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다시 제자리로 come back~

이기주의자 |2006.03.09 18:14
조회 244 |추천 0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이른 나이에 애를 낳고

둘다 맞벌이하고 살고 있다.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만한 상황이다.

돈 걱정 덜해도 되는 상황에 좋은 남편에 건강한 아들

겉에서 보면 참으로 단란한 상황이지만

안에서 보면 속이 곪을 데로 곪은 상황이다.

 

결혼 전에는 공부도 시켜주고 대학원도 보내준다고 한 시댁

결혼 하고 애 낳고 나니 직장도 못 다니게 한다.

난 그동안 공부만 하고 곱게 자라서 살림 잘 못한다.

걸핏하면 구박이고 심하면 막소리도 듣는다.

제일로 만만한 게 나인가 보다.

다른 며느리들에게는 그러지도 않으면서...

 

울 신랑...결혼하자고 그렇게 조를 때는 언제고...

회사에서 퇴근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애도...나도...

오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직행하고 잘때까지 바라본다.

난 아주 그러려니 하지만

울 아들은 넘 불쌍하다.

요즘 아빠들은 애랑 잘만 놀아주는데...

컴퓨터 하는 데 놀아달라고 알짱대다가

윽박지르는 아빠때문에 놀래서 도망가는 아들 보면 마음이 아프다.

생활비 한 푼 안 내놓는 주제에 항상 돈 벌고 힘들다는 생색은 다 낸다.

누구는 돈 안버는지...생활비도 지금껏 다 내 돈으로 해결했는데...

내가 하는 일들은 이래저래 우습게 본다.

집안 일도 일이냐고 한다.

그렇게 잘났으면 지가 해보지...손 하나 까딱도 안 하면서...

 

매일매일 사는 게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애 보는 보모에 돈 버는 기계에 살림하는 만능 파출부일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 담배를 빼다가 몰래 피기 시작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숨 쉬기가 어려웠다.

가끔 피는 담배는 잠시나마 내게 위안과 긍정적 사고를 제공했다.

 

하지만 내가 봐도 사는 게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 속에 항상 <이혼>이라는 단어가 떠 다녔다.

처음에는 무조건 애 때문에 참을 생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참기 싫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어쩌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부담스러워서 만나기 싫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편에게 찾을 수 없는 위안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만나면서 나 좋다는 사람 나도 싫지 않았다.

그렇게 불륜의 첫발은 내딛었다.

꼭 연애 초반처럼 아주 가볍게 손 잡고 안고 키스하니 가슴 설레더라.

(진도는 이 수준에서 끝나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날 이런 지옥에 밀어넣은 이 인간은 더한 고통을 받아도 싸다.

남편에 대한 나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냉랭해졌다.

눈치라고는 눈에 씻어도 찾을 수 없는 남편이 날 조금씩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가끔 내 핸드폰과 지갑을 검사하더군.

하지만 아무것도 걸릴 것은 없었다.

내 핸드폰에 있는 그 사람 번호는 아리따운 여자 이름으로 입력되어 있었으니까..

문자는 볼때마다 지우기도 하고 그나마 애가 만진다는 이유로 폰을 잠궈버렸다.

 

사실 아들에게는 많이 미안했다.

엄마로서 당당하고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괴로웠다.

 

그렇게 그 남자를 몇번 만나고 나니 역시나 다른 남자들과 똑같더군.

대한민국 남자들의 그 잘나 썩어빠진 권위...

거기다 그런 형태로 만난다고 날 자기 여자로 착각하더만...

오만가지 순수한 척은 다 하고...

차라리 엔조이라고 말하면 이해나 했을 것이다.

 

어차피 그곳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니었었다.

끝내야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이것도 연애고 감정이 들었다고 쉽게 안 되더만...

하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못 자르면 평생 추해질 수도 있다.

또...아무리 내일 이혼한다고 해도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못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안 되서 남편이랑 이혼하면 그때가도 나에게 기회가 오겠지.

이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기로 결심했다.

아들을 위해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아들을 위해 남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을 대하니

남편에 대한 태도도 다시 온건하게 바뀌었다.

기대를 버리고 애만 생각하니 시비 걸만한 일도 없긴 했었다.

그냥 내 도리라는 것만 하고 신경 끄고 거리 두는 게 나로서는 편했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겉으로 행동하는 것이 다른 이중적인 여우가 되었다.

결혼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이 무슨 눈치인지 아직도 핸드폰 검사를 한다.

그러면서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목록도 나왔지만 역시 알지 못한다.

가끔 남편이 날 사랑하냐고 묻는다.

아직까지는 미움도 남아있고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응"이라고 우선 대답한다.

 

잠시 일탈을 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왔다.

아직도 날 힘들게 하는 상황도 많고 여전히 괴롭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볼 것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