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배우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물론 시간적인 한계로 인해
실천에 옮기고 있는 건 얼마 안 되지만...
이런 자잘한 의욕들이
제 삶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 연애는 대체 언제 할래 =============================
조촐한 별장이라고 들었던 산장은
2층에 지하실까지 있는 제법 큰 건물이었고
벽난로가 있는 인테리어도
무척 깔끔하고 낭만적이었다.
오는 데 무척이나 고생하긴 했지만
이정도면 흠 잡을 곳 없이 멋진 장소였기에
사람들의 불만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회계 - 거 참.. 근처라고 했잖아 내가
연출 - 어유~ 방이 여섯 개네, 여섯 개.
주변 상황을 쭉 살펴보고는
금방 의기양양해서 제 기세를 되찾은 연출과 회계.
김양은 벽면에 있는 벽난로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앞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짐을 풀어놓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시작 된 술자리.
오는 데 워낙 시간을 지체해버린 탓에
밖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연출 - 자! 소주가 두 박스다! 부어라 부어!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출과 회계의 착오로 인해
예정보다 두 배나 구입한 소주.
사람 숫자를 생각하면
한 사람당 두 병 정도씩 돌아가니
크게 오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론처럼은 배분되지 않는 게 술이다.
덩치 - 카하~~ 끄윽.... 으어어.....
박군 - 으하하! 덩치 얼굴 좀 봐라! 완전 불타오른다!
어깨 - 이야~ 완전 루돌프 사슴 코네.
박군
- 푸하핫!! 아니지! 루돌프 돼지 코!
불타는 똥 돼지!! 캬하하하!!
덩치 - 히끅? 히끅? 놀리지 마 이 @#$들....
‘꾸웅.’
술자리가 시작되고 세잔 만에 녹아웃 된 덩치.
뭍에 올라온 고래마냥 거실 한쪽에 엎어진 그는
곧 시체 처리반에 의해 방으로 옮겨졌다.
김군
- 자, 들자! 하나, 둘, 흐이짜~! 어이쿠..
이거 안 되겠다 이거. 굴려!
디글디글디글...쿵!
김군 - 다시 후진, 좀 더 오른 쪽으로!
디글디글디글.... 꿍!
이곳저곳 머리며 팔다리를 부딪혀가며
2층.... 에 있는 방을 향해 가는 덩치의 모습은
남은 사람들에게 절대 술 마시고 뻗으면 안 되겠다는
강렬한 생존 의지를 불태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
연출에서 회계로 이어지는 무한 알콜러쉬로 인해
주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가 즐비하게 되었고
대부분이 헤롱헤롱 미쳐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회계 - 으하하! 김양아 노래 한 곡 해봐라~!!
김양 - ....... 미쳤냐?
회계 - 아이~ 김양아~ 노래 한 곡~~.
김양 - 뒤질래?
회계 - 그러지 말구~~.
김양 - 이게 진짜...
‘쫘아악!’
회계 - 어이쿠!!
겁 대가리 없이 김양에게 앵기다
마른 오징어로 따귀를 맞고 바닥에 엎어지는 회계.
그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김양의 손엔 오징어 다리만 남고
몸통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몇몇이 섭취한 알콜양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케 하는 레벨이었다.
연출
- 으하하, 얼쑤, 노래 좋지!!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김양 - ....
곧 피해자가 한 명 더 늘어났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연출이 골뱅이 캔으로 무참히 두드려 맞은 후,
곧 다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
안군이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안군 - 분위기도 좋은데 게임이라도 하는 거 어때?
연출 - 쿨럭... 그거 참 좋은.... 푸헉! 주르륵....
연출과 대다수 여학생들의 지지 속에 시작된 ‘Go Back Jump.’
본래 숫자 놀음에 강한 공돌이라
이런 게임을 사양할 이유는 없지만
옆에 앉은 민아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기억 - ..... 괜찮겠어?
민아 - 헤헤헤..... 나 취했나봐....
..... 이거 위험하다.
이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냉혹하게 시작된 게임.
김씨-한나-허씨-나-민아-박군 일당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대충 생각해도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김씨 - 7!
한나 - 8!
허씨 - 점프! (한 사람 건너뛰기)
민아 - ....응?
허씨 이놈이....
한나 - 11!
허씨 - 고!
기억 - 고!
민아 - 13!!
아이고 민아야...
한나 - 4!
허씨 - 5!
기억 - 백! (다시 뒤로)
민아 - 7!!
........ 제발....제발 민아야.....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옆에 앉은 내가 죄책감이 들만큼
계속해서 벌칙에 걸렸고
설상가상으로 흑기사마저 거부했다.
기억 - 그만 마시고, 그냥 나한테 줘...
민아 - 아니야, 내가 그냥 마실게, 가만~ 있어.
기억 - 어허, 어서 달라니까!
민아 - 이씨~ 죽~어~. 확~! 원샷....! 캬아~!!
연출 - 휘익휘익! 민아 잘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녀와 나를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대체 왜 되도 않는 고집을 부리는 걸까.
이런 부탁 같은 거 얼마든지 해도 되는데....
가끔은 이런 그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민아 - 헤에헤헤.... 오~케이! 고고고~!!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민아.
그래도 게임은 계속된다.
허씨 - 10!
기억 - 11!
민아 - 고!
오케이, 좋아~!
박군 - 빽!!
민아 - 응?
......
기억 - 박군 이 ㄱ애~색꺄~!
박군 - 으아앗?!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게임을 멈추고 빠져나오거나,
처음부터 대신 총대를 메는 것뿐이었다.
허씨 - 7!
기억 - 점프! 앗 이런 틀렸다!
박군 쪽에서 오는 것 까진 못 막더라도
내쪽으로 오는 반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회전방향의 표준이 고도리 방향인 걸 생각하면
아마 그 이상도.......
이런 내 각오에도 불구하고
내 간의 알콜 분해 능력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기억 - 캬아.... 으웩. 안주...
눈앞은 어질어질하고
입에선 열기가 푹푹 뿜어져 나와지만..
난 그녀를 지켜야 한다.
기억 - 끄윽.... 하나!
민아 - 이잇... 다섯!
기억 - 응?!
민아 - 왜 일부러 틀려?!
아이고 주님....
점점 눈앞이 캄캄해진다.
김양 - 야야야~ 염장질 그만하고! 다른 게임 해!
그때 염장질에 화가 난 건지 우릴 도와주려는 건지
김양이 다른 게임을 하자고 나섰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민아와 나의 행보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회계와 연출이 옆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지금
호기심을 위해 생명을 내걸 사람은 없었다.
안군 - 무슨 게임이 하고 싶은데?
김양 - 왕게임.
두둥......
잠시 후.
김군 - 내가 왕이다! 박군 팔굽혀펴기 100개!
박군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번호로 해야지!
김군 - 젠장..... 유... 6번! 파... 팔굽혀펴기 50개!
김양 - ..... 넌 나중에 죽었어.
김군 - 어억?!
왕이 되면 꼭 복수해야지 벼르고 있다가도
막상 상대가 몇 번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화살표는 언제나 삐딱선을 그리기 십상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팔굽혀펴기 50개를 해내는 김양을 보며
김군은 안절부절 못하고 마주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해댔다.
허씨 - 아싸, 왕이다~! 9번! 댄스~ 쇼!
한나 - 어머? 9번 난데..... 알고 한 거예요?
김씨 - 허씨 나이스~!!
허씨 - 오브코스 브라더!
반면에 간혹 가다 이런 행운도 생기기 마련.
두 갈래로 높게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친
한나의 다이나마이트한 섹시 댄스에
늑대 무리는 초토화 되고
곳곳에선 시기와 질투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민아 - 에헤헤... 한나 춤 디~게 잘 추쥐?
기억 - .......
확실히 잘 추긴 한다....
연출 - 어명이다! 나 빼고 전부 한 잔씩 원샷!
아직도 알콜로드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까보단 훨씬 부담도 적고 즐거운 분위기다.
회계 - 아싸, 드디어 왕이다!
게임이 후반에 다다라서야 왕패를 잡은 회계.
그는 한참 주변을 실실 둘러보더니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회계 - 3번, 신나는 노래 한 곡!
3번, 3번이 누구지?
거실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는지 모를 3번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도
3번은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주변의 번호표를 확인하며
영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회계 바로 옆에 앉아있던 김양이 입을 열었다.
김양 - ....... 진짜 죽고 싶냐?
회계 - 어? 김양이 3번이었어? 이야~ 이런 우연이 있나.
김양 - X까지 마 새꺄....
갑자기 튀어나온 욕설에
김양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흠칫 놀라 자리를 피해 앉았다.
회계 - 에이... 뭘 또 욕을 하고 그러냐.
김양 - ..... 꺼져. 나 안 해.
김양은 신경질적으로 번호표를 집어던지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해 올라갔다.
보통 이럴 땐 주변에서 다시 붙잡아 앉히는 법이지만
지금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출 - 으헤헤, 김양아 빼지 말고 노래 한 곡 하고 가라아~~.
.... 알콜의 힘을 빌린 개는 한 마리 있었다.
연출이 스위트콘 캔으로 복날 개 잡듯 맞고 뻗은 뒤
술자리는 흐지부지 마무리 되었고
다음날 아침 해는 밝았다.
기억 - 으윽... 머리야....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터덜터덜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현관문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게 보였다.
기억 - 어라.... 무슨 일 있습니까?
연출 - 아, 기억아. 어쩌냐? 문이 안 열린다.
기억 - 예? 왜요?
회계 - 그게.... 창문 밖에 좀 봐봐.
회계의 말에 힐끔 돌아본 창문은
거의 반 정도가 눈에 가려 있었다.
2001년 1월.
기록적인 폭설이 왔던 그 해.
우린 강원도 산간 한 산장에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