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언체인드 멜로디.> - 2
미우는 하다에게 납치되다시피 시외로 빠지는 버스안에 앉아있었다.
갑자기, 무슨 도예마을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등산가면, 지난번 있었던 사고를 권여사에게 일러버린다고 협박을 해서는 강제로 버스안에 앉혀놓았다. 처음에 그런 하다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막상 시외로 빠져 시골분위기의 풍경들이 눈에 보이자 기분은 좀 나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왠? 도예?”
“너~ 요즘 꽤나 심난해 하는것 같아서. 수양좀 하자구~ 오랜만에 바람좀 쐬면 가슴이 좀 트일거다.”
“추운 겨울에 왠 바람? 넌 다른사람보다, 봄이 빨리오냐?”
“암튼... 기대해~ 제발.. 오늘 뭔가가 좀 정확해 졌으면 좋겠다..”
하다의 의미있는 표정을 쉽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미우는 분명, 하다가 뭔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것 같았다. 게슴츠레한 미우의 의심어린 눈빛을 즐기는듯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하다에게서 이내 시선을 떼고 창밖으로 돌렸다. 무슨 꿍꿍이든 간에, 좀 있으면 알게되겠지....
‘그나저나. 오늘 등산가면, 태봉씨하고 얘기좀 할려고 했는데...’
태봉은 하다가 일러준 약도를 들고, 일찌감치 도착해서는 두손 걷어 붙이고, 도예장이 할아버지의 지시대로, 창고에 쌓인 도기들을 다른 창고로 옮기고 있었다.
가뜩이나, 심난했는데, 차라리, 정신없이 몸을 놀리고 있는 지금이 훨씬 편안했다.
“아! 조심해! 이게 얼마나 귀한건줄 알아?!”
“네~ 할아버지, 조심할게요...”
어지간히 깐깐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잔소리에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대답하고, 열심히 도기들을 나르고 있는 태봉의 이마에는 어느새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었다.
한참을 쉬지않고 일하고 있었을까?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봉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하다와.. 최근 자신의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어주는 장본인인 미우가 서있었다. 아직 태봉을 보지 못했는지, 도예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하다가 태봉을 발견하고는 미우를 당겨 태봉쪽을 보게했다.
미우는 차가운 허공에 입김을 뿌리며 자신쪽을 쳐다보고있는 태봉을 발견하고는 이내, 하다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야! 장하다.. 너, 꽤 머리썼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뭐.. 어쩌라기 보다는.. 그렇게 어색한게 신경쓰이면, 대화로써! 대화로써! 풀어보라~ 이 얘기지, 내 말은..”
“그래? 뭐.. 어쨌든 잘 됬네! 안그래도, 저 자식이란 대화란게 필요하긴 했지!”
미우는 평소처럼 씩씩하게 태봉쪽으로 걸어갔다.
태봉은 자신에게로 너무나도 씩씩하게 걸어오는 미우를 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했다.
“여기서 뭐해요? 등산 안가고?”
“그러는.. 미우씨는 여기 왠일?”
“그냥... 뭐... 집에서 쓸 컵하나 만들까 해서요..”
“그래? 그럼. 저기 할아버지한테 가봐...”
“태봉씨는.. 하나 안만들래요?”
“글세.. 난. 우선. 여기 있는거 저리로 다 옮기고 나면..생각해 보지..”
“그래요... 그럼... 나중에 봐!..”
미우는 금세 돌아서서 하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퉁명한 듯 하는 말이지만, 태봉의 표정은 어쩐지 반가워하는 것 같아서 였을까? 미우는 흐믓한 미소를 얼굴 가득 떠올렸고.. 얼마 떨어진 곳에서 보고있던 하다는. 미우의 표정변화와, 미우가 돌아섰을때, 태봉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았다.. 분명.. 둘은 같은 의미의 표정이였다.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봤어도, 분명히...
도예가 할아버지의 도예에 대한 긴 설명이 끝날 때 쯤은 어느새, 할머니의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넓게 퍼져오고 있었다.
“거기.. 식사들.. 하세요~”
“흠흠... 그럼.. 식사부터들 하고.. 그릇을 만들든 해봄세..”
할머니의 부름에 할아버지는 이제껏 쉬지 않던 입을 잠시 멈추고, 일어나 샤시가 되어있는 집의 마루쪽을 향해 걸어갔다. 마루위 나무상위에는 먹음직 스런 점심식사가 잘 차려져 있었다.
미우와 하다, 그리고, 태봉과 주인내외분들이 정겹게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래, 우리 딸하고 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있나?‘
“네,”
“그렇구면.. 나두 어제 갑자기 전화를 받어서 말이지..”
“네... 그런데... 두분만 계시는 겁니까? 힘드실텐데..”
“음.. 내 밑에서 도예배우고 있는 놈이 있는데.. 잠깐 여행다녀온다고 하더구먼..”
“네~”
“그래.. 식사들 마치고, 그릇한번 만들어 보겠나?”
“네!”
할아버지의 질문에 너무도 씩씩하게 말하는 미우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미우를 향했다.
사실, 지겨운것 같았던 할아버지의 설명이 있긴했지만. 처음 태봉에게 한 말처럼 컵하나를 꽤나 만들고 싶은 미우였기 때문이였다.
“허허, 고 녀석 참.. 씩씩하구먼, 그래, 어서들 들고, 만들어들 봄세..”
태봉은 젓가락을 물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있는 미우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있었다.
이럴줄 어떻게 알았을지... 처음엔 까칠하고 날선 칼같던 미우가 귀여워 보일줄은... 태봉은 새삼. 그렇게 느끼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 쑥스러웠다.
얼충 식사를 마치고 나자, 태봉은 하던일을 마무리짓고, 미우와 하다는 할머니를 도와 뒷정리를 하고는 할아버지가 있는 공방을 향했다.
이상하게도 흙냄새가 느껴지는듯한 분위기에, 틀 위에 흙덩이를 올려놓고는 열심히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만들어 본적이 한번도 없으면.. 틀을 바로 사용하는게 더 어려울거니까.. 어디 한번 재주껏들 만들어들봐!”
미우는 자신의 앞에 놓아진 흙덩이를 쪼묵락쪼물락 거리면서. 컵의 형태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울퉁불퉁하게도 예쁘게 다듬어지지 않는 자신의 작품을 볼수록 짜증이 받쳐올랐다.
원래 이런쪽으로 솜씨가 젬병인건 알았지만, 미우는 자신의 섬세하지 못한 예능을 한탄하며, 옆 사람의 작품을 보았다. 그런데... 미우의 시선은 태봉의 작품으로 집중되었다.
둥근 항아리 모양으로 빚어올리고 있는 태봉의 작품은 표면이 매끄러웠고, 그 모양또한 예뻤다.
‘어쩜... 남자손이 섬세하기도 하네..’
그러면서, 미우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작업은 혼자 다 한것처럼, 흙범벅을 하고는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다니...
‘아무리! 이런쪽 재능이 없기로서니, 어떻게 이모양이니?’
속으로 중얼거리던 미우는 갑자기 승부욕이 불타올랐는지, 좀전보다 더 열심히 흙을 쪼물락거리기 시작했다.
태봉은 한참만에 고개를 들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신의 작품은 자신이 봐도, 꽤 만족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였다. 태봉은 자신의 작품을 보고 흐믓한 미소를 짓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미우의 작품을 돌아보았다. 꽤, 열심히 하고있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꼭! 유치원생이 쪼물거려놓은 찱흙덩이 같았다. 하지만, 밎고있는 그 표정과 모습만은.. 어느 장인 못지 않아보였으니.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풋’하는 웃음이 터져나왔고, 가뜩이나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작품덕에 미우는 태봉의 그 웃음소리가 거슬려 고개를 반짝 들고는 태봉을 살짝 흘겨보았다.
“왜? 웃어요?”
“아니... 아니야.. 그냥.. 뭐랄까.. 그냥..”
“아니, 말을 꺼냈음 끝까지 하지? 뭘 버무려? 버무리긴?”
“그게 아니고, 미우씨 표정은 정말 장인인데... 솜씨는..”
“씨... 나두 아니깐. 건드리지 마요! 지금. 신경 날카로워져있으니까!”
미우는 다시, 자신의 작품에 얼굴을 박다시피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미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미우가 조물거리는 흙덩이게 손을 뻗었다.
미우가 쪼물거리는 흙덩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앉은격이 되었다.
태봉의 갑작스런 행동에 흠칫한 미우는 정색을 하고는 본능적으로 날을 세웠다.
“뭐에요? 지금? 지금 내 작품 망칠려고 그러죠!”
“설마... 뭐. 망칠게 있어야 망치지.. 아직 흙덩이구만.. 뭐 보기 영 민망할 정도라서. 좀 도와줄려고 그런다..”
“그래? 그럼 어디함 해봐봐..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미 봤잖아.. 저기 내꺼... 그럼.. 한번 볼까? 어떻게 만들건데..?”
“그러니까...”
태봉의 작품을 한번더 흘깃거린 미우는 자신의 재주를 인정하며, 태봉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제대로 된 컵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방금 세웠던 칼은 금새 감춰버리고, 자신이 생각한 디자인을 말하며, 태봉의 손놀림을 주목하고 있었다. 한참을 자신이 쪼물거려도 안되던 것이. 어떻게 태봉이 몇 번 쪼물거리자, 형태를 잡아가는건지.. 괜히 심통이 난 미우는 은근히 심통을 부리며, 참견을 했다.
“아니, 거긴... 쪼끔더 부드럽고 둥글게요.. 아니, 쫌만 더.”
“여기서 더 둥글게 빼면, 모양 이상해 지지..”
“아니요! 더 둥글게! 내꺼니까! OK?"
태봉과 미우는 최근 어색하기만 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흙덩이로 어색함을 죽이고 있는중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있던 하다의 표정에도 뭔가를 알것같다고 말하고있는것 같았다.
“아이참! 거긴.. 이렇게!”
“어! 안돼!”
“........”
“.......”
미우는 섬세하게, 컵의 주둥이 부분을 만지고 있는 태봉의 손을 비켜 손을 대려는걸, 태봉은 재빨리 미우의 두 손을 낙아채서는 손을 못대게 막으려 했지만. 이미 두 손이 엉켜, 컵의 주둥이 부분 모양은 찌그러져버렸다. 하지만, 지금 미우와 태봉은 컵이 찌그러짐보다. 갑자기 마주잡은 두 손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 찌그러졌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뒤에 미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 여진히 두 손이 잡혀진채... 미우의 입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태봉은 화들짝 놀라며, 잡았던 미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벌떡 일어났다..
“도..도와줄려고 했더니.. 망치고.. 미우씨가..알아서해..”
그리고는, 태봉은 서둘러, 자신의 작품을 들고, 할아버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내가.. 언제..도와달라고 했나? 생색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미우의 얼굴은 마치 불타는 고구마를 연상시키듯 빨개져있었다.
그리고 주책맞게도.. 이 상황에서, 왜? 언체인드 멜로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지... 미우는 연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진정,,진정... 그런데.. 내가 왜? 이러지?’
미우는 스스로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궁금해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무언가가 떠오르려고 하는것을 애써 피하고있었다.
그리고, 한켠에 있던 하다는 미우의 반응과, 태봉의 반응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마안에는 그들이 빚어놓은 작품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미우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찻잔을 만지작 거리며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 곁에는 태봉이 부지깽이같은 막대기로 바닥에 낙서같은걸 그으며, 활활 타오르고 있는 가마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하다가 자리를 비우자, 둘은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각자 딴청을 부리고 있었지만, 그 침묵이 무거웠던 미우는 오래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태봉씨!”
“....뭐?”
“그때.. 산에서..”
“......어....”
“오해하지 마세요.. 너무 무서웠는데... 태봉씨보고 너무 반가워서 그런거니까..”
“응?”
태봉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나싶어, 그제서야 가마니에서 눈을 떼고는 미우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우는 그런 태봉을 한번 흘깃 보고는 하려고 했던말을 다시금 이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반가워서,, 그런거지.. 태봉씨한테 흑심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구요”
“.......”
“그러니까.. 괜히 어색해 하지 않아도 된다구요... 태봉씨 그러니까.. 괜히 내가 죄지은것 같잖아? 안그래?”
태봉은 그렇게 말하는 미우에게서 눈을 떼고, 다시 가마니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게 아닌데, 저 여자는, 저런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괜히 미안해졌다.
나이가 몇인데, 자기 감정하나 제대로 못다스려서.. 저렇게 오해하고 신경쓰이게 했다니...
태봉은 멋쩍은듯 웃으며.. 미우의 말에 답해주었다.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나보네.. 아닌데..”
“.....”
“미우씨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그냥.. 요즘 고민 있어서. 그랬어.. 많이 어색하고, 신경쓰였다면.. 미안해...”
“그래... 다행이다...”
“보기보다 소심하네? 이제까지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었다니?”
그렇게 말하면서, 태봉은 미우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런 태봉의 손길이 스쳐가자.. 미우의 귓가에서는 또, 다시.. 주책맞은 언체인드 멜로디가 울릴줄이야.. 미우는 순식간에 더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쭈뼛쭈뼛 일어나 황급히 걸음을 옮기려고했지만. 팔푼이처럼 자기 다리에 자기가 걸려서 태봉의 앞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미우씨! 괜찮아?”
태봉은 황급히 넘어진 미우를 일으켜 세우고는 넘어지면서, 바닥에 그은 미우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았다. 미우의 손바닥은 아주 영광스럽게도, 붉은 핏기를 비추며, 까져있었고, 태봉은 급하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미우의 손바닥을 눌러주었다.
“대체, 왜? 이렇게 덜렁거려? 조심좀 하지.. 괜찮아?”
가뜩이나 환청이 들려 정신이 없는 미우의 코앞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걱정하는 태봉의 태도에 미우는 잠시 멍~해져있었다. 갑자기, 왜? 이 사람이 꽤나 멋있어 보이는건지... 미우는 태봉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겨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잠깐만 있어.. 약같은거 있는지, 물어보고올게..”
말을 마친 태봉은 미우가 됐다고 말하기도 전에 할아버지의 집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한켠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다는 확실한 증거장면에 미소를 띄우며 속으로 외쳤다.
‘빙고!'
================================================================================
이제 봄이 오나보다 했더니, 다시 좀 춥더라구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때아닌듯한 눈발도 약간 날리는것 같았고..
그래도, 3월! 하면 늘 새로운 시작인것 같잖아요.. 새학기, 봄... 뭐.. 춘삼월이란 말도 있고.
그래서, 좀 춥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뭐, 오늘 내일 일하면, 또, 주말이구요~
이제, 더~ 즐거워 져야겠죠?
이제, 태봉과 미우의 심경변화가 확실해지고, 이제 삼각구도에 접어들어야. 하는데..
ㅎㅎ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빠샤~ 열심히 쓸게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마녀본색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