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예요-”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면서 말은 건내는 아연-
“와아- 멋진데요? 시리우스라- 뜻이 있는 거겠죠?”
"글쎄요, 여기 사장한테 물어보세요- 사장이 알겠죠?“
규민의 물음에 아연은 미소지으며 대답해준 후 앞장서서 들어간다.
여느 재즈 바 와는 달리 밝은 조명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그곳에서 재즈밴드가 한창 연주중이었다.
“재즈, 좋아하세요?”
아연의 물음에 규민은 살짝 미소짓는다.
“잘을 몰라도 듣는 거 좋아해요-”
“저기 앉을까요?”
아연은 바를 가리킨다. 바 안에는 바텐더와 한 여자가 이야기 중 이었다.
“세진아~!”
아연은 규민과 함께 바에 앉으며 여자를 살짝 부른다.
세진은 살짝 웃어주고는 이야기를 멈춘다.
“오늘 마감 때나 올 것 같더니? 가볍게 마티니 한 잔 하시겠어요?”
세진은 규민에게 마티니를 권한다.
“아니예요, 근무 중 이거든요-”
규민이 정중하게 거절하자 세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인터뷰가 일찍 끝나서 식사하러 왔어-”
“아아, 이분이 오늘 인터뷰한다는 특공대, 그분?”
세진이 미소 지으며 말을 건내자 규민도 살짝 미소 짓는다. 마침 생각난 듯 말을 꺼내는 규민
“들어오다 보니까 바이름이 시리우스던데- 아연씨는 뜻을 가르쳐 달래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거겠죠?“
규민의 물음에 세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연다.
“시리우스는 별 이름이예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데요,
뭐 한국이랑 중국에선 천랑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구요.
스스로 빛을 내죠- 그냥 예뻐서 지었어요- 별 뜻 없어요.”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세진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네이비색 프렌치 코트를 팔에 걸친다.
“그럼 식사하시고 가세요- 저는 볼 일이 있어서요-
맛있게 먹고가-“
“어디가는데?”
아연의 물음에 세진은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고는 규민에게 살짝 목례하고 밖으로 나간다.
빨간 우체통이 서있는 아담한 집앞에 멈춰진 세진의 차.
상현은 아직은 쌀쌀한듯 옷깃을 여미며 내리는 그녀를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어제저녁 꿈자리가 좋다 했더니 오늘 세진이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그 느끼한멘트 아직 못버렸어?“
“하하 쌀쌀맞긴. 여전한거 같아서 보기는 좋네-“
세진의 핀잔에도 넉살좋게 웃어버리는 상현이다.
“커피줄까?“
“응, 여전하네. 조명도 인테리어도-“
“난 익숙한게 좋아, 무언가 변화를 주는거 별로 안좋아하지“
“지겹지 않아?“
“지루한일을 하는게 내 직업이잖냐“
등돌리고 있는 상현의 웃음이 마치 보이는듯 살짝 웃어주는 세진.
“근데 오늘 여긴 왠일이야? 한가해서 들린건 물론 아닐테고“
“쓸만한 물건이 있나 싶어서 그냥 구경차-“
“하하 난 혹시나 했지, 화원이랑 바는 어때?“
“가끔 얌체처럼 빠져나가는 아연이때문에 오픈이 좀 오래걸리는거 말곤 괜찮아,
화원도 좋고“
쇼파위에 놓인 잡지책을 의미없이 뒤적이며 대답하는 세진.
“아연인 여전히 발랄해 ? 어째 도통 안보이냐-"
“요즘엔 한층 더 발랄해졌어“
“하하, 안봐도 눈에 선하네 그래“
기분좋은 웃음소리를 늘어놓으며 상현은 세진앞에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어머머, 진짜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을 잔뜩보이고 있는 아연.
규민의 군시절 얘기를 듣던중이였다.
“그렇게 기합받고 나서도 그맛을 못잊어서 그날 저녁에 또 저질렀다니까요“
까르르 넘어가는 아연에게 규민은 의외라는듯 말을 건넨다.
“보통 여자분들은 남자들 군시절얘기 안좋아하지 않나요?“
“여자도 여자 나름이죠, 전 굉장히 재밌게 들리는걸요?“
“하하, 아연씨도 참 독특하시네요“
“독특이라고 할꺼까지야 뭐“
어깨를 으쓱이는 아연.
“그럼 군복무 끝내고 바로 이쪽일을 시작하신거예요?“
“바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는게 아마 맞겠죠?“
“아아 -“
고개를 끄덕이고는 습관처럼 메모하는 아연이 문득 놀라서 다이어리를 옆쪽으로 밀어둔다.
“아, 죄송해요- 직업인지라“
“하하 괜찮아요.몸에 베인건 어쩔수없죠. 음- 아연씨는 어쩌다 칼럼니스트가 됐어요?“
“난 인터뷰는 사절인데.. 게다가 규민씨와 전 오늘 첫만남이잖아요.전 신비주의자라구요“
익살맞게 장난섞인 눈웃음으로 대신해버리고는 ,
“요즘은 특공대에서 어떤일 처리하고 계세요?“
“저도 이제 인터뷰 사절입니다, 더구나 아연씨와 난 오늘 첫만남이잖아요.“
아연의 질문에 아연과 똑같은 대답을하는 규민.
따지고자 하는 마음에 한걸음에 화원까지 와버린 호현의 얼굴엔 실망한기색과 함께
입술까지 삐죽이고 있었다.
“원래 화원은 이렇게 일찍 문닫는건가?“
뛰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 걸으며 ,오로지 따지려는 목적으로 여기까지 와버린
자신이 웃긴듯 입꼬리에 웃음이 걸린다.
“나는 원래 지는게 싫으니까. 다음번엔 진짜 안진다, 아자아자!"
여기까지 와버린 자신을 스스로합리화 시키며 다음번을 기약하는 호현이다.
“쓸만한 물건은 찾았어?“
“물건이 오래되서 별로야“
“하하, 그 날카로운 지적- 내가 외국에 안나간지 꽤 됐거든“
“어쩐지. 대신 오늘은 이거, 나 줘-“
궁금해하는 상현의 시야사이로 구름모양의 자그마한 화분을 보이는 세진.
“하하 니가 좋아할꺼 같앴어, 그거 -“
“오늘은 물건대신이야, 다음번엔 제대로 채워놔 상현씨- “
“예, 본부대로 따릅죠“
시원스레 웃어주는 상현.
“가봐야겠다“
“벌써?“
“응, 바 너무 오래비워두는거 싫어-“
우체통옆 주차되어있는 차문을 손수 열어주던 상현은,
“그럼- 3일 후에 다시들리던가 해, 내일 물건하러 가니까-“
“응, 그땐 아연이랑 같이올께“
“그래, 조심해서 가- 이상한사람이 잡아가면 어쩌냐“
상현의말에 그럴일은 절대로 있을수 없다는듯 손을 가볍게 흔들고 출발하는 세진.
“아연씨랑 조금더 얘기 나누고 싶지만 이만 가봐야겠네요“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자리 오래비워두면 호현이 녀석 심술내거든요“
“아, 그 동기분?“
“하하 예 - 혹 다음번에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되면 아연씨가 했던질문,답해드리죠“
“너무 내 호기심을 자극하시면 귀찮아질수도 있다는걸 아셔야 할텐데-
그말, 일부러라도 규민씨를 찾아오라는 말로들리는데 , 맞죠?“
아연은 얼굴에서 웃음을 감추고는 규민을 바라본다.
“아마도“
말이끝남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서며 아연의 다이어리 위에다 명함을 놓아두는 규민.
“다음번엔 잃어버리지 말아요-“
“그러죠“
“그럼이만“
규민의 뒷모습이 유리창 사이에서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던 아연.
그리곤 고개를 돌려 명함을 집어든다.
“이규민이라.. 어쩌면 필요할지도.“
“아직 안 갔네?”
눈을 감은 체 잠시 바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음악을 즐기던 아연을 지나치며
어깨를 살짝 치는 세진 때문에 아연은 살짝 눈을 뜬다.
“어 왔어? 일찍 왔네?”
“응, 줄게 없으시다네-”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한 손에 들고 있던 화분을 가리키는 세진-
“대신 요놈 뺏어왔어_”
“신나 보인다?”
바에 턱을 괴며 웃는 아연의 말에 세진은 뒤로 살짝 물러나며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또 무슨 말을 하려구? 됐어-사양이야”
손 사레를 치며 마티니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뒤지는 세진을 보고
아연은 낮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는 상현이만 만나고 오면 왠지 들 떠 있잖어? 솔직히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둘이 잘 어울린다니까 왜 이렇게 오랫동안 한 남자의 마음을 태우고 계실까아~“
“됐다구 했다아!”
가볍게 마티니 한잔을 마신 세진은 잔을 탁 소리가 내려놓으며 아연에게 말 한다
“치- 꼭 그러더라”
입을 삐죽거리며 일어나는 아연은 벗어두었던 자켓을 입으며 장난스럽게
“좋으면서~좋으면서~”
“유치해- 이아연, 너야 말로 그 사람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그 이규민인가? 그 사람 말이야”
걱정스럽게 말을 꺼낸 세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아연은 이내
“모르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장난스러운 말을 남긴 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세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바를 나간다.
“저 자식, 또 마감 안 해주고 도망 가네- ”
“어? 이제 오는 길이야?”
아파트 현관에서 규민은 이제야 집으로 걸어오고 있는 호현과 마주친다
“응-그렇게 됐어- 쌀쌀하다 일단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