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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어라 등록이 안된다네요.
가능한 빨리 찾아서 업로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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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와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만나기로
이미 약속을 잡은 상태.
이제 더 이상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라는 말은 나와 상관없는 소리다. 훗훗.
누나 사건으로 인해 손상된 신용도는
이번 크리스마스에서 반드시 극복해주마!!
우선 크리스마스 하면 선물.
어떤 게 좋을까?
...... 핫핫핫..... 선물......?
각오와 동시에
거대한 문제에 봉착해버린 나.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과
경험 부족이 낳은 당연한 결과였다.
선물이라고 하면 인형이랑 꽃 밖에 생각 안나니...
(참고로 이들은 여성들이 싫어하는 선물 2,3위에 나란히 등극된 바 있다.)
난 우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화설문조사에 착수했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
?? = 어머 여보~.
기억 - ...... 누군지 알고 그렇게 받으세요?
유니 = 잠시 고심하다가..... 기억이니?
기억 - 예.
유니 = 꺄아~ 오빠~ 웬 일이야? 응?
이 사람은 원래 이렇다, 이 사람은 원래 이렇다...
이해하고 넘어가자, 이해하고....이해하고....
기억 - 뭣 좀 하나 여쭤보려고요.
유니
= 그래, 오빠가 궁금하다면야....
31, 25, 32야~.
기억 - 에? 민아 사이즈에요?
유니 = 아니, 내 건데. 물론 과장도 쪼끔~.
....난 이 사람한테 뭘 기대했던 걸까.
기억 - ....... 하아. 끊을게요.
유니
= 너무 진지한 반응에 식은땀을 흘리며....
장난 장난~. 그래, 뭐가 궁금한데?
기억 - 민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요?
유니
=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살만 루시디 전집.
한글판은 없으니까 영문 판으로.
기억 - 에?....그게 누군데요?
유니
= 어쩜어쩜어쩜 살만 루시디를 모른단 말야?
악마의 시나 루시디 사건이 얼마나 유명했는데....
소설 작가야 소설 작가.
기억 - ..... 그래요? 민아가 그 사람 팬인가 보죠?
유니
= 그럼~, 정말 좋아할 거야.
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이랬다.
네가 영문판을 선물해주면
민아는 목숨 걸고 번역해서 볼 거 아냐.
그럼 난 손 안 대고 코풀기로....
=뚝.=
......... 내가 어리석었다.
좀 더 정상적인 사람한테 물어보자.
=뚜르르르...뚜르르르르....=
?? = 누구야.
기억 - .......기억입니다.
김양 = ...왜.
기억 - 민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요?
김양 = .... 본인한테 물어봐.
기억 - 아, 아니 원래 이 선물이라는 게...
김양 = 몰라. 민아 맘을 내가 어떻게 알아.
기억 - 그럼 선배가 받는다고 하면....
김양 = ....... 쿠바 시가 한 갑.
기억 - ........
김양 = 끊는다.
=뚜...뚜....뚜....=
..... 그래, 김양도 원래이랬어.
그래, 이번에도 내가 상대를 잘못 고른 거야.
좀 더 진지하게 상담을 해볼 수 있는
세심하고 친절한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아는 사람이 없다.
좌절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너무 일찍 찾아와 버린 인맥의 한계.
내 인간 관계는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이었나?
이렇게 된 이상
적당히 아는 놈들한테라도 조언을 구해야 하나?
아냐, 돌 두 개 합쳐봤자 맷돌밖에 안 된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부싯돌 정도는 있을지도..?
자칫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을 앞에 두고 고심하고 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기억 - ...여보세요?
?? = 조금 화난 목소리로.... 여보세요.
기억 - 유니 선배?
유니 = 어? 누군지 바로 아네?
이봐..... 알 수밖에 없잖아.
유니 = 어떻게 농담 좀 했다고 바로 끊을 수가 있냐?
기억 - 진지하게 묻는 건데 장난만 치니까 그렇죠.
유니 = 흐음.. 그래. 그래서 다시 전화했다.
이번엔 그래도 뭔가 좀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려는 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아끼는 그녀.
하지만 역시나 불안하기만 하다.
유니 = 선물 하면 생각나는 게 뭘까?
기억 - 인형? 액세서리? 전 그 정도밖엔...
유니
= 노노노~ 정성이지 정성.
오랜시간 심사숙고하고 준비한 정성이라고.
기억 - 아.... 네.
유니
= 만약 민아한테 꼭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는데
그게 연출이나 회계가 추천해준 거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기억 - 아무래도 좀... 덜 좋겠죠.
유니
= 그래, 좀 어설퍼도 민아가 직접
고심해서 고른 게 의미가 있겠지.
그건 네 경우도 마찬가지야.
민아가 꼭 들어맞는 부품 같은 걸 찾는 게 아니잖아.
기억 - ...... 음.... 그렇군요.
유니 = 정성이라고 정성. 알았지?
기억 - 아, 네. 감사합니다.
유니 = 그럼 파이팅!
기억 - 옙. 감사합니다.
.........응?
그런데 막상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당장 쓸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이 다음에 어떻게 하는 건데?=
=잘.=
=이 다음은?=
=열심히.=
분명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도움은 전혀 안되지 않는가?
.....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랑은 다르다.
정성.... 정성하면 역시 수공예지.
라디오킷트나 만들어서 줄까?
아니면 태엽 오르골이나....
하지만 그런 건 두세 시간이면 만드는데다
시중에 나온 거랑 크게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좀 더 정성이 싸하게 느껴지는 게..
그 순간....
삽질하다 삽대가리에서 불꽃 튀듯 떠오르는 강렬한 아이디어.
정성의 대명사, 정성의 결정체,
핸드메이드의 최고봉,
수많은 남성들의 불타는 로망!
이거다!!!!
기억 - 어머니.
어머니 - 응?
기억 - 제게 뜨개질을 가르쳐주세요.
어머니 - ......
안방에서 빨래를 개고 계시던 어머니는
평소처럼 잔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아버지께 이렇게 말하셨다.
어머니 - 여보, 기억이가 이상해요.
..........
아버지 - 무슨 일이냐.
기억 - 전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할 까 하고.....
아버지 - 다시 한 번 묻겠다. 무슨 일이냐.
기억 - 정말로 선물 할 겁니다만...
아버지
- 부끄러워 할 것 없다.
넌 아직 창창한 앞날이 남아있어.
물론 잊기 힘들겠지만,
그런 식으로 현실을 도피해선 안 된다.
기억 - 저 아직 안 헤어졌는데요...?
아버지
- 그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인정해야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어.
그....그랬던 건가?
난 어느새 민아와 헤어졌던 건가?
기억 - 아니, 안 헤어졌다니까요~!
박통 시절 성행하던 취조심문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나.
어머니
- 뜨개질의 길은 멀고도 험하단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니?
기억 - 예.
어머니 - 그럼, 시작하자꾸나.
목표는 1m 60cm 정도 되는 긴 목도리.
찌르고, 한 바퀴 감고, 옆 바늘로 옮겨놓고....
어머니 - 여기 한 코 빠졌구나.
기억 - 어, 그러네요. 이러면 어쩌죠?
어머니 - 다시.
=주주주주죽.....=
기억 - 아악? 기껏 뜬 10cm가~?!
어머니
- 실수하면 틀린 곳 까지
10cm가 아니라 10m라도 풀어야 해.
그래서 뜨개질은 정성이라고 하는 거야.
기억 - 두....두 시간동안 뜬 건데....
어머니 - 이 정도에 좌절할 거면 지금 관둬라.
기억 - 아, 아니요. 계속 하겠습니다.
이후 3일 밤낮으로
풀고 다시 뜨고, 풀고 다시 뜨는
이보일퇴(二步一退)의 미진을 거듭하면서
난 어느덧 목표량의 반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점점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이 추세면 여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 - 어떻게 잘 되가니?
기억 - 예, 그럭저럭.....
어머니 - 어디보자. 음? 여기 두 코를 한 번에 떴구나.
기억 - .....예?
어머니 - 그리고 여기서 다시 돌아왔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배 떨어지는 소리인가.
어머니의 지적에 지금까지 뜬 것을 다시 살펴보자
과연 앞쪽 30cm 쯤에서 코가 줄어들었다가
그 바로 앞에서 다시 원래대로 늘어나있는 게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풀어야 하나?
하지만 남은 시간도 얼마 안 되고....
그래, 한 번 계산을 해보자.
뜨는 속도v가 로그함수를 따라 증가한다고 하고
지금 속도를 v0라고 하면
한 줄을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t0가 되겠지.
줄 간 거리 s를 0.5cm로 어림하고
목도리 전체를 20줄 씩 16개 섹터로 구분하자.
구간 x에서 잘못 뜰 확률을 P,
다음 구간에서 발견 확률을 P2라고 하면
발견 못할 확률은 1-P2...
실수의 누적 확률은 (1-P2)를 공비로 하는 등비수열을 이루고...
이 전체 식을 v 에 대해 적분하면
진행거리 S가 160cm 가 되는 총소요시간 T 는....
T는....T는....
젠장 이걸 구할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뜨자!!!
=좌좌좌좌좌좌좌좌좌좍.......=
3일 후.
기억 - 쿠으으으..... 스으으으읍.... 쿠으으으.... 스으으읍....
=휘릭 휘릭 휘릭...=
하루 3시간 30분 수면에
밥 먹고 뜨개질만 해댄 결과
난 가수면 상태에서 뜨개질을 하는
오토마우스 모드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12월 24일 새벽.
결국 목도리는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