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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나를 사랑했나요?(1)

그림자. |2006.02.09 14:10
조회 704 |추천 0

"오빠...내가...어떤 사람을 좋아해요...그 사람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그 뒷모습만 봐도 좋구...그냥..

가슴이 떨려요...어떻게 해야 좋을지 자꾸만 눈물이 나서...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음...울지마..울지말구...그 사람은 알아?"

"아니요...아직 말하지 않았어요...그냥 자신이 없어요"

 

"미유야...고백을 하는게 어때? 그래야 그 사람도 니 마음을 알거 아냐?"

"그러다 더 멀어지면...자신 없어요...무서워요...오빠...괜히 전화해서 이런 어둔 애기나 하고 미안해요"

"무슨...야...이따 끝나고 나와....술한잔 사줄께...니가 또 그런 힘든일이 있는줄 몰랐네..."

 

"아니에요...괜찮아요..."

 

"얌마...나오라면 나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하마터면 그 좋아하는 사람이 오빠다고 말할뻔 했습니다.

내가 오빠를 좋아하고 있는데...그래서 너무 아픈데 어떡하면 좋겠냐고...하지만 그랬다가는 그동안 편한 동생으로 나를 대해준 그 관계마저 잃게 될까 감히 겁이 났습니다.

그날은 비가 와서 더더욱 그런 충동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아무런 사심없이 내 전화를 받아주는 오빠에 목소리를 들을때면 난 '정리하자...정리하자...오빠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이런 생각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려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날은 술을 사주겠다는 그 말한마디에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단둘이 다정하게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래서 어쩌다가 내가 오빠를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을 한다해도 어색할거 없이 괜찮다고...나도 널 좋아한다는 그런 나만에 상상에 빠져...그날 오후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오빠를 상업고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포기한채 바로 취업을 했던 어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오빠를 보게 되었습니다.

180를 넘는 키에 적당히 붙은 살집에 누구보다 옷맵시가 좋았던것 같습니다.

그다지 말이 많지는 않지만 유난히 유머가 있고 그래서 함께 일했던 언니들은 물론 같은 동기였던 친구 역시도 그 오빠로 인해 많은 고민을 저에게 털어놓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오빠였기에 저는 아무런 내색없이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앞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붉어진 뺨을 감출길 없이 고개만 숙이다 오빠가 지나가는 그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다 함께 일하는 언니한테 혼도 많이 났으까요...

하지만 오빠는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누구에 연인도 아닌 그래서 내가 아는 여러 가슴속에 많은 불씨를 피웠던것 같습니다...제 가슴속에도..

그런 아픔이 싫지 않은 일년이 지나고...

오빠에게 고백을 했던 제 친구는 그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밤새 저한테 눈물을 쏟아야 했습니다.

차라리 누구에 연인이었다면 차라리 헛튼 꿈은 꾸지도 않을텐데요...

 

일이 끝나고도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우산을 쓰고 회사 정문 앞으로 걸어가는 마음은 설레고 심장도 유난히 더 빨리 뛰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때쯤 누군가가 내 우산속으로 불쑥 들어왔습니다..

오빠였습니다...하마터면 깜짝 놀라서 우산을 놓칠뻔했습니다.

 

"야...깜박 하고 우산을 안가져와서...같이 쓰고 가자"
"네....."

내가 우산을 드는 내내 오빠에 머리가 우산에 자꾸 걸려서 결국은 오빠가 웃으면서 우산을 들었습니다. 어색하게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오빠가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끔 난 옆으로 살짝 더 비켜서 걸어갔습니다...

 

"미우야 비 다 맞는다..."

 

내 맘도 모른채 내 젖어있는 어깨를 우산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소주를 한병 시키고 간단한 찌게를 시켜놓고 오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봅니다.

 

"야...너도 누군가를 좋아하고...앤준말 알았더니...말해봐...누구야? 혹시알아..내가 도와줄수도 있잖아~ "
"네?? 아니에요...."
"어허...말해봐...요즘 보니까 살도 빠진것 같고 안그래도 조금 이상하더라"
"이젠 괜찮아요...그냥 해본 말이였어요"
"뭐야?? 진짜?? 싱겁기는..."

 

오빠에 술한잔을 더 받기 위해 쓴술을 냉큼 받아 마셨습니다.

 

"천천히 마셔...술도 못 마시는 녀석이...언제라도 털어놔...알았지?"
"네..."
"얼굴 빨개졌다...그만 마셔라"

겨우 소주 3잔에 얼굴이 빨개지고 속이 아픈게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소주병을 잡는 손가락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멍하니 그 술 따르는 손가락만 봤던것 같습니다.

 

" 뭘 그렇게 뚜러지게 쳐다보냐? 술병 뚤리겠다..."
"아니에요...오빤 손이 참 이쁜것 같아요"
"손? 남자가 손 이뻐서 뭐하게...안그래도 형들이 얼마나 놀리는데...."
"누가요?"

"현우형...민수형...강우형......노인네들."

 

웃는 모습이 너무 이뻤습니다...살며시 들어가는 보조개를 볼때면 나도 모르게 그 보조개를 만지고 싶다는 엄청난 생각까지 했습니다.

 

"오빠는 좋겠어요...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손도 이쁘고"
"뭐??? 고맙구려...너도 귀엽잖아...널 이렇게 힘들게 한 녀석이 도대체 누구길래 우리 착한 미우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담에 오빠가 알면 혼내줘야 겠다"
"오빠..오빠는 왜 애인 안 사귀세요?"
"애인?? 곧 군대도 가야 하는데 무슨...누구 고생 시킬일 있냐?"
"그게 왜 고생이에요...좋아하는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외롭게 할수는 없잖아...에구...너 그만 마셔라...얼굴 홍시 다 됐다"

"아니에요...더 마실수 있어요...주세요"

 

처음으로 그렇게 한두잔 오빠에 술을 받고 싶어서 한병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기숙사로 왔는지...그때 혹시라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혹시라도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겁이 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야...너 무슨 일이야?"

다자고자 무슨일이냐고 묻는 친구입니다...오빠에게 고백을 하고 밤새 눈물을 쏟은 친구...아직도 오빠에게 미련이 남는다는 친구입니다.

 

"응?? 왜?"
"기억안나? 어제 찬희오빠가 너 업고 왔어..경비실에서 나한테 전화했더라...들어올수 없다고.."
"어?"
"너 완전 가관이었다..."
"진짜?"
"술도 못 마시는애가 뭐야?? 그리고 너 찬희오빠랑 왜 만났어?"
"그냥 우연히 만나서 술좀 마셨어"
"둘이?"
"어??....어"
"둘이 사귀냐?"
"아니야..무슨...왜?? 나 찬희 오빠 안좋아해...그 오빠도 나 안좋아하고"
"그냥 해본 소리야...부럽다 야"

 

오빠가 날 업고 왔다고 했습니다...무거웠을텐데...

그 이후로 오빠를 보기가 더 어려웠습니다...혹시라도 보게 되면 일부러 피해서 가고...되도록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일주일을 잘 보냈는데...우연히 식당에서 오빠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미유...너 왜 나 피해...나 다 봤어~"
"네?? 제가..."
"내가 니 업느니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고맙다는 전화도 없고...실망이야"
"아니에요...그냥...창피해서..."

갑자기 예쁜 보조개를 보이며 웃습니다.

 

"얌마...보기보다 무거워 죽는줄 알았다. 밥 사"
"네?? 네...."

다행히도 다른 실수는 없었나 봅니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그 미소가 나를 설레게 합니다...그리고 나를 보는 언니들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보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묵묵히 밥을 먹었습니다.

정말 밥을 사달라는건지 아니면 그냥 해본 말이었는지 몰라서 핸드폰 문자를 보냈습니다.

 

(정말 밥 사요??)

(왜 사주기 싫어??...실망인걸.ㅠㅠ)

(아니에요...언제 사드려요?)

(맘대로 *^^*)

 

정말일까 싶어 자꾸만 의심하지만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 문자를 하루종일 백번도 넘게 봤던것 같습니다.

오빠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다정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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