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인연... 며칠전 신문기사에.. 유치원생들이 이성친구 "우리는 연애중"이라는 기사를 읽고 그 적극적인 표현방법에 놀랐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곤 했던 우리 세대의 표현방법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그 시절 내게도 나를 은근히 좋아했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개구진 장난꾸러기였던 훈이는 여자친구들이 고무줄 놀이를 할때 고무줄을 싹뚝 잘라 엄청 욕을 먹기도 때로는 알뜰살뜰 챙길줄도 아는 정이 많은 친구... 그런 훈이가 내게는 웬지 무심한것처럼 괴롭히지도 다정다감하지도 않았지만 가끔 나는 기분이 이상해 주위를 둘러보면 그 훈이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살짝 돌리곤 했었는데 그때가 일곱살때 쯤 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중3 여름방학때 우리는 법대 다닌다는 선배에게 그룹과외를 받았는데 그 첫날.. 선배님 댁에서 공부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너무 캄캄해 나는 길이 보이지를 않아 장성처럼 꼼짝도 못하고 멈춰 선 사이 친구들은 집으로 가 버리고 옆에는 훈이만 있었다. 훈이는 집이 제일 먼 나를 데려다 주고 싶어하는것 같았는데 나는.. "훈아 내일 만나.." 라고 인사하고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평소 다니던 길이라 조심스레 발길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그후 나는 인근 작은 도시에서 살게 되었으며 훈이는 어디서 사는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으며 내가 연하의 첫사랑과 함께 했던 10여년 인연을 접어야 했던 어느날 우연히 지리산으로 등산 간다는 훈이와 만나게 되었으며 나는.. "나도 가면 안돼..?"
그날 일행 넷도 나와 친한 친구들이라 나는 대환영을 받으며 시장에서 청바지와 운동화를 사서 입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따뜻한 5월 지리산의 밤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는 절대 가지 않았을건데... 지리산에서 첫날밤 나는 얼어 죽어 내 제삿날이 되기 직전 옆텐트에서 옷이 제공되었다. 그 옷 덕분에 나는 살아났지만 대신 누군가가 죽으면 우짤까나...............?? 다음날 낮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날씨는 여름이 된듯 더워 죽겠고............. 지리산을 다녀온후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훈이의 적극적인 데이트 신청을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때 우리는 이미 결혼적령기인데 연하의 남자친구와 쉽게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훈이는 내 마음을 알수 없었을 것... 그리고 훈이가 먼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년후 내 결혼식에 훈이가 참석해 축하를 해줬으며 우리는 별 만날일이 없었던 어느날 시내에서 또 우연히 만나게 되어 점심을 함께 먹게 되었으며 지리산에서 내게 옷을 제공한 주인공이 자신이었다며 훈이는 나 때문에 자신이 얼어 죽을뻔 했노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후로 일년에 한번쯤 함께 점심을 먹곤하는데 며칠전... "설도 지냈는데 우리 점심 한번 먹자.."라는 전화가 왔다. 그날 나는.. "너 나 좋아해..?" "한때는..!" "지금은 아냐..?" 지금 연애중이라는 유치원생들의 이성친구가 내 나이가 될때까지 함께할 수 있까.....
Streets Of Philadelphia - Bruce Springs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