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시절, 어느 명절날 직장상사가 나눠주는 구두상품권에 감격한 적이 있다. 감격까지 한 것은 상사가 자기 돈으로 구입한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순진하게도. 시간이 지나 구두표는 업자들에게 받아 상사가 나눈 것이었고, 그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기와 비품을 구입할 때 여러 업체가 경쟁을 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애매모호할 때 구두표 즉, 명절날 받았던 떡값이 위력을 발휘하였다. 나중 상사가 되었을 때 명절 때만 되면 공중에 떠도는 떡들, 손만 뻗으면 건질 수 있는 상품권과 구두표 그리고 현금들을 바라보면서 조직의 생리와 원칙 사이에서 갈등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떡값은 묘하다.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최초에 받는 사람은 조직을 챙기는 큰형의 위치에서 전달자의 역할을 하므로 죄의식에서 면할 수 있다. 하부조직원들은 전달받은 떡값이 직접적 뇌물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고, 같이 받았다는 공동체의 동질감 때문에 죄에 대한 느낌이 가볍다. 조직 전체가 오염되었음을 함부로 지적할 수 없게 되고, 나중 판단과 선택에 대한 애매모호한 상황이 올 때 아무런 죄의식 없이 뇌물제공자에게 은혜를 갚게 된다.
이번 검찰이 진실을 폭로한 기자에게는 엄정한 법집행을 하면서, 삼성에게 애매모호한 판단을 한 것은 떡값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 떡값을 준 자도 받은 자도 없다고 하니 무혐의 처리한다는 애매모호한 발표는 떡이 어떻게 마술을 부리는지 보여주고 있다. 최초에 받은 큰형은 나눠 주어버렸으니 받은 것이 없고, 준 자는 받은 자가 받지 않았다고 하니 안 준 것이 되어버리는 떡값 특유의 마술 같은 논리가 성립된 것이다.
떡을 먹었으니 떡값을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다. 칠칠치 못한 이에게 밥값도 못한다고 하는데 검찰은 떡맛에 밥맛을 잃었는지 밥값을 못하고 있다. 거기다 신기한 것은 밥을 대주는 국민에게 대놓고 떡값부터 해대는 것을 보면 그들이 먹은 떡 속에는 간을 붓게 하는 약 성분도 함께 들었던 것 같다.
검찰이 왜 밥보다 떡을 선호하는지 원인을 분석해보자. 첫 번째, 그들 중에 떡집 자식이 끼여있을 개연성이 있다. 두 번째는 떡에 홀려 밥맛을 잃은 경우이다. 마지막은 밥과 떡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고 있음이다.
떡을 좋아하는 검찰에게 권한다. 떡집 자식은 국고를 축내지 말고 가업을 이어받아 열심히 떡 만드는 일에 힘쓰고, 밥맛을 잃은 검찰조직원들은 일찌감치 밥숟가락 놓길 바란다. 그리고 떡과 밥을 같이 먹길 좋아하는 이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둘은 절대상극으로 그대로 뱃속에 두면 단명하니 당장 입원하여 썩은 창자를 도려내어야 한다.
이번 결과를 정리해보면 그들의 떡은 관료조직의 철밥통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호 기자의 기소 외에 정치인 출신의 두 국정원장은 구속되었지만, 철밥통 형제들인 관료들 즉, 국정원 고위간부와 검찰 떡보들은 이런 저런 애매모호함을 내세운 무혐의로 요약되었다.
대한민국 검찰은 법의 여신 디케의 저울 위에 떡을 올려놓았고, 저울 한 쪽에 떡을 올려놓은 여신은 이제 떡을 담고 나누는 철밥통을 지키는 시녀가 되었다. 여기에 이광재의원이 결부됨을 같이 발표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성 즉, 떡과 철밥통의 시스템을 건들지 마라는 경고를 정부여당에 던지는, 철밥통을 철통같이 지키는 수문장이 되었다.
지난 강정구교수 불구속과 관련하여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한 어느 평검사의 글이 떠오른다. 검찰조직의 명예를 위해 총장직을 사퇴하라고 하였다. 이번 사안에서 조폭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떡값을 둘러싼 명예, 과연 어떤 평검사가 제기하고 검찰 본연의 명예를 되찾을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청와대에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