위에서 붉게 물든 노을을 보고 있는 창정. 잠시 후 고개를 떨구고 언덕을 내려 온다.
S#54 밤(O) 최찰방 집 안채 마당
쌍칼이 의자에 포박되어 묶여 있고, 최찰방이 마루 위 의자에 앉아 이를 보고 있다. 최찰방이 머리 짓을 하자 사군 한 명이 쌍칼에게 물을 붓는다. 쌍칼이 놀라 깨어난다.
최찰방 아따 그 놈 참, 잠 한 번 오질 라게 처자네. 이제 정신이 드느냐?
쌍칼 (어리둥절해 있다, 몸을 좌우로 비틀며) 뭐야, 이거? 넌 누구냐? 여긴 어디구?
왜 나를 묶어놨어? 어서 안 풀어?
최찰방 어라? 저 놈이 내가 물을 말을 지가 막 해버리네? 야, 넌 뭐 하는 놈이야?
왜 우리 쪽을 염탐하고 있었느냐?
쌍칼 뭘 염탐해? 이거 뭐야? 우리 애들이 알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이거 안 풀어?
최찰방 살고 싶으면 살고 싶다고 해. 요즈음 외지에서 들어온 놈들 때문에
내가 아주 골치가 아파. 더 말할 것 없다.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은 우리식대로 처리한다. 여봐라!
최찰방 말에 쌍칼은 결박이 풀리고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한 쪽에서 인상이 험악한 거인이 채찍을 들고 등장 한다.
쌍칼 …… (주춤 물러난다)
최찰방 싸워라! 싸워서 이기면 넌 여길 나갈 수 있다.
쌍칼, 덤벼 들어 호기 있게 주먹을 날리나 거인은 끄떡 없다. 채찍으로 쌍칼을 살살 고문하는 거인. 최찰방 몹시 즐거운 듯 하다. 쌍칼 나름 데로 거인과 맞서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최찰방 잠깐, 너무 일방적이라 재미가 없구나.
쌍칼 ……
최찰방 저 놈에게도 무기를 주어라!
집사1이 무언가를 던져준다. 무기라고 주는 것이 고작 목검이다. 그래도 쌍칼 별명답게 목검을 가지고 호기 있게 싸운다. 서서히 거인을 힘 빠지게 몰고 가던, 쌍칼이 몸을 날려 정수리를 갈긴다. ‘끄으응’ 신음 하던 거인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쌍칼을 잡으려 달려 든다. 쌍칼의 눈에 목의 빈틈이 보이자 여지없이 달려 들어, 목검을 목에 휘두른다. ‘으드득’ 소리와 함께 목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거인. 놀라는 최찰방 부자와 주변 사람들. 곧이어 쌍칼에게 던져지는 그물. 그 속에 갇히고 마는 쌍칼.
최찰방 저 놈을 다시 가둬라!
그물 속에서 바둥대는 쌍칼을 끌고 가는 사군들.
S#55 밤(I) 감옥 안
우두커니 앉아 있는 쌍칼.
최찰방 (F) 어차피 너는 살아서 이 고을 빠져 나갈 수는 없다. 너에게 판단을 맡기마. 살아서 나를 위해 싸우겠는지, 아니면 이 감옥에서 남은 생을 마감 할 것인지……
S#56 밤(O) 정훈장 사랑채 마당
창정이 밝은 달빛을 받으며 서성이고 있다. 달을 쳐다보는 창정. 수정과 오소리 등이 생각난다. 보고 싶다. 그러다, 수정과 오소리가 웃고 있는 영팔로 바뀌자 ‘내 이놈을......’하며 주먹을 부르르 떤다.
창정 (F)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 들고 나온다. 창정의 PDA폰이다. 겉면이 약간은 탄듯하게 훼손되어 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파워버튼을 누르는 창정. 붉은 빛을 깜빡이며 폰이 켜진다. 창정, 희망의 얼굴을 한다. 그러나 이내 송수신불가 표시가 난다. 폰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그래도 송수신불가가 계속 뜨다가, 한 쪽 담벼락 위로 올라가자, 안테나가 한칸이 뜨는 지점이 있다. 환한 표정으로 오소리 번호로 거는 창정. send 버튼을 누르자 CG로 창정 휴대폰에서 붉은 선이 나와 하늘로 올라가다 어느 지점에서 날아온 푸른 선에 의해 지워진다. 신호가 가지 않는 것이다. 재차 시도하는 창정, 그러나 이번엔 안테나 선이 뜨지도 않는다. 낙심한 창정이 이번엔 폰속 달력을 찾는다. 달력엔 5월 4일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시선을 그 위로 돌리니 1866년으로 표시되는 게 아닌가. 멍해지는 창정.
창정 (큰 소리로) 이 씨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뭐야? 도대체 말이 안되잖아!
자리끼를 들고 쪽문으로 들어오던 금동이 소리치고 있는 창정에게 다가와,
금동 밤바람이 아직 찬데 이리 나와 있어도 되겠소? 어여 들어가시오.
창정 (담벼락에서 내려와 화난 듯)야, 꼬마. 올해가 몇 년이야?
금동 또 무엇에 화가 나있는진 모르겠지만, 올해는 고종 3년이요.
창정 뭐, 고종?
급히 금동을 끌어 앉히며, 바닥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며, 놀라는 금동
창정 야 이 지도, 김정희가 그린 지도(1861년), 어 대동여지도, 너 아냐? 너, 네가 사는 이 동네가 여기, 여기 어디쯤이야?
금동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은 모르오만, 여기는 수원이요.
창정 수원? 경기도 수원 말이지? 다행이군 서울과 안 멀어서……
금동 그건 왜 묻는 거요?
창정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야 그럼 북쪽은 어느 쪽이니?
금동이 어느 한쪽을 가리킨다. 그러자 창정 금동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창정 좋아, 금동아. 난 내일 서울로 떠난다. 잘 자라.
자리끼를 뺏어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창정을 바라보는 금동.
S#57 낮(O) 정훈장 집 안채 마당
창정이 가방을 들고 원래 처음 입었던 현대의 찢어진 옷을 입고서 있다. 정훈장, 금동, 금동 엄마, 돌쇠 등이 나와있다.
창정 지금까지 보살펴줘서 고맙소. 난 내 길을 가겠소.
정훈장 가? 어디로 간단 말이냐?
창정 서울로 가지 어디로 가겠소. 한양, 한양 말이요. 내 가서 알리리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깡 촌이 있다는 걸, 아마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요. 하하하. (아무들 반응이 없자) 하여간 그 동안 고마웠소.
호탕하게 집을 나서는 창정. 측은이 창정을 바라보는 정훈장. 같이 서있던 금동이 밖으로 뛰어나간다. 잡으려다 마는 금동엄마.
S#58 낮(O) 정훈장 집 앞
창정은 금동이 가르쳐준 북쪽 길로 힘차게 향한다. 창정의 반대편 쪽에서 이씨가 효동의 손을 잡고 오는 중이다. 창정은 본체만체 하고 지나가고 의아한 듯 쳐다보던 이씨 맞은편에서 뛰어나오는 금동을 본다. 금동 아쉬운 눈빛으로 창정을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