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짧은 해방감

엔트리 |2006.01.30 16:39
조회 222 |추천 0

돌아 가고 있음을 안다.

저의 가슴이 최소한의 감정으로 힘겹게 돌아가고 있음을 안다.

 

2시간째 쇼파에 누워 TV를 보는 놈의 권태로운 손에 쥐어진 리모콘이 채널을 돌리는 것과는 다르게

그 옆으로 약간 벗어나 위에 달린 벽시계의 각기 다른 바늘이 시작과 끝의 일치점인 한 곳을 향해 돌

아가고 있음을 안다.

 

"덜컹덜컹덜컹.....푸 덜덜덜덜..."

 

이제는 조금 떨어진 곳 세탁기도 돌아가고 있음을 안다. 몇 년전부터 세탁기가 탈수로 바뀌며 내는 소리인데 새로 사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그렇게 무던히 듣던 소리지만 어제 먹은 술 탓에 아침 해장으로 먹은 라면 그릇이 아직도 탁자위에 덩그러니 보이니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놈은 들려오는 세탁기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잊고자 리모콘으로 TV볼륨을 높인다.......조금더 높인다........조금더...........조금...... 끝내 발끈한 놈이 소리친다.....

 

"이녀~~언~~이!"

 

언제인가...그 흔한 삼류로맨스의 주인공이되어 아내가 집을 나간 이후로 놈은 아내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마땅찮게 대할때면 무심코 내뱉는 말인데 10년의 결혼생활... 정확히는 3년의 결혼생활과 7년의 독신생활이 갖어다준 망상의 환경적응력?..과도 같은 것이다.

 

놈은 베란다 문을 열고는 달려가서 세탁기를 저의 마누라를 보듯 살짝 걷어 찬다. 분이 안풀렸는지 이번엔 다른놈의 속옷가지를 빨고 있을 그놈의 마누라를 보듯 힘껏 걷어 차며 소리를 지른다.

 

"이녀~~언~~아!"

 

멍~~ 하여 바라보니. 발길질에 대꾸라도하듯 세탁기의 배수관으로 쥐어 짠 듯한 물이 놈의 갈라진 발바닥을 적시니 꼭 저의 집나간 마누라가 흘리는 눈물인 듯. 놈 또한 눈가에 눈물이 맺혀 일그러저 보이는 세탁기를 끌어 안고는 한 쪽 뺨마저 붙이고 자신마저 쥐어짜며 덜덜덜... 거린다. 

 

한동안 그렇게 덜덜덜......거리니...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이른 봄 햇살에 저의 얼굴마저 달아오르고 아랫도리마저 묵직해짐을 느끼니 저의 최소한의 감정이 이런 것임을 알고는 세탁기가 아닌 돌아온 마누라에게 제발 떠나지 말라며......

사정...사정....사정?......을 한다.

 

짧은 해방감을 맛 본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