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유도 축구의 일부일 뿐
지난 주 나는 루카스 닐과 블랙번 팬들에 관한 현지보도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닐의 기사가 한국 언론에 까지 보도되자 동료 블랙번 팬들을 변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다름아닌 조건호라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블랙번 팬들은 그렇지 않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닐이 말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뿐이다.
루카스 닐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블랙번에서 뛰었다. 그 기간동안 좋은 수비수로 성장한 닐은 2006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의 멤버로 활약하며 더 높은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던 닐과 블랙번의 계약은 이번 여름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사실 닐은 계약종료와 함께 그냥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블랙번은 그를 조금 더 빨리 풀어주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블랙번으로서는 이적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루카스 닐은 지난 몇 달간 리버풀행에 대한 협의를 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리버풀을 응원했다고 이야기했다. 닐의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선수들은 빅 클럽으로의 이적을 앞두고는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리버풀로부터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닐은 웨스트햄으로의 이적을 결정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웨스트햄은 리버풀이 제안한 주급의 2배에 달하는 돈을 제시했다고 한다.
결국 닐은 강등위기에 처한 웨스트햄의 선수가 되었고, 이 사실은 많은 팬들을 기분 나쁘게 했다. 이 이적에 불쾌함을 느낀 사람들은 블랙번 팬들만은 아닐 것이다. 잉글랜드에는 92개의 프로축구팀이 있고 리버풀의 규모는 이 중 90여 개의 팀들보다 더 크다. (개인적으로는 리버풀보다 더 큰 팀은 단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루카스 닐을 아는 블랙번 팬들은 그가 리버풀과 같은 큰 팀에 가서 뛰는 것을 시샘하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번의 순위보다 10단계나 아래에 위치한 팀으로 가기 위해 떠나는 것은 이상해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닐이 블랙번 팬들에게 그토록 많은 야유를 받은 이유는 저 때문만은 아니었다. 닐은 웨스트햄과 블랙번의 경기가 끝난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팬들이 내게 보여준 반응은 역겨웠다. 나는 블랙번을 위해 5년 반이라는 시간을 뛴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블랙번을 위해 헌신했으며 팀에 대한 불평불만을 표시한 적도 없다. 좀 더 나은 모습을 위해 팀을 옮겼는데 내게 돌아온 반응은 이런 것들뿐이다.”
"6개월이나 1년을 대충 뛰다 돈만 받고 떠나는 선수들도 있다.”
닐이 말한 것들은 모두 맞는 이야기이다. 그는 언제나 정직한 선수였다. 그는 블랙번에 머무를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았으며 때가 되자 다른 선수들처럼 팀을 떠났다. 그는 미리 블랙번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했었고, 경기에 나설 때는 항상 100%의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이다. 루카스 닐은 팬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가 야유를 받은 것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진짜 놀라운 것은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10년이나 뛴 닐이 그런 반응으로부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은 축구의 일부이다. 팀을 떠난 선수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돌아올 때는 야유가 나오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선발 출전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 나이가 든 선수들, 본인은 떠나기를 원치 않았지만 팀의 경제적인 문제로 이적해야만 했던 선수들의 경우 팬들로부터 별다른 야유를 받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아꼈던 선수에게 야유를 보낸다. (리버풀 팬들도 뉴캐슬의 선수로 돌아온 마이클 오웬에게 야유를 보냈다. 리버풀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떠난 오웬에게 자신들이 2005년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거머쥔 사실을 거론하며 그를 조롱했다)
더 커다란 야유는 팬들이 그만큼 그 선수를 사랑했다는 것을 의미할 때도 있다. 팬들은 관심 없는 선수에게는 야유도 보내지 않는다.
앨런 쉬어러는 130경기 출장 112골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남긴 채 블랙번을 떠났다. 하지만 쉬어러가 블랙번에 돌아왔을 때, 그는 팬들로부터 무자비한 야유를 받았다. 1996년의 일이었는데 나도 당시에 경기장에 있었기 때문에 잘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러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어러에게 야유를 보냈다. 팬들은 그가 떠난 것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쉬어러는 떠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블랙번에 남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팬들의 상처는 더욱 컸다.
블랙번 팬들은 2005년이 되어서야 쉬어러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를 용서하고 인정하는데10년이나 걸렸던 것이다!
2003년에 첼시로 간 더프는 블랙번에 돌아와서도 야유를 받지 않았다. 왜? 이적을 요구한 당사자가 더프가 아니었고 그에게는 블랙번을 떠날 마음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첼시는 블랙번이 거절할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제시했다. 더프는 무척 멋지고 조용한 사람이며 팬들은 아직도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 어떤 팬도 자신의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팀을 사랑하는 팬들은 자신이 프로선수라면 한 팀에만 머무를 것이라는 상상하고는 한다.
팬들로서는 선수가 이적을 하려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루카스 닐은 좋은 선수였지만 최고 수준의 수비수가 되기에는 실수가 너무 많은 선수였다.
닐이 떠나자 블랙번은 리버풀의 인상적인 수비수 닐 워녹을 영입함으로써 닐의 빈자리를 대체했다. 루카스 닐이 없는 블랙번의 성적은 훨씬 더 좋아졌고 이는 사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의 실제 삶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두 배의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면 기쁜 마음으로 회사를 옮길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꼭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으며 실제의 세상과도 다르다.
지난 토요일 루카스 닐이 블랙번을 방문해서 경기를 펼쳤을 때, 경기장에는 4종류의 팬들이 있었을 것이다.
1- 블랙번를 위해 보여줬던 노력에 대해 박수를 쳐줬던 팬들- 야유 없음.
2- 더 이상 블랙번 선수가 아닌 루카스 닐을 상관하지 않는 팬들- 야유 없음
3- 닐의 이적에 진짜로 화가 난 팬들- 야유
4- 팀을 떠난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여기며 그저 재미를 위해 야유했던 팬들- 야유
만약 나였다면 팀을 떠난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러한 행동은 좀 바보 같기도 하며, 선수를 더 자극시켜 힘을 내게 할 뿐이다. 쉬어러는 블랙번전에서 많은 득점을 해왔고 그 시간들을 무척 즐겼다.
개인적으로는 떠난 선수에 대한 야유도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쁜 녀석들에게는 야유를! 좋은 친구들에게는 박수를! 우리는 그렇게 축구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