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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漏 ( red tears ) - #1

베르사유S |2006.03.17 19:27
조회 640 |추천 0

 

 


검은비단은 저녁공기를 휘감고
어슴푸레 내려앉은 새벽녘을 한탄한다.


          - 緇影 그리고 晨噫

 

 

 

 

 

“그냥 놔둬, 내가 한다니까-”

 

검은 생머리를, 귀 뒤로 꼽은 채 팔짱을 끼고 서있는 여자.

화원의 주인이자, 작은 재즈 바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안 세진-

 

 

“됐어-,나 오늘은 바 오픈 하는 거 못 도와줘. 그니까 이거라도 대신 하는 거야.”

 


낑낑 거리면서 난 화분을 정리하는 그녀는 살짝 옆으로 넘긴 앞머리와 짧은 파마머리가

세련되게 잘 어울리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이 아연- 

 

 

그녀는 팔까지 걷어 붙친 채 난 화분을 옮기고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손목의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갑자기 들고 있던 난 화분을 내려놓고는 자켓을 입기 시작한다.

 

 

“뭐야? 벌써 가는 거야? ”

 

 

다른 나무의 가지를 정리하고 있던 세진이 어이없다는 듯 아연에게 묻는다. 머쓱한 듯 웃는 아연

 

 

“히이- 나 벌써 갈 시간이 되 버린 거 있지.”

“왠일로 팔까지 걷고 도와준다 했어-”

 

 

세진의 말에 아연은 황급히 화원을 나가며 소리친다

 

 

“미안~ 바 마감까지는 돌아오도록 할게~!”

 

 

아연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던 세진은 낮게 웃으며 중얼거린다.

 

 

“얌체-”

 

 

 

 

 

 

 

 

 


“무슨일이시죠?”

 

경찰청 앞 입구에서 들어가려는 아연의 차를 멈춰세우는 의경-

 

“아아-여기 취재약속이 되 있어요-”

“본인 신분증과 만나러 가시는 분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의경은 딱딱한 말투로 아연에게 말할 뿐 표정도 없다.

귀찮다는 듯 아연은 신분증을 꺼내며 입을 삐쭉거린다.

 

 

“좀 웃으면서 말하셔도 괜찮을 텐데요- 여기요, 신분증-

만나러가는 사람은...“

 

 

말을 멈추며 수첩을 뒤지는 아연이다.

편집장에게서 건 내 받은 취재할 사람의 명함을 찾아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아유-!!!어디다둔거야!!”

 

 

아연의 갑작스런 신경질에 의경은 멈칫한다.

 

 

“무슨일인가?”

 

 

그때 중저음의 보이스가 거슬리지 않게 아연에게 들려온다.

아연의 대답을 기다리던 의경이 그 남자에게 거수경례를 올려붙이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아뇨,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도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들어가긴 해야 되요-

이민균지,이규민인지,이민굔지-

아유-!! 아무튼, 그 사람만나야 되니까 대충 좀 들여보내줘요-“

 

 

아연의 말에 그 남자는 낮게 웃더니 의경에게 차를 들여보내라는 손짓을 한다.

 

 

 

 

 

 

“뭐냐고, 명함은 어디간거야. 그리고 대충좀 들여보내지, 여기가 무슨 백악관도 아니고-

절차가 뭐 이렇게 복잡해?! 그리고 그 사람은 뭔데 웃고 난리야-“

 

 

 

차를 주차시킨 아연은 씩씩 거리면서 차문을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닫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3층, 강력계 사무실 앞-

아연은 가볍게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그때 기다리고 있었다 는 듯 쇼파에서 일어나며 손을 내미는 남자-

 

 

“어?!아까-”

 

 

아연의 말에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안녕하세요? 특공대에서 근무 중인 이규민입니다-”

 

 

다부진 몸에, 자연스런 옷차림과 시원한 미소의 그는 대한민국 경찰특공대의 이규민-

 

 

 

 

 

 

 


“어서오세요-”

 

 

종이 딸랑 거리는 소리에 세진은 가위를 내려놓으며 가게로 나온다.

 

 

“선인장 있어요?”

 

 

들어오면서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화원으로 가서 보시죠, 이쪽이요”

 

 

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에게 화원 쪽을 가리킨다.

 

 


“특별히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선인장을 고르고 있는 남자의 뒤에서 팔짱을 낀 체 묻는 세진은 아까부터 남자가 참 거슬린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들어올 때부터 미소를 얼굴 한 가득 띄고 들어오더니 선인장을 고르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세진의 물음에 갑자기 휙 뒤를 돌아보는 그는 세진을 보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선인장을

고르며 말을 꺼낸다.

 

 

 

“저는요, 몰랐거든요? 선인장이 전자파를 잡아먹는지 말이예요-

근데 요 녀석들이 전자파를 잡아먹는다는 거예요-! 어? 이거 이쁘다- 이거 싸주세요-“

 

 

그의 말에 작게 한숨을 쉬는 세진은 그가 고른 선인장을 들고 가게로 다시 나간다.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 그녀의 옆에 쪼르르 또 따라온 남자는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래서요~ 신기하잖아요- 저는 정말 처음알았어요-! 그래서 진짜인지 보려구요- 그러고보니

예뻐보이기도 하구요. 기특하지 않아요? 전자파도 잡아 먹어주고-근데 왜 가게이름이 시리우스예요?

꽃집이름은 아닌것 같은데~“


“잠깐만요, 잠깐만요-”

 


남자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말에 세진은 포장하고 있던 선인장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는

손 사레를 치며 말을 가로 막는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남자 쪽으로 서며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선채 낮게 한숨 쉬는 세진.

 

 

“저기요 엄밀히 말하면 선인장이 전자파를 잡아 먹는게 아니라 막아주는 거겠죠-

그리고 말 안하고 있으면 사기 치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요-

선인장 전자파 다 못 막아줘요- 선인장 있는 방향 쪽으로 오는 것만 막아준다구요.

기르기도 어려울뿐더러 추위에도 약하고 조금만 상처나고 해도 안되요.

그런 건 알고 사가는 거예요?“

 

 

세진의 말에 약간은 실망한 듯 한 표정의 그는 몰랐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 무슨 남자가 이렇게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아요? ”

 

 

말을 꺼낸 세진은 그런 것 까지 말하는 건 심했다 싶었는지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포장을 마무리해서 건 낸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그는 조용히 돈을 건내 주고는 가게를 나선다.

자신이 심했다 싶었는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던 세진은 다시 화원으로 들어간다.

 

 

 

밝게 웃기만 하고 순수해 보이는 뒷면에 강인함을 가지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 특공대, 손호현-

 

 

 

 

 

“그래서, 특공대가 되신 거군요-”

 

 

녹음하고 있는 테잎을 끄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연은 마침 생각 난 듯 말을 꺼낸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제가 좀 성격이 급하거든요. 아니, 분명 명함을 받았는데 어디있는지 보이질 않는 거예요-

시간은 늦었지, 앞에서는 빨리 누구 만나러 가는지 말하라고 하지......“

 

 

규민은 아연의 말에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해요- 중요한 기관이다 보니 애들 말투도 딱딱하고 들어가는게 까다롭긴 하죠-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는 아연

 

 

“그렇죠?”

 

그때 열리는 문 -

얼굴에 실망한 표정의 남자가 손에는 포장된 선인장을 든 채 들어온다.

 

 

“어? 손호현, 너 선인장 사러 간다고 신나서 나가더니 표정이 왜 그래?”

“말 시키지마, 나 상처 받았어-”

 

 

그러고는 자기 자리에 털썩 앉는 호현은 선인장만 만지작거린다.

 

 

“저 분이 그, 동기분?”

 

 

낮은 목소리로 규민에게 묻자 규민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저희 기사 좋게 써달라는 의미로 저녁이나 살까요? 식사 하셨어요?”

“저야 좋죠-! 제가 아는 바가 있는데 거기서 식사도 할 수 있거든요? 거기로 가실래요?”

 

 

아연의 말에 규민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현을 본다.

 

 

“야, 너도 같이 갈래?”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가지말라는 눈치를 주는 규민을 보며 호현은 입을 삐죽거린다.

 

 

“됐어-너나가- 기자분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연은 살짝 미소지어보이고는 규민과 사무실을 나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의 말이 상처가 되는 호현이다

 

 

“아니, 내가 무슨 웃음이 많다고 그래? 치- 뭐 그렇게 쌀쌀맞아?!여자가-!”

 

 

한참을 생각하던 호현은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화원으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자기도 따져보리라, 그러는 자기는 무슨 여자가 그렇게 쌀쌀맞고 차가운지 따져보리라고

다부지게 마음먹으며 주먹을 꼭 쥐는 호현.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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