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혼자서 모든걸 감내하는 강혁이 불안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삼스레 이렇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남자는 아니었는데...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정신을 잃고 있는 강혁을 유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은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오빠를 가질거야...아무리 나를 동생으로만 치부하려고 해도...그렇게 못하도록 만들고 말거야...내껄로 만들고 말테야...기필코'
호텔로 들어선 유린은 익숙한듯 로비 카운터에 몇마디를 하고 키를 받아 위로 올라갔다.
화려한 호텔 내부...금실로 짠듯한 고급스러운 침대보위로 강혁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술기운에 괴로운듯 얼굴을 찡그리다 거친 숨을 내쉬는 강혁에 자켓을 벗기는 유린은 뭔가를 계획한듯 비장한 눈빛이다.
얼마나 만져보고 싶은 얼굴이었는데...유린은 떨리는 손가락을 강혁에 눈에서 코로 그리고 입술로 이어갔다.
' 오빠는 모를꺼야...내가 얼마나 오빠를 원하고 있는지...그냥 오빠에 동생으로 남는건 내 자존심이 용서치 않아'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강혁에 입술에 유린은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대었다.
지그시 누른 입술이 닿자 유린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서서히 강혁이 입술이 벌어지자 유린은 부드럽게 강혁에 입술을 빨아드렸다. 마치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하는 회오리속을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처럼...본능적으로 반응하는게 남자라는걸...유린은 순간 자신의 허리를 감싸오는 강혁의 손길에 더더욱 멈출수가 없었다.
' 차라리...이렇게라도 해서 오빠를 가질수 있다면 상관없어...그냥 본능이라고 해도...난 괜찮아...'
유린이 한손으로 강혁의 셔츠안으로 단단한 근육을 만지려는 순간...가늘게 뻗은 강혁에 손가락 하나나가 반응하듯 힘이 들어간 손이 유린의 손목을 잡았다.
" 여기까지...성유린..여기까지...더이상 자존심 다치지 말고..여기까지만 하자"
" 오....빠...."
" 미안하다. 나 갈께"
강혁은 정신을 잃고 머리가 어지러운 순간...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형상이 미선인줄만 알았다.
물론 그 여자가 여기 있으리 만무했지만 몇시간동안 그 여자를 생각하는 바람에 아마도 그런 형상이 보이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선 순간...너무나 익숙한 배경에 아차 싶었다.
자신에 얼굴을 더듬는 유린에 손길과...갑자기 다가오는 유린의 입술에 강혁은 어찌해야 할지 순간 난감했다...최대한 유린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대범해지는 유린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23이 되도록 여자 경험이 없었던건...아무에게 자신에 욕망을 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때...욕망이 아닌 사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가지마! 가지마...가면 후회할꺼야...오늘 오빠랑 나 둘이 온거...안 사람들은 다 알아...뭐라 생각할거 같아."
" 상관없어...아무나 하고 와도 나 아무일도 없을테니까..."
" 내가 ...아...무나야?"
" 그러니까...그만하라고. 나...어떤 놈인지 알잖아?"
" 몰라...그냥 오빠가 좋단 말야..."
" 그렇게 좋은맘을 나한테 쏟지 말고 받어...널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한테...알았니?"
" 사랑해"
돌아서는 강혁의 가슴을 안는 유린이다.
" 사랑한다고...오빠를 사랑한다고...미치도록 사랑한다고"
" 사랑은....다른 사람이랑...혼자 하지 말고...같이해....그게 사랑이야"
유린은 이미 이성을 잃은듯 마지막 남자의 본능이라도 잡아보려는듯 애를 썼다...이렇게 보낼수는 ㅇ없었다...이렇게...
" 만져봐...느낌 없어?"
자신의 가슴에 강혁에 손을 힘껏 갖다대는 유린을 강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 이러지마...이렇게 너 아무렇지 않게 이러지마...나한테 이런 대우 받을 이유 없잖아...너 이뻐...나 아니더라도 너...충분히 사랑받을수 있어 유린아..."
" 아니..나는 아니야..난 오빠여야만 해...다른 사람 다 필요없어...나...옷도 벗을수 있어...오빠 앞에서..."
" 유린아!"
자신의 앞에서 블라우스를 벗는 유린을 강혁은 애써 잡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어떡해든 자신의 마음을 얻어보려는 유린이 문득 가엾게 느껴졌다.
겨우 옷을 추스려주고 강혁은 말없이 유린을 안아주었다.
" 사랑한다고 해서...너에 마음을 다치게 하는건 사랑이 아냐...유린아! 나 나쁜놈인거 아는데 너한테 이렇게까지 나쁜 오빠로 기억되는거 싫거든...무슨 말인지 알지?"
" 나도....사...랑해줘...나...오빠한테 사랑받고 싶어..."
강혁은 유린이 잠들때까지 옆에서 유린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해도 아니 그렇게 해줘야 될것만 같았다.
흘리는 눈물에 번진 검은 마스카락 자국을 지워주고 잠든 유린에 손을 살며시 옆으로 놓아두고 약간은 쌀쌀한 밤공기를 뚫고 호텔을 나왔다.
자신을 보며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눈빛이 마주치자 순간 입을 다무는 사람들이다.
또...제멋대로 알아서 이런저런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겠지...
강혁에 차가 멈춘곳은 희미한 가로등이 보이는 도로옆이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12시를 넘어선...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자고 있겠지...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생각속에 나라는 남자도 있을까?
생각에 끝에서...어느덧 여자가 사는 대문앞에 멈춰진 자신을 보자 강혁또한 그런 자신이 신기하기만 했다...친구아닌...이성에게 이런 관심이라니...
대문을 잘 잠그지 않는것 것인지..아니면 이동이 많은 사람들인지...대문이 또 열려있다..
여자에 문앞에 쭈그려 앉아보았다.
한 30분을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아마도 주인집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 누구세요? "
" 아...죄송해요...친구한테 왔는데..늦어서 잠이 깰가봐 .."
" 친구? 거기는 아가씨가 사는데...정말 친구야?"
" 네!"
강혁은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그리고 말쑥한 차림에 강혁을 주인집 또한 이상하게 보기는 커녕 달빛에 비친 핸섬한 얼굴에 아줌마 역시 지나친 관심을 보였다.
" 잠깐만 기다려봐...저 아가씨는 일찍 안자는데..?"
아줌마는 지나치게 친절을 배풀었다...여자에 문앞에서 노크를 몇번 하더니 얼마 지나지도 않아 문이 ㅇ열렸다.
" 나야...저기 친구가 왔다는데 아가씨 깰까봐 그냥 여기에 앉아 있길래...친구 맞아?"
" 네?? 어디..."
" 나야...안자고 있었네...나 들어간다...아줌마 고마워요!"
미선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밤늦게 노크해서 얼굴을 보인 주인 아줌마가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난데없는 남자에 등장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것도 능청스럽게 침대로 올라왔던 것처럼 태연하게 친구인척 방으로 들어와 덥석 앉고는 커피라도 달라는...
" 저기...나 배고픈데...커피 말고 밥 없어?"
" 밥이요? "
" 응..그러고보니까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네...배고프다."
" 잠깐만...근데 반찬이...별루.없어서..."
" 그냥 있는걸로 줘...투정안할께..."
강혁이 들어서자 놀란듯 토끼눈을 하고 굳어버린듯한 여자에 표정이 귀여웠다.
대뜸 커피를 달라 밥을 달라해도 잠깐 멈칫거리더니 이내 작은 싱크대로 가서 이것저것을 꺼낸다.
그리고는 5분이 지났을까 정말 몇안되는 반찬과 밥...이 차려진다....뭐랄까? 밥 냄새가 이렇게도 좋은 냄새였나 싶을정도로...신기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 국은 없어?"
" 국이요?....국도 해요?"
" 아니...없으면 됐구...근데 정말 반찬 없다....소시지..계란...김치...영양실조 걸리겠다"
" 전 충분한데...근데...저기..."
" 잠깐...나 밥 다 먹고 이야기하게...무슨 말 할건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밥 다먹고...오케이?"
"네"
그 초라한 밥상이 어는 임금님 수라상 못지 않는 꿀맛이었다...강혁은 행복이란 말이...문득 생각났다.
하지만 밥을 먹는 내내 또다시 무슨말을 아무렇지 앟게 할지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해도 떠오르지가 않았다...천천히 밥을 먹는 내내...살아 생전 이 초라한 밥상을 한시간 동안 먹어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자신도 모를 엉뚱한 자신의 행동에 강혁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 자...이제 말해!"
" 무슨.... 일이세요? 늦었는데..."
" 그냥...잠이 안와서...놀러왔어! 오면 안돼?"
" 그 뜻이 아닌데...."
" 그래? 그럼 뭐야? 근데...나 졸립다...베개 없어?...하얀 베개...나 자야겠어 피곤해"
" 저기..민강혁씨..."
" 내이름 기억하네...하긴 그때 보니까 환자 이름은 다 기억하더라구~아...편하다"
" 저기..."
" 이봐...김미선씨...오늘 밥값은 병원비에서 제하고 오늘 잠자리까지 알아서 정산하고 오늘은 그만 피곤하니까 잡시다...응?? 근데말야...너도 저 구석지에서 자지 말고 그냥 내 옆에서 자...미안하니까...
알았지? 그럼 나 잔다..깨우지마"
미선은 대책없는 이 남자를 어떡해야 좋을지 몰랐다.
겉으로 봐서도 자기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느낌...그 어느것 하나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이 남자가 자꾸만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려고 하고 있다...
분명...분명...득이 될게 하나도 없을텐데...아마도 이런 행복을 얼마 던져주고 그리고 그 댓가로 평생을 짊어질 상처를 줄게 뻔한데...엄마처럼...엄마처럼...그리고 그런 엄마를 놓아주지 않고 자신을 위협하는 그 남자처럼...
미선은 아기처럼 잠을 자는 남자를 바라봤다...키가 크다 해서 어른이 아니다...나이가 스물을 넘었다 해서 모두 어른이 되는건 아닌가보다.
방한가득 차버린 남자에 존재가 미선은 왠지 싫지가 않고 듬직하기만 했다...가득찬 느낌...누군가에게 보호받고 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느낌...그제서야 생각의 끝에서 잠이 들었다.
휴우....어쨌든 밥을 먹고 잠까지 넘어가긴 했지만 강혁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자신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또다시 구석지에서 잠을 자는 여자에게는 미안했지만 왠지...그 화려한 호텔에 있는 침대만큼의 크기인 이 방이 더없이 따뜻하고 편하게만 느껴졌다.
한참을 뭔가를 생각하는듯한 여자가 잠이 든듯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강혁은 최대한 소리를 죽여 여자를 옆으로 눕혔다. 자신의 배게를 넣어주고 이불도 옆으로 끌어 당겨서 덮어줬다...
' 당신...한테...내가 왜...아이처럼...이러는지...이해할수가 없네...당신은 모를꺼야...내가 능청스럽게 하는 모든 행동들이 실은 얼마나 용기를 내고 있는지..'
잠들어 있는 여자에 머리카락을 옆으로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문득 유린이가 생각났다.
잠든척 깨어있는 자신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 입 맞추고 싶다...어떤 느낌일까?'
강혁은 창가에 반사된 흐리한 가로등 불빛이 너무나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런 남자였다니...이런 본능에 충실할만큼 ....강혁은 애써 고개를 외면한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자꾸만...자꾸만 꿈틀대는 자신안에 있는 욕망을 다스리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몇십분이 흘렀는지...괜한 땀이 흘렀다.
아무런 미동없이 얌전히 잠을 자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자신의 그런 욕망들이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강혁은 조심스럽게 여자에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춰버렸다.
" 어쩔수 없게 되버렸어...너...나랑 사귀어야겠다...내가 너 좋아해버렸어...어쩔수 없게 되버린거야.."
혼자서 중얼거리는 강혁은 이불을 끌어당겨 여자에게 덮어주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