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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18화> 성탄 준비

바다의기억 |2006.01.26 01:18
조회 11,095 |추천 0

무슨 이유에선지 글을 업로드 하려 하면


금지어라 등록이 안된다네요.


가능한 빨리 찾아서 업로드 하겠습니다.


=================== 일단 1페이지씩====================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와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만나기로


이미 약속을 잡은 상태.



이제 더 이상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라는 말은 나와 상관없는 소리다. 훗훗.


누나 사건으로 인해 손상된 신용도는


이번 크리스마스에서 반드시 극복해주마!!



우선 크리스마스 하면 선물.


어떤 게 좋을까?


...... 핫핫핫..... 선물......?



각오와 동시에


거대한 문제에 봉착해버린 나.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과


경험 부족이 낳은 당연한 결과였다.



선물이라고 하면 인형이랑 꽃 밖에 생각 안나니...

(참고로 이들은 여성들이 싫어하는 선물 2,3위에 나란히 등극된 바 있다.)



난 우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화설문조사에 착수했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


?? = 어머 여보~.


기억 - ...... 누군지 알고 그렇게 받으세요?


유니 = 잠시 고심하다가..... 기억이니?


기억 - 예.


유니 = 꺄아~ 오빠~ 웬 일이야? 응?



이 사람은 원래 이렇다, 이 사람은 원래 이렇다...


이해하고 넘어가자, 이해하고....이해하고.... 

 


기억 - 뭣 좀 하나 여쭤보려고요.


유니 

= 그래, 오빠가 궁금하다면야....


31, 25, 32야~.

 


기억 - 에? 민아 사이즈에요?


유니 = 아니, 내 건데. 물론 과장도 쪼끔~.



....난 이 사람한테 뭘 기대했던 걸까.

 


기억 - ....... 하아. 끊을게요.


유니 

= 너무 진지한 반응에 식은땀을 흘리며....


장난 장난~. 그래, 뭐가 궁금한데?



기억 - 민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요?


유니 

=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살만 루시디 전집.


한글판은 없으니까 영문 판으로.



기억 - 에?....그게 누군데요?


유니 

= 어쩜어쩜어쩜 살만 루시디를 모른단 말야?


악마의 시나 루시디 사건이 얼마나 유명했는데....


소설 작가야 소설 작가.



기억 - ..... 그래요? 민아가 그 사람 팬인가 보죠?


유니 

= 그럼~, 정말 좋아할 거야.


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이랬다.


네가 영문판을 선물해주면


민아는 목숨 걸고 번역해서 볼 거 아냐.


그럼 난 손 안 대고 코풀기로....



=뚝.=



......... 내가 어리석었다.


좀 더 정상적인 사람한테 물어보자.



=뚜르르르...뚜르르르르....=



?? = 누구야.


기억 - .......기억입니다.


김양 = ...왜.


기억 - 민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게 좋을까요?


김양 = .... 본인한테 물어봐.


기억 - 아, 아니 원래 이 선물이라는 게...


김양 = 몰라. 민아 맘을 내가 어떻게 알아.


기억 - 그럼 선배가 받는다고 하면....


김양 = ....... 쿠바 시가 한 갑.


기억 - ........


김양 = 끊는다.



=뚜...뚜....뚜....=



..... 그래, 김양도 원래이랬어.


그래, 이번에도 내가 상대를 잘못 고른 거야.


좀 더 진지하게 상담을 해볼 수 있는


세심하고 친절한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아는 사람이 없다.



좌절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너무 일찍 찾아와 버린 인맥의 한계.


내 인간 관계는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이었나?



이렇게 된 이상


적당히 아는 놈들한테라도 조언을 구해야 하나?


아냐, 돌 두 개 합쳐봤자 맷돌밖에 안 된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부싯돌 정도는 있을지도..?



자칫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을 앞에 두고 고심하고 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기억 - ...여보세요?


?? = 조금 화난 목소리로.... 여보세요.


기억 - 유니 선배?


유니 = 어? 누군지 바로 아네?



이봐..... 알 수밖에 없잖아.



유니 = 어떻게 농담 좀 했다고 바로 끊을 수가 있냐?


기억 - 진지하게 묻는 건데 장난만 치니까 그렇죠.


유니 = 흐음.. 그래. 그래서 다시 전화했다.



이번엔 그래도 뭔가 좀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려는 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아끼는 그녀.


하지만 역시나 불안하기만 하다.



유니 = 선물 하면 생각나는 게 뭘까?


기억 - 인형? 액세서리? 전 그 정도밖엔...


유니 

= 노노노~ 정성이지 정성.


오랜시간 심사숙고하고 준비한 정성이라고.



기억 - 아.... 네.


유니

= 만약 민아한테 꼭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는데


그게 연출이나 회계가 추천해준 거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기억 - 아무래도 좀... 덜 좋겠죠.


유니 

= 그래, 좀 어설퍼도 민아가 직접


고심해서 고른 게 의미가 있겠지.


그건 네 경우도 마찬가지야.


민아가 꼭 들어맞는 부품 같은 걸 찾는 게 아니잖아.



기억 - ...... 음.... 그렇군요.


유니 = 정성이라고 정성. 알았지?


기억 - 아, 네. 감사합니다.


유니 = 그럼 파이팅!


기억 - 옙. 감사합니다.



.........응?


그런데 막상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당장 쓸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이 다음에 어떻게 하는 건데?=


=잘.=


=이 다음은?=


=열심히.=


분명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도움은 전혀 안되지 않는가?



.....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랑은 다르다.


정성.... 정성하면 역시 수공예지.


라디오킷트나 만들어서 줄까?


아니면 태엽 오르골이나....


하지만 그런 건 두세 시간이면 만드는데다


시중에 나온 거랑 크게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좀 더 정성이 싸하게 느껴지는 게..



그 순간....


삽질하다 삽대가리에서 불꽃 튀듯 떠오르는 강렬한 아이디어.


정성의 대명사, 정성의 결정체,


핸드메이드의 최고봉,


수많은 남성들의 불타는 로망!


이거다!!!!




기억 - 어머니.


어머니 - 응?


기억 - 제게 뜨개질을 가르쳐주세요.


어머니 - ......



안방에서 빨래를 개고 계시던 어머니는


평소처럼 잔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아버지께 이렇게 말하셨다.



어머니 - 여보, 기억이가 이상해요.



..........



아버지 - 무슨 일이냐.


기억 - 전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할 까 하고.....


아버지 - 다시 한 번 묻겠다. 무슨 일이냐.


기억 - 정말로 선물 할 겁니다만...


아버지

- 부끄러워 할 것 없다.


넌 아직 창창한 앞날이 남아있어.


물론 잊기 힘들겠지만,


그런 식으로 현실을 도피해선 안 된다.



기억 - 저 아직 안 헤어졌는데요...?


아버지 

- 그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인정해야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어.



그....그랬던 건가?


난 어느새 민아와 헤어졌던 건가?



기억 - 아니, 안 헤어졌다니까요~!



박통 시절 성행하던 취조심문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나.



어머니 

- 뜨개질의 길은 멀고도 험하단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니?



기억 - 예.


어머니 - 그럼, 시작하자꾸나.



목표는 1m 60cm 정도 되는 긴 목도리.


찌르고, 한 바퀴 감고, 옆 바늘로 옮겨놓고....



어머니 - 여기 한 코 빠졌구나.


기억 - 어, 그러네요. 이러면 어쩌죠?


어머니 - 다시.


=주주주주죽.....=


기억 - 아악? 기껏 뜬 10cm가~?!


어머니 

- 실수하면 틀린 곳 까지


10cm가 아니라 10m라도 풀어야 해.


그래서 뜨개질은 정성이라고 하는 거야.



기억 - 두....두 시간동안 뜬 건데....


어머니 - 이 정도에 좌절할 거면 지금 관둬라.


기억 - 아, 아니요. 계속 하겠습니다.



이후 3일 밤낮으로


풀고 다시 뜨고, 풀고 다시 뜨는


이보일퇴(二步一退)의 미진을 거듭하면서


난 어느덧 목표량의 반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점점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이 추세면 여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 - 어떻게 잘 되가니?


기억 - 예, 그럭저럭.....


어머니 - 어디보자. 음? 여기 두 코를 한 번에 떴구나.


기억 - .....예?


어머니 - 그리고 여기서 다시 돌아왔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배 떨어지는 소리인가.



어머니의 지적에 지금까지 뜬 것을 다시 살펴보자


과연 앞쪽 30cm 쯤에서 코가 줄어들었다가


그 바로 앞에서 다시 원래대로 늘어나있는 게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풀어야 하나?


하지만 남은 시간도 얼마 안 되고....


그래, 한 번 계산을 해보자.


뜨는 속도v가 로그함수를 따라 증가한다고 하고


지금 속도를 v0라고 하면


한 줄을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t0가 되겠지.


줄 간 거리 s를 0.5cm로 어림하고


목도리 전체를 20줄 씩 16개 섹터로 구분하자.


구간 x에서 잘못 뜰 확률을 P,


다음 구간에서 발견 확률을 P2라고 하면


발견 못할 확률은 1-P2...


실수의 누적 확률은 (1-P2)를 공비로 하는 등비수열을 이루고...


이 전체 식을 v 에 대해 적분하면


진행거리 S가 160cm 가 되는 총소요시간 T 는....


T는....T는....



젠장 이걸 구할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뜨자!!!


=좌좌좌좌좌좌좌좌좌좍.......=



3일 후.



기억 - 쿠으으으..... 스으으으읍.... 쿠으으으.... 스으으읍....


=휘릭 휘릭 휘릭...=



하루 3시간 30분 수면에


밥 먹고 뜨개질만 해댄 결과


난 가수면 상태에서 뜨개질을 하는


오토마우스 모드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12월 24일 새벽.


결국 목도리는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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