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특별편집]
♡ 웨딩드레스 ♡


남자는 장난기가 아주 많았어...
그래서 늘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고 누구나 그와 어울려 다니길 좋아했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은 친구들과 같은과 여학생들에게 매력도 만점이었지
그런데 딱 한사람 그것을 아주 못마땅해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남자의 연인이었어..
처음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활달한 성격에 반했지만 그럴수록 유머
넘치는 그의 모습과 늘 그의 주변에서 맴도는 여자들에 불안했던거야
그녀의 생일이였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생일을 축복해 주기 위해서 모였고 생일파티는
점점 더 분위기가 고조되었지 그러다 파티의 정점으로 남자가 그녀에게
생일선물을 주는 순서가 되었는데 모두들 기대가 많았어... 디자이너로
서도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는 남자였기에 어떤 선물일까 궁금했지.
근데 선물은... 온통 난도질 된 원피스였어...
남자의 농담과 장난기어린 표정에 다들 웃고 말았지만 그날 이후로
남자는 그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지 너무나 화가 났던 그녀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한거야...
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백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사과의 편지를 썼고 백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집앞에 장미꽃을
놓고 기다리다 돌아가곤 했어.
그렇게... 많은 날을 기다림속에 괴로워하고서야 겨우 용서를 받을 수
있었지 "한번만 더 장난을 치면 우리 사이는 끝이에요..."
그날 이후론 아무도 그의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아무도 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
그러다 시간이 흘러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드디어 결혼식 하루 전이였어
남자는 심혈을 기울여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었고 그녀는 무척
큰 기대를 갖고 있었지...
결혼식 하루전 그녀의 아파트에서... 남자는 모든 정열을 다 쏟아서
만든 드레스를 그녀에게 보여주었어 기대에 가득차 상자를 열어보던
그녀는...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리며 말했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어요 안녕..."
남자에게 단 한마디 말할 기회를 주지도 않은체 그녀는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지. 그 옷은... 하얀색 원피스로 된 미니스커트였어... 그녀는 긴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말했었거든...
그 집에서 몇일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둘의 사랑
은 끝을 맺고 말았어.
세월이 흘러서 그녀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남들이 다 그렇듯 딸을
낳고 아주 평범한 아줌마로 세월 보내고 있었지.
헤어진지 10년째 되는 그날은 국민학교 1학년인 그녀의 딸이 학교의 연극
에서 공주역을 맡아 돌아왔고 딱히 입힐옷이 없어 고민을 하던중이였어.
옷장을 구석구석 뒤지던 그녀는 옛날 그녀가 받았던 그 드레스를 꺼내게
되었고 체구가 비교적 큰 딸이지만 아직 어른체형이 아니라 넉넉하게
내려오겠다 싶어서 아무 생각없이 입혔지...
어린 딸애는 하얀색 드레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옷을 입고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지...
그 모습을 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맺히기 시작했어...
아이가 한바퀴 돌때마다 미니스커트가 한단씩 밑으로 내려오는거야...
끝내 펼쳐지고만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남자는 그녀가 그 드레스를 입고 기뻐하며 빙글빙글 돌 거란 생각을하며
그 드레스를 만들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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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별 ♡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던 그녀는어느 날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한 젊은
주인을 마음속에 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매일이다시피 레코
드판을 한 장씩 그 가게에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판을 사는 것도 사는 것이었지만 묵묵히 서 있는 젊은 주인을 훔쳐보는
것이 그 소녀에겐 더 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녀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앞으로 몇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충격적인 진단이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녀의 가슴속엔 자신의 불치병보다도 더 깊이 청년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가게에만 가면, 더욱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인 자신의 처지로는,차마 그에게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청년 역시 말없이 그녀가 고른 레코드판 포장만 해줄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은
그녀의 방 한 켠에 수북히 쌓여 있던 레코드판을 보았습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는 레코드판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 포장
을 풀때마다 한 장씩 이런 종이쪽지가 떨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레코드 가게 주인의 필체인 듯한 편지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제발,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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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긴 해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오는 사연입니다.
사랑은 왜 이처럼 애틋해야만 하는지, 왜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가져다
주는지 참으로 얄밉(?)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그녀가 죽음의 문턱에 서서 어느 한 사람을 가슴속에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소녀는 자신이 살다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고귀한 사랑이라는 것을 가슴에 안고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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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운동화의 사랑 ♡
평생 동안 혼자서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마를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한 걸음 걸음 내딛을 때마다 얼마나 힘겨워 보이시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땅바닥에 넘어지곤 하셨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시면 큰일나요.”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가려고 해도 아버지는 진땀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얘야, 그래도 네 결혼식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 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재….”
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 해주기를 은근히 바랐었다.
경석 씨에게, 그리고 그의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에게도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신랑측 사람들이 수근거리
지나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의 신발일까?’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긴 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
있던 하얀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구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내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아버진 내 손을 꼬옥 잡았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 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지만 난, 결혼식 내내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떠올랐다.
도대체 누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
어머니일까? 왜 구두를 안 사시고….
누구에겐지도 모를 원망에 두 볼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는 미소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다.
그 후에도 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마악
걸음을 떼어 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 사진을 절대로 펴보지 않았다.
사진 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난 비로소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했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느이 남편에게 잘 하거라.
네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
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네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
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엔 행여 내가 넘어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
도 사다 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이 애비는 그때 알았단다.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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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반 눈물 반 ♡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지요.
그래도 찾아오는 봄 햇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슴 시리도록 춥던 추위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해님이 세상
을 온통 따뜻하게 비추어 주고 있네요. 당신과 나 둘이 하나가 된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래도 마누라라고 옆에서 떡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
럽고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그렇게도 힘들고 그렇게도 춥게 살아온
우리의 삶...밟히면 일어서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잡초처럼,
질기디 질긴 질경이처럼,넘어지면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끈질기게도
일어서는 당신.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도 견디며 살아오신 당신
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제가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네요.
우리 결혼해서 마음 편하게 살아본 날이 몇 날이나 될까요. 손가락
으로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결혼 일 년째 된던 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았지요.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나던 그날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세상
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좋아했었지요. 그러나 그 행복은
잠시뿐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하던 아들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지요.
세상은 우리보고 행복하지 말라고 그때부터 훼방을 놓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열이 심해서 개인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종합
병원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보내주던 그날, 백혈병 아니면 종양
이니 빨리 가라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말.
하늘이 무너진다는 그 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지요. 어린 아들을
들쳐업고 지하철을 타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하던 그때 우리는
얼마나 울었습니까?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목은 메이고 찢어지는 듯한 가슴의 통
증을 느끼면서 하염없이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우리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지만 우린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울기만 했지요.
더욱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는 치료해서 결과가 좋으면 청소년기까지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3개월 이내라고. 당신과 나 병원 화장실
에서 안방인양 뒹굴며 두 다리 쭉 뻗고 울던 그날.
그때 그 심정 어느 누가 알까요. 어느 누가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도 봄은 오듯이 세월은 바뀌듯이 애타는 우리의 마음을 하늘은
읽으셨는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지요. 청소년기까지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말에 천하를 얻은 것 같던 그 기분...아,누가 알까요.
그렇게 해서 우리 아들은 18개월 때부터 병원생활을 시작해서 지금
까지 일년이면 반을 병원에서 살아왔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당신은 참으로 잘 견디어 주셨어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주위의 모든 분들이 어렵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좋은 날만 올 거라
고 우리를 위로해 주셨지요.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지요. 열심히 살아보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또 한
번의 크나큰 고통.
내 집을 마련해 보겠노라고 조합아파트를 신청했는데 계약금 중도금
몸땅 사기 당해 버리고 말았지요. 이련 시련이 또 있을까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나쁘다는 소리 듣지 않고 그저
욕심없이 착하게 살아왔는데.
하늘은 우리를 미워하더군요.
우리는 두 손 붙들고 엉엉 울면서 다시 살아보자고. 죽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지금부터 처음이라 생각하고 다시 살아보자고 맹세
하면서 몇 날을 그렇게 울면서 살았지요. 아들의 병원생활. 또 그런
어려움. 참으로 힘든 세상이었네요 .너무나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쉴
수도 없는 당신과 나. 세월을 원망하면서 돌아오는 세월을 다시 붙들
고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했지요.
그렇게 우리 아들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동생
하나 낳으라고 했지요. 동생 생기면 아들도 건강해 질 거라면서.
그 말에 힘입어 우리는 예쁜 딸아이를 낳았지요. 정말 예쁜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을.
우리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지요. 행복했지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마음.
가진 것은 없지만 정말로 행복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처럼
행복하고 살맛나는 날은 없었던 것 같네요. 우리 딸이 뱃속에서 병원
생활. 젖먹이 때 병원생활. 아장아장 걸으면서 병원생활. 오빠 때문에
병원에서 살아온 시간이 집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는 참으로 잘 견디어 왔어요! 그래도 고마운 것은 우리 딸
이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잘 자라 주는 것이었어요. 있는 재롱 없는
재롱 다 피우며 우리를 웃고 살게 해주었지요. 동네 아줌마들도 여우
라고 인천여우라고 다들 예뻐해 주시고 귀여워해 주셔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자랐지요.
유난히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치마를 좋아하고 머리끈. 반지. 귀걸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내 딸. 네 살 때 한글 읽고 쓰기를 끝내고 구구단을
완벽하게 외우던 내 딸. 너무나 똑똑하게 자랐지요.
정말 행복하다고 돈은 없지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하며 살아가던
그 어느 날,또 한 번 하늘이 무너졌지요.
그렇게 건강하던 내 딸이 감기 한 번 앓지 않던 내 딸이 오빠와 같은
병명을 선고받았지요. 아! 누가 알리오? 하늘은 알까요. 날아다니는
새들은 알까요. 우린 믿을 수가 없다고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원망도
해보았지만 현실이었지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며 그날 참으로 많이 울었지요. 그래서 병
원생활이 또다시 시작되었고,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병원생활. 여덟 살,
다섯 살. 서로 엄마를 차지하려고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요
셋이 한 침대에서 지낸 병원생활. 그런 세월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간호를 하던 그 시절. 그때 당신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병원생활
하는 우리 셋한테 미안해서 두 다리 뻗고 이불 펴고 마음놓고 잘 수가
없어서 베개만 놓고 잔다고. 드라마나 소설 같은 데서 하얀 밤을 지샜
노라 하는 말을 당신은 겪어 보았노라고. 정말로 하얀 밤을 보냈노라고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노라고 했을 때 콧날은 시큰하고 찢어지는 가슴
을 움켜쥐며 어찔할 바를 몰랐답니다. 당신, 정말로 마음 고생 많았습
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빈방에 불도 켜지 않고 울던 날
이 몇 날이던가요.
저에게 그랬지요. 남들처럼 술이라도 마실 줄 알면 정신없이 마시고 미쳐
버리고 싶다고. 그래서 날마다 병원에 전화하고 일주일이면 몇 번씩 먼길
을 찾아오고.
자식들보고 돌아갈 때면 울고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
우리 식구 흘린 눈물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도 살아보려고 발버둥쳐도
하늘은 절대로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더군요.
병원에서 지낸 지 6개월만에 하늘은 우리 딸을. 예쁜 우리 딸을 데려가
고 말았지요. 당신과 내가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몸부림치며 붙잡았
는데 무정한 하늘은 우리 딸을 데려가고야 말았지요. 참으로 힘든 세상,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볼수 없었던 너무나도 힘든 삶. 당신과 나 겪고
말았네요.
주위의 모든 사람들 이제는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이보다 더한 일이 또
있겠느냐고 힘내어 살아보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그 누가 우리의 아픔을
알까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하지만 당신과 나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잖
아요. 힘내고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요.
사랑하는 우리 딸은 곁에 없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있잖아요. 우리 맹세
했잖아요. 남은 아들 잘 키워서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모든 아이들 생각
하며 도우며 살아가자고 그랬잖아요. 그것만을 우리 딸이 바랄 거라고..
지금도 그 독한 항암제와 싸우고 있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잊을 수가 없어요.
얼마전 당신의 지갑에서 우리 딸이 병원에서 아빠께 카드 보낸 걸 간직
하고 계신 걸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 아빠 읽어보세요. 아빠 생일 때 반지 사줄게요. 엄마 말 잘 듣고 오빠
와 싸우지도 않고 있어요. 소뼈 국물도 잘 먹고 있어요. 빨리 나아서 아
빠한테 갈게요. 아빠 집 잘 보고 있어요.'
그 글을 당신은 얼마나 꺼내 보고 또 꺼내 보았는지 다 닳았더군요.
우리딸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이제는 힘내세요. 우리 아들 잘 치료
해서 훌륭하게 키우자고요.
동생이 오빠 지켜줄 거예요. 잘 키워야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 도우며 살
수 있잖아요. 참으로 힘든 세월 잘 견디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병원생활을 더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힘들게 살았으니까 이제는
하늘에서 보너스를 줄지도 몰라요. 분명 우리 아들 건강 되찾게 해줄
거예요. 우리 악한 일 한 적 없잖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하며 살자고 맹세했잖아요.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가슴 시리도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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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한 송이 ♡

'후두둑 투둑 ...'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K는 고개를 돌렸읍니다.
유리창에 잠시 머물다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은 소리만큼이나 굵어
보입니다.
내일 부장님께 보고할 내용을 적어나가던 펜을 놓고 담배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읍니다.
그리고는 '헤이즐 넛'커피가 담긴 잔을 들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
봅니다.
3 년전 그녀와 헤어질 때도 이렇게 비가 왔었읍니다.
K는 그녀에게 줄 장미꽃 한송이를 투명한 셀루판 종이에 싸고서 약속
장소로 갔었읍니다. 그러나, 장미꽃을 받아든 그녀의 모습은 예전의 그
기뻐하던 모습이 아니었읍니다.
더이상 받을 수 없다며 다시 돌려준 장미꽃은, 혼자사는 K의 자취방에
아직도 걸려 있습니다. 수분은 모두 말라버렸고, 먼지마저 소복이 쌓인
채로....
그후부터 K는 일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텅빈것 같은 가슴을, 허기진듯 항상 시장기를 느끼는 심장은 그 무엇
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일에만 집착하는 지도 모르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공허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이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예감이 더욱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만남 그리고 사랑...
그렇게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K는 테이블을 대충 정리한 뒤 까페를
나왔읍니다.
그동안 비는 가늘어져, 이젠 보슬비 처럼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굳이 우산을 쓸 필요도 없는.....
차를 주차시켜 둔 곳으로 가다가, K는 발걸음을 멈추었읍니다.
그 곳은 길거리에 노점처럼 꽃을 팔고 있는 행상이었습니다.
K는 바케스에 몇송이 남아있지 않은 장미꽃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빗방울들이 꽃잎에 망울져 있는 짙은 붉은색의 꽃을.....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가왔습니다.
"꽃 사시게요 ?"
"....... 장미꽃 한송이만 주세요"
K는 자기도 모르게 사버린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천천히 걸어갔읍니다.
아름다운 장미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향기도 맡아 보면서...
그러다가, K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았읍니다.
조금 뒤에서, 혼자 걸어오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읍니다.
K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불쑥 장미꽃을 내밀었읍니다.
"저.. 이 꽃 받으세요"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듯, 흠찟거리고는 가만히 K를 바라보았읍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K는 웃음을 띄며,
"아무런 의미도 없읍니다, 그냥 이 꽃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었읍니다"
그러면서, 떠 맡기듯이 그녀의 손에 쥐어준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
섰읍니다. 안양에도 비가 오고 있었읍니다.
자취집으로 돌아온 K 는 대충 씻고나서 소설을 집어들었읍니다.
몇 페이지를 뒤적이다 이내 덮어버렸읍니다. 비 때문인가요 ?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쓸쓸함을 느꼈읍니다.
혼자 산지도 꽤 돼어 이젠 고독과도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항상 펴져있는 이불,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옷가지들, 아무렇게나 쌓여던
책들, 먼지가 뽀얗게 덮힌 전화기..
이 모든 것들에서 쓸쓸함이 스며 나오는것 같았읍니다.
발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운 방이지만 시리도록 허전함이 방안을 채우고
있었읍니다. K는 PC 앞에 앉았읍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kids에 접속을 했고, 여전히 썰렁하기 그지없는 고대
Board를 거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읍니다. 그러다, 우연히 들러본 **
Board에서 '장미꽃 한송이'라는 제목을 보았읍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 글을 읽던 K는 곧 웃어버리고 말았읍니다.
그 글에는 불과 한 시간전에 자신이 했던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릇한 흥분을 느낀 K는 곧장 'Square' 로 가서 그녀를 찾아 보았읍니다.
그녀는 아직 접속해 있더군요. Pager도 On이고. 'Talk' 을 신청했읍니다.
응답이 오고.. 서로의 인사가 끝난뒤,
K : "쓰신 글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Talk을 걸었읍니다"
J : "아.. 예.... 후후.. 전 무척 당황했었어요"
K : "기분이 나쁘지 않던가요 ?"
J : "헤헤.. 글에쓴 그대로예요..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사실, 비오는 날 꽃을 선물(?) 받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네요.."
K : "하하하... 그래도 그 꽃을 버리지 않으셔셔 고맙습니다"
J : "예 ?.. 고맙다니요 ?"
K : "사실... 그 꽃을 준 사람이 바로 접니다"
J : ".......................... 예 ??????"
K : "놀라셨나요 ?... 당연히 놀라셨겠지요... 죄송합니다"
J : "저기....정말이예요 ????"
K : "예... 그 때가 8시 40분쯤 되었지요 ?.. 장소는 **에서"
J : "어머나 ... K님... 오늘 저를 두번씩이나 놀라게 하시네요 !"
K : "하하..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는군요... 기분이 나쁘셨나요 ?"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으로 K와 J는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했읍니다.
그날 부터는 K는 kids에 접속이 되자 곧장 'Square'로 갑니다.
그리고는 Talk을 하지요... 물론, J와.
그후로 그들은 가끔 만나기도 했읍니다.
영화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일에만 매달려 살던 K는 이렇게 빈 가슴을
채워 갔읍니다.
하루는 둘이서 길을 걷고 있었읍니다.
그들의 앞에는 한쌍의 남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읍니다.
K는 팔꿈치로 J의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앞에서 팔짱끼고 걸어가는 남녀
를 턱으로 가리켰읍니다.
J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보고 피식~ 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읍니다.
그리고는 살며시... K의 팔장을 꼈읍니다.
K의 입은 찢어질듯이 벌어졌지요.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또 몇개월이 지나갔읍니다.
이젠, 넋살좋은 K는 가끔씩 J의 집에 저녁얻어 먹으러도 갑니다.
"어머님~~ 저 왔읍니다~~"
"아니.. 이사람.. 누구 맘대로 어머님이야 ?"
그렇게 말씀 하시면서도 항상 밥은 꾹꾹 눌러서 듬뿍.
.... 시련 그리고 더 깊은 사랑 ....
그날도 K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읍니다. J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막 퇴근 하려고 할때 전화가 왔읍니다.
전화를 받던 K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읍니다. 전화를 끊고 황급히 달려
나갑니다.
조금후, K는 **병원에 도착했고 수술실 앞에서 J의 부모님을 뵈었읍니다.
약속 장소로 가던 J가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쳤던 것입니다.
4시간동안 수술실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읍니다.
마음이 급하면 시간은 느리게 가나요 ?
지금 K에게는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 느껴집니다.
가끔, 수술복을 입은 몇사람이 들어가고 나오곤 했읍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J가 누어있는 침대가 나왔읍니다.
그동안 눈물을 훔치고 계시던 어머님은 울움을 터트립니다.
아버님은 의사 선생님께 상태를 물어보았읍니다.
"힘든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이었읍니다"
"아버지 되십니까 ?"
"예"
"조금있다가 저랑 얘기좀 하시지요"
J는 회복실로 갔다가 곧 입원실로 옮겨졌읍니다. 그동안 J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읍니다.
J의 아버님과 K는 의사선생님 방으로 갔읍니다. J는 허리를 심하게
다쳤고, 수술은 성공적이지만 일시적으로 하반신 마비가 올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읍니다. 그리고, 꾸준히 걷는 연습을 해야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셨읍니다.
좋다는 말인가요 나쁘다는 말인가요 ?
애매한 말이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에 큰 불안은 떨쳤읍니다.
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J는 의사선생님의 말을듣고 얼굴에 짙은 그림
자를 드리웠읍니다. 하반신 마비.... 이 얘기만 마음에 새겼읍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K는 거의 매일 J에게 갔읍니다. 그러나 J는 갈수록
야위어만 갔읍니다. 의사 선생님은 식사 잘하고 계속, 꾸준히 걷는 연습
을 해서 하반신의 감각을 되찾으라고 설득도 하고 꾸중도 했읍니다.
하지만 J에게는 이 말들이 단순히 자기를 위로하는 말로만 받아들여졌
습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걱정은 커져만 갔읍니다. '일시적인 하반신 마비'라는 말을
꺼내는게 아닌데....
힘내고 연습만 하면 다시 걸을 수 있다고 달래도 보았읍니다.
강제로 끌어내려 움직여 보려고도 했었읍니다.
그려면 J는 땅바닥에 엎드려 울기만 합니다. 자포자기...
J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포기한채 버려두고 있었읍니다.
J의 학교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지만 모두 그냥 돌아갔읍니다.
가족외에 입원실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K 뿐이었읍니다.
J가 그렇게 야위어 가면서 K 역시 눈에 띄게 수척해져 갔읍니다.
밤새워 J 옆에서 이야기도 하고 밥도 떠먹여 주었지만, J는 가끔씩
눈물을 흘리며 슬픈 눈으로 K를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J는 K에게 말을 했읍니다.
"오빠..."
"왜.."
"이젠... 나보러 오지마...."
"......"
"나같은.. 불구자보다... 더 이쁘고... 착한 좋은 여자 만나...."
"....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런 생각 하지도 마 !
넌 다시 걸을 수 있다니까... 밥먹고 힘내서 걸어보자.. 응 ?"
".. 아니야.... .. 됐어...... 그동안.. 행복했고... 고마웠어... 흑.."
"... 너... 또다시 그런 소리하면 나 화낸다 !"
K는 J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았읍니다. 고개를 돌리고
울고있는 J의 곁에서 K도 울고 있었읍니다.
다음날 K는 의사선생님에게로 갔읍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J는 다시 걸을
수 없냐는 질문을 했읍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먹고 또 걷는 연습도 안하면 힘들어요...
J양은 지금 자포자기 상태인데... 거의 삶을 포기한 것같이 생각되요.
저도 정말 안타까워요.."
K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읍니다.
"제일 큰 문제는 걸어보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없다는 거예요.
살아야 겠다는 동기, 걸어보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만 있다면.."
K는 방을 나왔읍니다.복도에서 한참동안 가만히 서있었읍니다.
그리고는 J의 병실로 다시 돌아갔읍니다. 침대옆에 가만히 앉아 J의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나 갈께.."
J는 잘가라는 말도 하지 않은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K는 J의 지갑에서 무언가를 빼내어 주머니에 넣고는 집으로 돌아갔읍니다.
그날밤 K는 3년동안 끊었던 술을 마셨읍니다. 취할때까지 마셨읍니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동료 L이 K의 모습을 보고 술집에 들어와
마주 앉았읍니다. 둘은 밤늦게까지 마시고, 울고, 또 마셨읍니다.
다음날 저녁. K는 여느때와 같이 J의 병실로 들어왔읍니다.
헤어지자는 말을 한 후로는 K에게 더욱 냉담해진 J는 눈길한번 주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조용히 J의 침대 옆에 앉았읍니다. J의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J는 말없이 바라볼 뿐입니다.
K는 장미 한송이와 흰 편지봉투 하나를 건내 주었읍니다.
장미꽃을 바라보던 눈이 편지봉투에서 멈추었읍니다.
"열어봐"
J는 힘없이 편지봉투를 열었읍니다. 접혀진 종이한장이 있었읍니다.
그것을 펼쳐보던 J는 갑자기 멈춘듯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읍니다.
J의 손이 떨려오면서... 가만히 K를 바라봅니다.
K는 J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냥 미소를 짓고 있을뿐.
J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집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다 턱밑에 고여 떨어집니다.
"...오..빠... 나.... 나.... 걸을께... 걸을꺼야....."
그리고는 큰소리로 울면서 K의 가슴에 안겼읍니다.
품에 안겨 엉엉 울고있는 J를 가만히 껴안고 웃고 있읍니다.
J의 어머니께서 땅에 떨어진 그 종이를 펼쳐 보았읍니다.
"아니... 이 사람이... 이 사람이..."
그것은 '혼인 신고서' 사본이었읍니다.
"반지는 나중에 같이 사러 가자.."
Epilogue
지금 K는.....
한껏 미소를 머금고 사뿐히 걸어오는 J를 바라보고 있읍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흰 웨딩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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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한적한 시골의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허름한 초가집.
늦은 시간이지만 집안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집 앞에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손질된 나무들과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방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나란히
누워있다.
할아버지는 옛일을 회상하듯 먼곳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잠에 빠져든듯 눈을 감고 있다.
할아버지 : 허허..그때 기억나오?
내가 할멈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할때..
넥타이를 못매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때..
그 고왔던 손으로 정성스레 넥타이를 매줬었는데..
어렴풋이 생각나는구려.. 그때가 참 좋았지...
할머니 : .....
할아버지는 말을 하고 난 후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다시 말한다.
할아버지 : 허허...새삼스럽게 그때일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첫째가 대학교 졸업할때..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때 할멈 우는게 얼마나 서럽던지..
누가 보면 아들 세명 있는거 다 죽었는줄 알았을거야..
허허허... 그렇지?
할머니 : .....
할아버지 : 아..그때 기억나오?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시험 준비할때..
당신이 시험 100일전부터 100일 기도한다구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잖소...허허..
그때 막내가 얼마나 밉던지...
시험치는날.. 당신 잠도 못자고 다음날 눈 밑이 거뭇거뭇
해져서 막내 바래다 주지도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어했던지...
막내가 그래서 대학에 붙은게지... 당신 고생 때문에...
할머니 : .....
할아버지 : 허허...그때가 방금전처럼 생각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다시 말을 잇는다.
할아버지: 그때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큰딸.. 결혼식날 당신 안운다고 그러더니 결국 눈물
몇방울 흘리는거 봤지..
당신 그때 이후로 우는걸 본적이 없는데..
그때 이후로는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나...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려있다.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면서 점점 현재까지 오고 있는지
입에는 미소가 보이지만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맺히고 있다.
할아버지 : 작년부터 당신 친구들하고 내 친구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났잖소..
그때부터인가..
당신 머리에도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는것 같았는데..
친구들 장례식 갈때마다 당신이 점점 내손을 꽉 쥐었다는거
알아요?
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점점 이슬이 맺히듯 눈물이 많이 고여간다.
할아버지 : 이제 내가 당신의 손을 꽉 쥘 차례구려..
지금까지의 인생길..혼자가 아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없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 :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인생길..
떠나가기 전에 꼭 간직하고 떠나줬으면 좋겠구만..
임자.. 잘가시오..
안녕히 잘 가시오..
아무런 말 없던 할머니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그려지며
할머니의 몸이 잠시 반짝 빛나는 듯 싶더니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잠든듯 편안한 표정만 남는다.
할아버지 : 고맙구려..정말 고마워...
내 금방 따라갈테니 잊지말고 기다려주구려...
할아버지의 왼쪽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한줄기 또르륵 굴러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