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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매종 할머니

큰가방 |2006.03.18 21:55
조회 97 |추천 0

방매종 할머니


3월 중순 따스한 봄바람이 흐르고 흘러가다 아직 봄이 온 줄 모르고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커다란 팽나무 가지를 마구 흔들어 깨워놓고 양지쪽 비탈진 언덕에 수줍은 듯 피어난 성냥 꼴처럼 아주 작은 잉크 색 야생화 얼굴에 간지럼 태우며 노닐더니 봄소식을 멀리 전하고 싶은 파릇파릇 싱싱한 쑥의 머리위로 날아가 쑥의 향기가 멀리 날아가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다가 봄나물 캐러 온 젊은 처자 바구니 속으로 살며시 숨어들어 “여기가 냉이 밭!”이라며 큰소리 지르다가 녹차 밭 구경나온 아가씨 두툼한 겨울 외투를 벗어들게 만들더니


봄맞이 단장에 한창인 물오른 왕 벚꽃 나무 가지에서 흔들흔들 그네를 타고 있다 행복을 배달하는 저의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살며시 내려 앉아 봄소식을 전하려면 빨리 가자 재촉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저는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그리고 가정으로 열심히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달리다보니 전남 보성 회천면 전일리 외래마을 입구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을로 막 들어서는 순간 저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잠시 빨간 오토바이를 세워두고“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하였더니 할머니께서“여보씨요! 거기 우체부 아저씨 전화요?” “예! 그런데요! 왜? 그러세요? 할머니!” “아니 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 아들이 뭔 편지가 올 것이라고 으디 가지 말고 집이서 지키고 있다 받아놓으라고 했는디 암만 기달려도 아저씨가 안와서 뭔 일인가 싶어 전화해보요!” “예~에! 그러셨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살고계시는 마을이 무슨 마을인데요?”  “우리 마을? 거시기 방매종이여! 방매종!” “방매종이요? 방매종이란 마을은 처음 들어보는 마을 이름인데! 어디에 그런 마을이 어디 있어요?


할머니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으짠다고(어떻다고)? 다시 말해 보라고? 방매종이랑께!(방매종이라니까)” “할머니 전화에 대고 그렇게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시니까 전화기가 울려서 할머니 말씀을 통 알아들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천천히 또박또박 다시 한번 말씀해보세요!” “으짠다고 말을 못 알아 묵것어(듣겠어)? 아! 그랑께 우리 마을이 방매종이란께! 방매종!” “방매종? 할머니께서 어느 마을을 방매종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지?”하는 생각을 하다 “혹시 할머니께서 외래마을 옛 이름 반내점을 말씀하시나?”


하는 생각으로 “할머니! 할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마을이 혹시 반내점 아니세요?” “그래 반내점! 그랑께 외래마을 반내점이여!” “할머니 그럼 처음부터 외래마을이라고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방매종이라고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시니까 제가 잘 알아들 수가 없지 않아요!” “나는 그냥 방매종이라고 해도 알아 묵을지 알았제~에! 그란디 우리집이는 은제 오꺼여?(올거야)” “할머니 아드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우리 아들이 어짠다고?” “그게 아니고요! 할머니 아들 이름이 누구시냐고요?”


“우리 아들 이름? 우리 아들 이름은 김금수 여! 그란디 우리 아들 말로는 2시 안에 올 것이라고 그라든디 지금 3시가 넘었는디 으째 아저씨가 오도가도 안하네!” “예~에! 제가 오늘 배달할 우편물이 많아서 조금 늦어지고 있거든요! 지금 할머니 집 앞에 거의 다 왔으니까요. 딱 2분 만 기다리고 계세요! 아시겠지요?” “이~잉! 알았어!”하고 전화통화는 끊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화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할머니! 오래 기다리셨지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나는 아제 기달리다 눈 빠지는 줄 알았네! 그라고 본께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제 땀새(때문에)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징역살이를 했네~에! 그란디 오늘은 으째 이라고 늦었어? 다른 때 같으문 진작 아저씨가 지나갔을 꺼인디(것인데) 오늘은 하도 오도가도 안 해서 혹시 아저씨가 지나 가 부렸다냐? 어쨌다냐? 그라고 걱정을 했네!” “그러셨어요? 사실은 오늘 여기 우편물을 배달할 집배원 한사람이 광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다른 마을에 먼저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지네요.”


“그란디 으째 이라고 사람을 지달리고 있응께 시간도 그리 안가?” “원래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도 잘 가지 않는 법이에요!” “그란디 뭔 편지가 왔간디 우리 아들이 으디 가지 말고 꼭 집에 있다 편지를 받아 놓으라고 그럴까?” “카드회사에서 카드가 왔네요. 할머니!” “카드? 카드 같으문 그냥 집에다 던져놓고 가지 그라고 사람을 지달리게 만들어?” “아이고! 할머니도 참! 이 카드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카드가 아니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 쓰는 카드란 말이에요! 그런데 아무데나 던져 놓았다가


만약에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돈 찾아 쓰는 카드도 있어? 그라문 비싼 것인가?” “물론 비싸지요! 그러니까 할머니께 카드를 꼭 받아놓으라고 아드님이 부탁하신거에요! 아시겠어요?” “오~오! 그라고 비싼 카드도 있었든 갑구만 잉! 금메~에! 그랑께 늙은이가 뭣을 알아야 말이제!” “그런데 할머니 오늘 무슨 바쁜 일 있으세요?” “아니~이! 늙은이가 바쁜 일은 무슨 바쁜 일이 있것어?”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혹시 제가 보고 싶으시던가요?”


“내가 뭣 땀새 아제가 보고 싶으껏이여? 회관에 놀러가야 쓰껏인디 아제가 만날 오도 가도 안하고 있응께 혼자 종일 집보고 있을랑께 심심해서 그랬제!” “할머니 그러면 혹시 회관에서 멋진 영감님이 데이트 신청하시던가요?” “저 작것이 또 할망구를 놀린다! 놀려! 아! 지금 촌구석에 으디(어디) 멋진 영감탱이가 있것어?” “할머니 그럼 제가 아주 멋있는 영감님 한분 소개시켜드릴까요?” “냅 둬! 멋진 영감 없어도 괜찮한께! 그란디 아제 점심은 자셨어?” “점심이요? 점심은 벌써 먹었지요!


아무리 바빠도 점심은 꼭 챙겨먹고 다녀야지요!” “아니 안 자셨으문 내가 밥 차려 주께! 여루와서(부끄러워서) 그래?” “저 정말 점심 먹었다니까요! 지금까지 점심도 먹지 않았으면 배가 고파 어떻게 우편물 배달이나 다니겠어요? 할머니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할머니 댁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전부터 오후 3시가 넘도록 종일 저를 기다리고 계셨으면서도 저의 점심 걱정하시는 할머니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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