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쭈욱 그려놓았던 길......
이제껏 쭈욱 잘도 걸어왔으니
앞으로 잘만 걸어가면 된다 싶었는데...
타의에 의해...자의에 의해...또는 나도 모르게
비뚤비뚤 어긋남...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참으로 가벼운 것이어
작은 자극임에도 불구하고 지치고 힘들때면 휘리릭 나도 주체를 하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되어 나타난다.
남의 탓 하기 전에
나 스스로를 다스려야 하는 것을...
이런 저런 핑계로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찾으러 떠난다.
2.
결국 몇개월의 작은 실랭이 끝에 중국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나버렸다.
잠깐이면 될 것 같았던 일들이, 내가 일을 잘한건지...부서간의 싸움인지...
그냥 땜빵용인지...분간은 잘 가지 않지만
1년 또는 몇년 중국에서 일하게 되었다.
조금 더 있다가 과장달고...좀더 실력쌓고...경력쌓고 또 더좋은 기회를 위해 세워놓았던
몇년간의 계획이....이제는 잘 살아보겠다고 머리 싸매고 준비해온 계획들이...
또 다시 다른 길로 들어서며 바뀌고 말았다.
늘 그렇듯이 fifty fifty. (톰행크스의 그 말은 참 긍정적이었는데...)
이 결정을 몇년 뒤에 후회할지...자랑스러워할지...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야...
가족들을 두고 떠나는게 못내 아쉽다.
친구들을 두고 떠나는게 못내 아쉽다.
좋은 사람들은 좋아서 아쉽고
사이 나쁜 사람들은 또 풀지 못하고 떠남이 아쉽다.
늘 꼬인것, 막힌 것 풀고자 했지만
하루하루 생활에 힘이 빠져...몇년째 풀지 못하고 있는 일들, 사람들...
또 다른 곳에서의 생활로 인해 또 잊혀지고, 묻혀지고, 사라지겠다.
그렇게 나역시 잊혀지고, 묻혀지고 사라지겠다.
3.
역시나 회사.
이제 대충 오늘 할 일은 마무리했고.
잘 곳을 찾아야 하는데....
집에 가기는 늦었고...
기숙사 가려니 너무 늦었고...
친구집에 가려니 내일 아침 일찍 멀리 외근 간다고 안된단다...
(나쁘노무스키...성남에서 충정로가 뭐가 뭐냐....이번에 임용고시 본 후배 소개시켜주려 했더니만...)
사우나 가자니 잠자기 힘들고...
호텔 가자니 비싸고...
모델 가자니 역시 비싸고...(된장 이 근처는 왜 조신한 모텔이 없냐...괜시리 맘 설레게 온통 핑크빛이다)
여인숙 가자니 안보이고
회사에 있자니 눈물나고...(배도 고프다.)
pc방 가서 warrock나 할까...(중국에서 가장 슬픈게 warrock 안된다는거...)
4.
그림을 그리고 싶었었다.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연필화로 가까운 이의 얼굴, 손, 몸짓을 그리고 싶은 꿈을 꾼적이 있었다.
작은 방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는 사촌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잠깐이나마 그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 아이는 무얼 그리고 싶은 걸까.
난 무얼 그리고 싶었던 걸까.
5.
여기는 혼자만의 세상.
펜글씨 교본 세권을 떼도 가망없는 나의 글씨도 없고...
중3때부터 크지 않은 나의 키도 없고
부시시 씻지 않은 나의 얼굴도...
발음 꼬이는 나의 목소리도 없으며
짧디 짧은 내 가슴도 없다.
6.
참 길었던 하루.
상처받아 어찌할 줄 몰랐던 하루.
극복하지 못하고 피할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안도했던....
그렇게 무참했던 하루였다.
그러고도 웃어야 했던 하루...
어제가 그런 하루였다.
7.
술한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