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독립, 그리고, 자유의 시작. > - 4
미우의 집은 권여사를 중심으로 모든 식구가 거실에 앉아서 미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이 녀석은 어딜 간게야..”
권여사는 12시가 다 되도록 미우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 난리를 치고 집으로 돌아와 있는줄 알았던 미우가 차를 몰고 나간 사실에,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미우의 아버지인 전사장도, 초조함게. 호두알을 손안에서 굴리고 있었다.
“어머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라도,”
“요란떨지 말거라, 그 꼴을 하고 나갔으니, 여기서 경고망동하면, 또, 어떤 소문이 어찌날 줄 알고.. 별일 없을게다.. 조그만 더 기다려 보자꾸나,,”
“네...”
알아보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또, 남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치라도 차리게되면, 그 뒷감당도 뒷 감당이였기에. 모두가 지금은 기다려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거라 생각했다.
새벽 4시가 다되어서야, 미우는 겨우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운대 바다에 도착하자, 짭짤한 바닷소리가 들려왔다. 미우는 차에서 내려 모래사장에 발을 딛었다.
이제 겨우 가슴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이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간의 이목도 이목 이였으며, 자기 때문에, 온 가족이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도,,
그래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수 없었던 지난 두달이 미우에겐 꽤나 힘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여기야, 미우를 씹어댈만 한 골빈 애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미우를 알아보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미우는 모래사장에 앉아. 동이 터오는 모습을 감상하며, 생각했다.
‘그래,,, 독립해서, 여기로 올까? 바다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아는 사람 마주치기도 어려울거잖아...’
미우의 마음은 아침이 밝아올수록,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태양이 그 모습을 완연하게 들어냈을때 비로소 결심을 굳혔다.
‘그래.... 여기로... 와야겠다’
미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답답한 곳을 벗어나, 여기로 올생각을하니, 생각만해도 가슴이 트이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야 미우는 이제까지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것 같았다.
미우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바로 옆으로 보이는 호텔을 향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은 한숨 자고 일어나서 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권여사는 뜬 눈으로 밤을 세운채, 여전히 거실에 앉아있었다.
휴대전화도 들고나가지 않은 미우덕에. 권여사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는듯했다.
차라리, 이번에도, 미우에게 상처를 입힌 당사자를 한 대 후려치고 잊어버리는게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때, 김비서가 급하게 현관을 열고 들어왔다.
“회장님.. 아가씨 있는 곳을 알았습니다.”
“그래, 지금 어디 있는게야?”
권여사는 비서에게 빨리 말하라는 듯, 눈빛으로 재촉했다.
“방금, 부산 해운대 근처의 호텔에 체크인 하셨습니다.”
“뭐? 부산? 그 멀리까지 밤새 운전을 해서 갔단 말이야? 어서 공항으로 가세나. 전사장,, 전사장 어디있나?”
권여사는 미우의 아버지까지 대동을 해서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우선은 어디있는지 알았으니, 한숨 놓아야 겠지만, 그래도 눈앞에 없으니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지만, 기사를 재촉하며, 미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우가 눈을 뜬건, 오후 햇살이 짙어질 무렵이였다.
한껏 푹자고 일어나, 창가로 가서 커튼을 젖히니, 오수 햇살이 적당히 물든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 여기 부산이지.’
미우는 잠깐, 창가에 기대서 예쁜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대해서도 곰꼼하게 따져봐야 할것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그녀의 독립을 집에서 단박에 허락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가장 큰 장벽이자, 그 장벽만 넘으면, 다른 어떤 사람도 뭐라할수 없는 할머니인 권여사를 어떻게 설득시킬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였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게되면, 무슨일을 해야할지까지... 그러다 문득, 허기짐을 느낀 미우는 어젯밤 휴개소에서 음식을 들이부은 이후로 계속 굶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미우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어.....”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동안 미우의 경호를 맡았던 경호원이 방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께서? 언제 도착하신건데요?”
그러자 경호원은 딱딱한 태도로,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보고는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을 했다.
“6시간전에 도착해계십니다. 내려가시지요”
미우는 쮸삣거리며, 경호원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집안의 정보수집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아니. 뻔한걸 알면서도, 호텔에 체크인을 한 자신이 바보스러울 따름이였다.
미우가 경호원을 따라간 곳은 근처의 레스토랑이였다. 하지만, 그곳에 권여사는 없었다.
“저기.. 할머니는...”
“지금 창원지사 쪽에 들리셨다가. 오고계시는 중입니다. 우선. 아가씨 식사부터 챙기라고 하셔서..”
“네....”
미우는 권여사를 대할것이 조금은 두렵긴 했지만. 지금은 허기짐이 우선이였다.
메뉴판을 펼쳐들고는 주문을했다. 먹음직 스러운 씨푸드 요리를 한껏 시키고는 계속 머릿속은 독립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채웠다. 미우가 한창 식사중일 때, 권여사와 전사장이 비서를 대동하고, 미우의 앞에 나타났다. 미우는 입에 한껏 밀어 넣은 음식을 씹다가. 그만 숨이 막히는 듯. 얼굴을 경직시켰다.
그런 모습을 보고 권여사는 미우의 앞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먹거라.. 다 먹고이야기 하자... 전사장... 우리도 식사좀 하지..”
가시방석같은 자리였지만. 그래도, 미우는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권여사와 전사장이 식사를 마칠동안,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세컵째 먹는 중이였다.
식사를 마친 권여사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래, 왜 여기까지 내려온게냐?”
“그냥... 지도에서 보이길래.... ”
“얼굴이 엉망이구나.. 약은 바른게야?”
권여사는 어제저녁 미우가 격렬하게 싸운 흔적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요...”
“내가 네 기분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그런꼴을 보이는게냐? 그것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다큰 처녀가, 험하구나..”
“죄송합니다 할머니.... 앞으로는 그런일이 없을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 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미우 너한테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구나.. 여행이나.. 유학이나.. 가보지 않으련?”
권여사 다운 말이였다. 이참에. 견문을 더 넓히거나, 경영수업이라도 더 받으라는 얘기겠지..
미우는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할머니.. 외국보다는 제가 생각해놓은 것이 있어서..”
“뭐냐? 사업이라도 해보련?”
“아니요.. 그게 아니고... 여기... 창원 지사쪽으로 내려와있고 싶습니다.”
“뭐야?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외국으로 나가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어딜가나 아는사람을 자주 마주칠 것 같은 곳에도 있기 싫어서요..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혼자 살아보는 것도 해봐야할 것 같고...”
하지만, 권여사는 미우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공부나 더 할 것이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싶었다.
물론 일이나 제대로 하겠다면, 지방 지사든 어디든 상관없지만, 미우의 말 뜻은 그런게 아님을 이미 간파한 권여사는 미우의 막을 묵살한채, 귀가를 서둘렀다.
“그만 가세... 김비서.. 미우 좀 챙기게나..”
“할머니..”
“시끄럽다... 공부를 더 할게 아니면, 집 떠날 생각 더는 하지 말거라..”
“할머니...”
“전사장 앞장서시게..”
미우는 애원하려했지만. 권여사는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권여사의 생각으로는 미우의 저 좋은 머리로 그저 평번하게 살기를 바라는게 싫었다.
그 전의 사건도 있어서 더 당당하게 나서려고 해야 할 판에 지방에 내려오겠다니..
그런 미우의 말을 심각하게 듣고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권여사는 미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권여사를 보면서, 미우는 이번에 자신의 뜻대로 독립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않을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